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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44화 (744/1,214)

744화. 충돌

경천 거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던 노란 빛은 목표를 잃자 하염없이 주위를 훑어보다가 다시 목표를 찾기 시작했다.

뒤의 여시들도 깜짝 놀라 황급히 주위를 찾아다녔지만, 어디서도 심협을 찾을 수 없었다.

이때 심협은 땅속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흙 속에 초록색 그림이 떠 있었는데, 미리 땅속의 연결점에 새겨놨던 법력 표식이었다. 처음 법력 표식을 남겼을 때부터 을목선둔의 진을 사용할 것까지 생각해둔 것이다.

심협은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적이 드러나고 잿빛 두봉(斗篷: 망토. 소매 없는 외투)도 부서졌으니 더는 숨을 수 없었다. 그러니 지체하지 않고 바로 이곳의 금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그는 진해주를 꺼냈다. 이 구슬은 대당 관부가 증여한 극품 법기로, 품질이 범상치 않았고, 금제의 수도 법기의 극한인 16도에 달했다. 그러나 갈수록 그의 경지가 정진하면서 진해주의 쓸모가 부족해 임랑환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물건에는 또 다른 효용이 있었는데, 지금 쓰기에 적합했다.

심협이 진해주를 결인하자 구슬에서 푸른 빛과 함께 푸른 물결이 흘러나와 빠르게 주위로 퍼졌고, 순식간에 백여 장 깊이의 땅속까지 스며들었다.

푸른 물결은 진해주 안에 담겨 있던 계수(癸水)의 정화였다.

심협의 오른손에서 푸른 빛이 환하게 번득이자 진창해의 한기가 폭발했고,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물결이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됐다.

그의 진창해는 이미 동결 법력 경지까지 도달했기에 연결점과 주위 노란색 영사가 한기에 얼어붙었다. 그러자 모든 영광이 순식간에 얼음 안에 갇히면서 더는 흐르지 못했다.

사실 지금 심협의 경지는 물결을 소환하지 않아도 얼음을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법력 소모가 클 뿐만 아니라 얼음이 충분히 견고하지 못했다.

다른 곳이었다면 지하수를 소환하여 진창해를 사용했겠지만, 이 성은 통령지술이 소용이 없을 정도의 특수한 금제로 덮여 있어 이는 불가했다.

연결점이 얼어붙자 주위 영역의 노란색 영광 흐름도 원활하지 않게 됐다. 그러자 성 안의 경천 거인도 영향을 받았는지 움직임이 어색해졌다.

* * *

어두운 궁전 안. 관 위의 초록색 불꽃이 다시 눈의 형상을 이루었고, 그 안에 심협의 모습이 나타났다.

“말도 안 돼! 이놈이 언문(偃紋)의 존재를 눈치채다니! 천기성 사람인가?”

* * *

일을 마친 심협의 몸이 초록 빛으로 번득이더니 사라졌고, 다음 표식이 있는 연결점에 나타났다. 그는 똑같이 연결점을 얼려버리고는 다시 사라졌다.

이어서 곳곳에 빛이 번쩍였고, 머지않아 다섯 곳의 연결점이 모두 얼어붙었다.

영사의 운공에 영향이 생기자 경천 거인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더니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란 영광도 확연하게 어두워졌다.

심협은 다시 을목선둔 진을 발동했고, 초록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어두운 궁전 안. 관 속의 존재는 심협이 천기성 수사라는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고, 그러면서 오히려 냉정해졌다.

관 안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복잡한 문로로 가득한 노란색 정구(晶球)가 튀어나왔다. 이 구슬은 땅으로 들어가면서 사라졌다.

그 순간, 성 전체가 굉음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고, 성안의 노란색 영사는 마치 보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격렬하게 떨리면서 다시 빛을 발했다.

얼어붙은 다섯 곳의 지면은 마치 무슨 격변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위로 솟아올랐다.

* * *

을목선둔진을 시전한 심협은 어느 광장에 나타났다.

광장에는 적지 않은 음수들이 모여서 먹구름을 쫓고 있었는데, 바로 기혈번이 변한 먹구름이었다.

먹구름은 너무도 빨랐고, 그 안쪽에서는 영광이 반짝거리면서 음수들이 뿜어낸 공격을 그대로 통과시키거나 막아냈다.

심협이 귀장을 불러들이려던 때였다. 성 전체가 갑자기 크게 흔들렸는데, 그 떨림은 경천 거인이 나타났을 때보다 더 심했다.

신식을 펼칠 수 없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좋지 않은 일이 확실했기에 심협은 곧장 전음으로 귀장을 불렀다.

먼 곳의 먹구름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음수들을 뿌리치고는 심협을 향해 날아왔다.

“크아아아!”

음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뒤쫓으며 온갖 공격을 퍼부었다.

심협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소매를 뿌리쳤다. 그러자 순양검이 쏜살같이 음수들 머리 위로 날아가더니 검광을 번득였다. 뒤이어 수백 개의 날카로운 붉은색 검사가 뿜어져 나와 단숨에 음수들을 전부 뒤덮었다.

순양검은 본래 음수들과 상극이었기에 수십 마리의 음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몸이 뚫리고 벌집이 되어 목숨을 잃었다.

앞에서 날아가던 먹구름이 갑자기 멈추더니 휘릭 하고 펼쳐져 귀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조비극은 곧장 뒤로 돌아 입을 벌렸다. 그러자 흑홍색의 흉포한 빛이 쏜살같이 날아가 음수들의 시체를 휘감았고, 단숨에 녹여버리며 치솟은 검은 기운을 한입에 꿀꺽 삼켰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어서 건곤대로 들어가!”

심협은 귀장의 이 신통을 처음 봤기에 내심 놀랐지만, 지금은 매우 급박한 상황인 만큼 곧장 조비극을 건곤대로 빨아들였다.

먹구름도 다시 기혈번으로 변하여 그의 수중으로 돌아왔다.

“주인님, 드디어 오셨군요.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했을 겁니다.”

귀장은 건곤대 안에서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심협은 처음 숨을 때 전음으로 귀장에게 음수들을 유인하며 도망치고, 가능하면 부동래를 찾으라고 명했다. 이에 귀장은 음수들의 추격에 시달렸다. 만약 경지가 낮았거나 기혈번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즉 죽었을 것이다.

허나 전화위복이라던가? 그는 그 와중에도 새로운 신통을 깨달았기에 그 수고가 마냥 헛된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심협은 길게 말할 틈도 없이 을목선둔 진을 이용하여 다시 사라졌다.

이때, 다섯 곳의 얼어붙은 땅 부근마다 다섯 개의 거대한 돌기둥이 솟아오르더니 빠르게 변화하면서 머리와 손발이 자라났다.

몇 호흡 만에 다섯 개의 돌기둥은 갑옷을 입은 거대한 다섯 장수가 되었다. 성 가운데에 있는 경천 거인만큼은 아니었지만 기세는 뒤처지지 않았다.

다섯 장수가 작은 산만 한 주먹을 들어 올려 얼어붙은 땅에 일격을 날렸다.

콰쾅!

산과 바다를 뒤집을 만한 괴력이 얼어붙은 땅에 전해지자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심협의 법력이 유지되지 않아 위능이 대폭 줄어든 땅속의 얼음은 이 일격에 사분오열되었다.

땅속의 노란 빛이 다시 발동하자 멈췄던 경천 거인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란색 영광도 밝아졌고, 두 개의 커다란 황망은 성 곳곳을 비추며 표적을 찾기 시작했다.

심협은 위치가 발각될 위기임에도 푸르게 번득이는 눈으로 성의 꼭대기를 바라봤다.

그곳도 수많은 황색 영문이 빼곡했는데, 다른 곳보다는 훨씬 어두웠다.

성의 변화를 관찰할 때 이곳의 금제가 가장 약할 것이라 추측했는데, 지금 보니 그 추측이 맞는 듯했다.

굉음과 함께 경천 거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심협은 연결점을 얼린 얼음이 부서졌음을 눈치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심협이 법결을 결인하자 몸에서 금빛이 폭증했고, 순식간에 백 배 이상 환하게 빛나면서 백 장 크기의 금색 거인으로 변했다. 온몸에 찬란한 금빛을 두르고 있었고, 각기 다섯 마리의 금빛 용과 코끼리가 주위를 맴돌았다. 용의 포효와 코끼리의 울음이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은 마치 천계의 전신(戰神) 같았다.

손에서 금빛이 반짝이자 거대한 현황일기곤이 나타났다. 이 거대한 곤봉은 엄청난 소리와 함께 영광이 어두운 부분을 때렸다.

성의 꼭대기에서 눈부신 황망이 나타나 막아내려 했지만, 거대한 곤봉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산산 조각나 버렸다.

굉음과 함께 성 꼭대기에는 10여 장 크기의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다만 그 구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수많은 노란색 영사가 가득했다.

심협은 이미 예상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고, 다섯 마리 금룡과 금상이 휘감은 곤봉으로 다시 구멍을 내리쳤다. 이곳을 부수고 강제로 통로를 내서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허허! 황정경은 역시 방촌산의 전교보전답군. 역시 대단해!”

어두운 대전의 관 속. 칭찬과 차가운 웃음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관에서 빛나던 황망이 사라졌다.

천장 구멍에서 황망이 비치더니 황색 구슬이 나타났고, 구슬이 눈부신 황망으로 번득이자 성 곳곳에서 영문이 노란빛을 뿜어내며 모여들었다.

꼭대기의 흙에서 황사 영문이 강하게 번득이더니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수많은 흙이 구멍을 메웠고, 동굴 꼭대기는 순식간에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모여든 노란 빛은 산 모양의 두꺼운 광막으로 변하여 난공불락의 위엄을 자랑했다.

동굴 꼭대기의 연속된 변화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노란색 광막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현황일기곤이 다시 공격해왔다.

한데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 현황일기곤은 광막 3촌 앞에서 갑자기 멈췄다. 이어서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심협의 오른손이 광막을 눌렀다.

심협은 씩 웃고는 푸른 빛을 강하게 뿜어내 진창해를 전력으로 발동했다.

엄청난 한기가 폭발하자 동굴 꼭대기 반경 수백 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푸른 얼음이 되었다. 노란색 구슬이나 모여든 노란색 영문 모두 그 안에서 얼어붙었다.

“이럴 수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두운 대전의 관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펑!

폭발음과 함께 두꺼운 관 뚜껑이 몇 장 높이까지 날아갔다가 땅에 떨어졌다.

그 안에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온몸에 검은 기운이 감돌아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체구가 크고 열 손가락은 도처럼 날카로워 어떤 괴물인지 알 수 없었다.

커다란 몸에서 황망이 빛나더니 순식간에 땅속으로 들어갔다.

그 무렵, 심협은 오른손을 거두었는데,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무리해서 술법을 시전하느라 얼마 남아 있지 않았던 법력을 또다시 크게 소모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을목선둔 진을 발동해 초록 빛과 함께 사라졌다가 성의 다른 쪽에 나타나 동굴 꼭대기를 살폈다.

그곳의 석벽도 영광이 어두웠다. 게다가 관 속에 있던 자가 노란색 영사 금제의 힘을 그곳으로 집중했기에 이곳에는 영광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심협은 앞서 영사의 약한 부분을 살피던 중 세 군데를 찾아냈다. 그중 첫 번째 발견한 곳을 공격하여 배후에 있는 자가 그곳의 방비에 집중하게 했고, 실제로 노린 곳은 다른 두 곳이었다.

심협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양손으로 기이한 법결을 맺어 현양화마 신통을 발동했다.

그의 단전에서 갑자기 검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빠르게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금빛과 서로 맞물리자 마치 두 개의 색이 다른 태양이 서로 만나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고, 심협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몸이 순식간에 커졌고, 왼쪽 몸은 칠흑처럼 까매졌으며, 오른쪽은 금빛으로 빛났다. 왼쪽 이마에는 마족의 뿔, 오른쪽에 금색 용뿔이 자라났다. 눈동자 또한 한쪽은 선족, 한쪽은 마족 모습으로 변했다.

콰쾅!

굉음과 함께 열 배나 더 강렬한 법력 파동이 일렁이자 허공이 흔들렸다.

그가 현황일기곤을 움켜쥐자 곤봉에서 갑자기 금빛과 검은빛이 뿜어져 나와 쏜살같이 동굴 꼭대기를 향해 날아갔다.

꽈르릉!

하늘이 무너질 듯한 굉음이 들려왔고, 성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석벽은 거대한 곤봉 앞에 썩은 흙처럼 무너져 이전보다 열 배나 더 큰 구멍이 생겨났다.

심협이 양손으로 쥐고 살짝 흔들자 산과 바다를 뒤집을 위력이 전해진 곤봉은 계속해서 더 높이 뚫고 나아갔다.

거대한 구멍 안에는 수많은 노란색 영문이 빼곡했지만, 곤봉에 닿는 순간 바로 부서졌다. 굉음과 함께 통로가 뚫리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동굴 꼭대기는 수백 장이나 더 파였다.

한데 그때, 흙이 영광으로 번득이더니 두꺼운 노란색 광막이 허공에 나타났고, 곤봉이 광막을 두들기자 광막은 강렬하게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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