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753화 (753/1,214)
  • 753화. 둘로 나누다

    심협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눈을 감은 채 체내의 몇 가지 보물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추측을 언무사나 소부자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모두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니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해 비주는 유성처럼 빠르게 날아갔고, 한 시진은 금방 지나갔다.

    심협은 현재 선천연보결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현황일기곤의 금제 대부분을 연화한 뒤 천두금준 제련에 나섰다.

    한데 갑자기 앞에서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서둘러 눈을 떴다.

    앞쪽 무은사해에서 하늘을 가린 모래폭풍이 일어나 파도처럼 몰려왔고, 영해 비주는 순식간에 휩쓸려 피할 길이 없었다.

    모래폭풍이 강하게 영해 비주를 강타했다. 영해 비주는 모든 기능이 이동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방어는 소홀한 상태라 모래폭풍에 휩쓸리자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속도를 2할 낮추고 비주의 방어 능력을 높여라! 모래폭풍에 방향이 틀어져서는 안 된다!”

    소부자 등이 밀폐된 방에서 나와 상황을 살피며 외쳤다.

    복 장로의 발에서 푸른 빛이 번득이자 여덟 개의 게 다리 중 네 개가 접혔고, 동시에 영해 비주 주위의 푸른 보호막이 더 견고해져 모래폭풍을 막아냈다. 그러자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소부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협을 바라봤고, 심협도 그 뜻을 알아채고는 법력 표식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슨 일인가?”

    소부자가 눈빛이 굳으면서 물었다.

    “이상합니다. 그때 제가 인형의 성에 다섯 개의 표식을 남겼는데 지금 네 개의 표식은 동북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나머지 하나는 서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속도가 놀랍도록 빠릅니다.”

    심협은 숨김없이 감지한 상황을 털어놓았다.

    “표식이 나눠졌다? 왜?”

    소부자가 당황해 물었으나, 심협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만약 귀언이 표식의 존재를 알아챘다면 그대로 부쉈을 것이다. 한데 부수지 않고 두 갈래로 나누다니, 어떤 의미란 말인가?

    ‘설마…… 귀언이 우리가 가는 것을 알고는 우리를 따돌리려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또 아닌 것 같았다.

    소부자는 복 장로와 막망, 매 장로와 둘러선 채 가끔 입을 움직였는데, 전음으로 의논하는 듯했다.

    언무사를 비롯한 천기성 제자들도 좀 전의 대화에 놀란 기색이었지만, 그들은 함부로 나서지 않고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상의를 마친 소부자 등이 가까이 다가왔다.

    “표식이 둘로 나뉘었다는 것은 인형의 성 내부에 변고가 생겼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 터. 어쨌든 이번이 귀언을 잡을 유일한 호기이니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도 나와 복 장로, 한쪽은 매 장로와 막망 장로로 나누어서 양쪽의 표식을 쫓는다.”

    심협은 소부자의 이런 결정에 전혀 의외가 아니었기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천기성 제자들도 당연히 아무 말도 없었다.

    소부자는 대오를 나누기 시작했고, 심협은 매 장로와 막망 장로 쪽으로 배치됐다. 우연인지 아니면 소부자의 의도인지 언무사, 임감, 주명 등 심협과 안면이 있는 제자들도 같은 쪽이었다.

    “성주님, 제가 두 분 장로님을 따라가면 어떻게 나머지 네 개의 표식을 쫓아갈 생각입니까?”

    심협이 머뭇거리다가 소부자에게 물었다.

    “그건 안심하게. 이 흑옥반(黑玉盤)은 내가 몇 년 전에 만든 법보로, 전달과 위치 알려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네. 이걸 심 도우에게 빌려줄 테니 수시로 나에게 표식의 위치를 알려주게.”

    소부자가 손바닥 크기의 검은색 옥반을 꺼내 심협에게 건넸다.

    둥근 옥반은 투명하여 은은하게 한기가 흘러나왔는데, 보기 드문 묵옥(墨玉)으로 만든 것이었다. 옥반의 겉에는 선천팔괘(先天八卦) 문양이 그려져 있어서 보기만 해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군요.”

    심협이 흑옥반을 받아 들며 말했다.

    소부자는 심협에게 흑옥반을 발동하는 방법을 알려준 뒤 바로 절반의 인원과 함께 북동쪽으로 날아갔다. 영해 비주는 복 장로의 것이었기에 그들과 함께 가야 했다.

    “막망 장로, 둔속은 자네의 적봉(赤鳳) 비주가 더 뛰어나니 자네 비주를 타고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군.”

    매 장로는 보라색 보호막으로 모두를 감싸서 모래폭풍을 막아내며 옆에 선 막망 장로에게 말했다.

    막망 장로는 말없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구슬이 날아가 빠르게 커지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10여 장 길이의 붉은색 비주가 나타났다. 비주의 금제는 끊임없이 불꽃같은 붉은빛을 뿜어냈다.

    일행은 적봉 비주에 올라탔고, 비주는 붉은 빛을 뿜어내며 서남쪽으로 날기 시작했다. 마치 한 마리의 봉황이 날갯짓하며 날아가는 것 같았는데, 영해 비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심협은 적봉 비주에 앉아서 흑옥반을 결인했다. 그러자 옥반에서 검은 빛이 흘러나왔고, 하얀 점이 깜빡거리며 천천히 북동쪽으로 이동했다. 바로 소부자 등의 위치였다.

    그는 이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 뒤 흑옥반을 거두었고, 다시 눈을 감고 법보를 연화하는 동시에 양쪽의 표식을 감지했다.

    적봉 비주는 꼬박 하루를 날아 검은 산맥 근처에 도착한 후에야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이 검은 산맥은 매우 커서 산 정상이 구름을 뚫고 솟아올라 있었고, 산세는 끊임없이 기복을 이루며 길게 이어진 것이 마치 커다란 성 같았다. 심지어 그 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비주에서 나오자 거대한 비주는 빠르게 줄어들었고, 금방 다시 붉은 구슬로 변하여 막망 장로의 소매로 들어갔다.

    심협은 무은사해에서 산을 처음 봤기에 자기도 모르게 한참을 바라봤다. 그 산맥은 거대했지만, 영기는 무은사해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매우 희박했다. 산맥 안은 매우 황량했고, 눈에 보이는 곳곳은 오통 시커먼 돌과 모래뿐이었으며, 녹색 풀이나 나무, 짐승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 도우, 그 법력 표식이 여기 산맥 안에 있는 것이오?”

    매 장로가 산맥 깊은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있군요.”

    매 장로는 대답을 듣고도 말이 없었고, 눈살을 찌푸린 채 한동안 산맥 깊은 곳을 바라봤다.

    막망 장로도 산맥을 바라봤는데, 눈빛은 더없이 신중했다.

    심협도 신식을 펼쳐 검은 산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산맥은 너무나 커서 그의 신식으로는 끝까지 살펴볼 수 없었다. 대신 산맥 깊은 곳에서 수시로 강렬한 음기 파동이 느껴졌는데, 거기에는 이상한 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는 당황하여 서둘러 옆에 선 언무사에게 조용히 이 대맥에 관해 물어봤다.

    “이 산맥은 흑연산맥(黑淵山脈)입니다. 산맥 깊은 곳에 흑연미굴(黑淵謎窟)이 있는데, 무은사해의 절지(絶地)로, 그 안에는 오랫동안 구유음풍(九幽陰風)이 불고 있지요. 이 바람은 구유의 땅에서 불어오는 것이라 대승기 수사라 해도 몸에 닿는 순간 음독이 파고들어 뼈가 삭고 몸이 녹는다고 전해집니다. 게다가 흑연 미굴 안의 음기는 매우 짙어서 수많은 음수 귀물들이 생겨나는데, 이보로 구유음풍을 막아낸다고 해도 이 음수, 귀물들에게 당하고 맙니다.”

    언무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간단하게 설명했다.

    “음수라…….”

    심협은 이전에 무은사해와 인형의 성에서 만났던 음수들이 떠올랐다. 그 음수들의 등장은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사해는 영기가 희박하여 생명도 적다. 그러니 이론대로라면 그렇게 많은 음수가 탄생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설마…… 모두 여기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내가 이전에 복 할아버지와 술 마시면서 들었는데, 구유음풍과 음수, 괴물 외에도 흑연미굴에는 엄청난 혈무(血霧)가 있어서 사람의 정신을 빼앗고 흡혈과 살육을 즐기는 괴물로 변하게 한다고 했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임감의 말에 심협은 생각이 많아졌다.

    흑연미굴이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면 귀언이 인형의 성을 이곳에 넣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자, 잡담은 그만하고 어서 표식을 쫓아가자.”

    매 장로가 크게 외치더니 심협에게 앞장서라고 했다.

    심협은 불만이 솟았다.

    ‘나는 천기성의 손님이 아니던가? 저 앞은 무은사해의 절지인데 어째서 손님인 나를 앞장세우는 거지?’

    하지만 별말 없이 앞장서서 날아가자 매 장로와 천기성 제자들이 뒤를 따랐다.

    언무사는 갑자기 속도를 높여 심협 옆으로 다가왔다.

    “심 도우, 조심해야 합니다. 흑연미굴의 음수들이 가끔 밖으로 나오는데, 그 신통이 특이하니 절대 우습게볼 수 없습니다.”

    언무사가 전음으로 알렸다.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일행은 머지않아 흑연산맥 깊은 곳에 도착했다. 대기 중에는 짙은 음기가 가득했고, 들려오던 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귀물의 울음소리도 섞여 있어서 귀가 아프고 소름이 돋았으나, 다행히 모두들 경지가 높았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도착했습니다.”

    심협은 산골짜기 앞에서 멈춰 섰다.

    산골짜기 주위의 벽에는 길고 커다란 균열이 가득했고, 안쪽에는 검은 음풍이 끊임없이 불어왔다. 이 바람은 기이하게 울부짖었는데, 마치 수많은 악마가 손을 흔들며 유혹하는 것 같았다.

    음풍의 검은 기운 너머 산골짜기 가장 깊은 곳에 커다란 동굴이 보였는데, 동굴은 너무 깊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고 모든 음풍은 거기에서 나오고 있었다.

    “표식은 저 골짜기 깊은 곳에 있습니다.”

    심협은 눈을 감고 감지하고는 매 장로에게 말했다.

    “진짜 흑연미굴 안으로 간 건가? 막망 장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매 장로는 골짜기 안의 동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더니 옆에 선 막망 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먼저 성주님께 연락해보죠.”

    막망 장로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워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심협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 이름처럼 줄곧 한마디도 하지 않던 막망 장로가 지금 처음 말을 한 것이다.

    “그게 좋겠군.”

    매 장로는 검은색 옥패를 꺼내 연달아 몇 가지 법결을 흘려보냈다.

    옥패가 영광으로 몇 번 번득이더니 몇 줄의 문자가 떠올랐고, 곧 다시 평온해졌다.

    모두가 골짜기 밖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막망 장로는 갑자기 산골짜기 쪽으로 몇 걸음 옮기더니 의아한 눈으로 검은 동굴을 바라봤다.

    “왜 그러나?”

    매 장로가 물었다.

    “흑연미굴의 음풍이 평소보다 많이 약해져 있어요.”

    막망 장로가 조용히 있더니 다시 말했다.

    “뭐?”

    매 장로가 듣고는 바로 다가오더니 골짜기 안의 음기를 살펴봤다.

    심협은 그들의 말을 듣고는 서둘러 동굴을 다시 돌아봤다.

    “정말이야. 확실히 많이 약해졌어! 흑연미굴의 구연음풍은 백 년에 한 번 약해지는 게 아니었나? 아직 80년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매 장로는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다시 당황하며 말했다.

    심협은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흑연미굴의 구음유풍에는 주기적인 쇠약기가 있구나. 한데 매 장로는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거지? 설마 흑연미굴 안에 무슨 보물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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