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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20화 (720/1,214)
  • 720화. 대응법

    “그럼 이 방법을 써봅시다.”

    심협이 허리춤의 건곤대를 꺼내 결인하더니 흡입력으로 파사를 빨아들였다. 이어서 오홍이 준 공옥 옥갑 안에 건곤대를 넣었다.

    “이러면 어떻소?”

    심협이 통령 표기를 이용하여 파사에게 물었다.

    공옥 옥갑은 안팎의 모든 기운을 차단하여 신식으로도 탐지할 수 없기에 통령 표기도 중간마다 끊겼다.

    “이 정도면 됐어요! 이 옥갑은 무슨 보물인가요? 안팎의 기운을 이 정도까지 차단할 수 있다니!”

    파사가 기뻐하며 말했다.

    “공옥 옥갑이라는 것이오.”

    심협은 공옥 옥갑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 뒤, 은행나무 영과까지 넣은 옥갑을 품에 넣었다.

    이어서 그는 서둘러 무만아와 소백룡이 있는 밀실로 다가가 신식으로 파사가 해준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 전해 은행나무의 영과 기운을 숨기도록 했다.

    “구두충이면 분명 그러고도 남겠지. 심 소우, 안심하시오. 내게 방법이 있소.”

    자신감 넘치는 소백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협도 사해 용궁에는 수많은 보물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의 공옥 옥갑도 오홍한테서 얻은 것 아닌가? 그러니 오열에게도 비슷한 물건이 있을 거라 예상한 그는 안도하며 자신의 밀실로 돌아가려다가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만아야, 오열 선배의 상처가 회복되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은행나무 영과 덕분에 많이 호전되긴 했지만 그래도 반나절은 지나야 몸 안에 있는 월혼구 살기를 전부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나절이라…….”

    심협은 혼자서 중얼거리더니 무언가 결심했는지 눈을 번득였다.

    그는 신식으로 귀장과 소통하여 동굴을 지키게 하고는 전력을 다해 양의미진진을 발동하여 내부의 기운 파동이 조금도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게 했다.

    “주인님, 왜 그러십니까?”

    귀장이 뭔가 눈치채고는 다급하게 물었다.

    “별일 아니다.”

    심협은 짧게 답하고는 몸에서 초록 빛을 발하며 한걸음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전력을 다해 을목선둔을 시전한 그는 백여 리나 떨어진 울창한 산속에서 나타났다.

    심협은 쉬지 않고 다시 을목선둔을 시전하여 계속해서 먼 곳으로 향했고, 동시에 건곤대와 은행나무 영과를 공옥 옥갑에서 꺼냈다.

    “심 도우, 왜 날 꺼낸 거죠?”

    건곤대 안의 파사가 불안한 듯 물었다.

    “별건 아니고, 일전에 그와 싸워봤는데 만족스럽지 못해서 말이오. 구두충은 수단이 많으니 둔술 방면으로도 나보다 뛰어난지 한번 알아보고 싶어서 말이오.”

    심협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예요? 구두충의 신통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요! 망할, 내가 왜 이런 인간족 수사를 믿은 거지? 죽으려면 혼자 죽으라고요!”

    파사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심협의 말이 농담이 아닌 것을 알고는 욕설을 퍼부었다.

    “걱정 마시오. 내 지켜준다 했으니 약속은 지킬 것이오.”

    심협은 화내지 않고 을목신둔을 시전하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설마 지금 시간을 끄는 건가요? 당신이 오열과 함께 왔다고 들었어요. 그때 오열이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당신은 그의 부상이 나을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거죠?”

    “알 것만 알고 모를 건 모르는 게 좋소. 그리 한가하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나 설명해주시오. 왜 그런 모습이 된 거요?”

    “흥!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얘기를 하게 만드는군요. 그때 은행나무 신수에서 벗어나 다들 각자 도망쳤어요. 내 뇌둔술(雷遁術)은 꽤 쓸 만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빨라서 멀리 도망쳤고, 안전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결국 구두충이 영과의 요력을 이용해 날 찾아냈어요. 당연히 나는 적수가 되지 못하니 월혼구에 몸이 잘리고 저물법기도 빼앗겼죠. 다행히 마지막 순간에 일족 특유의 분열(分裂) 신통으로 신혼을 분열된 몸에 담았고, 둔술로 도망친 거예요.”

    파사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심협은 그녀의 말을 자세히 곱씹은 결과 거짓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전의 질문에는 아직 답하지 않았소. 내가 있는 곳은 어찌 안 것이오?”

    “흐흠! 사실…… 내가 은행나무 신수를 지키고 있을 때 저도 몰래 영과 안에 요력 표기를 해놨어요. 그 표기를 이용하여 영과의 위치를 찾아냈죠.”

    파사가 머쓱했는지 헛기침을 하고는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

    심협은 눈을 깜빡거렸다.

    ‘파사는 오래전부터 은행나무 영과를 훔칠 생각이었던 모양이군. 한데 참 한심하네. 자신이 영과에 표기를 남길 때 구두충도 똑같은 수단을 해놓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단 말야?’

    그렇게 생각했으나 입 밖으로 낼 필요는 없었기에 심협은 화제를 돌렸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은행나무 영과의 표기로 봐서는 신기요가 딴 영과가 이미 구두충의 손에 들어갔어요. 신기요의 결말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그리고 화산종 수사들은 영과가 없으니 저도 알 수가 없어요. 다만…… 구두충의 혈운둔(血雲遁) 속도로 봐서는 아마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을 가능성이 크죠.”

    “구두충을 상대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했는데,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이오?”

    심협은 신기요와 화산종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없었기에 다시 화제를 돌렸다.

    “구두충 휘하에 백 년을 있었으니 그의 신통과 법보에 대해서는 훤히 꿰고 있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자가 가지고 있는 영과에는 그의 표기뿐만 아니라 제 것도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경지가 약해져서 지금처럼 수천 리 밖에 있으면 감지할 수 없지만, 영과가 오백 리 안까지 다가오면 바로 알아챌 수 있어요. 그러니 구두충은 우리를 기습할 수 없는 거죠.”

    파사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그렇군. 분명 유용할 거요. 영과의 위치가 느껴진다면 어떤 상황이든 바로 알려주시오.”

    심협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고, 파사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신중하게 표기의 위치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심협은 계속해서 전진했고, 일각 뒤에는 건곤대와 은행나무 영과를 공옥 옥갑에 다시 넣은 뒤 다시 방향을 틀었다.

    * * *

    심협으로부터 수천 리 떨어진 곳. 혈운이 하늘을 가르며 나아갔는데, 그 속도는 실로 놀라웠다.

    아홉 개의 은행나무 영과 중 이미 여섯 개나 찾았으니 손실을 만회한 셈이었지만, 은행나무 신수는 파사 때문에 모든 나뭇잎이 떨어지고 원기가 크게 손상된 상태였다. 구두충은 영수를 키울 수 있는 비술을 몇 가지 알고 있었지만, 은행나무 신수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방심한 틈에 그 도둑놈을 놓치다니…… 뭐, 제까짓 게 도망쳐봐야 그 심씨 성의 도둑놈에게 갔겠지. 마침 잘됐군. 한 번에 제거해주지!”

    구두충은 험악하게 중얼거리고는 소매를 휘둘러 푸른 나침반같은 법보를 꺼냈다. 나침반의 바늘이 가볍게 떨리더니 정면을 가리켰다.

    구두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침반을 거두고 둔술에 집중하려 했다. 한데 그때, 나침반 바늘이 갑자기 빙글빙글 돌았고, 한참을 돌다가 결국에는 방향을 잃고 말았다.

    “응? 어떻게 된 거지?”

    구두충은 혈운을 멈춘 뒤 양손으로 나침반을 향해 빠르게 결인했다.

    법력이 들어가자 나침반이 푸른빛으로 번득였지만, 여전히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구두충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실망하지 않고 혈홍색 구슬을 꺼냈다. 바로 혈마주(血魔珠)였다.

    그는 또 옥병을 하나 꺼냈는데, 그 안에는 푸른 빛을 띠는 선혈이 담겨 있었다. 구두충은 이 선혈을 혈마주에 떨어트리고는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했다.

    선혈이 빠르게 스며들면서 혈마주 안에 혈운이 나타나더니 이내 작은 핏빛 화살로 변했다. 그 화살은 나침반처럼 마치 어떤 방향을 가리키려는 듯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핏빛 화살도 몇 바퀴를 돌고도 멈출 줄을 몰랐는데, 역시 목표물의 방향을 감지하지 못한 듯했다.

    “영과야 그렇다 쳐도 파사는 살아 있을 텐데 기운이 완벽하게 차단됐다고?”

    구두충은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금세 냉철함을 되찾았다.

    “기운을 차단할 수 있는 보물이 있다고 내 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지 마라. 운몽택 안에 있는 한 내가 찾지 못할 존재는 없다!”

    구두충은 차갑게 중얼거리고는 주위의 혈운에서 빛을 뿜어냈다. 수십 개의 핏빛은 조금 떨리는 듯하더니 이내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 빛에는 수백 마리의 말벌처럼 생긴 작은 새 수백 마리가 어렴풋이 보였다. 새들은 1척 정도의 크기로, 몸에서는 금속 같은 빛이 반짝거렸다. 이 핏빛 벌새들은 엄청난 속도로 윙윙거리며 날아가 이내 먼 하늘로 사라졌다.

    술법을 시전한 구두충은 수천 리를 더 날아간 뒤에야 멈춰 서서 다시 수만 마리의 핏빛 벌새를 풀었다.

    이 혈문(血紋) 벌새들은 그가 비밀리에 키워온 탐색 영조로, 파사 등이 이전에 사용했던 청시조처럼 주인과 시야를 공유한다. 단, 혈문 벌새가 청시조보다 몇 배는 더 빠르고 법력 감지도 더 민감한 대신 생존 시간이 청시조보다 턱없이 짧았다. 또한, 운몽택 같은 습하고 더운 곳에서만 살 수 있어서 이곳을 나가서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혈문 벌새의 속도라면 반나절 안에 운몽택 전체에 퍼질 것이니 이 영조들이 있으면 심협이 어디에 숨든 구두충은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구두충은 혈문 벌새에게 주변을 살펴보게 한 뒤 또 앞으로 천 리 정도 날아가서 다시 영조를 풀어 더욱 빨리 퍼뜨렸다.

    그렇게 반 시진 정도가 지났을 때, 다시 한번 혈문 벌새를 풀어놓은 구두충의 옆에서 푸른 나침반이 갑자기 빛을 반짝였다. 이어서 어지럽게 돌던 바늘도 멈추더니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혈마주 안의 핏빛 화살도 똑같이 천천히 멈추더니 같은 곳을 가리켰다.

    “그놈의 기운을 가리는 보물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유지할 수 없는 건가?”

    구두충은 곧장 혈운둔을 타고 날아가는 동시에 흩어진 혈문 벌새도 그쪽으로 향하게 했다.

    구두충의 혈운둔은 속도가 빨랐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은 너무나 멀었다. 또한 상대의 속도도 느린 편이 아니었기에 구두충은 전력을 다해 날았음에도 일각이 지나도록 따라잡지 못했다.

    구두충이 소모를 따지지 않고 혈운둔의 속도를 더하려던 순간, 푸른 나침반과 혈마주의 바늘이 다시 혼란스러워지더니 상대의 위치를 잡지 못했다.

    구두충은 놀라서 그 자리에 우뚝 멈췄다.

    ‘상대의 방향을 감지할 수 없는데 바보처럼 계속해서 날아가면 오히려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그는 곰곰 생각하더니 그 자리에 멈춰서 끊임없이 혈문 벌새를 풀었다.

    잠시 후, 푸른색 나침반과 혈마주 안의 바늘이 다시 안정되더니 이번에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그런 거였나. 심협이란 놈, 일각마다 영과와 파사를 풀어서 날 가지고 논 거였군. 나를 유인해 시간을 끌 속셈인가?”

    심협과 소백룡은 한패다. 소백룡이 일부러 속임수를 쓰고 있는 거라면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흥! 소백룡이 계략을 꾸미건 말건 무슨 상관인가! 저번에는 내 상처가 다 낫지 않은 상태여서 전력을 다하지 못했지만 지금 나는 모두 완쾌했으니 저번의 수모를 갚아주마!”

    구두충은 눈에서 핏빛을 뿜어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이어서 그는 소매를 휘둘러서 혈문 벌새를 빠르게 풀었다.

    심협은 영과와 파사의 기운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으니 아무리 쫓아다녀도 소용없다. 최대한 빨리 혈문 벌새를 운몽택 전체에 퍼트리는 것이 상책이다. 심협이 그를 유인하고 있다는 것은 노림수가 있다는 뜻이고, 이는 당분간 운몽택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의미였다.

    구두충은 서둘러 모든 혈문 벌새를 풀어놓은 뒤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수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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