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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74화 (774/1,214)
  • 774화. 진선기

    귀언은 다시 안색이 변해 재빨리 주문을 읊조렸다. 그러자 발아래 인형의 성에서 노란색 정광이 뿜어져 나와 노란 거울이 만들어지더니 영굴 입구의 상황을 비추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서 있었다. 소부자, 막망 등과 천기성 제자들이 몇 개의 대형 대포 언갑을 발동하여 입구의 봉인을 공격하고 있었다.

    봉인은 빠르게 무너져 내려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저들이 이렇게 빨리 오다니!”

    귀언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지더니 다시 한번 인형의 성을 발동했다.

    휙! 휙!

    두 번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백 개의 구슬이 날아가 사람과 짐승 형태의 언갑으로 변했는데, 앞서 나타났던 서천호나 거력신원처럼 눈빛이 멍했고,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귀언이 또다시 뭔가를 읊조리자 인형의 성에서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색 구멍이 나타났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노란색 정사가 뿜어져 나와 언갑들을 찔렀다.

    언갑들은 갑자기 살아난 것처럼 각양각색의 기운을 뿜어냈는데, 모두 기본적으로 출규기 이상이었고, 수십 개는 대승기였다. 그러나 진선기는 없었다.

    수백의 언갑과 지살시왕은 심협을 내버려둔 채 영굴 입구 앞에서 대기했다.

    한편, 연못 깊은 곳의 심협은 위에서 짓눌러오던 힘이 전부 사라지자 몸이 가벼워지고 원상태로 돌아왔다. 네 명의 집법천병이 금제를 부순 게 분명하리라.

    그러나 그는 위의 상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집법천병들이 금제를 부수자마자 바로 뇌겁이 발동했고, 네 개의 도끼가 서로 교차하면서 챙 하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위의 금색 노을빛에서 쾅 하는 굉음이 울리더니 십(十)자 형태의 뇌전 법진이 떠올랐고, 주위에는 뇌운이 꿈틀거리며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을 뿜어냈다.

    뇌전 법진 안에서 천둥이 울려 퍼지더니 눈처럼 하얀 뇌전이 심협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심협은 기혈번이나 천두금준 등을 발동하지 않고 현황일기곤을 꺼내 전력을 다해 휘둘렀다. 곤봉에서 금빛이 물처럼 흐르더니 눈부신 금빛이 폭발하여 떨어지던 하얀 뇌전과 충돌했다.

    콰쾅!

    굉음이 울려 퍼졌고, 하얀 뇌전은 순식간에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진선 뇌겁은 모두 아홉 번으로, 갈수록 위력이 강해지니 첫 단계를 넘긴 것으로 안도하기에는 이른 것이다.

    하얀 뇌전이 부서지면서 수많은 작은 번개가 튀어 현황일기곤을 타고 심협의 몸 위까지 흐르더니 체내로 스며들었다.

    심협의 육체는 아직도 탈바꿈 중이라 모공 하나하나가 빠르게 주위의 천지영기를 흡수하고 있었는데, 하얀 번개까지 흐르자 그것마저 흡수했다. 그는 이를 막지 않았으나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떠올랐고, 근육과 뼈가 마비되는 듯했다. 하지만 신체의 강도가 한층 더 강해진 것이 느껴졌다.

    “천뇌를 이용하니 육신을 단련하는 효과가 역시 탁월하구나!”

    심협은 얼굴에서 고통이 사라지고 화색이 돌았다.

    그는 이번 천뢰의 세례를 이용해 육체를 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경맥 안에 숨어 있는 마기까지 연화시킬 생각이었다.

    챙!

    허공에서 집법천병이 다시 움직이자 십자대진에서 다시 한번 빛이 번쩍였고, 두 개의 굵은 은백색(銀白色) 뇌전이 떨어졌다.

    심협이 전력을 다해 황정경을 발동하자 현황일기곤의 금빛도 밝아지면서 금룡의 허상이 떠올랐다. 용은 포효하며 두 개의 은백색 뇌전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펑!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두 개의 은색 뇌전은 다시 부서졌다. 그러나 현황일기곤의 금룡도 사라졌고, 은백의 뇌전은 심협의 몸을 타고 흐르다가 이번에도 체내로 흡수되었다.

    우르릉!

    세 번째 뇌겁이 다시 준비되었다. 네 개의 번개가 모여들자 순식간에 거대한 뇌구(雷球)가 되어 떨어져 내렸다.

    뇌구 주위에서 수많은 굵직한 뇌전이 폭풍우처럼 떨어졌다.

    심협은 일갈하며 전신에 금빛을 번뜩였다. 등에서는 궁전 모양의 금색 코끼리 허상이 떠올랐고, 현황일기곤에는 다시 한번 금룡이 나타나 일고여덟 개의 곤봉 허상으로 변하여 은색 뇌구를 향해 날아갔다.

    이번에는 기혈번과 귀령순도 발동하여 몸 곳곳을 보호했다.

    기혈번의 뒤에는 한 장의 부적이 조용히 나타났는데, 바로 곤토인뇌부였다.

    천둥 같은 굉음이 폭발하면서 은색 뇌구도 마찬가지로 일격에 사라졌고, 수많은 은색 뇌전이 휘몰아쳤다.

    곤토인뇌부가 휙 하고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가 하얀 빛을 뿜어내면서 휘몰아치는 뇌전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파지직!

    뇌광이 흘러나오더니 곤토인뇌부는 몇 호흡만에 완성되었다.

    심협은 금빛으로 그 부적을 휘감아 끌어왔다. 곤토인뇌부 위로 무서운 뇌전의 기운이 흘렀는데, 그 기운은 평범한 곤토인뇌부보다 몇 배는 더 강력했다.

    심협은 곤토인뇌부를 보며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뇌겁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우선은 서둘러 곤토인뇌부를 챙겨 넣고 정신을 집중했다.

    심협은 천두금준과 기혈번, 귀령순 등의 법보를 꺼내 막아냈다. 그의 주위에는 금색, 검은색, 푸른색의 두꺼운 광막이 생겨났다. 모든 광막이 하늘 끝까지 치솟는 영광을 발산하면서 거대한 금색 뇌전 폭포 같은 일곱 번째 뇌겁까지 막아냈다.

    양쪽의 격렬한 충돌에 뇌광과 영광이 사방으로 튀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고, 대기가 기화(氣化)하기 시작하자 뜨거운 연기가 용솟음쳤다.

    천두금준과 기혈번의 광막은 계속해서 흔들렸지만, 위력이 줄어들거나 무너질 기미는 없었다.

    천두금준이 만들어낸 금색 광막 옆에는 곤토인뇌부가 자리 잡은 채 떨어지는 금색 뇌전을 빠르게 흡수했다.

    반각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뇌전 폭포는 마침내 힘이 다해 서서히 사라졌다.

    곤토인뇌부도 완성되어 전체적으로 금색 뇌광을 발했는데, 뇌전의 기운은 지금까지 만들었던 곤토인뇌부 중 가장 강력했다.

    심협의 몸에도 실낱같은 금색 뇌광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체내로 스며들었다. 단, 이번에는 금색 뇌전 대부분이 양팔로 스며들었다. 바로 양팔 안의 풍뢰영문이 흡수한 것이다. 금색 뇌문(雷紋)은 빠르게 짙어졌고, 뇌문의 색깔이 점점 선명해질수록 뇌겁에 담긴 파멸의 기운이 느껴졌다.

    “풍뢰영문도 뇌겁의 힘을 흡수할 수 있다니!”

    심협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풍뢰영문은 풍뢰선조를 계승하면서 풍뢰의 힘과 위력이 매우 강력했는데 이제 뇌겁의 힘까지 흡수했으니 몇 배는 강해졌을 것이다. 뇌겁의 기운은 음속성 수사나 귀물 같은 존재를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양팔의 풍뢰영문을 감지한 그는 서둘러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여덟 번째 뇌겁을 준비했다.

    꿈속의 경험에 의하면 이번 뇌겁은 신혼에 타격을 주는 현음지뢰(玄陰之雷)일 것이다.

    심협의 신혼은 그 힘이 크게 성장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 그는 머릿속의 모든 신혼의 힘을 발동했고, 부주진신법을 운공하여 그 힘을 더욱 견고하고 거대한 산봉우리로 만들었다.

    이윽고 여덟 번째 뇌겁이 다가왔다.

    꽈르릉!

    천둥소리가 하늘 가득 울리더니 이어서 뇌전이 떨어졌다. 한데 검은색의 현음지뢰가 아닌 순백색에 순양지강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지양신뢰(至陽神雷)! 어떻게 된 거지?”

    심협은 깜짝 놀라서 천두금준과 기혈번, 귀양순의 빛을 증폭시켰다. 그러자 광막이 순식간에 두 배나 두꺼워졌다.

    세 가지 법보 위로 지양신뢰가 떨어졌다.

    쾅! 쾅! 쾅!

    연달아 세 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고, 세 가지 보물이 만든 광막은 가볍게 뚫렸다. 천두금준은 일격에 날아갔고, 기혈번 보호막에는 구멍이 생겼으며, 귀령순은 요란하게 폭발해 완전히 재가 되어 버렸다.

    일격에 세 가지 법보를 뚫으면서 지양신뢰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기세로 심협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심협은 연연나금의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발동하는 동시에 크게 포효했다. 현황일기곤에서 금빛이 폭증하자 실체와 같은 곤봉의 허상이 순식간에 나타나 지양신뇌를 향해 맹렬히 쏟아졌고, 공간 자체가 진동했다.

    쿠르릉!

    지양신뢰는 폭발했지만, 발천난봉의 허상도 일격에 사라졌고, 현황일기곤은 튕겨 날아갔다. 심협은 양손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그가 걸치고 있던 연연나금의도 신뢰에 뚫리면서 빛이 완전히 사라졌고, 몸에도 지양신뢰가 침입하여 온몸의 경맥이 순식간에 뜨거워지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서둘러 현황일기곤을 다시 불러들이려 했는데, 그 순간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더니 길이가 백 장에 이르는 거대한 뇌룡이 나타나 내려왔다.

    이 뇌룡의 몸은 전혀 다른 색깔의 뇌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얀색, 은색, 금색 그리고 방금 본 지양신뢰까지……. 각종 뇌전이 교차하자 천둥이 울려 퍼졌다. 뇌룡은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심협을 단숨에 집어삼키려 했다.

    심협은 미처 어떤 법보도 소환하지 못했고, 연연나금의도 지양신뢰에 크게 상한 터라 어쩔 수 없이 급한 대로 황정경과 무명 공법을 운공했다. 각각 다섯 마리의 금상과 금룡이 나타나 그의  몸 주위를 휘감았다.

    그 순간, 형형색색의 뇌전이 떨어지더니 가볍게 금룡과 금상을 부수고 파도처럼 심협의 몸을 덮쳐왔다.

    파지직!

    뇌강이 번쩍였다. 심협은 뇌전에 휩쓸려서 온몸이 눈처럼 하얗게 변해버렸다.

    한참 후에야 모든 뇌전이 사라졌고, 심협은 산발한 채 몸이 검게 그을렸으며, 온몸에는 칼과 도끼에 찍힌 듯한 상처가 가득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꿋꿋하게 버텨냈고, 이내 양손을 결인했다.

    그때, 하늘에서 뇌운이 반짝이더니 하얀 빛이 내려와 심협의 몸을 감쌌다. 이 빛은 모든 것을 부술 듯했던 뇌겁과는 달리 생기가 가득했다.

    이 하얀 빛이 감싸자 심협의 검게 그을린 몸은 빠르게 회복되었고, 전신의 상처도 빠르게 아물었다. 동시에 금빛이 몸에서 번득이면서 몸 전체를 뒤덮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금빛이 사라진 후 드러난 심협의 몸은 말끔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그는 이미 환골탈태한 후였다. 전신의 모공에서 은은하게 금빛이 번득였고, 주위의 천지영기는 요동쳤으며, 그가 움직일 때마다 위세가 뿜어져 나왔다. 걸음을 옮길 때면 허공이 흔들렸고, 팔을 휘두르니 영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심협은 자신의 몸과 주위의 천지 사이에 어떠한 연결이 생겨서 천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육체는 썩지 않고 천 년, 만 년 사는 것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도우, 천겁을 무사히 넘기고 진선의 업위(業位)에 오른 것을 감축하오. 천정(天庭)에 부임할 의사가 있는지 모르겠소만, 도우라면 천정도 중책을 맡길 것이오.”

    한 집법천병이 심협 앞으로 내려오며 말했다.

    “천정 말씀입니까? 선장(仙將)의 깊은 관심에 감사드리오나 이 심모는 속세에서 인연을 끝내지 못해 떠날 수 없습니다.”

    뜻밖의 제안에 심협은 일순 당황했지만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더는 강요하지 않겠소. 훗날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만납시다.”

    집법천장은 더는 강요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뒤, 하늘에서 내려온 금빛 안으로 들어가 바로 사라졌다.

    동시에 허공의 뇌운도 함께 사라졌고, 순식간에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시 혼자 남은 심협은 두 눈을 감고 체내를 꼼꼼히 살펴봤다.

    마지막 일격에는 모든 뇌겁의 힘이 담겨 있었기에 그 위력이 실로 놀라웠고 ,그는 속수무책으로 중상을 입었다.

    다행히 그 뇌겁이 떨어지기 직전에 진선기로 돌파하여 육체의 강도가 더 강해졌고, 양팔의 풍뢰영문이 뇌겁의 힘을 대부분 흡수해준 덕에 순조롭게 마지막 뇌겁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이었다.

    최후의 뇌겁에 중상을 입었지만, 덕분에 그의 몸은 다시 한번 천뢰의 단련을 받을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육체의 강도도 더욱 강해졌다.

    양팔의 풍뢰영문은 마지막 뇌겁에서 대량의 뇌겁의 힘을 흡수해 다시 탈바꿈하면서 위력은 더 강해졌다.

    허나 그의 최대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체내의 마기가 전부 사라졌느냐 하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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