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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76화 (776/1,214)
  • 776화. 연합

    심협은 법보 중에서도 절정급에만 존재한다는 64도 금제가 있음을 알고는 속으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바로 선천연보결로 소요경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선천연보결의 신통한 위능으로도 소요경을 단번에 연화할 수도, 모든 금제를 풀 수도 없었다.

    심협은 상당한 공을 들인 후에야 여덟 개의 금제를 풀 수 있었다. 나머지 금제는 깨트릴 수 없는 게 아니라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에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여덟 개의 금제만을 풀었음에도 그의 신식은 소요경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내부는 칠흑처럼 어두워 공간이 얼마나 큰지, 안에는 어떤 물건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모든 금제를 풀지 않으면 완벽하게 장악할 수 없는 모양이군. 그래도 일단 사용할 수는 있겠지.”

    심협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법력으로 소요경을 발동했다.

    법력이 주입되자 소요경의 문로가 밝아졌고, 붉은 정광이 뿜어져 나와 주위의 커다란 검은색 돌을 휘감았다. 그리고 빛이 반짝이자 검은 돌이 바로 사라졌다.

    심협이 다시 신념으로 살펴보니 검은 돌이 소요경 공간 안에 있었다.

    “좋은 보물이구나. 한데 정말 살아 있는 생물도 넣을 수 있는 걸까?”

    한탄하던 그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다시 소요경을 발동했다.

    이번에는 거울이 흔들리더니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만, 이번에 휘감은 것은 돌멩이가 아니라 주위의 매우 짙은 천지영기였다.

    삽시간에 허공에 구멍이 뚫리더니 희박한 천지영기가 새어 나왔고, 끊임없이 소요경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울 위에서 바로 안개가 솟아오르면서 금제 문로도 함께 떨렸다.

    천지영기를 흡수하는 속도에 심협은 혀를 내둘렀고, 무심코 뒤에 있는 일그러진 허공에 무슨 움직임이 없나 확인했다. 다행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기에 그는 안심하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꽈르릉!

    일그러진 공간 안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갑자기 울리더니 강력한 흡인력이 솟아나왔다.

    ‘위험하다!’

    심협은 서둘러 소요경을 챙기고는 앞으로 돌진했다.

    황급히 도망치는 와중에 뒤를 돌아보니 일그러진 허공은 두 배로 커진 상태였다. 곧바로 도망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미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을 터였다.

    다행히 일그러진 허공은 계속해서 커지지는 않았고, 금방 멈췄다. 그렇다고 다시 줄어들지도 않았다.

    심협은 안도하며 서둘러 위로 올라가 영안을 벗어나 영굴로 돌아왔다.

    영굴 안은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서 각종 빛이 번뜩였고,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설마 누군가가 영굴로 들어온 건가?”

    심협은 수면으로부터 수십 장 떨어진 곳에 멈춰서 신식을 펼쳐서 바깥의 상황을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예상했던 대로 위쪽 영굴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천기성 수사들이었다. 심지어 소부자와 막망 장로도 있었다. 그들은 현재 귀언과 여덟 명의 지살시왕 그리고 언수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귀언도 인형의 성에서 내려와 육비천룡 언갑을 입은 채 소부자와 싸우고 있었다. 그는 육비천룡의 위능을 전부 발동하여 10여 장 크기로 커져 있었고, 휘황찬란한 금빛이 반짝여서 마치 금빛 갑옷을 입은 신령 같았다.

    육비천룡이 여섯 개의 팔을 휘두르자 검과 대추, 사슬 등의 허상이 폭풍우처럼 소부자를 향해 떨어졌고, 그때마다 영굴 전체가 흔들렸다.

    허나 소부자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천기검을 발동하여 흑백의 검기를 퍼부어 가볍게 육비천룡의 공세를 막아냈다.

    검은 나무새 언갑도 발동하여 8장에 이르는 거대한 새로 변해 있었다. 이 나무새 언갑은 평범해 보였으나 그 위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고, 속도는 놀랍도록 빨라서 단숨에 100장을 날아갔다. 발톱과 날개, 부리를 이용한 공격도 매우 강력해 육비천룡의 나머지 공격을 막아내고 매서운 발톱의 검은 빛으로 귀언의 몸을 베었다.

    하지만 육비천룡은 너무도 단단해서 나무새 언갑이나 천기검의 공격에도 흔들림이 없었고, 어떤 상처도 남지 않았다.

    한편, 막망 장로가 이끄는 천기성 제자들은 모두 언갑대진(偃甲大陣)을 이룬 채 언수들과 여덟 명의 지살시왕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들은 머릿수로는 상대방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고, 천기성의 비전(祕傳)인 언갑대진은 매우 현묘했기에 폭풍우 같은 상대의 공격을 적절히 막아내고 있었다.

    인형의 성은 이 순간에도 돌벽의 암금색 영동을 흡수하고 있었고, 성 절반이 돌벽으로 들어가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성이 암금색으로 변해 있었고, 뿜어내는 기운도 바다처럼 웅장했다.

    심협은 인형의 성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소부자와 귀언 등의 전투를 바라보며 의문이 들었다.

    양측의 싸움은 격렬해 보였지만, 어쩐지 서로 상대를 죽이지 않고 마치 힘을 겨루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심협은 의문이 들었지만, 금세 생각을 거두고는 서천호와 거력신원 그리고 여덟 명의 지살시왕이 있는 곳을 살폈다. 저것들 때문에 지옥문에 들어갈 뻔하지 않았던가. 그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심협은 은신부를 발동해 하얀 빛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무렵, 서천호는 입에서 불을 뿜어내고 발톱을 휘둘러 초승달 같은 빛을 뿜어내면서 막망 장로가 발동한 청사자 언갑과 싸우고 있었다.

    청사자 언갑은 몇 장 크기에 온몸이 푸르게 빛나서 마치 청동으로 만든 것처럼 매우 견고해 서천호의 불꽃이나 발톱 공격에도 한두 걸음 물러날 뿐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

    청사자 언갑은 입에서 푸른 빛을 수시로 뿜어냈는데 그 위력이 막강해 서천호가 매우 꺼리는 듯했다.

    서천호는 싸움이 길어지자 초조해져 한 발로 청사자 언갑을 밀어낸 뒤, 몸에서 붉은 빛을 일렁였다. 그러자 단숨에 10여 장 길이의 거대한 붉은색 호랑이 허상이 떠올랐다.

    거대 호랑이 허상이 나타나자마자 몸에서 불꽃이 휘몰아쳤고 섬뜩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서천호는 머리를 휘둘렀다. 그러자 두 개의 비수 같은 송곳니가 입에서 빠져나와 빠르게 커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개의 새하얀 뼈의 검으로 변했다.

    거대 호랑이 허상이 입을 크게 벌려 두 개의 뼈의 검을 받았고, 하얀 뼈의 검 주위에서 갑자기 커다란 불꽃이 타오르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열기가 느껴지면서 부근의 허공에서 타는 듯한 냄새가 났다.

    길게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두 자루의 뼈의 검은 기다란 무지개가 되어 날아가 쏜살같이 청사자 언갑을 베었다.

    치익!

    달궈진 쇠에 물을 뿌린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단단하기 그지없던 청사자 언갑이 세 동강이 나며 잘린 부분은 녹아내렸고, 안의 영력도 완전히 사라졌다.

    타오르는 뼈의 검은 이후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바람을 가르며 막망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막망 장로는 깜짝 놀라 황급히 뒤로 피하며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노란 빛이 번쩍이면서 커다란 우산이 나타났다. 언문으로 가득한 방어 언갑 우산은 두 자루의 뼈의 검과 충돌했다.

    퍼펑!

    굉음과 함께 노란 우산은 검을 막아냈지만, 두 개의 검게 그을린 자국이 생겼고 영광도 어두워졌다.

    두 자루 뼈의 검은 일정 거리를 날아갔다가 다시 붉은 빛을 뿜어내며 두 번째 공격을 가했다.

    서천호는 차갑게 웃으며 커다란 몸을 날려 다른 쪽에서 막망 장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데 그때, 머리 위 공간이 흔들리더니 커다란 금색 곤봉이 맹렬하게 떨어졌고, 뒤이어 심협이 나타났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현황일기곤이 떨어지기도 전에 부근 허공이 먼저 어두워졌고, 금색 빛무리가 강렬한 파동과 함께 폭발하며 서천호를 뒤덮었다.

    서천호의 몸은 마치 거대한 산에 짓눌린 것처럼 그대로 떨어져 네 개의 발톱이 땅에 깊숙이 박혔고, 커다란 몸도 바닥에 짓눌렸다.

    거의 동시에 거대한 호랑이 허상도 그대로 무너져 붉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크아아!”

    서천호는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눈으로 고개를 들더니 거대한 곤봉을 향해 무언가를 뱉었다.

    사람 머리통만 한 흑백의 구슬이 날아올랐다. 서천호의 요단(妖丹) 같았다. 그 위에는 알 수 없는 붉은색 언문이 가득했다.

    언문에서 화르륵 하며 불꽃이 타오르자 요단은 순식간에 열 배로 커졌고, 그대로 현황일기곤과 충돌했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불꽃이 타오르던 구슬은 그대로 폭발하여 사라졌다.

    현황일기곤의 기세는 그러고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번개처럼 떨어져 서천호의 머리를 가격했다.

    콰쾅!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려 퍼졌고, 서천호의 머리는 수박처럼 쪼개졌다. 동시에 몸의 영광도 꺼지면서 움직임이 멈췄다.

    서천호가 죽자 두 자루 뼈의 검은 그 타오르던 불꽃도 사라지더니 다시 영광으로 반짝이는 호랑이 이빨로 변하여 막망 장로의 발 앞에 떨어졌다.

    막망 장로는 호랑이 이빨은 신경도 쓰지 않고 놀란 기색으로 심협을 바라봤다. 그녀는 심협이 진선기로 돌파했음을 감지하고는 경악하여 멍하니 있었다.

    먼 곳의 소부자와 귀언도 이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허나 다른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심협은 앞으로 돌진해 구렁이처럼 가늘고 기다란 금빛 허상으로 변해 순식간에 거력신원 앞에 도착했다. 이어서 현황일기곤의 금빛 허상이 거력신원의 머리를 스쳐갔다.

    거력신원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못했고, 곧 서천호와 같은 처지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놈!”

    귀언이 크게 외치자 미간에서 정광이 반짝거렸다. 거의 동시에 거력신원의 몸이 바로 비틀리면서 현황일기곤의 일격을 피하고는 기다란 팔을 내질렀다. 그러자 커다란 금색 주먹 허상이 심협을 향해 날아갔다. 강력한 힘이 담긴 주먹의 허상이 지나는 곳마다 하얀 흔적이 남았다.

    심협은 피식 웃고는 현황일기곤을 휘둘렀다. 겹겹의 곤봉 허상이 순식간에 떠올라 금색 주먹 허상을 감쌌다. 이 가벼운 일격에 주먹 허상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곤봉의 허상은 그대로 날아갔고,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이 거력신원을 덮쳐왔다. 하지만 거력신원도 물러서지 않고 수중의 검은색 철봉을 휘둘렀다. 허공에서는 굉음이 끊이지 않았고, 거대한 산 같은 철봉의 허상이 심협을 향해 휘몰아쳤다.

    콰쾅!

    충돌의 순간, 검은색 철봉의 허상은 굉음과 함께 사라졌다. 거력신원 수중의 검은 철봉도 콰직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 났다. 동시에 커다란 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돌벽과 충돌하면서 동굴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 순간, 심협은 현황일기곤을 내던졌고, 이 곤봉은 금빛으로 변하여 곧장 거력신원의 가슴을 관통하여 돌벽에 박혔다.

    “가라!”

    심협이 법결을 결인하며 나직하게 일갈하자 현황일기곤은 순식간에 수십 배로 커져 금색의 거대한 기둥이 되었고, 거력신원의 몸은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이 무렵, 천기성 제자들도 심협을 알아봤는데 그가 채소 썰듯 너무도 쉽게 두 마리의 진선기 언수를 부수자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사기가 진작되어 언갑대진을 더욱 강하게 발동했다.

    언수들은 우두머리인 두 마리 진선기 언수들이 사라지자 공세가 흐트러져 천기성의 언갑대진의 압박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심 도우, 진선기로의 돌파를 축하하네! 하지만 지금은 긴 인사를 나누기 어렵겠군. 번거롭더라도 막망 장로와 연합하여 언수들을 맡아주게나. 이 은혜는 후하게 갚겠네. 하하하!”

    소부자의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협은 어차피 여덟 명의 지살시왕을 공격할 생각이었기에 곧장 현황일기곤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이를 본 귀언은 다급한 마음에 육비천룡이 들고 있던 금방울을 흔들었다.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지자 빼곡한 금색 음파가 성난 파도처럼 쏟아져 나와 소부자와 검은 나무새를 덮쳤다.

    “용음종(龍吟鐘)!”

    소부자는 황급히 옆으로 피했다.

    귀언은 차갑게 웃고는 법력을 아낌없이 금방울에 주입했다. 그러자 금색 음파의 영역은 몇 배로 넓어졌다.

    소부자는 엄청난 속도로 물러났음에도 음파의 공격에 휩쓸렸고, 휘청거리며 땅으로 떨어질 뻔했다. 허나 그는 천기성 성주였다. 곧바로 몸에서 하얀 정광을 번쩍이더니 알 수 없는 보물이 음파를 막아냈다. 다만 그와 달리 검은 나무새는 여전히 음파에 휩쓸려 검은 빛이 흐트러지더니 뒤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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