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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63화 (763/1,214)
  • 763화. 약수(弱水)

    언무사가 거대한 원숭이 언갑 안으로 들어가자 두 원숭이 언갑은 바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원명과 종씨 노인 앞에서 금빛이 반짝였고, 두 개의 거대 원숭이 언갑이 나타나더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두 사람을 공격했다.

    콰쾅!

    거대 원숭이 언갑의 주먹은 순식간에 찬란한 금빛으로 번쩍였고, 권풍에서는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개의 푸른 언갑도 동시에 대궁을 당겼는데, 그 위에 푸른 화살이 나타났다.

    대궁과 화살은 마치 두 개의 작은 태양처럼 동시에 푸른 빛으로 번쩍이더니 두 개의 무지개를 그리며 수십 장을 날아가 임씨 사내와 젊은 부인의 가슴으로 향했다.

    원명 등은 언무사가 1대 4의 상황에서도 예상치 못하게 선제공격을 하자 당황하여 반응이 약간 늦어졌고, 이에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원명은 노란색 손수건을 꺼내더니 수많은 모래자갈이 요동치는 모래 장막을 만들어 막아냈고, 신귀파의 종 당주는 거북이 등껍질 같은 영패를 꺼내 흑백의 광막으로 몸을 보호했다.

    후토종 임씨 사내는 등에 달린 커다란 방패로 막아냈고, 어수종의 젊은 부인은 소매를 휘둘러 허리춤의 영수대(靈獸袋)에서 두 마리 검고 커다란 구렁이를 불러냈다. 그것들은 모두 몸길이가 10여 장에 이르렀고, 온몸이 까칠까칠한 비늘과 지느러미로 덮여 있었다.

    네 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고, 원명과 종씨 노인, 임씨 사내의 법보가 강하게 흔들리면서 세 사람은 멀찌감치 뒤로 날아갔다.

    젊은 부인의 구렁이들 중 한 마리는 푸른 화살에 몸이 뚫려 즉사했고, 다른 한 마리도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이를 본 젊은 부인은 분노하며 오색 부채를 꺼내더니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부채가 순식간에 열 배나 커지더니 곧바로 언무사의 원숭이 언갑을 향해 날아갔다.

    허나 그 순간, 네 개의 언갑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전부 신귀파 종 당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두 개의 푸른색 언갑의 몸이 떨리더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온몸 가득하던 가시가 화살로 변하여 하늘을 뒤덮은 채 종 당주를 향해 날아갔다.

    두 개의 거대 원숭이 언갑이 주먹으로 허공을 때리자 커다란 금빛 주먹 허상이 종 당주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헛!”

    종 당주는 화들짝 놀라 모든 법력을 뿜어내 흑백 광막으로 몸을 감쌌다.

    다른 세 사람 역시 깜짝 놀라 급히 도우려 했다.

    원명의 입에서 노란색 단과(短戈)가 쏘아져 나갔다. 이 단과는 매우 기이하게 생겼지만 엄청난 영력 파동을 뿜어내는 것이 마치 유성 같았다.

    임씨 사내의 커다란 방패가 노랗게 번득이더니 수십 개의 초승달 같은 칼날이 두 푸른 언갑의 가시들을 향해 날아갔다.

    젊은 부인의 입에서 나온 하얀 빛이 오색 부채 안으로 들어가자 부채에서 갑자기 짙은 오색 안개가 뿜어져 나오더니 언무사의 거대 원숭이 언갑 부근을 뒤덮었다.

    한데 그때였다. 언무사가 타지 않은 거대 원숭이 언갑에서 갑자기 하얀 빛기둥이 뿜어져 나오더니 빛의 파동을 일으켰다. 그러자 원명과 임씨 사내, 젊은 부인의 공격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전부 하얀 빛을 뿜어내는 원숭이 언갑을 향해 날아갔다.

    두 개의 단과는 거대 원숭이 언갑을 관통했고 임씨 사내의 칼날도 언갑에 수많은 상처를 냈다. 젊은 부인의 오색 안개인 독무는 사람이 없는 언갑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순간, 네 언갑의 공격은 모두 종 당주에게 꽂혔고, 폭발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종 당주의 흑백 광막은 범상치 않았지만, 실력이 비슷한 언갑의 공격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의 거북이 등껍질 영패도 둘로 갈라졌고, 그 자신은 금빛 주먹의 허상에 맞아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날아가던 그의 뒤쪽에서 거대 원숭이 언갑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양손에서 10여 개의 금색 밧줄을 뿜어내 종 당주를 휘감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금빛 고치가 되었다. 이어서 마치 커다란 입이 종 당주를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거대 원숭이 언갑의 배가 철컥 하면서 열렸다.

    번개와 같은 공격으로 언무사는 1대 4의 싸움에서도 우세를 점한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던 마심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칠흑 같은 마창(魔槍)을 꺼냈다. 검은 빛이 흐르고 안개가 피어오르는 마창은 마치 악귀처럼 나타났다.

    마심이 팔을 휘두르자 마창이 그의 손을 벗어나 언무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더니 이내 검은 빛이 반짝였고, 허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거대 원숭이 언갑 앞에 나타나 그대로 언갑의 배를 관통하려 했다.

    한데 그때,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금색 곤봉이 옆의 허공에서 불쑥 나타나더니 강렬한 기세로 마창을 내려쳤다.

    꽈광!

    하늘이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에 이어 금빛과 검은 빛이 폭발하며 주위를 뒤덮었다.

    창과 곤봉은 부딪히기가 무섭게 바로 떨어졌고, 모두 뒤로 날아갔다.

    금빛이 반짝이더니 누군가가 나타나 양손으로 곤봉을 잡고는 당당하게 섰다.

    “심 도우! 무사했군요!”

    거대 원숭이 언갑에서 언무사의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배가 활짝 열리면서 임 당주를 집어삼켰다.

    그 광경을 본 마심은 분노가 솟구쳐 곧장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손에서 핏빛 도의 허상이 나타났다.

    심협은 일전에 봤던 혈마도가 머릿속에서 떠올라 가슴이 철렁해서는 곧장 검은 물 금제 쪽으로 향했다.

    언무사도 그를 따라 검은 물 쪽으로 몸을 던졌다.

    두 사람이 얼마 가기도 전에 눈앞에서 혈광이 번쩍이더니 길이 10여 장의 핏빛 폭포가 뿜어져 나왔다. 매우 짙은 피비린내에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고, 마치 체내의 피가 끌려 나와 핏빛 폭포로 흘러 들어갈 것만 같았다.

    심협은 현황일기곤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강렬하게 휘둘렀다. 동시에 그의 머리 위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천두금준이 나타나 금빛으로 그의 몸을 보호했다.

    언무사가 타고 있는 거대 원숭이 언갑도 빛을 번득이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빛의 방패를 만들었고, 푸른색 언갑들도 날아와 그 앞을 막아섰다.

    그 순간, 핏빛 폭포가 쏟아져 나와 두 사람을 뒤덮었다.

    꽝! 꽝!

    이어 두 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심협과 거대 원숭이 언갑은 혈광에 휩쓸려 날아가 검은 물에서 10여 장 떨어진 곳을 나뒹굴었다.

    거대 원숭이 언갑은 두 팔을 교차시켜 몸을 막았기에 현재 팔이 부러진 상태였고, 가슴에는 반이나 파고든 흔적이 생겨났다. 원숭이 언갑은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반면 심협은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현황일기곤으로 튕겨나가는 원숭이 언갑을 멈춰 세웠다.

    이곳은 검은 물에서 너무 가까워 법력이 다시 봉인되었고, 현황일기곤의 영광도 사라졌다. 천두금준도 빛이 사라져 본래의 금색 술잔으로 변하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한편, 심협 등을 추격하려는 듯 돌진해오던 혈광도 몇 장 정도 가다가 갑자기 떨리더니 기세가 흐트러지면서 바로 멈췄고, 다시 마심의 수중으로 돌아갔다. 이어서 다시 혈색의 장도, 혈마도로 변했다.

    온 하늘에 가득했던 혈광이 사라지자 푸른색 언갑이 다시 나타났는데, 이미 허리가 잘리고 영광도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마심은 심협과 거대 원숭이 언갑을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기만 할 뿐, 다시 공격하지는 않았다.

    원명 등이 언무사를 조금씩 압박해왔지만, 심협과 언무사는 검은 물 근처에 있었기에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괜찮습니까?”

    심협이 원숭이 언갑을 돌아보며 물었다.

    “심 도우의 도움 덕에 괜찮습니다.”

    원숭이 언갑의 배가 찰칵 열리더니 그 사이로 언무사와 종 당주가 나왔다.

    종 당주는 여전히 수많은 금색 밧줄에 감겨 있었는데, 그 역시 법력이 봉인된 상태였다. 언무사도 일이 복잡해진 것을 알았기에 종 당주를 생포하여 인질로 삼은 것이다.

    원숭이 언갑은 뒤로 쓰러졌고, 더는 움직일 수 없을 듯했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귀찮게 됐군요. 언 도우는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 저 봉인의 힘은 도대체 뭡니까?”

    심협은 전음으로 물었다. 이곳의 금제는 법력에만 영향을 미칠 뿐 신식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기에 전음을 보내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 검은 물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저 물에는 강력한 부식력이 있고, 또 저 안에는 거대한 흉수가 살고 있습니다. 저도 조금 전에 왔다가 아까 그 문어 같은 흉수에게 끌려갈 뻔했습니다.”

    언무사는 그 말을 듣고는 놀란 표정으로 뒤의 검은 물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 도우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겁니까? 매 장로와 다른 천기성 도우들은요?”

    “저희는 음수들의 공격에 흩어졌고, 저 혼자 미굴 곳곳을 헤매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동문들은 어떻게 됐는지 저도 알 길이 없군요.”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마심 등을 노려봤다.

    “의부님, 이제 어떡하면 좋습니까?”

    원명이 마심에게로 다가가 조심히 전음으로 물었다.

    “한심한 것들. 네 명이 천기성 제자 하나를 못 당해서 인질로 잡혀?”

    원명 등은 면목이 없었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심은 세 사람에게 호통을 치고는 심협과 언무사를 바라보며 머리를 굴렸다.

    “두 도우의 신통은 제 뒤의 한심한 놈들보다 훨씬 낫군요. 검은 도포의 소도우는 천기성 제자인 모양인데 귀하는 어디 수사요? 내 혈마도의 일격을 무사히 막아낸 걸 보면 어느 명문의 후지기수 같소만?”

    잠시 생각하던 마심은 갑자기 혈마도를 거두고는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심협을 향해 공수하며 물었다.

    원명 등은 이 광경을 보고는 눈이 커졌다.

    “내 이름은 심협이고, 대당의 수사요. 종문은 작은 곳이라 거론하여도 모를 겁니다. 한데 마심 선배님께서는 어째서 언 도우를 공격하신 겁니까?”

    심협은 마심의 돌변한 태도에 영문을 알 수 없어 경계하며 반문했다.

    “동토 대당의 수사였군요. 역시 상국(上國)의 인재답소. 사실 천기성 도우를 생포하려던 것은 악의가 있어서는 아니었소. 두 분 도우가 이곳에 온 이유도 흑연미굴의 보물 때문이겠지요? 허나 아쉽게도 약수(弱水)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허탕이오.”

    심협은 그 말에도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가슴은 요동쳤다.

    뒤에 있는 검은 물은 바로 약수였다. 그가 수련한 무명 공법은 만수지도에 능했으니, 그 역시 당연히 약수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것은 모든 물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가장 독한 물이다. 전설에 의하면 구명 명부의 가장 깊은 곳에 있어 세상 모든 것을 녹인다. 심지어 신혼까지 녹인다고 하였다. 한데 그것이 이곳에 있을 줄이야!

    마심의 말로 미루어 약수 뒤에는 흑연미굴의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이고, 보아하니 저자는 이 검은 물을 건너는 방법이 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 말에 심협과 언무사는 경계하는 와중에도 놀랍고 또 기뻤다.

    “선배님께서 언 도우를 붙잡으려 했던 것이 이 약수를 건너기 위함이었단 말씀입니까?”

    심협은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는 천기성과 적이 되고 싶은 뜻이 없소. 그저 미굴 깊은 곳의 보물을 얻기 위해 언 소도우의 기관술을 빌려 약수를 건너고 싶었을 뿐이오. 이제 우리 모두 같은 곳에서 막혔으니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기보다는 차라리 힘을 합쳐 같이 보물을 찾는 편이 현명하지 않겠소? 두 분 도우도 종 도우를 죽이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와 완전히 적대할 마음은 아닌 것 같소만.”

    마심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심협은 마심이 막 나타났을 때 언무사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분명 저자는 언무사를 이용할 의도이긴 해도 천기성을 적대하려는 것은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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