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화. 합작
배는 계속해서 나아갔고, 상어 흉수의 공격을 시작으로 뒤이어 일정 거리마다 한두 마리의 흉수가 습격해왔다. 다행히 대부분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고, 미리 대비해둔 상태였기에 큰 위험은 없었다.
언무사는 공격형 언갑을 주로 사용했고, 원명은 혈홍색 조롱박을 사용했는데, 이 조롱박은 흔들자 혈홍색 모래가 뿜어져 나왔다. 이 모래에는 강력한 맹독이 담겨 있어서 흉수의 몸에 닿자 바로 썩어 들어갔다.
후토종의 임씨 사내는 뚱뚱하고 둔해 보였지만, 힘이 매우 강해 심협처럼 창을 던져서 흉수를 물리쳤다.
어수종의 젊은 부인은 온갖 벌레와 금수를 주로 이용했으나, 안타깝게도 부식력이 강한 약수를 견딜 수 있는 벌레와 금수가 없었기에 흉수가 물속으로 피하면 별다른 수가 없었다.
심협의 신경은 흑의의 사내와 마심에게로 쏠렸다. 흑의의 사내는 흉수가 접근해오면 기이한 검은색 씨를 뿌렸는데, 이 씨는 몸에 닿자마자 녹아들어 흉수의 체내에서부터 뚫고 나와 갈가리 찢어버렸다.
마심의 공격 수단은 더욱 놀라웠는데, 손가락만 움직여도 가느다란 검은 실이 뿜어져 나와 30여 장을 날아갔다. 그 거리 안에 있는 모든 흉수는 이 실에 닿자마자 몸이 잘려나갔다.
범선을 타고 나아나간 지 어느덧 반 시진이 지났다.
“기록에서 본 대로라면 절반쯤 지난 것 같습니다. 곧 건널 수 있을 겁니다!”
원명이 그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어느 정도 사기가 진작됐고, 긴장이 조금 풀렸다.
이후 일각이 지나도록 흉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흉수가 안 나타나다니, 보니 우리 운수가 좋은 모양입니다. 하하! 조금만 더 힘내서 빨리 건넙시다!”
임씨 사내가 기뻐하며 말했다.
“아니, 그 반대요. 약수의 흉수는 각자의 영역이 있소. 강력한 흉수일수록 영역이 크지. 아마도 가장 강한 흉수의 영역에 들어온 것 같소.”
원명의 말에 사람들의 가슴이 철렁한 순간, 우우 하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다가왔다.
“왔다!”
마심은 굳은 표정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돌아봤다.
몇 호흡 뒤, 백 장이 넘는 시커먼 안개가 시야에 나타나면서 울음소리도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 소리는 음파가 겹겹이 더해져 마치 수백 명이 동시에 우는 듯해서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백곡수(百哭獸)!”
원명의 안색이 변했는데, 눈빛은 절망적이었다.
“강력한 흉수인가?”
마심이 다급히 물었다. 그는 진선 후기의 강자이지만, 법력이 통하지 않는 약수 위에서는 원명 등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백곡수는 약수의 패자입니다. 힘이 무궁무진하고 약수를 이용해 공격하기도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상당히 위험하니 모두가 필사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그의 말에 모두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심협도 눈살을 찌푸리며 귀장 조비극을 불러내야 할지 고민했다.
“심 도우, 이 백곡수는 다른 것과는 확실히 다르오. 배가 부서지면 모두가 여기서 끝이니 더는 숨기지 마시오.”
심협의 귀에 흑의의 사내가 보낸 전음이 들려왔다.
“그게 무슨 뜻이오?”
심협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반문했다.
“귀하의 귀장이 약수에서도 신통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내 알고 있소. 내게 저 흉수와 상극인 법보가 있으니 힘을 합쳐봅시다. 어떻소?”
심협은 그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일전에 문어 흉수와 싸웠을 때 저 사내는 그곳에 없었는데 어떻게 귀장이 약수의 봉인에 걸리지 않았음을 알고 있단 말인가?
“오, 귀하에게 그런 보물이 있소? 정말 저 흉수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이오?”
심협은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여전히 전음으로 물었다. 위급한 상황에 귀장을 내보낼까 고민하던 차였기에 저자의 도움이 있다면 좋은 일이었다.
“그렇소. 또한, 저 흉수를 죽인 후의 모든 이득은 도우가 차지해도 좋소. 그저 한 가지 물건만 내게 주시오.”
검은 옷의 사내가 화제를 돌렸고, 심협은 의아해졌다.
검은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왔다. 배는 순식간에 안개에 파묻혔다.
안개 깊은 곳에서부터 음산한 눈빛이 반짝이며 노려보았다. 그 눈을 마주한 사람들은 마치 칼날에 베인 것만 같은 느낌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안개 속의 흉물은 이전에 만났던 흉수들과는 분명 달랐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심협 등은 신식으로 안개 속 흉수의 정체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반인반어(半人半魚)의 괴물로, 몸길이는 10장이 넘었다. 머리만 보면 여인 같았고, 옆구리에는 여섯 개의 검은 팔이 자라 있었다. 특히 그중 유달리 굵은 네 개의 팔은 길이도 5장에 이르렀고, 금속 같은 광택이 번쩍거려 무궁무진한 힘이 담긴 듯했다. 나머지 두 개의 팔은 보통 사람의 것처럼 하얗고 여렸는데, 보물인 듯한 검은색 나뭇가지와 검은색 구슬을 들고 있었다.
“공격!”
백곡수가 아직 그들을 살피고 있는 틈을 타 마심은 크게 외치며 기습을 감행했다.
검은색 실이 쏜살같이 검은 안개를 뚫고 나아갔다.
원명 등도 전력을 다해 공격했고, 독 모래와 긴 창, 벌레, 씨앗 등이 폭우처럼 쏟아져 검은 안개 속의 백곡수를 공격했다.
백곡수는 이 광경에 흠칫 놀라 황급히 몸을 피했지만, 마심의 검은색 실이 조금 더 빨랐다. 흉수의 한쪽 팔은 검은 실에 관통당했고, 깊은 상처와 함께 거의 반이 잘렸다.
“우오오오!”
백곡수는 분노한 듯 포효를 내질렀고, 여섯 개의 팔을 동시에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색 나뭇가지가 검게 번득였다. 이어서 주위의 약수가 격렬하게 일렁이더니 몇 장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 배를 향해 거세게 몰아쳤다. 배는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았다.
언무사가 뱃머리로 뛰쳐나가더니 선두(船頭)를 강하게 내려쳤다. 그러자 어떤 기관이 발동했는지 배 내부 어딘가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렸다.
배 옆의 대풍륜 네 개가 곧장 빠르게 움직였다.
현음청죽 배는 대풍륜의 힘을 이용해 빠르게 전진했고, 순식간에 수십 장을 뛰어넘어 간신히 거대한 파도의 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작동한 탓인지 네 개의 대풍륜에는 균열이 생겼고, 더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백곡수는 공격이 빗나가자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고, 들고 있던 나뭇가지에서 다시 검은 빛을 뿜어냈다. 두 번째 공격을 발동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한데 그때, 백곡수 뒤쪽 허공에서 흑의의 사내가 나타나더니 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서 눈처럼 하얗고 가느다란 바늘이 하얀 빛에 휩싸인 채 쏜살같이 날아가 백곡수의 등에 꽂혔다.
“쿠오오오!”
백곡수가 포효하더니 거대한 몸을 휘저으며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자 주위의 약수에서 갑자기 거대한 파도와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배는 이미 멀리까지 물러나 있었는데, 거대한 파도가 다시 몰려오자 더 멀리까지 물러났다. 그 뒤쪽의 모든 것이 검은 안개에 뒤덮였고, 신식을 멀리까지 펼칠 수 없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저자가 백곡수를 공격하는 것 같았는데……. 백곡수는 죽었나?”
임씨 사내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도 말이 없었다.
흑의의 사내는 매우 고강해 순식간에 백곡수를 죽였으니 배 위의 모두를 죽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심, 원명 등 고명한 선배들은 현재 궁지에 몰린 쥐나 다름이 없었기에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흑의의 사내가 어떤 짓을 하는지는 더더욱 살펴볼 자신이 없었다.
“허험! 아무튼, 백곡수는 제거되었으니 우리에게 좋은 일이오. 이 일로 다른 흉수들이 몰려올 수도 있으니 우리는 어서 빠져나갑시다.”
마심이 헛기침을 하며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배는 계속해서 나아갔지만, 대풍륜의 도움이 없다 보니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그러나 이후로는 흉수의 공격이 없었기에 남은 여정은 매우 순조로웠다.
대략 한 시진 뒤, 검은 안개가 가득한 육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모두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마침내 모든 위험을 넘어 육지에 도착한 것이었다. 서둘러 육지로 내려 약수로부터 멀어지자 봉인된 법력도 회복됐다.
주위를 둘러본 심협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곳에는 음기가 가득했는데, 특히 약수 반대쪽에는 천지영기가 이상할 정도로 충만하여 약수 부근과는 확연히 달랐다. 풀이 무성하고 숲이 가득하여 바닥에는 흙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곳곳에 생기가 넘쳐흘렀다. 또한, 숲속에는 수많은 영재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에 크게 놀랐다.
“이제 약수를 건너왔으니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심협이 불현 듯 그렇게 말하더니 종 당주를 건곤대에서 꺼내 마심 등에게 던져줬다. 그러더니 다른 사람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언무사를 데리고 붉은 검광을 타고 순식간에 먼 하늘로 사라졌다.
흑의의 사내도 말없이 검은 빛으로 변하여 날아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 그곳에는 마심 일행만 남게 됐다.
“의부님, 쫓아갈까요?”
원명이 다가오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다. 저들에게 신경 쓸 것 없이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하면 된다.”
마심이 담담하게 말하고는 소매를 휘두르자 검은 빛이 그들을 감쌌고, 이내 음풍과 함께 모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현음청죽 배는 외로이 물결을 따라 출렁였다.
한편, 심협은 잠시 날아가던 중 방향을 바꿔 약수 근처에서 멈췄다.
“심 도우, 여기는 왜 온 겁니까?”
언무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심협은 말없이 웃더니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봤다. 그곳의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날아와 몇 호흡 만에 근처까지 다가왔다.
커다란 시체가 구름에서 떨어졌는데, 바로 백곡수였다.
허공의 검은 구름도 함께 사라지더니 귀장이 심협의 등 뒤로 내려왔다.
“백곡수를 죽인 것이 심 도우였습니까? 약수의 봉인은 어떻게……?”
언무사는 귀장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약수는 지음지암(至陰至暗)한 물이니 귀장 또한 영향을 받긴 하지요. 다만, 그와 약수는 속성이 비슷하고, 또한 스스로 다른 신통을 깨우쳐서 약수의 금제 하에서도 약간의 법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백곡수를 죽인 것이 온전히 귀장이 한 것은 아닙니다. 도우, 이제 나오는 게 어떻겠소?”
심협이 씩 웃으며 설명하더니 근처의 숲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통성명을 했지만 흑의의 사내만은 이름을 말하지 않았기에 따로 호칭을 부르지는 않았다.
한편, 언무사는 심협의 말에 놀라 화들짝 돌아봤다.
숲속에서 흑의의 사내가 걸어 나왔는데, 그의 몸에는 다시 검은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백곡수의 등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더니 가느다란 침이 날아가 사내의 소매 속으로 들어갔다.
“저건 현양침(玄陽針)!”
언무사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현양침?”
심협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기에 궁금한 듯 물었다.
“저 침은 무은사해 수선계에 전해지는 상고 법보로, 정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드시 9981종의 지강지양(至剛至陽)한 재료로 법보의 기초를 잡은 뒤, 구천 허공의 태양 정화의 힘을 흡수하여 수십 년간 배양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물건입니다. 그러한 속성 때문에 저 침에는 음속성 요물과 귀물에게는 상극인 효과가 있습니다.”
언무사는 보물에 동경심이 있는지 눈빛을 반짝이며 설명했다.
“오, 그렇다면 귀하도 무은사해의 수사요?”
심협이 흑의의 사내를 힐끗 보며 은근히 떠보았다.
“내 출신은 귀하와 무관하니 신경 쓰지 마시오. 서로 힘을 합쳐 백곡수를 죽였으니 약속대로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져가겠소.”
흑의의 사내가 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정광이 백곡수가 들고 있던 검은색 나뭇가지의 팔을 잘라 가져갔다.
심협은 딱히 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