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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24화 (724/1,214)
  • 724화. 절체절명

    무만아와 귀장 두 사람도 서둘러 단약을 먹고 소모한 원기를 회복했다.

    하지만 그들이 회복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먼 하늘에서 먹구름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빠르게 다가왔다. 구름에는 각종 요물이 가득했는데, 구두충의 수하들이었다.

    선두에는 요염한 젊은 부인, 만성공주가 있었고, 그녀 옆에는 연산과 귀장이 있었다. 전에 입은 상처는 모두 나은 듯했다.

    무만아와 귀장은 이들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잠시 어쩔 줄을 몰랐다. 평소라면 이렇게 많은 요병과 몇 명의 대승기 존재를 발견했다면 무만아와 귀장은 바로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백룡이 구두충과 싸우고 있었다.

    비록 두 명의 진선 후기 대능의 싸움에 대승기 수사가 끼어들 수야 없지만, 만약 저 많은 요병이 협공술을 알고 있다면 소백룡에게 불리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무만아와 귀장은 도망칠 수도 없었다.

    “무 도우, 이제 어떡합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들이 오열 선배를 공격 못 하게 해야 해요. 심 오라버니가 없으니 우리가 막는 수밖에 없어요!”

    무만아는 서둘러 소매에 연연을 넣었는데, 어디로 들어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몸에서 초록 빛이 반짝였고, 다음 순간 땅속으로 들어가 종적을 감췄다.

    귀장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똑같이 땅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콰쾅!

    그때 갑자기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커다란 노란빛과 함께 먼지를 뒤집어쓴 무만아가 튀어 나왔다. 그녀의 옷은 곳곳이 찢겨 있었고, 얼굴에는 상처가 많아 무척 낭패한 모습이었다.

    “무 도우!”

    귀장이 깜짝 놀라 손을 휘둘러 검은 빛으로 그녀를 받고는 흉흉한 눈빛으로 입을 벌려서 땅속을 향해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수많은 검은색 음파가 땅속으로 떨어졌다.

    반경 수십 장의 땅이 강하게 떨리면서 균열이 생겨났고, 수많은 먼지가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아마 귀장의 귀호 신통에 당한 땅속의 적이 쫓아오지 못하고 도망친 듯했다.

    “무 도우, 어떻게 된 겁니까? 도대체 누가 공격한 겁니까?”

    그는 신식으로 땅속을 살펴봤지만, 이상한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나도 못 봤어요. 그냥 갑자기 내 옆에 나타나더니 공격하더군요. 그래도 몸을 지켜주는 이보가 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중상을 입었을 거예요.”

    무만아는 안색이 창백했고, 체내의 법력이 흐트러져 한동안 법력을 모을 수 없을 듯했다.

    이렇게 지체되는 동안 먼 곳에 있던 만성공주 일행이 근처까지 다가왔다.

    “적은 숨어 있고 우리는 노출되었으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우선 피하시죠.”

    귀장의 말대로 그들은 일단 피하려 했다.

    한데 그 순간, 뒤쪽에서 파동이 일더니 희미한 잿빛 그림자가 나타나 노란색 파문으로 귀장과 무만아를 공격했다.

    귀장은 미리 준비하기라도 한 듯 몸에서 4장 높이의 검은 빛을 뿜어내 자신과 무만아를 뒤덮었다. 두 사람은 검은 빛에 둘러싸인 채 뒤로 물러났다.

    검은 빛에 닿은 노란색 파문은 마치 늪에 빠진 듯 사라졌고, 아무런 위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잿빛 그림자는 일순 당황했다.

    허나 사실 귀장은 귀도의 허화(虛化) 신통으로 위력을 줄였음에도 온몸이 수많은 바위에 두들겨 맞은 것 같았고, 성한 곳이 없었다. 음력도 절반이나 줄어든 상태였다.

    반면 무만아는 귀장의 보호 덕에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그때, 만성공주 등이 다가와 인정사정없이 각종 법보로 빗발치듯 검은 빛에 둘러싸인 귀장과 무만아를 공격했다.

    “부인, 속임수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멍하니 서 있던 잿빛 그림자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주의를 주었다.

    허나 이미 늦었다. 땅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수많은 초록색 나무와 덩굴이 벌떼처럼 튀어나와 순식간에 울창한 숲이 되어 만성공주 등의 법보를 휘감았다.

    깜짝 놀란 이들이 벗어나려 했으나, 손 쓸 틈도 없이 귀장이 번개처럼 몸을 돌렸다. 그러자 검은 빛이 몇 배나 더 짙어졌고, 그 안에서 귀신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와 만성공주 등의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경지가 낮은 요물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귀신 울음소리에 손과 발이 저절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섭혼마음 영역 안에 있던 잿빛 그림자도 놀라서 황급히 사라졌다.

    “형극무!”

    무만아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양손을 결인하자 요물들의 몸을 감고 있던 덩굴이 갑자기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더니 더욱 거세게 휘감았다.

    핏빛과 함께 경지가 비교적 낮은 수십 마리의 요물은 산산조각 나서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고, 다른 요물들도 상처가 가볍지 않았다. 만성공주와 연산, 귀장처럼 경지가 높은 요물들만 제때 몸을 보호한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만성공주 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일제히 포효하며 강력한 법보의 힘을 퍼뜨렸다. 굉음과 함께 울창한 숲의 덩굴은 시들어버린 듯 무너졌다.

    무만아는 혀를 차며 탄식했다. 은행나무 신수의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시전한 낙엽소소의 위력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녀는 신식을 펼쳐 그 이상한 잿빛 그림자의 기습에 대비하며 초록 빛이 되어 멀리 날아갔고, 귀장도 검은 빛이 되어 함께 도망쳤다. 그의 몸에서는 귀기가 끊임없이 솟구쳐 파문을 일으켰는데, 귀도 중 모종의 탐색 수단 같았다.

    “도망 못 간다!”

    수가 월등히 많은 요물들은 예상하지 못한 피해에 화를 내며 무만아와 귀장을 추격했다.

    만성공주 등 소수의 요물만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쫓지 않으려 했으나, 다른 요물 무리가 일제히 추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쫓아가야 했다. 대신 이들은 각종 법보로 두 사람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무만아와 귀장은 요물들이 쫓아오자 오히려 내심 기뻐하며 전력을 다해 도망가면서도 날아오는 법보의 공격들을 피해냈다.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 피했지만, 뒤쫓아 오는 요물의 수가 너무 많았고, 심지어 개중에는 만성공주나 연산 같은 대승기 존재도 있었기에 적잖은 부상을 당했다.

    만성공주가 푸른색 대번(大幡)을 꺼내 결인하자 깃발에서 푸른 빛이 뿜어지더니 수많은 푸른 구름과 안개가 엄청난 속도로 쏟아져 나와 두 사람을 쫓아갔다.

    수속성 법보인 이 대번은 주위 허공의 수증기를 왕성하게 할 수 있었다.

    “피해요!”

    빠르게 추격해오는 푸른 안개를 본 무만아가 외친 순간, 귀장과 그녀는 서둘러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허나 그때, 두 사람 앞에 잿빛이 반짝이더니 잿빛 그림자가 다시 귀신처럼 나타나 노란색 파문으로 두 사람을 공격했다.

    무방비였던 두 사람은 미처 피하지 못했고, 마치 낙엽처럼 힘없이 뒤로 떨어졌다.

    이를 본 만성공주는 눈을 번득이며 양손을 결인하여 안개의 속도를 더 높였고, 순식간에 무만아와 귀장을 뒤덮었다.

    무만아와 귀장은 마치 심해에 빠진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다. 귀물인 귀장조차 팔을 들어올리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들을 쫓아오던 요물들은 환호하며 각종 법보로 빗발치듯이 공격했고, 잿빛 그림자도 기세를 몰아 소매에서 하얀 빛을 쏴서 무만아의 목을 휘감으려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때였다.

    푸른 안개 옆 허공에서 파문과 함께 손이 튀어나와 안개를 짓눌렀다.

    손바닥이 푸른 빛으로 번득이더니 극한의 기운이 갑자기 폭발하여 순식간에 반경 100여 장을 휘감았다.

    푸른 안개와 구름은 중후한 물의 영력으로 만들어진 신통이었기에 순식간에 거대한 얼음 결정으로 변해 근처에 있던 만성공주와 10여 마리의 요물들을 순식간에 얼음에 가두었다.

    너무나 강력한 극한의 기운에 허공마저 얼어붙자 푸른 안개 너머에 있던 요물들마저 얼음 동상이 되었고, 그나마 거리가 멀거나 제때 법보로 막은 자들만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귀장과 무만아 옆에 나타난 잿빛의 그림자도 피하지 못하고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 동상이 되면서 본체가 드러났는데, 잿빛 여우 요물이었다.

    한데 술법을 가히 신의 경지로 제어한 것인지, 지척에 있던 귀장과 무만아는 얼음의 가장 중심에 있었음에도 두 사람 반경 반 척 정도만은 얼지 않았다.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요물들은 겁에 질려 멀리 도망쳤다.

    허공에 파문이 일면서 심협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 오라버니!”

    “주인님!”

    무만아와 조비극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외쳤고, 만성공주와 연산, 귀장 등은 겁에 질려 전력으로 요력을 운공하여 얼음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한기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여 요력마저 얼어붙어버렸다.

    “어떻게 된 거지?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저렇게 강해진거지?”

    연산과 귀장은 아무리 요력을 운공해도 전혀 소용이 없자 적잖이 놀랐다. 지난번 맞붙었을 때에 분명 심협은 이 정도로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허나 이 두 요물이 몰랐던 사실이 있으니, 그때 심협은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

    심협은 만성공주 등을 내버려둔 채 잿빛 여우 요물을 흥미롭다는 듯 살폈다.

    지척에서도 이 여우 요물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는 어떤 신기한 공법이 아니라 법보의 위력이었다.

    여우 요물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몸에서 잿빛을 발하며 전력을 다해 주위의 얼음에서 벗어나려 했다.

    “오, 아직도 요력을 운공할 수 있다니. 범상치 않구나.”

    심협은 감탄하더니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두 줄기의 푸른 빛이 무만아와 조비극의 몸을 휘감고는 얼음 안에서 끌어냈다.

    이어서 다른 손을 튕기자 불꽃이 얼음으로 파고들어 순식간에 잿빛 여우 요물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여우 요물은 피하려 했지만 얼음에 갇힌 터라 움직일 수 없었고, 결국 불꽃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걸 지켜봐야 했다. 녀석의 몸이 떨리더니 눈이 붉게 빛났다가 순식간에 치직 하는 소리와 함께 텅 비어버렸고, 기운도 완전히 사라졌다.

    잿빛 여우 요물 주위의 얼음이 깨지는 동시에 시체가 떨어졌고, 심협은 푸른 빛줄기를 뿜어내 시체를 받았다.

    요물은 손에 작은 노란색 북을 들고 잿빛 두건을 쓰고 있었다. 두 보물에서는 강력한 영력이 뿜어져 나왔다. 특히 잿빛 두건은 요력의 발동이 없음에도 여전히 물결 같은 영광을 반짝이는 것이 매우 신비로웠다.

    심협은 씩 웃으며 두 보물과 여우 요물의 저물법기를 소매로 챙겨넣었다.

    “저건 홍련업화!”

    한편, 요물들은 신혼을 태우는 강력한 천화를 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안색이 변했으나, 얼음에 갇혀 있었기에 도망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죽을 각오를 했다는 의미겠지? 원하는 대로 해주마!”

    심협은 만성공주 등을 향해 싸늘하게 내뱉고는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수십 점의 홍련업화가 옴짝달싹 못 하는 만성공주 등을 향해 화살처럼 쏟아졌다.

    “멈춰라!”

    분노의 포효와 함께 그 소리보다도 먼저 핏빛 번개가 얼음을 향해 떨어졌다.

    그 강력한 핏빛의 번개가 거대한 얼음을 부수자 무사히 빠져나온 만성공주 등은 바로 뒤로 물러났다.

    이어서 격전을 벌이던 혈운과 금빛이 물러나면서 소백룡과 구두충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소백룡은 반인반룡(半人半龍)의 모습이었고, 발아래에는 금색 연대(蓮臺)가 있었으며, 몸 뒤로는 백 장 크기의 삼두육비(三頭六臂)의 법상이 서 있었다.

    이 법상은 온몸이 금빛으로 빛났는데, 세 개의 머리는 모두 험상궂었고, 곱슬곱슬한 금발에 노출한 상반신은 전설 속의 불문 금강(金剛)과 똑같았다. 여섯 개 팔은 옥병, 발우, 대검 등 법기를 들고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는데, 일격마다 경천동지하여 허공이 떨려왔다.

    구두충은 머리 아홉 개의 거대한 요물 형태였고, 각 머리마다 불꽃과 독무, 뇌전 등의 공격을 퍼부으며 소백룡에게 격렬하게 맞섰다.

    불문의 신통은 마, 독 같은 공격과 상극이었기에 구두충이 밀리는 형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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