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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49화 (749/1,214)
  • 749화. 간파당하다

    “아까 1층을 보니 법보 제작도 받던데 맞습니까?”

    심협은 바로 나가지 않고 또 다른 일을 문의했다.

    “물론입니다. 법보 제작도 원하십니까?”

    방 루주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심협과 같은 거부에 이렇게 호탕한 손님을 어느 장사꾼이 싫어하겠는가.

    “제작은 아니고 제게 법보 하나가 있는데 영재를 추가하여 넣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망가진 법의도 복구하고 싶군요.”

    심협은 말하면서 현황일기곤과 네 개의 구전빈철 쇠사슬 그리고 망가진 회색 두건을 꺼냈다.

    방 루주는 세 가지 물건을 훑어보다가 네 개의 구전빈철 사슬에서 시선이 멈추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 놀란 듯한 목소리가 편청 옆방에서 들려왔다.

    “구전빈철!”

    심협은 깜짝 놀랐다. 이곳에 온 이후로 그는 줄곧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는데, 옆방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손을 휘둘러서 세 가지 보물을 거두려 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굉음과 함께 벽에 구멍이 뚫리더니 검은색 환영이 들어와 심협의 손을 스쳐 지나갔다. 다음 순간, 네 개의 구전빈철 사슬이 사라졌고, 검은 그림자도 편청 바깥 창을 뚫고 순식간에 백여 장이나 멀어져갔다. 그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고, 곧 완전히 사라질 것 같았다.

    “웬 놈이냐!”

    화가 난 심협은 두 발에서 달빛을 뿜어내며 사라졌고,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편청 밖에 나타났다. 이어서 몸 아래에서 붉은색 검광이 반짝이더니 붉은 검홍이 되어 그림자를 추격했다.

    방 루주와 주명은 뒤늦게 창문 앞으로 다가왔지만, 심협과 그림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주명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고, 방 루주는 놀라긴 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에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천기성 상공에 검은 빛과 붉은 빛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는데, 바로 심협과 그 그림자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30여 리를 날아갔는데, 그림자의 속도는 매우 빨라서 심협이 전력을 다해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림자에서 흘러나오는 빛에는 음한의 기운이 담겨 있어서 심협의 신식을 차단했기에 그는 아직도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후 황폐한 산지에 도착했다. 전방의 멀지 않은 곳에는 천기성의 금제가 있었지만, 검은 그림자는 멈출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심협은 천기성 번화가를 벗어난 것을 확인하자 두 팔에서 풍뢰영광을 뿜어내어 갑자기 속도를 높였고, 눈 깜짝할 사이 검은 그림자를 따라잡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오른손을 내밀어 허공을 잡았다. 그러자 손에서 뿜어져 나간 다섯 개의 금빛 번개가 다섯 마리의 금룡으로 변하여 검은 그림자를 휘감더니 갑자기 폭발했다.

    금색 뇌전이 검은 그림자를 공격했고, 뿜어져 나온 강력한 파괴력에 검은 그림자의 외부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금색의 뇌전은 계속해서 검은 빛 안까지 파고들었다.

    한데 그 순간, 검은 그림자에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몇 개의 검은빛이 쏜살같이 날아가 가볍게 금색 번개의 공격을 피해냈다. 뒤이어 검은색 깃털이 화살처럼 심협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심협은 몸을 옆으로 피하는 동시에 손가락을 튕겨 10여 개의 붉은색 검기로 검은색 깃털을 막았다.

    펑! 펑! 펑!

    검기는 깃털과 충돌하자 모두 폭발해 버려 깃털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이에 몇 개의 검은색 깃털이 곧장 심협 앞까지 다가왔다.

    심협은 현황일기곤을 꺼내어 크게 휘둘렀다.

    금빛 곤봉과 검은색 깃털이 충돌했고, 굉음과 함께 깃털은 사방으로 흩어져 모두 산산이 부서졌다.

    심협은 흔들리는 몸을 간신히 가누었으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검은 깃털은 겨우 손가락 크기 정도로 보잘것없었는데,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검은 그림자는 심협이 주춤하는 사이 아래의 작은 야산으로 날아가 순식간에 심협과 거리를 벌렸다.

    간신히 몸을 가눈 심협도 다시 번개처럼 쫓아갔다.

    검은 그림자는 작은 산으로 내려가더니 산꼭대기에 멈췄다.

    이를 본 심협은 바로 다가가지 않고 10여 장 너머 허공에 멈춰 섰다.

    “귀하는 뉘시오? 어찌하여 내 구전빈철을 훔쳐간 것이오? 천기성은 어떠한 살육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터. 내가 소리만 지르면 천기성 사람들이 귀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오, 그런가? 그럼 한번 불러보던가.”

    검은 그림자는 쉰 목소리로 툭 내뱉고는 천천히 검은 빛을 거두어 본 모습을 드러냈다.

    심협은 놀라서 멍하니 바라봤다. 눈앞의 검은 그림자는 사람이 아닌 1장 크기의 검은색 나무로 만든 새 모양 언갑이었는데, 입을 열었다 닫을 때마다 사람의 말이 나왔다.

    이 목조(木鳥: 나무 새) 언갑은 진짜 살아 있는 것 같았고, 붉은색 영광이 반짝이는 눈으로 심협을 비꼬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등에 달린 검은 두 날개에는 깃털이 가득했는데, 아까 공격했던 그 깃털이었다.

    “언갑? 천기성 사람인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보물을 훔치다니, 간도 크구려!”

    심협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호통 치듯 물었다.

    “간이 크다? 너야말로 진짜 간이 큰 게 아닌가? 감히 천기성에서 미혼술로 본 성의 제자를 미혹하여 기밀 정보를 빼갔겠다? 너처럼 간이 큰 놈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나.”

    목조는 차갑게 웃으며 심협의 등골이 오싹할 말을 했다.

    심협은 바짝 긴장했다. 그가 주명에게 미혼술을 사용할 때 분명히 매우 은밀히 행하였기에, 같은 경지의 수사가 근처에 있었다 해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한데 이 언갑 배후의 사람에게는 전부 간파당한 것이다.

    “귀하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오? 모습을 보여주시오.”

    심협은 심호흡으로 평정심을 회복했고, 검은색 목조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호, 이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다니, 심성이 대단하구나. 허나 곧 죽을 놈이 내 정체를 알 필요는 없지.”

    검은색 목조는 눈을 차갑게 번득이더니 날개를 펄럭이며 달려들었다.

    상대가 바로 달려들 줄은 몰랐던 심협은 달빛을 번득이며 빠르게 물러났고, 두 팔에서는 풍뢰의 영광이 빛나더니 청색 바람 칼날과 금색 뇌전을 뿜어냈다.

    하지만 검은색 목조는 두 날개가 검은 빛을 발하면서 갑자기 빠르게 흔들리더니 부근의 허공에 파동이 일어났다. 다음 순간, 목조는 검은 빛으로 변하여 날아오는 도중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심협은 눈에서 푸른 빛을 발했고, 신식까지 펼쳐 상대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안색이 급변했다. 그의 두 발에 보름달 허상이 떠올랐고, 뒤이어 급하게 돌아섰다.

    그의 몸이 휙 소리와 함께 환영으로 변했고, 왼쪽으로 10여 장을 벗어났다.

    거의 동시에 가느다란 검은 실이 그가 원래 있던 곳에 나타나더니 쏜살같이 날아갔다.

    아래에 있던 작은 산 정상은 검은 실에 소리도 없이 베였는데, 그 단면이 마치 거울처럼 매끄러웠다.

    이를 본 심협은 가슴이 철렁했고, 마치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처럼 푸른 눈을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였다.

    “질풍구섬(疾風九閃)의 제일섬(第一閃)을 피하다니, 제법이구나. 그럼 어디 제이섬도 피해 봐라.”

    검은색 목조의 목소리가 부근에서 들려왔지만, 위치가 계속 바뀌어서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심협 좌우의 허공에 파동이 일어났고, 두 개의 검은 실이 마치 두 개의 검은 번개처럼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나타나 교차하여 베어왔다. 그 속도 또한 이전보다 더 빨랐다.

    심협은 유명귀안과 신식을 이미 최대한으로 발동한 상태였음에도 여전히 그 검은 실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발의 달빛은 최대한으로 반짝였고, 찬란한 달빛도 뿜어져 나왔다. 그는 사월보와 이형환영 신법을 동시에 시전하여 뒤로 물러나 두 개의 실 사이를 간신히 빠져나왔다.

    “제삼섬!”

    검은 목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다섯 개의 검은색 실이 심협의 등 뒤에 나타나 여러 방향에서 날아왔다. 그리고 앞에서도 두 개의 검은 실이 다시 날아와 앞길을 막았다.

    몸을 가누지 못하여 궁지에 몰린 심협은 현황일기곤을 미친 듯이 휘둘러 곤봉의 허상으로 검은 실을 막았다.

    땅! 땅! 땅!

    굉음이 연속으로 울려 퍼졌다!

    현황일기곤은 크게 흔들려 날아갈 뻔한 반면, 검은색 실에는 한 줄기의 틈만 겨우 생겨났다.

    심협은 달빛을 뿜어내고 양팔에서는 풍뢰의 영광을 뿜어내 쏜살같이 그 틈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현황일기곤에는 금이 갔고,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영광이 매우 어두워져서 더는 사용할 수 없을 듯했다.

    찢어질 듯한 가슴을 뒤로 한 채 심협은 현황일기곤을 몸에 넣어 온양하는 동시에 양팔에서 금빛과 푸른빛을 발하여 진시천리로 거리를 벌리려 했다.

    검은 목조는 질풍구섬 중 제삼섬까지만 사용했을 뿐인데도 이 지경이니, 계속해서 싸우면 정말 위험해질 터였다.

    그때, 심협의 머리 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검은 목조는 또다시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나타나 두 개의 강철 발톱으로 심협의 몸을 보호하던 영광을 가볍게 찢고는 어깨를 움켜쥐려 했다.

    심장이 철렁한 심협의 머리 위에 검은 빛이 번득였다. 동시에 기혈번이 나타나 불바다 같은 검은 음화를 뿜어냈다.

    두 팔이 더욱 찬란한 금빛으로 번쩍이더니 도광처럼 변했고, 이어서 폭발음을 내며 목조의 발톱을 강하게 내리쳤다.

    콰쾅!

    목조를 내려친 검은 음화는 바위에 부딪힌 물보라처럼 순식간에 부서졌고, 두 손은 마치 쇠기름을 내리친 것처럼 그대로 옆으로 빗겨나갔다.

    반면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목조는 이 틈에 번개처럼 심협의 양쪽 어깨를 잡았다.

    어깨뼈가 부서질 듯한 통증이 몰아쳤지만, 심협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빗겨나간 손을 들어 목조의 두 다리를 움켜쥐었다.

    두 팔에서 금빛과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자 금빛 뇌전과 푸른색 바람 칼날이 뿜어져 나와 지척에 있는 목조를 공격했다.

    하지만 뇌전과 바람 칼날 역시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목조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심협은 내심 당황했지만, 곧장 극한의 기운을 뿜어내 두 팔을 통해 검은 목조의 내부로 흘려보냈다.

    쩌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10여 장 높이의 푸른 빙산이 허공에 나타났고, 검은 목조를 그 안에 얼려버렸다.

    마침내 목조는 꿈쩍도 못 하게 됐고, 눈의 영광도 꽁꽁 얼어붙은 듯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협은 몸에서 금빛을 뿜어내어 양쪽 어깨를 비틀어 목조의 발톱에서 빠져나온 뒤 10여 장 밖으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이 기회에 얼어붙은 검은 목조를 완전히 파괴할 것인지 아니면 서둘러 도망칠 것인지를 망설였다.

    공격하자니 아까처럼 어떤 공격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저 목조의 엄청난 속도와 질풍구섬 앞에서는 도망칠 자신도 없었다.

    심협이 망설이고 있을 때, 얼어붙은 검은 목조의 눈에 영광이 회복되었고, 두 팔에서 검은 빛이 강하게 번뜩이면서 빙산이 강하게 흔들렸다.

    심협은 화들짝 놀라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양팔을 거대한 날개처럼 펼쳐 진시천리를 시전했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심협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빙산 안, 검은 목조의 두 날개가 흔들리더니 물결 모양의 검은 빛이 깃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거대한 빙산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고, 검은 목조가 빠져나왔다.

    심협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진 뒤였으나, 검은 목조는 차갑게 비웃더니 두 날개를 빠르게 펄럭이며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심협은 전력을 다해 진시천리를 시전하여 천기성 밖으로 도망쳤다.

    천기성 제자에게 미혼술을 사용한 사실이 들통났으니 서둘러 도망친 뒤, 우선 진선기로 돌파하고, 곧바로 부동래를 구할 생각이었다. 옥침의 수리는…….

    ‘천기성은 지하성의 귀언을 매우 의식하고 있다. 그자에게서 천기성이 잃어버린 언갑들을 가져와 천기성과의 관계를 회복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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