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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47화 (747/1,214)

747화. 입성(入城)

언무사가 거대 원숭이 언갑을 툭 치자 언무사의 미간에서 정광이 반짝거렸다. 이어서 거대한 원숭이 언갑이 금빛으로 번득이면서 빠르게 줄어들었고, 몇 호흡 만에 주먹만 한 금색 구슬이 되어 그의 손에 떨어졌다.

이 광경을 본 심협의 눈이 가늘어졌다.

언무사가 다시 푸른색 구슬을 꺼내 결인하자 미간에서 다시 정광이 반짝거렸고, 푸른 구슬이 순식간에 커지면서 몇 호흡 만에 10여 장 크기의 비주로 변했다. 뱃머리에는 제비가 조각되어 있었고, 양쪽 가장자리에는 10여 개의 푸른 날개가 뻗어 있었다. 날개에는 빛이 흐르는 돌풍과 같은 영문에 새겨져 있었는데, 매우 범상치 않아 보였다.

“천기성까지는 거리가 좀 있으니 제 비연주(飛燕舟)를 타고 가시지요.”

언무사가 비주 뱃머리에서 서서 말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심협은 귀장을 건곤대에 넣고는 비주 위로 올라갔다.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비주에 오르자 푸른 빛의 영문이 떠오르더니 푸른 빛의 무지개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어서 주위의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변하여 빠르게 뒤로 사라졌다.

언갑 비주의 속도에 심협은 내심 깜짝 놀랐다. 그가 전력으로 어검비행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빨랐던 것이다. 더욱이 신식으로 감지한 결과, 푸른색 비주는 언무사의 법력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비행의 동력이 비주 내부에서 나오고 있었다. 비주 내부에는 몇 개의 강력한 금제가 탐지를 가로막고 있었기에 뭐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물론 언무사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줄곧 신식으로 비주의 비행을 조종했다.

언무사의 신식은 심협 등과 확연히 달라서 실체를 가지고 있었고, 감지도 매우 민감했다. 그래서 심협이 신식으로 조용히 살펴보고 있을 때도 언무사는 신식으로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천기성의 신통인가?”

심협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언무사가 품에서 하얀 영패를 꺼내 두 손으로 쥐고 법력을 주입하자 하얀 안개 같은 것이 흘러나와 빛으로 변하더니 곧장 허공으로 날아갔다.

본래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하얀 빛이 쏟아지자 구름이 몰려오듯 빛무리가 몰려들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자 심협의 눈앞이 번쩍이더니 못에 둘러싸인 웅장한 성이 나타났다.

성 주위에는 40여 장 높이의 거대한 성벽이 세워져 있었고, 성안에는 높은 건물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지하성의 건물들과 비슷했고,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심협이 가장 놀란 것은 성의 상공이었다. 그곳에는 백옥처럼 하얀 성이 있었는데, 거룩한 느낌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성은 그 아래의 웅장한 성과는 확연하게 달라 마치 대당의 건물 같았다.

백옥성은 허공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산맥처럼 거대한 언갑 거인이 두 손을 뻗어 받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천기성은 외진 곳에 있어서 대당의 화려함에 한참 미치지 못하니 심 도우께 보여드리기 창피하군요.”

“무 도우, 겸손이 과하십니다. 천기성의 웅장함과 장관은 대당의 어떤 성보다도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언무사의 말에 심협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심협의 칭찬에 언무사의 차가운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심 도우께서 보았듯이 천기성은 위아래 두 개의 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아래 성에는 천기성의 보통 제자와 각종 상점이 있고, 외부인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허나 위의 성은 천기성의 핵심이 되는 곳이라 성주님과 장로님들이 살고 있고, 본문 제자가 아니면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언무사가 눈앞에 펼쳐진 천기성을 소개했는데, 말 속에 은근한 경고가 들어 있었다.

“무 도우, 안심하십시오. 제가 천기성의 규칙을 어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상성(上城)으로 가서 도우의 방문을 전할 테니 그동안 하성(下城)에서 편히 쉬고 계십시오. 무료하시면 한번 구경을 다니셔도 좋습니다. 최근 삼계 각지의 상단과 활발한 거래를 하고 있어서 영재의 종류는 아마 천기성을 따를 곳이 없을 겁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시간이 되면 둘러보겠습니다. 한데 성주님을 뵐 수 있을지는 언제쯤 알 수 있을까요?”

심협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옥침이었다.

“아마 반나절 후면 답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나절이면 그래도 기다릴만했던 것이다.

언무사는 주명(周銘)이라는 천기성 제자에게 숙소를 안내하게 했고, 심협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로 하성으로 향했다.

“심 선배님, 여기 낙화(落花) 별원은 천기성의 귀빈을 모시는 곳입니다. 여기서 묵으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주명은 심협을 성 중심부, 중원의 건물 양식과 비슷한 건물로 안내했다. 화원이 딸린 작은 별원이었다.

“물론 좋소. 여기로 합시다.”

이곳이 매우 조용하고 한적했기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저는 밖에 있을 테니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주명은 더 방해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떴다.

심협은 주명이 나가자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도 천기성의 위치를 알게 되었으니 이번 여정이 헛걸음은 아니로군. 이제는 옥침을 복구하는 일만 남았다. 만약 천기성 성주가 만나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는 천기성의 성주다. 재력이나 천재지보 모두 부족함이 없을 테니 그런 방법으로는 상대의 환심을 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심협은 이리저리 생각한 끝에 결국은 꿈속 세계의 물건만이 천기성 성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예를 들면 경지 돌파에 필요한 경험 같은 것들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그는 약속 시간까지 아직 반나절이 남았기에 잠시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언무사의 자랑에 천기성에 흥미가 생겨 성을 둘러보고 싶어진 것이다.

“심 선배님, 필요하신 게 있습니까?”

심협이 방에서 나오자 밖에서 대기하던 주명이 바로 다가왔다.

“성안을 둘러보고 싶소.”

“그럼 제가 같이 가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하오.”

주명은 천기성이 심협을 감시하기 위해 보낸 사람이니 거절해봐야 분명 따라올 것이다. 또한 자신은 별다른 의도가 없으니 차라리 안내를 받기로 했다.

두 사람은 바로 별원을 나와 하성 중심 구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길이 매우 넓었고, 그 양쪽에는 상점이 즐비하여 매우 번화했다. 게다가 오가는 수사도 적지 않았다.

“천기성의 위치는 매우 은밀하던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수사가 있는 것이오?”

심협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선배님께서 모르셨군요. 저희 천기성은 개인적인 이유로 종문의 위치를 천하에 알리지 않지만, 천기성에 오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삼계에 있는 본성의 대형 상점에는 이곳으로 통하는 전송 법진이 설치되어 있지요. 심 선배님처럼 바로 무은사막으로 오는 분이 오히려 매우 적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소?”

심협은 머쓱해져 코를 긁적였다.

천기성에 대해 알아볼 때 옥침의 존재를 숨기느라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을 꺼리다보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어쨌든 무사히 찾아왔으니 천만다행이었다.

“무은사해로 오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고 했는데, 모래 바다에 어떤 위험이라도 있는 것이오?”

심협은 주명의 말에서 느껴진 묘한 느낌에 그렇게 물었다.

“아, 그건…….”

주명은 몸을 움찔했는데, 말 못 할 사정이 있는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말하기 불편한 일이면 말하지 않아도 되오. 하성 안의 상점은 어떻소?”

심협은 상대를 곤란하게 할 마음이 없었기에 바로 화제를 돌렸다.

“천기성에는 상점이 매우 많은데, 그중 일고여덟 개의 대형 상점이 특히 구경할 만합니다. 가장 가까운 곳은 홍광각(虹光閣)인데 각종 고급 영초와…….”

주명은 안도한 듯한 목소리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 * *

상성의 어느 궁전 안. 언무사는 누군가를 공손히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바퀴 소리가 대전 뒤에서 들려왔고, 나무로 만든 윤의(輪椅)가 천천히 들어왔다. 윤의에는 백발에 푸른 도포를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겉보기에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지만, 눈빛에는 세상 물정을 꿰뚫어보는 듯한 예지가 가득한 것이 마치 백 세 노인 같았다.

“무명(無名) 장로님을 뵙습니다!”

“그래, 결과는 어땠는가?”

백발 남자의 느릿한 목소리에는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번에도 귀언(鬼偃)과 인형의 성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부디 벌하여 주십시오.”

“그럴 것 없다. 귀언이 잠적한 지 벌써 여러 해다. 우리가 백 번을 찾아도 헛수고가 아니었더냐. 어쩌면 못 찾는 게 당연한 일이지.”

“허나 장로님께서 이번 임무를 위해 많은 자원을 내리셨는데도 아무런 수확도 없었으니 제자 연화당(煉火堂)에 들어가 3개월 동안 벌을 받겠습니다.”

“너는 너무 고지식해서 탈이다. 그래,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겠다면 그리 하거라. 한데 그건 그렇고 이번에 돌아올 때 외부인을 데리고 왔다던데……?”

백발의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고는 바로 물었다.

“네, 심협이라고 하는 자인데, 이번 삼계무도회의 우승자입니다. 천기성에 온 목적은 성주님을 뵙고 부서진 법보를 수리하기 위함이라 합니다. 제자가 듣기로 심협은 대당의 작은 문파 출신이지만, 대당 관부와 보타산, 화생사 등 종문들과 인연이 있습니다. 또한, 그자가 낭하국 도성의 폐허에 있었는데, 귀언과는 연관이 없어 보였습니다. 장로님께서 판결해주십시오.”

“그에 대해서는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신통만이 아니라 심지와 수단도 너희 세대 중에서는 으뜸이라 하더구나. 귀언과 관련이 없다고 했으니 백련당(百煉堂)으로 데려가 만벽(蠻擘)에게 어떤 법보인지 보여주게 하거라. 만벽이 고쳐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고.”

“하지만 그는 성주님을 뵙고 싶어 했습니다. 성주님께서는……?”

“성주님은 지금 상성에 계시지 않는다. 어디로 가셨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백발 청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언무사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는지 전혀 놀라지 않았다.

둘은 잠시 더 대화를 주고받았고, 언무사는 곧 인사를 남기고 나왔다.

* * *

심협은 주명과 함께 몇 개의 상점을 돌아다녔는데, 언무사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천기성의 상점에는 각종 재료가 즐비했고 품질도 매우 높았다. 그는 상점 세 곳을 돌아다니며 은신부와 둔지부, 곤토인뇌부의 재료를 샀다.

“심 선배님, 더 필요하신 게 있습니까?”

“법보를 파는 곳도 있소?”

심협은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이제 그는 진선기를 돌파해야 했다. 천기성의 연기술은 명성이 자자하고 온갖 영재가 풍부하니 법보도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

“법보를 원하신다면 여기서 멀지 않은 천금루(千金樓)로 가시죠. 천금루는 천기성의 만벽 오장로님이 세우신 곳인데, 그분께서 직접 만드신 법보와 언갑이 많으니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천금루의 법보는 가격이 상당했지만, 심협이 지금껏 거침없이 선옥을 쓰는 모습을 봤기에 주명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오장로? 천기성에는 몇 분에 장로가 있소? 만벽이라는 분에게는 무슨 특별한 점이라도 있소?”

“천기성에는 장로님이 열 분 정도 되는데, 만벽 장로님은 천기성 장로회 구성원으로 본 성의 백련당을 다스리고 계십니다. 평범한 장로님들과는 다르지요.”

주명은 심협의 물음에 만벽을 우습게보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장로회가 무엇이오?”

심협은 주명의 표정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천기성의 성주 자리는 줄곧 가장 지위가 높은 언사가 맡는데, 성주님과 아래 다섯 장로가 장로회를 결성하여 천기성의 일을 다스리십니다. 그분들은 지위가 높으시니, 심 선배님께서 비록 외부인이시라 해도 부디 자중하셔야 합니다.”

주명은 심협의 등을 바라보며 더욱 화가 나서 차갑게 말했다. 화나 난 주명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는데, 그의 눈 깊은 곳은 어느새 안개처럼 푸른 빛이 흐르고 있었다. 또한, 심협의 눈동자에도 똑같은 푸른 빛이 흘렀다.

이것은 유명귀안의 미혼술(迷魂術)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의 감정에 영향을 줌으로써 비밀까지 말하게 한다. 더욱 놀라운 일은, 모든 일이 끝난 뒤에는 아무런 기억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 술법을 시전하려면 긴 준비 시간이 필요하고, 상대의 경지가 시술자보다 낮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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