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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78화 (778/1,214)

778화. 간신히 숨만 붙어 있다

퍼펑!

금색 빛이 강하게 떠올랐다가 점점 줄어들면서 사방으로 폭발하자 곤선승도 사라졌다.

귀언의 모습이 폭발의 중심부에서 나타났는데, 폭발의 영향으로 몸 절반은 검게 그을렸고 피부에는 수많은 상처가 난 것이 처참해 보였다.

하지만 귀언은 개의치 않고 검은 빛으로 변하여 인형의 성으로 돌진했다.

여덟 명의 지살시왕도 땅과 벽에서 나와서 보라색 빛덩이로 변하여 귀언의 뒤를 따라 성으로 들어갔다.

인형의 성은 노란 빛이 금방 사라졌고, 떨림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자 영굴은 다시 평온해졌다.

귀언이 사라지자 영굴의 언수들은 조각상처럼 변하여 움직이지 않았다.

자무 법진도 이제 완전히 사라져 천기성 제자들이 일제히 부서진 자무 법진에서 빠져나왔는데, 이들은 모두 본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텅 비어버린 영굴을 바라보며 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들의 시선은 막망 장로에게 향했다.

“우리는 저곳에 들어갈 방법이 없으니 우선 언수들을 모두 부수고 영굴 안의 영초와 영재를 캐면서 성주님이 나오시기를 기다린다.”

막망 장로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천기성 제자들은 영굴 안의 수많은 영물을 봤을 때부터 마음이 근질근질했는데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각종 법보와 언갑으로 귀언의 언수들을 부쉈다. 조종하는 사람이 없는 언수들을 부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어서 이들은 주위의 수많은 영재를 캐기 시작했다.

심협은 인형의 성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성안을 날아다니며 부동래의 흔적을 찾았다.

성은 길이 매우 질서정연하게 닦여 있었고, 종횡으로 교차해 마치 빼곡한 부문 같았으며, 그 가운데 세워진 건물은 부문을 연결하는 연결점 같았다.

심협은 흡사 미궁을 헤매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한참을 찾아도 부동래의 흔적은 없었다.

그가 낮은 건물 위를 날아가고 있을 때 신식에서 갑자기 법력 표식의 반응이 느껴졌다.

“법력 표식은 역시 인형의 성에 있었구나!”

심협은 잠시 고민했으나, 우선은 가보기로 했다.

처음에 인형의 성에 다섯 개의 법력 표식을 남겼는데 그중 네 개는 귀언이 발견하고는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 분리했다. 그러나 하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만약 이 표식이 없었다면 그들은 흑연미굴을 찾지 못했을 터였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는 을목선둔을 사용해 초록 빛과 함께 사라졌다.

이내 그의 모습은 거대한 주홍색 대전 밖에 나타났다.

“여기가 틀림없어.”

심협은 대문을 열고 대전 안으로 들어갔으나,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내 당황했다.

넓은 대전에는 흔한 장식조차 없었다. 두 줄로 늘어선 붉은 기둥과 바닥에 깔린 푸른 돌 위로 두껍게 쌓인 먼지가 전부, 그 위로 흐트러진 자국이 전부였다.

“법력 표식이 남은 곳은 분명 여기인데 어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설마……?”

심협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바닥의 돌을 살폈다. 그리고는 황정경을 운공하며 손을 들었다. 순식간에 용의 비늘로 뒤덮인 팔이 바닥을 뚫고 대전까지 뒤집어 놓을 듯했다.

한데 그때, 뒤에서 매우 허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형…….”

심협은 멈칫하고는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부동래가 기둥 하나에 기대어 힘없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부형, 드디어 찾았구려! 괜찮소? 어찌 여기까지 온 것이오?”

심협은 기뻐하며 서둘러 다가갔다.

부동래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는데, 어떤 것은 오래됐고 또 어떤 것은 최근에 생긴 것 같았다. 안색은 창백했고, 입술에는 핏기가 전혀 없었으며, 마른 딱지로 뒤덮여 있었다. 기력이 전혀 없는 상태를 보자 한눈에 봐도 원기 소모가 극심하고 원신(元神)까지 손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심협은 서둘러 그를 부축하여 앉혔다.

하지만 부동래는 기둥에 기대어 앉아 있을 힘도 없었는지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심형…….”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부동래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 하자 심협은 서둘러 제지한 후 백옥 자기병을 꺼냈다. 그 안의 만년옥수 한 방울을 부동래에게 먹인 그는 손을 등에 대고 법력을 천천히 주입했다. 덕분에 부동래는 옥수의 정화를 연화할 수 있었다.

한참이 지나자 옥수의 힘이 점점 부동래 체내로 녹아들었고, 창백했던 얼굴에 조금씩 핏기가 돌아왔다.

그가 탁한 숨을 길게 내뱉고는 두 손으로 원을 그려 스스로 정양하기 시작하자 심협은 손과 함께 법력을 거두었다.

심협은 부동래가 스스로 운공할 수 있게 된 걸 보자 안도하고는 그 옆에 앉아서 소요경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자 소요경은 붉은 빛으로 반짝였고, 9도 금제가 풀렸다. 그리고 신식으로 그 안을 살펴본 심협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온통 어둠뿐이었던 공간이 두 배로 늘어난 데다가 안에서 빛과 함께 미세한 바람이 불고 있었던 것이다.

심협은 빛이 나오는 곳을 살폈다. 그곳에는 꽤나 넓은 보라색 대나무 숲이 있었다. 숲에는 냇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원천은 어둠 속에 있었다. 냇물의 끝도 똑같이 어둠으로 들어갔다.

자죽림 안에는 천지영기가 짙어 영무가 자욱하게 대나무 숲을 뒤덮었다. 이전에 영안에서 흡수했던 순수한 원기(元氣)가 분명했다. 그 대부분은 주위의 어둠으로 흘러들었고,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였다.

한데 그가 더 자세히 살펴보려던 순간, 정양하던 부동래가 깨어났다. 심협은 서둘러 소요경에서 나왔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부동래는 기둥에 기대어 앉아 있는 채 슬며시 웃고 있었다. 죽다 살아난 안도감에서 나오는 웃음이리라.

“부형, 나 때문에 괜히 고생했소.”

심협은 미안한 마음에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지 않았으니 된 것 아니겠소? 하하!”

부동래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고는 웃었다.

“한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이오?”

“그날 심형과 헤어진 뒤로 추격당해 중간에 몇 번이고 따라잡혀서 부상을 입었소. 다행히 수라은신술(修羅隱身術) 덕에 도망칠 수 있었지.”

“수라은신술? 방금 나도 속아 넘어갔던 그 술법이오?”

“그렇소.”

“대단한 은신술이오! 부형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내 결코 발견하지 못 했을 것이오.”

“그 술법은 효과가 탁월하나 법력 소모가 너무 극심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없소. 나중에 법력이 바닥나서 본명원기로 유지하고 있었지. 그러지 않았다면 그놈의 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게요. 아, 심형이 조금만 늦게 왔어도 마찬가지였겠군.”

부동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대한 서둘렀으나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늦어졌소. 내가 남긴 법력 표식이 부형에게 있는 것 같던데, 어떻게 된 일이오?”

“이거 말하는 거요?”

부동래가 품에서 초록 빛을 꺼내며 물었는데, 그 안에는 복잡한 영문이 가득했다. 심협이 남긴 법력 표식이었다.

“그날 처음 이 성에 갇혀서 교전을 벌일 때 뿜어져 나왔던 강력한 파동은 나도 느꼈소. 다만 그때는 심형과 함께 도망칠 상황이 아니었지. 그래서 심형이 남긴 법력 표식 하나를 몰래 숨겨서 도망친 후 여기까지 숨어들게 된 것이오.”

그제야 심협은 조금씩 생각이 정리되면서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게 된 거였소? 내 다섯 개의 법력 표식을 남겼는데 귀언 그자가 우리를 유인하기 위해 그중 네 개의 표식을 언갑에 넣어서 다른 곳으로 보냈소. 부형이 하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인형의 성도, 부형도 못 찾을 뻔했소.”

“심형이 표식을 남긴 것은 다시 돌아오기 위함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지. 그래서 부서지지 않게 가지고 있었소.”

두 사람은 그제야 크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부형, 이곳은 위험하오. 오래 있을 곳이 못 되니 어서 나갑시다.”

“알겠소.”

부동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려 했다.

“부형은 상처가 심하니 당장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게요. 그러니 내가 데리고 나가는 게 낫겠소.”

“날 데리고 나가겠단 말이오? 어떻게……?”

부동래가 의아한 듯 묻자 심협은 웃으며 소요경을 꺼냈다.

“이 보물은 소요경이라 하는데, 살아 있는 생명체도 들어갈 수 있소. 마음 놓고 여기서 회복하시오.”

심협은 보경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좋소.”

부동래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심협은 보경을 발동했다. 거울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빛이 부동래를 휘감고는 거울 안으로 데리고 갔다.

심협이 거울 안을 살펴보니 부동래는 대나무 숲에 가부좌를 틀고 있었는데, 무척 안전해 보였다. 심협은 안도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 성의 천장에 도착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천장을 뒤덮은 돌벽에는 암금색 광택이 감돌았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심협은 땅으로 내려가 현황일기곤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는 두 발로 바닥을 딛고 천장의 돌벽을 향해 힘껏 뛰어올랐다.

허공에서 양팔을 크게 휘두르자 그의 몸이 태양처럼 금빛으로 번쩍였고, 수많은 금색 곤봉 허상이 나타나 돌벽을 거세게 내리쳤다.

콰쾅! 퍼펑!

무너지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며, 천장의 돌벽이 끊임없이 흔들렸고, 곤봉 허상이 떨어질 때마다 먼지가 일어났다.

허나 연기가 사라진 뒤에 나타난 것은 허공이 아닌 똑같은 암금색 벽이었다.

현재 인형의 성은 진화가 완성되어 방어력이 막강했다.

그러나 심협은 단념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는 황정경 공법을 최대한으로 운공했고, 법력이 끊임없이 용솟음쳤다. 그 상태에서 다시 양팔을 휘두르자 현황일기곤이 위아래로 춤을 췄고, 발천난봉이 쏟아져 나갔다.

“가랏!”

그의 일갈과 함께 하늘을 가득 메운 곤봉의 허상이 돌벽을 사정없이 때렸다.

쾅! 쾅! 쾅!

마치 구천의 번개가 떨어지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성 전체가 계속해서 흔들렸다.

더 많은 먼지가 곳곳을 가득 메웠다.

* * *

인형의 성 다른 곳에서도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기운을 모두 폭발시킨 소부자와 귀언이 격렬하게 싸우는 곳이었다.

여덟 지살시왕은 전장 주위를 맴돌면서 각종 마병을 들고 옷을 나풀거리며 천마의 춤을 추었고, 아름다운 곡을 연주해 귀언을 도왔다.

소부자는 마음(魔音)과 뒤섞인 굉음이 들려오자 일격에 귀언을 날려버리고는 피식 웃었다.

“저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누군가가 인형의 성을 부수려 하는구나. 어떤가? 걱정되지 않나?”

“지금 인형의 성을 부술 수 있는 건 너뿐이다. 한데 너는 내 눈앞에 있지. 그러니 성이 무너질 걱정은 없다.”

귀언은 아무런 걱정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허!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소부자는 짧게 혀를 차고는 다시 귀언에게 달려들었다.

* * *

천장에 가득했던 연기가 사라졌고, 심협은 여전히 아무런 손상이 없는 돌벽을 바라봤다. 강력해진 현황일기곤도 진화한 인형의 성에는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더 이상 방법이 없으니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데 그때, 다른 곳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우선 소부자와 합세하자. 그래야 옥침을 고쳐달라고 부탁할 면목이 생기겠지.”

가볍게 한숨을 쉰 뒤 그는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그때, 심협의 식해에서 갑자기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 도우, 심 도우! 잠시만! 잠시만요!”

심협은 앞에 무슨 위험이라도 있는 것인가 싶어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멈춰 섰다.

“무슨 일이지?”

“심 도우, 여기 근처에서 제 본체가 느껴져요.”

심협은 자죽의 목소리에 다시 주위를 살펴봤다. 그러나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틀림없어요. 제 신혼과 육체의 연결은 아직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는데, 여기서 그 연결이 더 선명하게 느껴져요. 반경 백 장 안에 있는 게 분명해요.”

“좋아, 내려가서 찾아보자.”

그는 아래로 내려가 건물 위를 낮게 날았다.

“앞에, 그금만 더 앞에…….”

자죽의 목소리는 한층 긴장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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