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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64화 (764/1,214)
  • 764화. 두 가지 문제

    심협은 언무사를 바라봤다. 언무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심협의 생각대로 하라는 뜻을 보였다.

    “선배님은 명문 출신에 경지도 높으시니 우리도 당연히 미움을 사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합에 관한 것은, 제게 두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그걸 풀어주신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심협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좋소. 그게 무엇이오?”

    마심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되물었다.

    “첫 번째 궁금증은 어떻게 기관술을 이용해 약수를 건너시려는 겁니까? 법력을 운공할 수 없으니 무언가를 타고 가야 할 텐데, 어떤 배든 약수에 들어가면 금방 녹아버리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건 도우가 묻지 않아도 내가 설명하려 했소. 이 약수는 분명 만물을 녹일 수 있소. 허나 세상 만물에는 언제나 상극이 있는 법. 약수에도 상극이 있으니, 바로 현음청죽(玄陰靑竹)이 그중 하나요.”

    마심이 손을 휘두르자 음기가 감도는 대나무가 옆에 나타났다.

    심협은 그 푸른 대나무를 유심히 살폈다. 허나 그는 이 대나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대나무에는 짙은 음기 외에는 별다른 특별함이 보이지도 않았으니 자연스레 의심이 들었다.

    마심은 심협의 생각을 알아채고는 대나무를 약수를 향해 던졌다.

    푸른 대나무는 물에 빠지더니 둥둥 떠다녔는데, 일각이 지나도 전혀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제 견식이 얕았습니다. 이 대나무는 확실히 약수를 막아낼 수 있군요. 두 번째 궁금증은, 선배님은 이곳에 익숙하신 듯한데 혹시 이전에 여기 와보셨습니까?”

    마심은 심협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옆의 원명을 바라봤다.

    “그것은 내가 대신 답하겠소. 의부님은 이전에 와보신 적이 없소. 오늘은 내가 특별히 부탁드린 것이오.”

    “오, 그럼 원 문주님은 와보셨단 말이오?”

    “나도 와본 적은 없지만 스승님 덕분에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소. 그분은 수백 년 전 이곳에 오셨고, 약수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소. 그래서 우리 황사문은 수백 년을 연구한 결과, 형극령(荊棘嶺)의 불운수(佛雲叟)라 자칭하는 고인에게서 이런 약수에도 녹지 않는 현음죽청을 얻어낼 수 있었소.”

    “그렇군요.”

    심협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을 믿는 것인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었다.

    마심 등은 거짓말을 쉽게 하니 증명해낼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사실 그가 마심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한 것은 정말로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이는 양쪽의 관계를 완화하고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기 위함이었다.

    법력 표식이 약수 맞은편에서 느껴지니 반드시 지나가야만 했다. 그는 보물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원명의 말은 사실일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3백여 년 전, 무은사해의 모든 종파가 구음유풍이 약해졌을 때 흑연미굴에 들어왔소. 그때 우리 천기성을 이끌던 분이 무명 장로님이었습니다. 그분은 그 탐색에서 두 다리를 잃었지요. 그때 흑연미굴에 들어왔던 황사문 사람은 바로 원명의 스승인 황사상인(黃沙上人)이었소. 허나 그는 흑연미굴에서 나오자마자 실종됐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언무사의 전음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자 심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우의 궁금증을 풀어줬으니 연합은 어떻게 하겠소?”

    “선배님의 제안이니 당연히 받아들여야겠죠. 단, 마심 선배님의 높은 경지와 이전의 일도 있었으니 서로의 믿음을 위해 종 도우는 저희가 데리고 있다가 약수를 건너면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하하! 도우도 너무 겸손하오. 내가 전력을 다한다 해도 도우의 실력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겠소? 게다가 천기성 도우까지 있는데 내가 어찌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겠소?”

    마심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한데 심협은 부정하지 않고 살며시 웃더니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이왕 같이 약수를 건너기로 한 거 한 명 더 추가해도 괜찮겠습니까?”

    그 말에 원명과 마심도 흠칫 놀랐다.

    “도우, 이왕 온 거 왜 숨어 있는 것이오?”

    심협은 멀지 않은 곳의 돌 숲을 바라보며 불쑥 말했다.

    “누가 숨어 있는 것이냐?”

    마심이 일갈하고는 검은 마화를 전광석화처럼 돌 숲으로 던졌다.

    본래 아무도 없던 돌숲에서 갑자기 흑의의 사내가 튀어나오더니 검은 마화를 전부 집어삼켰다. 바로 이전에 심협과 싸웠던 정체불명의 사내였다.

    심협은 그의 등장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아까 마심 등과 싸울 때 그 흑의의 사내는 아무도 모르게 와서 부근에 숨어 있었다. 그의 은닉 신통은 뛰어났으나, 유명귀안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귀하는 뉘시오? 왜 그런 곳에 숨어 있었던 것이오?”

    마심은 방금 나타난 사내의 경지와 기이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허허, 저는 일개 무명 산수에 불과하오. 흑연미굴의 구유음풍이 약해졌다는 소식에 보물이나 찾으러 왔다가 이렇게 그대들을 만나게 된 것이오.”

    “산수라…….”

    마심은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 그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어떤 산수가 진선 경지까지 오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상대의 이상한 기운 때문에 그 출신을 전혀 알아낼 수 없었다.

    “저 또한 약수 건너편에 흥미가 많으니 심 도우의 말처럼 사람 하나 늘어나도 괜찮겠지요?”

    검은 옷의 사내가 심협을 흘끗 보며 웃었다.

    “약수를 건널 때 물속의 흉수를 막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도우의 실력은 상당하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심협은 마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심 쪽은 수도 많고 실력도 강하니 종 당주를 인질로 잡고 있다 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러니 흑의의 사내를 끌어들여 국면을 흩트려 놓을 생각이었다. 그리 되면 마심의 신경도 분산될 테니 경거망동하지 못하리라.

    마심이 이 사내와 힘을 합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 흑의의 사내는 심협 자신의 서원봉에 관심이 있으니 이 패가 있는 한 그럴 일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또한, 마심 등이 진심으로 덤벼든다 해도 두렵지는 않았다. 좀 전의 상황으로 미루어 저 약수의 봉인은 마심 같은 마족에게도 효과가 있으니 물에 들어가면 모두가 법력이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니 황정경을 수련하여 육체의 힘이 강력한 자신이 우세할 것이다. 게다가 귀장도 있지 않은가!

    “하하! 지금 우리의 적은 약수와 흉수들이니 막강한 도우께서 합세한다면 당연히 마다하지 않지요.”

    마심은 잠시 생각하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

    심협은 마심의 시원스러운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만약 두 사람의 처지가 바뀌었다면 자신은 저런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일이 타결되었으니 그들은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힘을 합쳐 커다란 배를 만들었다.

    언무사는 기관술에 능했기에 모두가 그의 지시를 따랐다. 원명도 기관술에 일가견이 있었기에 옆에서 도왔다. 다른 사람들은 도울 일이 없었기에 사방으로 흩어져서 언제 나올지 모를 음수를 경계했다.

    검은 물에 접근하는 것이 두려웠는지 아니면 어디로 도망갔는지, 다행히 음수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나절이 지나자 8척 길이의 거대한 범선이 완성됐다. 배는 푸른색이었고, 겉은 현음청죽으로 만들어졌으며, 안에는 다른 재료들이 가득했다. 현음청죽은 약수의 침투를 막아낼 수 있지만 그리 견고하지는 않아서 약수 안 흉수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기에 다른 재료로 보강해야만 했던 것이다.

    배 양쪽에 설치된 물레방아 같은 기관은 선실 내부와 연결되어 있어서 언무사가 천기성의 기관술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이 네 개의 물레방아는 대풍륜(大風輪)이라 하여 배에 설치하면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허나 대풍륜은 본래 법진의 힘으로 발동하는 것인데 지금은 약수가 모든 법력을 봉인했으니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힘을 합쳐 배를 물속에 밀어넣고는 재빨리 올라탔다.

    강한 바람 덕에 배는 빠르게 건너편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에 탄 사람들의 표정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이들은 본래 하나하나가 모두 경지가 높아 하늘을 날고 땅속을 자유롭게 다니며 바다에 들어가도 끄떡없는 자들이었다. 한데 지금은 법력이 봉인된 터라 신식은 펼칠 수 있어도 다른 면에서는 보통 사람과 거의 다르지 않았기에 소소한 법술로만 목숨을 연명할 수 있는 처지였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의지가 굳건하여 목표를 정했으면 아무리 위험해도 포기하지 않는 자들이기도 했다.

    심협은 몇 가지 숨겨둔 패가 있었기에 그리 두려운 마음 없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흑의의 사내를 살폈다. 그 사내도 법력이 봉인되어 검은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지만, 시커먼 두건으로 가리고 있어서 여전히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그 검은 두건 또한 보통 물건이 아니었기에 신식으로도 간파할 수 없었다.

    모두가 배에 오른 후, 원명과 임씨 사내, 흑의의 사내 그리고 심협이 대풍륜을 움직였다. 물레방아는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움직였고, 배는 점점 빠르게 나아갔다.

    마심을 선두로 나머지 사람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흉수의 습격을 경계했다.

    배는 빠르게 몇 리나 나아가 어느새 뒤쪽의 땅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흉수가 없을 때 전력을 다해 나아가야 하니 모두 힘을 아끼지 마시오.”

    마심의 말에 모두가 전력을 다했고, 배는 한 마리 고래처럼 바람과 물살을 가르며 전진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지 몰라도 심협에게는 풀처럼 가벼워 전혀 힘이 들지 않았기에 그는 한 손으로 노를 저었다. 동시에 신식을 펼쳐 주위를 예의 주시했다.

    일전의 문어 흉수라도 다시 나타나면, 배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상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좌측 전방! 모두 조심하시오!”

    마심의 목소리가 평정을 깨트렸다.

    심협은 바로 좌측 전방을 돌아보며 신식을 펼쳤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세 호흡 뒤, 그곳의 약수가 솟아오르더니 한 마리 흉수가 신식에 감지되었다. 다섯 자쯤 되는 상어 흉수였는데, 기다란 창 같은 지느러미가 수면 위로 올라오더니 꼬리를 흔들자 단숨에 몇 장이나 다가왔다.

    한편, 심협은 다가오는 것이 상어 흉수임을 확인하고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상어 흉수의 속도를 통해 마심이 펼칠 수 있는 신식의 영역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대략 3백여 장 정도로 보였는데, 이는 당연히 심협을 훨씬 뛰어넘는 거리였다.

    배 좌측에 서 있던 어수종의 젊은 부인이 입을 쩍 벌리더니 기묘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녀의 허리춤에 달린 영수대에서 노란 벌레들이 구름떼처럼 상어 위로 날아가더니 빠르게 갉아먹기 시작했다.

    상어 흉수는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물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상어를 쫓아가려다가 약수에 닿은 벌레 떼가 곧장 고름으로 변해버리자 다른 벌레들은 황급히 다시 날아올랐다. 젊은 부인은 약수를 견뎌낼 영충이 없었기에 지금 상황에서는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심협이 그녀 가까이 서더니 발밑의 기다란 창을 들어 힘껏 던졌다. 그의 발밑에 있던 창은 배에 오르기 전에 가지고 있던 재료로 만든 것이었다. 이 창은 휭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빛을 발하며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정확하게 상어 흉수의 몸을 관통했다.

    상어 흉수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다가 끝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흉수는 머리가 비교적 작았고 생명력도 거대 문어보다는 한참 부족했다.

    심협은 금빛 밧줄을 던져 상어 흉수의 시체를 잡아다가 배에 걸었다. 이 흉수의 시체는 약수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으니 연구할 가치가 있었다.

    “법력이 없어도 이런 매서운 공격을 할 수 있다니, 심 도우의 완력에 감탄했소.”

    마심이 감탄하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놀라거나 혹은 꺼리는 눈빛으로 심협을 쳐다봤다.

    “천성적으로 힘이 좀 강할 뿐입니다. 어찌 마왕채의 절세 신통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심 도우, 겸손이 지나치시오. 몸의 단련을 주로 하는 우리 마왕채 사람들도 도우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오. 심 도우가 있으니 우리의 안전은 보장되겠소.”

    마심이 웃으며 말했으나, 심협은 담담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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