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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43화 (743/1,214)
  • 743화. 포위망

    반으로 갈라진 여시의 몸은 좌우로 떨어졌고, 검은 귀도도 멀리 날아가 근처의 건물에 반쯤 박혔다. 이 귀도는 충격으로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반으로 갈라진 여시는 죽지 않고 노란 빛으로 번득이면서 날아갔다. 허공에서 다시 합쳐지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꽈르릉!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하늘에서 두 개의 금색 뇌전이 시체 위로 떨어졌다.

    금색 뇌광이 눈부신 빛과 함께 폭발하자 두 구의 시체는 가루가 되었다.

    심지어 가루들마저 살아 있는 것처럼 다시 모이려고 애썼다. 그러나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심협이 양손을 휘두르자 또다시 천둥소리와 함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수많은 뇌전이 순식간에 두 장의 금색 그물로 변했다. 이 그물은 각각 양쪽의 가루를 향해 날아가 감싸더니 빠르게 줄어들었다.

    수많은 번개가 튀면서 가루들을 공격하자 파지직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번개의 공격에 가루 안에서 검은 연기와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심협이 다시 두 손을 허공에 내밀자 두 개의 순양화염이 날아가 금색 번개 그물 안으로 들어갔다.

    뇌전과 화염의 조화는 위능을 순식간에 증폭시켰고, 시체의 가루는 푸른 연기를 내며 완전히 사라졌다.

    이 연이은 변화는 복잡해 보여도 단 몇 호흡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심협은 손을 휘둘러 순양검을 집어넣은 뒤 부근의 무너진 건물을 둘러보고는 회색 빛과 함께 다시 허공으로 숨어들어 자취를 감췄다.

    다음 순간, 건물에 박혀 있던 검은색 귀도 옆에서 사람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검은색 귀도와 함께 사라졌다.

    무너진 건물들 쪽에서 검은 빛과 함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 그림자는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심협은 몸을 숨긴 뒤 곧장 앞으로 날아가며 유명귀안으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방금 여시가 정확하게 그를 찾아냈다는 것은 자신이 어떤 수단에 걸렸다는 의미일 터.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금세 발각될 것이다.

    유명귀안을 극한으로 발동하자 이내 음기의 실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 때문이로군.”

    심협이 순양의 힘을 뿜어내자 음기는 얼음에 닿은 불처럼 순식간에 증발했다.

    심협은 긴장을 풀고는 다시 빠르게 날아갔다.

    * * *

    어두운 대전 안. 관 주위의 설치된 아홉 개 법진 중에서 하나가 갑자기 번득이더니 법진이 있는 땅이 갈라지면서 모든 빛이 사라졌다.

    “음! 희육(姬六)이 당했단 말인가!”

    관에서 놀란 듯 또는 분노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초록색 불꽃이 격렬하게 파동을 일으켰다. 그러자 강력한 힘이 안에서부터 폭발했다.

    어두운 대전이 강하게 흔들리면서 먼지들이 떨어져 내렸다.

    아홉 명의 여시는 보통의 연시가 아니라 관 속의 존재가 심혈을 기울여 각지에서 모아온, 타고난 순음지체(純陰之體)였다. 여기에 다시 헌제비법으로 백 년을 양성하여 간신히 지살시왕(地殺尸王)의 경지까지 올려놓은 것이었다.

    아홉 여시는 하나하나가 실력이 막강했고, 아홉 명의 협공하면 절세의 신통을 발휘할 수 있다. 관 속의 존재가 어떤 대업을 위해 특별히 키운 특별한 패(牌)였는데, 대업이 끝나기도 전에 하나가 죽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내가 아무래도 그놈을 얕본 모양이구나! 모두 준비하라! 인형성의 경천(擎天)의 무기를 발동할 것이다. 전력을 다해 그놈을 죽여라!”

    관 속의 목소리는 평정심을 되찾았지만, 목소리에는 짙은 살의가 담겨 있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관 속에서 눈부신 황망이 떠오르더니 빠르게 땅속으로 들어갔다.

    성에서 하늘을 뚫고 황망이 피어오르더니 바닥 중앙의 벽돌과 돌이 빠르게 꿈틀거렸다. 그리고 몇 호흡 만에 천장에 닿을 정도의 거인이 만들어졌다.

    성 한쪽 구석에 머물고 있던 심협은 갑자기 나타난 경천(擎天)의 거인의 모습에도 놀라지 않고 눈에서 푸른 빛을 강하게 뿜으며 주위를 경계했다.

    경천 거인의 출현으로 노란색 영사는 급격하게 변하여 이전에 건물이 변할 때보다 열 배는 강렬해졌다.

    이를 살피며 심협은 머릿속으로는 빠르게 모든 것을 분석했다.

    비록 이곳의 변화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지만, 꿈속에서 천존급까지 도달했던 그는 법력 운공에 대한 깨달음이 매우 깊었다. 노란색 영사 안의 어지러운 법력 변화는 다른 사람에게는 무질서해 보일지 몰라도 그의 눈에는 달랐다.

    그는 이제 이 성의 변화 규칙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

    그때, 성안에서 둔광이 치솟아 허공에 나타났다. 남은 여덟 개의 여시였다.

    경천 거인이 만들어지자마자 커다란 눈에서 두 개의 노란 빛이 뿜어져 나와 주위를 빠짐 없이 훑었다.

    거인의 머리가 반 바퀴 돌았을 때, 시선이 갑자기 어디선가 멈췄다. 뿜어져 나오던 노란 빛도 그곳에 고정되었다.

    그곳에서 희미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바로 심협이었다.

    다만 심협은 발각됐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눈은 여전히 주위를 살폈고, 양손을 빠르게 움직였는데, 마치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했다.

    가장 가까이 있던, 푸른색의 괴검(怪劍)을 든 여시는 곧장 심협에게로 돌진했다. 그 검은 검날이 납작한 것이 아니라 고드름 같은 모습이었다.

    괴검이 허공을 베자 거대한 푸른 빛이 허공에 나타났고, 유성처럼 심협을 향해 떨어졌다.

    심협은 비록 노란색 영사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두 발에서 달빛이 번득이더니 순식간에 10여 장 밖까지 물러나 푸른 빛의 일격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눈은 여전히 주위를 살폈다.

    검을 든 여시는 공격이 빗나가자 다른 손으로 빠르게 각종 수인을 맺었다. 푸른 법결이 손에서 뿜어져 나갔고, 모조리 푸른 빛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푸른 빛이 갑자기 갈라지면서 눈 깜짝할 사이 1척 크기의 푸른색 얼음 바늘들로 변했다. 수많은 얼음 바늘이 떠 있는 모습은 실로 섬뜩했다.

    “가라!”

    여시가 심협을 향해 괴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에 가득하던 얼음 바늘이 화살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오는 얼음 바늘들은 피할 틈이 없어 보였다.

    심협은 몸에서 금빛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각각 다섯 마리의 용과 코끼리 허상이 주위에 나타나 그의 몸을 둘러싸면서 두꺼운 금빛 광막을 이루었다.

    수많은 얼음 바늘이 날아와 찔렀으나, 그의 황정경 본명원기로 만들어진 금색 광막은 매우 단단해 전혀 뚫리지 않았다.

    “얼음 봉인!”

    검을 든 여시가 법결을 다시 바꾸자 괴검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푸른색의 얼음 바늘이 갑자기 한기를 발하더니 순식간에 백 장 높이의 빙산이 되어 심협을 얼렸다.

    심협은 빙산에 갇혔지만,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그저 오른손을 들어 손끝에서 푸른 빛을 쏘아 보낼 뿐이었다.

    빙산보다 차가운 극한의 기운, 진창해 신통은 빙산의 한기를 순식간에 흡수했다. 그러자 거대한 빙산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여시는 경악했다.

    그때, 심협의 눈이 푸르게 번득였고, 그는 결인했던 손을 풀었다.

    “그래, 그거야! 알았다! 하하하!”

    그는 갑자기 껄껄 웃더니 드디어 시선을 거두며 손을 휘둘렀다.

    10여 장 밖, 여시 앞의 허공이 갑자기 번쩍이더니 금색 손바닥이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깜짝 놀란 여시는 푸른 검광을 뿜어내며 괴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챙!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금색 손은 부서졌으나, 여시 또한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

    그 무렵, 주위에 있던 다른 여시들이 번개처럼 날아와 심협을 포위했다.

    이를 본 심협은 혀를 차더니 곧장 붉은 검광을 번득이며 검홍이 되어 멀리 달아났다.

    이미 행적이 드러났으니 이제 숨을 필요가 없었기에 그는 모든 법력을 운공하여 도망치려 했다.

    여시들은 강했지만 둔술로는 심협의 상대가 아니었기에 그는 연속으로 두 여시의 저지를 따돌리고 포위망을 벗어나려 했다.

    한데 그때, 왼쪽 앞의 키가 큰 여시가 갑자기 눈부신 불꽃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화운(火雲)으로 변하더니 단숨에 심협의 앞을 가로막았다. 화운에서 10여 개의 불꽃 촉수가 쏜살같이 뻗어 나와 내리치자 엄청난 열기가 몰아닥쳤다.

    “어딜!”

    심협은 비웃으며 손에서 푸른 빛을 쏘아보냈다.

    진창해의 한기가 용솟음치면서 폭발했고, 거대한 푸른 빛의 파도가 되어 몰아쳤다.

    10여 개의 불꽃 촉수는 푸른 빛의 파도에 충돌하자 마치 상극을 만난 것처럼 순식간에 무너졌고, 뒤에 있던 화운도 빛의 파도에 휩쓸리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키 큰 여시의 모습이 드러났다.

    여시의 몸은 푸른 얼음 속에 갇혀 있었으나, 두 개의 거대한 금색 원통을 들어 심협을 조준했다.

    심협은 일격에 여시를 제압하고 머리 위로 도망치려다가 갑작스런 상황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경지가 깊어지면서 직감이 발달한 그는 순식간에 잔상이 되어 옆으로 피하는 동시에 손에서 푸른 빛을 쏘아 보냈다.

    쩌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은 급격하게 두꺼운 얼음으로 변했고, 순식간에 높이 8장의 푸른 빙산이 되어 앞을 가로막았다.

    빙산이 나타난 순간, 키 큰 여시의 손에서 금색 원통이 찰칵 소리를 냈고, 그 위의 정석에서 갑자기 눈부신 붉은 빛이 번득이면서 하늘을 찌르는 영압이 폭발하여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졌다.

    이때 원통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빛의 기둥이 순식간에 20여 장을 지나 번개처럼 빙산에 떨어졌다.

    눈부신 하얀 빛이 번쩍이며 빙산을 뒤덮자 거대한 빙산은 물론이고 그 뒤로 수십 장 거리에 있던 것들은 바위건 무엇이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얀 빛도 빠르게 사라졌는데, 이제 지면에는 백 장 크기의 거대한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그 구멍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었고, 가장자리가 온통 새까맣게 그을려 있어 실로 무시무시했다.

    그 구멍 근처에서 언뜻 사람 모습이 드러났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사람은 심협이었는데, 왼쪽 몸은 피범벅이었고 뼈가 드러날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안색은 무척 좋지 않았다.

    방금 그는 전력을 다해 피했음에도 하얀 빛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만약 황정경이 제5층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면 정말로 위험했을 것이다.

    그가 걸치고 있던 잿빛 두건도 망가져서 다시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무서운 공격이로군. 여파일 뿐인데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만약 정면으로 맞았다면 살아남지 못했겠어.”

    심협은 망가진 두건을 거두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무척 놀랐지만, 지금은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그는 곧장 청과 백의 두 단약을 꺼내 먹었다. 그러자 왼쪽 몸의 상처에서 갑자기 청백색 빛이 번득이더니 서로 엉키면서 그을린 몸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 하얀 단약은 천청지백(天靑地白)으로, 무만아가 헤어질 때 줬던 치료 단약이다. 유연단에는 미치지 못해도 크게 손색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심협은 다시 침착함을 되찾고는 순양검을 발동해 인검합일(人劍合一)이 되어 순식간에 키 큰 여자를 지나 유성처럼 달아났다.

    그가 움직이자 성 안의 경천 거인도 머리를 움직였는데, 두 개의 커다란 노란빛이 시종일관 거인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키 큰 여시는 좀 전의 일격에 소모가 컸는지 심협이 도망치는 동안에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서 쫓아!”

    키 큰 여시가 외치고는 다시 불구름 신통을 시전하여 뒤를 쫓았고, 다른 여시들도 두말없이 뒤를 따랐다.

    키 큰 여시가 방금 발동한 경천의 일격은 원기 소모가 컸기에 화운의 속도는 이전보다 3할이나 늦었고, 다른 여시들은 비둔에 능숙하지 않았던 터라 심협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경천 거인이 있으니 심협이 도망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한데 그때, 심협의 몸에서 갑자기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 정도의 눈부신 초록 빛이 번득였다. 마치 작은 녹색 태양 같았다.

    이어서 심협 몸 주위에 초록 빛이 뭉쳐지면서 몇 장 크기의 빛 덩어리로 변했고, 그 안에서 수많은 초록색 부문이 흘러나와 작은 법진을 이루었다. 바로 을목선둔의 진이었다.

    키 큰 여시는 심협이 진법을 만드는 틈에 진원을 강제로 끌어올렸고, 화운이 더 커지자 속도도 빨라져 눈 깜짝할 사이 10장 거리까지 따라왔다.

    화운에서 쏘아져 나간 두 개의 붉은 정광이 심협의 양쪽으로 날아가더니 강하게 엇갈리며 베었다!

    그러나 심협의 몸이 초록빛으로 번득이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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