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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18화 (718/1,214)
  • 718화. 각자의 신통

    하늘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거대한 핏빛 새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갔다.

    이 거대한 새는 너무나 커서 활짝 핀 날개가 하늘을 뒤덮었고, 기운을 폭증시키자 인근의 천지영기가 그와 공명하면서 주변의 광막이 떨리기 시작했다.

    연산과 귀장은 다른 요병들과 함께 황급히 멀리 물러나 구두충이 변한 거대한 핏빛 새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황운 위, 건곤현금대진은 이제 절반 넘게 무너진 상태였다.

    심협은 속으로 기뻐하며 더 힘을 줘 단번에 남은 금제를 부수려다가 갑자기 안색이 돌변했다.

    “왜 그러시오? 설마 구두충이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요?”

    대장로는 심협의 표정이 변하자 다급히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심협만을 바라봤다.

    “그렇소. 구두충이 거대한 핏빛 새로 변했는데, 신통이 상당해 보입니다.”

    심협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이렇게 말했다.

    “구두충이 요체(妖體) 형태로 변했군요.”

    “요체 형태?”

    “이렇게 된 이상 숨길 것 없겠지요. 구두충은 상고 시대 귀차 일족의 후예로, 혈통이 신비하여 싸울 때 세 가지 형태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인간, 요체 그리고 본상(本相) 형태입니다. 변신할 때마다 소모가 상당히 크지만, 실력은 천지 차이로 바뀌어서 요체 형태의 구두충은 공격력이 엄청나게 폭증합니다. 서둘러 금제를 부숴야 해요! 황운금제로는 다음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겁니다!”

    대장로 등은 이 말에 이를 악물고 힘을 쏟아부었다.

    심협도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고 집중했다.

    한편, 이 무렵, 구두충은 두 날개를 펴고 허공을 날아 황운을 향해 돌진했다.

    한데 그때, 아래에 있는 은행나무 신수에서 갑자기 초록빛이 번쩍이더니 땅이 흔들리면서 수많은 덩굴이 벌떼처럼 튀어나와 눈 깜짝할 사이 지면을 울창한 숲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수많은 덩굴이 구두충의 몸을 묶었다. 이 덩굴들은 하나하나가 강철 같았고, 두께가 몇 장에서 수십 장에 이르러 요체 형태로 변한 구두충도 일순 꿈쩍할 수 없었다.

    바닥에 박혀서 힘을 모으던 불보사리도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수십 개의 거대한 나무로 만들어진 그물에 묶였다.

    연산과 귀장을 포함한 요병들은 반항조차 못하고 수많은 나무에 포위되었다.

    본래 밝았던 하늘이 고대 밀림에 빠진 것처럼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공기가 대번에 습해져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바로 신목림 절정급의 목계(木系) 신통, ‘낙엽소소’였다!

    구두충은 날개에서 혈광을 번득이더니 굉음과 함께 깃털 같은 핏빛을 폭우처럼 쏟아냈다. 하지만 거대한 나무를 향해 날아간 혈광은 절반 정도 박힌 뒤 멈춰버렸다. 게다가 거대한 덩굴은 매우 빠른 속도로 두꺼워져서 오히려 핏빛의 깃털을 삼켜버렸다.

    “이럴 수가!”

    구두충은 깜짝 놀랐다. 천령살(千翎殺)이 비록 자신의 절정 신통은 아니지만 그 위력은 매우 강했는데 나무들조차 베지 못한 것이다.

    연산과 귀장 등 요물들도 일제히 법보로 자신들을 둘러싼 거대한 나무들을 공격했지만, 몇몇 경지가 높은 자들을 제외하고는 나무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이때, 거대한 나무가 초록색으로 빛나더니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서로를 짓누르기 시작하면서 실력이 약한 요병들은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연산과 귀장도 깜짝 놀라 황급히 요족 본체로 변하여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한편, 구두충은 몸집이 커서 억누르는 힘도 제일 강했던 터라 요체의 형태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발버둥 치느라 바빴다.

    “이럴 리가 없어! 이건 무슨 신통이란 말이냐!”

    구두충은 노발대발하며 온몸에서 핏빛을 뿜어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거대한 나무에 휘감겨서 점점 묻혀갔다.

    울창한 산림은 빠르게 커져서 그 공간 전체를 완전히 덮어 버렸다.

    낙엽소소는 신목림 절정급의 목계 신통이지만, 그 위력이 역천급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무만아가 일전에 심어놓은 자심목 씨앗에서 시전된 것이라 은행나무 신수의 목(木)의 영력과 연결되면서 위력이 엄청나게 폭증한 것이다.

    심협은 이 틈에 법력을 쏟아부어 법진을 부숴갔다.

    수많은 노란 빛이 파금법진에서 쏟아져 나오더니 허공에서 법진으로 변했다.

    “가라!”

    심협이 두 손을 휘두르자 법진이 앞으로 날아가면서 빠르게 줄어들었고, 노란 빛 덩어리로 변하여 대진 광막 남은 부분을 가격했다.

    “파금일격(破禁一擊)!”

    대장로도 크게 외치며 정혈을 파금주 안에 떨어트렸다. 파금주에서 순식간에 태양과도 같은 보랏빛이 뿜어져 나가 노란 빛 덩어리에 이어 건곤현금대진을 가격했다.

    남아 있던 건곤현금대진은 강하게 흔들리더니 무너졌고, 커다란 통로가 생겨났다.

    “어서 갑시다!”

    심협이 외치며 통로를 향해 뛰어갔고, 파사와 화산종 사람들도 일제히 법력을 거두고 뒤를 따랐다.

    한데 그들 앞에 갑자기 짙은 하얀색 안개가 떠오르더니 주변 환경이 변하여 망망대해의 바다가 나타났다.

    “신기루 환상! 신기요, 어째서 환술로 우리를 가두는 것이냐?”

    파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소리쳤다.

    “모두 나 대신 여기 남아서 구두충을 막아달라고! 하하하!”

    신기요의 득의양양한 웃음은 넓은 바다에 울려 퍼졌기에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법진 공간 안, 심협 등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하얀 안개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고, 어렴풋이 대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한 무리의 파리 떼처럼 사방으로 날아다녔지만, 백무대진(白霧大陣)을 벗어날 수 없었다.

    신기요는 요사스럽게 웃었으나, 이내 의미심장한 눈으로 하얀 안개 안의 심협과 파사를 바라봤다.

    ‘저 두 놈이 구두충에게 죽게 된다면 저들이 가진 은행나무 영과는 구두충의 손에 넘어가겠지. 그건 아까운데…….’

    하지만 신기요는 신중했다. 지금 두 사람의 은행나무 영과를 노리다가는 일을 망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 그는 서둘러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기로 했다.

    한데 그 순간, 귓가에서 갑자기 백귀(百鬼)의 통곡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위기를 벗어났다는 생각에 방심하고 있던 신기요는 갑자기 들려온 귀신의 울음소리가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섭혼마음!”

    신기요의 몸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법력도 느려졌고, 손과 발 또한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움직였다. 그는 극도의 공포심에 비명을 질러댔다.

    그의 뒤편 은행나무 신수 어딘가에서 초록빛이 반짝이더니 무만아와 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자들이 어떻게 저기에 있는 거지?”

    귀장의 섭혼마음에 당한 상태라도 오감은 아직 남아 있었기에 신기요는 바로 무만아와 귀장을 발견했다.

    신기요는 매우 교활하여 남을 속이기를 좋아했기에 자신은 언제나 속임수에 대비했다. 그래서 쭉 심협과 파사, 화산종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사방을 주시했건만 저들이 어떻게 신수 안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

    신기요가 경악하고 있을 때, 무만아가 재빨리 주문을 읊고는 한 손을 발아래의 은행나무 신수에 대고 다른 손으로는 결인을 했다. 그러자 은행나무 신수에서 초록 빛이 반짝이더니 수십 개의 두꺼운 나무와 덩굴이 빠르게 자라났다.

    뱀이 동굴에서 나오는 것처럼 낙엽소소 신통의 나뭇가지 중 절반은 순식간에 신기요의 몸을 휘감았고, 나머지 절반은 심협 등을 뒤덮은 하얀 안개로 뻗어 갔다.

    콰쾅!

    굉음과 함께 백무대진은 절반이나 부서졌다.

    신기루 환상이 크게 흔들리더니 적지 않은 곳에서 파동의 영광이 떠올랐다.

    심협은 눈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며 유명귀안으로 전력을 다해 주변을 살폈고, 신식도 온전히 펼쳐 사방으로 퍼트렸다.

    ‘유명귀안은 본래 환술의 도에 능하지. 게다가 이 환상은 양의미진진과 비슷한 구석이 있구나.’

    번득이는 눈으로 사방을 살피던 그가 쏜살같이 날아가더니 현황일기곤으로 수많은 허상을 만들어내며 어딘가를 강하게 내리쳤다.

    꽈르릉!

    공간이 일격에 무너지면서 커다란 구멍이 생겨나 희뿌연 빛을 발했다.

    심협의 몸이 뒤틀리면서 귀신처럼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고, 이내 눈앞이 흐려지더니 금세 법진 공안 안으로 돌아왔다.

    한데 기뻐할 새도 없이 아래에서 굉음이 들려왔고, 공간 전체가 흔들렸다.

    아래 숲속에서 갑자기 눈부신 핏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굉음과 함께 거대한 핏빛 새가 겹겹의 커다란 나무를 뚫고 날아올랐다.

    이 새가 입을 쩍 벌리자 붉은 불꽃이 주변의 거대한 나무들에 떨어졌다. 핏빛의 불꽃은 그리 뜨겁지 않았으나, 거대한 숲에 닿자마자 난공불락 같았던 나무 덩굴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무만아는 표정이 급변하더니 빠르게 양손을 결인해 은행나무 신수 위에 올렸다. 그러자 아래 숲에서 거대한 나무들이 뱀처럼 달려들어 핏빛 새를 휘감으려 했다.

    그때, 숲이 강하게 흔들리더니 핏빛 새의 머리 여덟 개가 서로 다른 곳에서 거대한 나무의 봉인을 뚫고 튀어나왔다.

    외형이 모두 다른 새의 머리는 일제히 입을 벌려 핏빛 불꽃과 붉은 뇌전 혹은 혈홍의 독 안개를 뿜어내 거대한 숲 곳곳을 공격했다. 각각의 위력이 핏빛 불꽃과 비슷하여 위세를 자랑하던 나무들이 눈 깜짝할 사이 절반이나 무너졌다.

    “무슨 일이야?”

    심협은 무만아의 행동을 보고는 급히 물었다.

    “큰일이에요. 구두충의 머리들이 낙엽소소에서 벗어났어요!”

    무만아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필요한 건 모두 챙겼으니 더는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어서 가자!”

    심협이 다급하게 손짓하자 무만아와 귀장은 급히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들이 심협의 옆에 도착하기 전에 신기요를 묶고 있던 나무 덩어리에서 갑자기 하얀 빛이 새어 나오더니 폭발했다.

    신기요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무만아와 귀장을 붙잡으려 했다.

    허공에서 검은 기운이 흐르는 거대한 귀물의 손이 나타나 허공을 뒤덮으며 무만아와 귀장을 향해 떨어졌고, 두 사람은 압박감에 꿈쩍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몸이 짓눌리려는 순간, 금청색 영광이 번득이면서 번개와 광풍이 일었다. 동시에 무만아와 귀장의 상공에 나타난 심협이 현황일기곤을 휘둘렀다.

    퍼펑!

    수많은 금색 곤봉의 허상이 귀물의 손과 충돌하면서 굉음이 울렸고, 허공마저 흔들렸다. 금색 곤봉 허상은 절반이 무너졌지만, 귀물의 손도 튕겨나갔다.

    신기요는 신음하며 눈빛을 번득였지만, 더는 공격하지 않았다.

    현재 심협의 두 팔에는 금색 뇌전과 푸른 바람이 흐르고 있었고, 풍뢰쌍익을 시전한 그의 모습은 인간도 요족도 아닌 듯해 실로 놀라웠다.

    겨우 살아나 서둘러 심협에게로 다가온 무만아와 귀장은 그 모습에 놀라 뭔가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그들은 건곤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심협은 건곤대를 허리춤에 걸고는 몸을 돌려 아까 부순 법진의 통로로 몸을 날렸다.

    이때, 환무대진이 갑자기 크게 흔들리더니 폭발음과 함께 파사와 화산종 사람들이 나타났다.

    거의 동시에 발아래 황운이 폭발하듯 흔들리며 커다란 핏빛이 구름을 뚫었고, 뒤이어 혈홍의 새 머리가 날아올라 그 구멍을 찢기 시작했다.

    “어서 도망쳐!”

    심협은 크게 외치며 두 팔에서 풍뢰의 영광을 발했고, 쏜살같이 법진 광막 통로 안으로 날아갔다.

    그의 속도는 매우 빨랐지만, 푸른색과 하얀색의 빛이 그를 앞질렀다. 파사와 신기요였다.

    화산종 대장로는 입을 벌려 은색 장검을 뱉어냈다. 은하 같은 빛이 그와 화산종 제자들을 휘감았다. 이어서 장검이 크게 떨리더니 은색 무지개로 변하여 심협의 뒤를 따라 법진 통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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