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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72화 (772/1,214)

772화. 조화

수계술을 시전한 심협은 은신부와 연연나금의를 발동하여 다시 모습을 감추고는 쫓아오는 자들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한참이 지나도 쫓아는 자는 없었다.

“포기한 건가?”

심협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콰쾅!

굉음이 들려오더니 연못으로 들어오는 빛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강력한 힘이 위에서부터 떨어졌다.

연못은 크게 흔들렸고, 물보라가 용솟음쳤으며, 수계술은 산산이 부서졌다.

심협은 강력한 힘에 짓눌려서 허리가 절로 굽혀졌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그 상태로 3장이나 더 떨어졌고, 공간의 균열 옆에서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하마터면 공간의 균열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에 몸이 닿을 뻔했다.

심협은 눈을 크게 뜨고 황정경을 운공하여 발버둥 쳤지만 압박감이 너무 강력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다시 기혈번과 귀령순 등을 발동해보려 했지만, 그것들도 거대한 금제의 힘에 눌려서 날아오르지 못했다. 그나마 천두금준만은 금빛을 발하며 천천히 그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심협은 크게 기뻐하며 천두금준에 담긴 금제의 힘을 발동했다. 그러자 금빛의 노을빛이 위에서 내려와 금색의 둥근 보호막을 만들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강력한 압박감은 순식간에 절반 아래로 줄어들었고, 그 정도는 강인한 육체의 힘으로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

심협은 그제야 안도하고는 바로 보호막을 이용하여 위로 올라가 공간의 균열과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하지만 강력한 봉인의 힘은 공간 균열과 융합하면서 더 강해졌고 그가 아무리 힘을 다해 천두금준을 발동해도 올라가는 것은 벅찼다. 무려 일각을 소모하고도 겨우 반 장 정도밖에 올라가지 못했고, 그 무렵에는 법력이 거의 다 소모되어 어쩔 수 없이 멈춰야만 했다.

“이래서 귀언이 쫓아오지 않은 것이로군. 나를 여기에 가둬두고 인형의 성이 암금색 금속을 흡수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겠지.”

심협은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자죽, 저 암금색 영재가 뭔지 알고 있어?”

심협은 공간 균열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긴장을 풀고는 전음으로 자죽에게 물었다.

“그냥 고급 재료라고만 알고 있어요. 재질이 얇고 가벼워서 신식과 쉽게 결합할 수 있대요. 그래서 언갑을 만들기에 적합한 재료라고 했어요. 저걸 밖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을 접었다. 당장은 위협이 사라졌으니 천지영기를 흡수하여 법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곳은 천지영기가 매우 짙어서 한 번의 운공으로도 수많은 영기가 몸 안으로 들어왔고, 영기는 순수한 법력으로 변하여 텅 비어버린 단전을 빠르게 채우기 시작했다.

심협은 이어서 치료 단약을 먹고, 동시에 대개박술을 운공하여 몸의 상처를 치료했다. 단약과 대개박술의 상호 작용으로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8할 정도는 회복되었다.

심협은 다시 앞으로의 일을 고민했다.

현재 영천 연못은 귀언이 시전한 신통에 봉인된 상태였다.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나간다고 해도 대머리 남자와 언갑, 지살시왕을 다시 만난다면 이전과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는 자신할 수 없었다.

“천기성 사람들은 귀언을 찾고 있고 언무사도 어디로 보내졌는지 모르니, 차라리 이곳의 상황을 소부자에게 알리자. 그러면 부동래를 구할 수도 있고 밖의 천재지보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심협은 좀 전의 싸움으로 그 대머리 남자가 귀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바로 흑옥반을 꺼내서 소부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연못 위에 펼처진 금제 때문인지 흑옥반은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다.

“그래도 흑옥반의 법력 표기 능력은 아직 남아 있으니 소부자도 바보가 아닌 이상 위치를 감지하고 여기를 찾아낼 거야.”

심협은 천천히 움직이는 두 개의 하얀 점을 바라보다가 흑옥반을 거두고는 계속해서 주위의 천지영기를 흡수하며 부상을 회복했다.

매우 순수한 천지영기가 바다로 흘러가는 강처럼 빠르게 몰려오자 법력이 빠르게 회복되었고, 동시에 조금씩 그의 수련 경지까지 정진하기 시작했다.

심협의 경지는 이미 대승기 절정에 도달해 상단전(上丹田)만 돌파하면 진선기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현재 스며든 순수한 법력은 상단전을 향하고 있었다.

“이곳의 천지영기가 상단전을 뚫는 작용까지 할 줄이야! 조화로구나! 음, 영기가 이리 현묘하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진선기로 돌파하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는데, 가능할 것 같았다.

“이곳의 천지영기가 현묘하여 상단전을 뚫는 효용이 있으니 지금 진선기로 돌파하고, 진선 뇌겁의 힘을 이용해 저 거대한 금제를 부순다!”

뇌겁을 맞는 동안 귀언이 기습해올 수도 있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살시왕과 그렇게 크게 싸우는 동안에도 귀언은 인형의 성을 떠나 협공해오지 않았다. 이는 인형의 성을 발동하여 암벽 안의 암금색 광석을 흡수하기 바빴기에 분신을 사용할 여유조차 없다는 의미였다.

또한 귀언이 기습해온다 해도 심협은 두렵지 않았다. 이미 꿈속 세계에서 뇌겁을 막아낸 경험이 있으니 귀언을 상대하면서 뇌겁을 견딜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꿈속의 그때처럼 뇌겁을 귀언에게 전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진선기로 돌파할 준비는 진즉 마쳤다. 만약 이번에 천기성 사람들과 함께 귀언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이미 돌파했을 터였다.

그는 결단을 내렸고, 계속해서 운공하여 상처를 치료하는 동시에 뇌겁을 막아낼 법보들을 온양하기 시작했다.

반 시진이 지나자 심협의 상처와 법력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현황일기곤은 구전빈철을 흡수하면서 더없이 견고해졌기에 좀 전의 싸움에서도 전혀 손상이 없었다. 기혈번과 천두금준도 조금 흔들리기만 했을 뿐, 안의 금제는 전혀 훼손되지 않았기에 체내에서 온양하는 동안 거의 다 회복되었다.

연연나금의 또한 근본까지 훼손되지 않았기에 이미 거의 다 회복된 상태였다.

오직 귀령순만이 균열이 생겼고, 그 안의 금제가 흐트러져서 법력만으로는 복구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 방패로 뇌겁을 막아낼 것은 기대하지 않았기에 당장은 큰 상관이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지만, 심협은 바로 진선기로 돌파하지 않았고 손을 휘둘러 주위의 연못을 막은 뒤 부적 재료를 꺼내어 부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 부적은 바로 곤토인뇌부였다.

당초 꿈속에서 그는 뇌겁의 힘을 이용하여 강력한 낙뇌부를 몇 장이나 만들었었다. 한데 이제 또 진선 뇌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위력이 더 강력한 곤토인뇌부가 있으니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곤토인뇌부 제작법은 이미 익숙했기에 얼마 되지 않아 여덟 장을 만들어냈다.

부적들을 거두고는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상태를 추슬렀고, 몸과 신혼이 준비되자 진선기로의 돌파를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은행나무 영과를 꺼내 먹었다.

파사로부터 은행나무 영과에 진선기 돌파를 돕는 효능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때 운몽택에서 필사적으로 이것을 얻으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심협이 황정경을 운공하여 흡수하기 시작하자 이 은행나무 열매는 빠르게 녹아들어 차가운 기운이 법력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본래 팽창하던 법력은 은행나무 영과를 흡수하면서 다시 폭증했고, 진선기로의 상승을 막고 있던 상단전을 향해 성난 파도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상단전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혈이자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이기에 그곳을 뚫어야만 속세의 속박에서 벗어나 선(仙)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다만 이 혈자리를 뚫는 것은 매우 어려워서 대문파들은 긴 세월 연구하고 수많은 공법을 만들어냈지만, 효과는 그야말로 미미했다.

사실 한번 진선기로 돌파한 경험이 있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영천 안의 순수한 영기가 상단전을 뚫어주는 효과가 있었고, 은행나무 영과에도 그런 효능이 있었기에 이번 돌파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우르릉!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그의 머릿속에서는 마치 천둥이 터지는 것 같았다.

상단전이 강렬하게 흔들렸으나, 뚫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협은 놀라지도, 실망하지도 않고 법력을 조금 조정하여 다시 한번 충격을 가했다.

쿵! 쿵! 쿵!

충돌음임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마치 성난 파도와 천군만마가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은행나무 영과의 힘도 충격이 전해질 때마다 조금씩 상단전으로 흘러들었다.

반나절 동안의 노력 끝에 상단전이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는 법력 충격과 은행나무 영과 덕분이었다.

이 영과의 영력에는 혈자리를 뚫는 효용이 있어서 충격을 줄 때마다 견고하기 그지없던 상단전은 안에서부터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심협은 계속해서 황정경을 운공하며 상단전에 충격을 가했다.

* * *

일렁임이 없는 약수 위로 배 한 척이 평온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소부자 일행은 갑판 위에 서 있었고, 몇 사람이 힘을 합쳐 보선(寶船)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잔뜩 긴장돼 있었다.

현음청죽으로 만든 보선은 약수 위에 떠 있었고, 선체 아래쪽과 수면 사이에는 안개 같은 얇은 막이 있어서 서로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세하게 떨어져 있었다.

보선 주위에는 빛이 반짝이며 희미한 보호막을 형성하여 모든 독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고 강가를 따라 내려가 더 가까운 지름길을 찾아내 심협과 언무사를 쫓아갈 계획이었다.

보선은 약수를 백여 장 정도 떠돌아다니다가 급류를 만나 어느 넓은 강가에 도착했는데, 그 순간 앞에서 하늘까지 치솟는 거센 물결이 거꾸로 솟구쳐 오르더니 보선을 덮쳐왔다.

소부자는 가볍게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소매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보선 안으로 스며들었다.

보선은 비록 임시로 만든 것이었지만, 언갑에 속했기에 빛이 스며드는 순간, 뱃머리는 갑자기 밑으로 가라앉았다가 곧바로 강하게 위로 번쩍 쳐들었다.

이어 사방으로 물보라가 튀었다.

물보라가 흩어지면서 보선은 다시 평온해졌고, 모두는 그제야 눈앞의 광경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한 마리의 물고기, 교룡과 비슷하게 생긴 흉수가 수면에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 흉수는 몸집이 거대하여 몸이 반만 드러났는데도 그 길이기 30장 정도였고, 온몸에는 초록색 비늘이 가득했다. 물고기 같은 거대한 머리에는 두 개의 나뭇가지처럼 일그러진 뿔이 나 있었고, 얼굴에서는 백여 장 길이의 수염이 머리를 흔들 때마다 같이 흔들렸다.

이 흉수의 기운은 대승기 절정으로, 약수에서 단련된 강인한 육체까지 더하면 전투력은 거의 진선기와 맞먹을 정도였다.

그 옆에는 한 무리의 난폭한 괴어(怪魚)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초록색 비늘로 덮여 있었고, 크게 벌린 입에는 가시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 있었다.

하지만 이 괴수는 소부자 일행이 탄 보선을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비교적 크기가 작은 언갑 배와 싸우고 있었다.

그 배 위에는 기골이 장대하지만 눈매가 부드러운 청년이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는 온몸이 까맣고 붉은 반점이 있는 맹호 언갑을 발동하여 교어(蛟魚) 흉수와 싸우면서 다른 손으로는 대량의 분홍색 가루를 물속에 뿌리고 있었다.

맹호 언갑은 등에 달린 날개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거대한 발톱을 휘두르면서 위세를 떨쳤지만, 흉수에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교어의 입이 맹호 언갑을 덥석 물었다. 언갑의 강력한 뼈대에서 콰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맹호의 두 날개는 이미 부러졌고, 몸에서 번득이던 검은 빛은 깜빡거렸으며, 네 개의 발은 무력하게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허나 부드러운 눈썹의 청년은 다른 데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언갑 배 주위에서 괴어들이 물을 헤집고 나와 배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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