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745화 (745/1,214)
  • 745화. 도(刀)를 주다

    심협은 곤봉을 잡고는 다시 공격을 퍼부으려 했다.

    한데 그때, 어디선가 황망이 번득이더니 검은 기운을 두른 커다란 남자가 허공에 나타났다. 키가 백 장에 달하고 양손의 손톱도 매우 길어진 그는 손끝에서 뿜어져 나간 날카로운 빛으로 심협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날카로운 손톱이 심협의 몸을 찔렀지만, 그의 몸에서 폭발한 검은 빛에 손톱에 맺힌 날카로운 빛은 완전히 부서졌다.

    커다란 존재는 깜짝 놀라며 검은 빛을 뿜어내 또다시 공격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심협이 거대한 곤봉을 휘둘렀다.

    콰쾅!

    금빛이 폭발하면서 커다란 사내의 오른팔이 부러졌고, 거대한 몸은 그대로 날아가 뒤의 건물을 뚫고 몸의 절반이나 땅속으로 처박혔다.

    허나 심협 역시 과도한 기운을 쓴 상태라 비틀거렸고, 금빛과 검은 빛도 흐트러졌다.

    그럼에도 그는 우뚝 서서 주문을 읊었다. 그러자 거대한 몸은 1할로 줄어들었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천장의 구멍을 향해 날아오르려 했다.

    ‘저 광막이 이 지하성의 최후의 방어막일 거야. 서둘러 부수고 빠져나가지 못하면 저 강력한 존재의 손에 죽게 되겠지.’

    그때였다. 주위에서 칠현금 소리가 마치 천군만마가 달리는 것처럼 다급하게 들려왔다.

    동시에 심협 주위의 땅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무만아의 낙엽소소 신통과 비슷한 무수히 많은 덩굴이 쏟아져 나와 그의 몸을 휘감았다.

    “이럴 수가!”

    심협은 두 팔을 휘둘러 강력한 힘으로 허공을 강하게 흔들었다. 그러자 덩굴들이 괴력에 휩쓸리며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갑자기 광풍이 몰아쳤고 엄청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광풍 속에 섞인 수많은 투명한 바람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심협을 향해 폭풍우처럼 쏟아졌다.

    그의 머리 위가 붉게 반짝이더니 마치 용암처럼 끊임없이 용솟음치는 불타는 구름이 나타났고, 용암에서 쏟아져 나온 커다란 거품은 진짜 용암보다 몇 배나 뜨거웠다.

    한편, 반대쪽 허공에서는 금빛이 번득이더니 수많은 금빛 칼날이 날카로운 화살처럼 내리쳤다.

    이 금빛 칼날은 휘황찬란하고 날카로워 심협의 화검위사(化劍爲絲) 신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꺼져!”

    심협은 분노의 외침과 함께 현황일기곤을 강하게 휘둘렀다.

    허공을 부술 듯한 괴력이 폭발하자 날아오던 바람의 칼날과 용암의 거품, 금빛 칼날이 모두 부서지며 작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괴력은 더욱 멀리까지 퍼졌고, 그 파급력은 반경 백 장까지 미쳐서 거대한 구멍 부근 허공이 노란 빛과 함께 부서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났는데, 바로 정신선금을 든 여시였다.

    이 여시의 실력은 약하지 않지만 현양화마 신통의 괴력을 어찌 막아내겠는가? 여파에 불과함에도 그녀를 몰아내기에는 충분했다. 여시는 마치 광풍에 휩쓸린 낙엽처럼 멀리 날아갔다. 그나마 정신선금에서 나오는 화려한 영광으로 간신히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심협은 일격으로 기습을 물리친 뒤, 여시를 향해 손을 튕기고는 거대한 구멍으로 날아갈 준비를 했다.

    여시의 몸 앞에 파동이 일더니 거대한 금색 손가락이 나타나 일격을 가했다.

    갑자기 열 배나 증가한 압박감에 몸을 보호하던 영광은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여 균열이 생겼고, 여자의 외모가 드러났다.

    심협은 이제야 그녀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는 당황하여 우뚝 멈춰 섰다. 심지어 튕겼던 손가락까지 풀자 금색 손가락도 멈췄다.

    겨우 살아난 여시는 품에서 칠현금의 노란색 줄을 간신히 튕겼고, 황망이 몸을 감싸더니 쏜살같이 땅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그녀다! 그녀가 왜 여기에……? 그리고 왜 연시가 된 거지?”

    심협은 평정심을 잃었는지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때,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고, 성의 절반이 쾅 소리와 함께 심협을 향해 날아왔다.

    심협이 쏜 금빛에 수많은 돌 부스러기가 된 성은 근처의 땅에 떨어졌고, 크고 작은 구멍들이 생겨났다.

    방금 그의 일격에 날아갔던 커다란 존재가 폐허가 된 성에서 날아오르더니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전신에는 이상한 금빛 갑옷이 입혀져서 마치 불문의 금강 같았고, 팔은 여섯 개였다. 각 손에는 보병과 금종, 대검, 대추(大錘), 방패, 사슬 등 여섯 개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존재를 바라본 심협의 얼굴에는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고 눈은 붉게 빛났다.

    “육비천룡(六臂天龍)의 갑옷을 입은 게 얼마 만인가! 고작 대승기 따위 때문에 이것을 입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구나. 내 손에 죽어도 평생의 영광으로 생각해라.”

    커다란 존재의 목소리에는 금속을 긁어대는 듯한 소리가 섞여 있었다.

    심협은 그 말을 무시하고 눈을 감은 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분노한 기색은 사라졌다.

    심협은 땅을 박차 쏜살같이 위의 커다란 구멍을 향해 몸을 날렸다.

    “육비천룡까지 발동했는데도 네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커다란 존재의 발에 있던 푸른 운화(雲靴)에서 갑자기 곤붕(鯤鵬) 허상이 떠올랐다.

    이어서 그의 모습이 갑자기 흐려지더니 순식간에 심협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이 믿지 못할 속도는 심협이 사월보에 이형환영까지 더한 것보다 더 빨랐다.

    심협의 몸을 덮은 검은 그림자는 들고 있던 검은 사슬을 휘둘러 그의 몸을 휘감았다.

    심협은 굳은 얼굴로 두 팔을 벌리며 힘을 폭발시켰다.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금빛과 검은빛은 마치 불타는 불꽃처럼 하늘 높이 치솟았고, 강력한 힘의 폭주로 주위의 허공이 일그러졌다.

    콰직!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색 사슬은 그대로 부서졌다.

    거대한 존재의 대추와 대검이 번득이자 금색의 거대한 곰과 창룡 허상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모두 연화된 영기(靈器)였다.

    곰과 창룡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진선기를 넘어섰고, 거기에 금색 갑옷의 힘까지 더해지자 위능은 몇 배로 강해져 육아상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어 허공이 폭발하는 소리가 울렸고, 형용할 수 없는 두 개의 괴력이 심협의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 허공 전체가 압박해왔다.

    심협은 휘몰아쳐 오는 대추와 대검 앞에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현황일기곤을 휘둘렀다. 그러자 72개의 실제 같은 곤봉의 허상이 허공에 나타났다.

    현양화마 신통의 힘까지 더해져 위력이 극에 달한 발천난봉에 공간 자체가 뒤틀리고 흐려지면서 언제든 무너질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72개 곤봉 허상이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대추, 대검과 충돌했다.

    꽈르릉!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두 개의 괴력이 충돌하자 하늘에 닿을 법한 소용돌이가 되어 요란하게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금색 창룡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그대로 사라졌다.

    심협도 뒤로 튕겨나갔지만, 번개처럼 돌아섰다. 거의 동시에 오른팔은 눈부신 흑과 금의 빛을 번쩍이면서 순식간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가라!”

    심협은 포효하듯 외치며 현황일기곤을 커다란 구멍 깊은 곳의 노란색 광막을 향해 힘껏 던졌다.

    거대한 곤봉은 허공을 가르며 쏜살같이 날아가 노란색 광막에 꽂혔다.

    콰지직!

    무언가 깨져나가는 듯한 굉음과 함께 현황일기곤은 광막을 부수며 커다란 구멍을 뚫고 여세를 몰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광막 너머의 흙에는 노란색 광사가 없었기 때문에 현황일기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날아가면서 커다란 통로를 만들어냈다.

    심협이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자 커다란 몸은 다시 원래대로 줄어들었고, 흑과 금의 두 빛도 함께 사라졌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심협은 곧바로 두 팔에서 풍뢰의 영광을 뿜어냈고, 순식간에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노란색 광막이 부서진 곳을 뚫고 날아가 검은색 통로로 향했다. 뒤이어 몸에서 초록 빛이 번쩍였고, 을목신둔을 이용해 완전히 사라졌다.

    심협이 사라지자마자 검은 통로에 육비천룡의 머리가 나타났다. 용은 조금도 다친 곳이 없는 듯했으나, 눈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찾아봐도 심협을 찾지 못했고, 이내 분을 삭이며 다시 지하 성으로 날아갔다.

    노란색 광막에 빛이 흐르더니 커다란 구멍은 빠르게 원상 복구됐다.

    * * *

    무은사막 어느 곳. 초록 빛이 반짝이더니 심협이 나타나 그대로 추락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서 핏기 하나 없었고, 몸은 덜덜 떨려왔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조비극이 건곤대에서 나와 심협을 일으켜 세웠다.

    “괜찮다. 법력 소모가 좀 컸을 뿐이야.”

    심협은 심호흡하고는 회복 단약을 먹자 안색이 조금 돌아왔다.

    “다행입니다. 제가 호법을 설 테니 어서 회복하십시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심협은 간단한 방어 법진을 설치한 뒤 눈을 감았다.

    현재 심협의 몸 상태는 사실 생각보다 심각했다. 현양화마 신통은 법력 소모가 클 뿐만 아니라 몸에도 적잖은 부담이 되며, 마기의 침투를 더욱 유발한다.

    검은 그림자를 상대하기 위해 마기를 자극했는데,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대한으로 사용했기에 대가가 컸다. 지금은 체내의 마기를 완전히 억눌렀지만, 계속해서 분노와 살의가 솟아올랐다. 이는 마기가 다시 그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징조였다. 다행히 소백룡에게서 받은 정원사리 덕분에 사념이 점점 가라앉았고, 한참이 지나자 평온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하루빨리 진선기로 돌파해야 해!’

    심협은 그렇게 결심하며 계속해서 단약을 연화했다.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법력이 온전히 회복된 그는 눈을 떴고, 주위의 금제를 거두었다.

    “주인님, 이제 어디로 갑니까?”

    옆에서 호법을 서던 귀장이 곧장 다가오며 물었다.

    “부동래의 위치는 찾았느냐?”

    “자세히 찾아봤지만 흔적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죽은 것 같습니다.”

    “부형의 실력에 그리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게다.”

    심협은 조비극의 불길한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주인님, 구하러 돌아가실 생각입니까? 육비천룡은 너무도 강합니다. 게다가 연시와 음수까지 있어서 저희 둘로는 역부족입니다.”

    “부형은 나와 함께 천기성으로 가다가 위기에 빠진 게다. 그러니 절대로 그대로 버려둘 수 없어.”

    귀장은 무모하다고 생각지만, 한번 뱉은 말은 절대 바꾸지 않는 심협의 성격을 잘 알았기에 말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사지(死地)에 찾아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너무 걱정할 것 없다. 나도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아. 이번 지하성의 싸움에서의 경험으로 경지가 정진했으니 한동안 폐관하여 진선기 돌파를 시작할 생각이다. 뇌겁을 무사히 지내면 돌아가 부동래를 찾을 수 있겠지. 만약 내가 뇌겁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면 너는 괜히 무모한 짓은 하지 말고 떠나라.”

    귀장은 그 말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었다.

    심협은 그런 조비극과 함께 붉은 빛으로 변하여 앞쪽 사막을 향해 날아갔다.

    반 시진 정도 지나자 사막의 거대한 분지에 도착했다. 그 안에는 수십 리에 달하는 건물 폐허가 있었는데, 생김새가 지하에서 봤던 건물과 비슷했다.

    심협은 건물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여기 온 이유는 이곳의 천지영기가 사막의 다른 곳보다 진하기 때문이었다. 일원지수를 이용해 수련하더라도 주위의 천지영기가 짙으면 더 유리했다.

    신식으로 살핀 후, 폐허 깊은 곳의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대전으로 향했다.

    “여기가 좋겠군.”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 개의 금제를 대전 주위에 설치하여 간단한 동부(洞府)를 만들었다.

    “이 기혈번을 가지고 근처에서 호법을 서라.”

    “네.”

    “잠깐!”

    심협은 기혈번을 받아 들고 바로 나가려던 조비극을 부르더니 여시를 죽이고 얻은 검은색 귀도를 건넸다.

    “지하성에서 얻은 것이다. 네게는 쓸 만한 법보가 없으니 이걸 쓰도록 해라.”

    귀장이 검은색 귀도를 뽑아 들자 체내의 귀기와 공명하기 시작하더니 검은 빛을 뿜어내 하늘까지 닿았다. 엄청난 도기에 부근의 천지영기가 흔들렸다.

    “좋은 도군요! 감사합니다, 주인님!”

    귀장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