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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17화 (717/1,214)
  • 717화. 불보사리(佛寶舍利)

    화산종은 진법의 도에 능했고 독낭자 등도 법진 대사인 만큼, 건곤현금대진을 처음 접했음에도 조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파사는 거대한 몸을 움직여 은행나무 신수에서 빠져나왔고, 몸에서 푸른 빛이 반짝이는 사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여 한 손으로 아래의 허공을 가리켰다.

    콰쾅!

    노란 구름 아래 대진의 광막 어느 한곳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노란 빛을 발했는데, 금제 광막 바깥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구두충은 그곳을 싸늘하게 노려보더니 입을 벌려 혈홍색 구슬을 뱉어냈다. 구슬은 마치 피처럼 붉게 빛났고, 역겨운 피비린내까지 풍겨서 보기만 해도 예사롭지 않은 보물이 틀림없었다.

    구두충이 결인하고는 주문을 읊자 혈홍색 구슬이 바르르 떨리더니 순식간에 백배로 커졌다. 구슬에서는 갑자기 매우 짙은 검은 마기가 솟아오르더니 본래의 혈홍색과 마치 살아 있는 물건처럼 서로 어우러져 위협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그 기세는 월혼구보다도 강력할 정도였다.

    이 무서운 혈마의 기운에 노출되자 주위의 요병들 중 경지가 약한 자는 그대로 혼절했고, 나머지 요병들도 빠르게 10여 리 밖까지 달아났다.

    “가라!”

    구두충은 요병들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두 손을 크게 흔들었다.

    거대한 핏빛 구슬이 갑자기 휙 날아가더니 건곤현금대진 위로 떨어졌다.

    꽈르릉!

    굉음과 함께 견고하던 대진의 광막이 깊이 파였고, 주위로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겨났다. 그러나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았다.

    구두충이 다시 손을 움직이자 거대한 핏빛 구슬이 광막에서 나와 10여 장 정도 물러났다.

    건곤현금대진은 자동적으로 치유가 가능했기에 거대한 핏빛이 구슬이 물러나는 순간 진법의 광막이 빛나더니 균열이 빠르게 복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구슬이 다시 엄청난 기세로 날아와 조금전과 같은 부분을 강타했다.

    꽝!

    굉음과 함께 광막은 더 깊게 파였고, 여러 곳에서 안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구두충은 다시 한번 결인했다. 거대한 구슬은 혈광과 마기를 강하게 뿜어내며 뒤로 어느 정도 물러났다가 하늘마저 부술 기세로 광막을 다시 때렸다.

    광막도 더는 버티지 못했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면서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구두충은 곧장 거대한 구슬의 뒤를 따라 대진으로 들어가 곧 연산과 귀장 옆에 나타났다.

    멀리 떨어져 있던 요병들도 서둘러 뒤를 따라서 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구두충이 법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파사 도우, 법진으로 그를 잠시 붙잡아 주시오!”

    황운금제 상공. 심협은 자심목 씨앗을 통해 구두충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파사에게 전하는 동시에 파금법진을 발동했다.

    화산종의 경지가 낮은 수사들은 심협 주위에서 법력을 파금법진 안으로 흘려보냈고, 신기요도 법진 옆에서 강력한 요기를 파금법진 안으로 흘려보내 심협을 도왔다.

    파금법진이 이전보다 몇 배나 강한 빛을 뿜어내더니 황색의 수많은 개미 같은 부문이 빼곡하게 법진 안에서 뿜어져 나와 건곤현금대진의 법진 광막을 때렸다.

    대장로는 파금주를 발동해 힘을 보탰다.

    파사 또한 전력으로 진기를 발동했고, 독낭자와 회색 머리 노인 그리고 도도한 표정의 소년이 그녀의 옆에 서서 진기 발동을 도왔다.

    황운 아래의 건곤현금대진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자 모든 법진의 광막도 함께 번득였고, 노란 구름도 빠른 속도로 커져 구두충이 부순 커다란 구멍을 순식간에 메웠다. 동시에 황운금제도 몇 호흡 만에 4, 5배로 두꺼워졌다.

    아래의 요병들은 이를 보고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구두충은 이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당황하지 않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연산과 귀장에게 요력을 불어넣었다.

    휙! 휙! 휙!

    몸에 박혀 있던 유람귀침이 모두 튕겨 날아가면서 두 요물의 몸이 자유로워졌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연산이 황급히 허리를 숙여 감사했다.

    “어떻게 된 거냐? 파사는 어디에 있지?”

    구두충이 그들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물었다.

    “저희는 며칠 동안 계속 건곤현금대진을 발동하여 은행나무 신수를 지켰습니다.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았습죠. 한데 얼마 전에 한 무리의 인간족 수사들이 무슨 수를 썼는지 대진을 부수고 침입해왔습니다. 이에 파사가 황운금제를 만들어 그자들이 영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습니다. 허나 그들 중에 진선기 수사가 있었고, 신기요 그놈이 인간족 수사와 손잡고 황운금제를 부수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파사가 쫓아갔는데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연산이 빠르고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인간족 수사와 신기요? 그놈이 감히 나와의 약조를 어겼단 말이더냐!”

    구두충이 분노를 폭발시키자 연산과 요병들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파사가 홀로 그들과 싸우고 있다면 아무래도 중과부적일 겁니다. 저희도 어서 그녀와 합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 고지식하고 파사와 사이가 좋았던 귀장이 화제를 돌렸다.

    “맞는 말이다. 바로 올라간다!”

    귀장의 말에 정신 차린 구두충은 그제야 영과가 아직 위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었다.

    황운금제 앞에 선 구두충이 양손을 결인하자 거대한 혈홍색 구슬이 다시 날아올랐다. 핏빛으로 번득이는 구슬은 기다란 꼬리를 그리며 날아가 황운을 강하게 두들겼고, 이에 구름은 깊게 파였다.

    콰쾅!

    하늘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황운이 크게 흔들리자 겹겹의 거대한 파도가 몰아쳤고, 핏빛 구슬이 두드린 곳에는 수많은 균열이 생겨나 금세 퍼져나갔다.

    그러나 황운금제는 건곤현금대진에서 파생된 신통답게 이 일격을 막아냈다.

    뜻대로 되지 않자 구두충의 눈에서 독기가 흘렀다.

    그는 빠르게 법결을 바꿨고, 거대한 구슬이 다시 한번 날아올라 이번에는 더 눈부신 핏빛을 뿜어내며 기세를 쌓아갔다.

    한편, 황운 위의 파사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고, 손에 든 진기도 강하게 떨려왔다. 독낭자와 회색 머리 노인, 도도한 표정의 소년도 덜덜 떨었고, 입가에는 피가 흘렀다.

    심협 등은 멀지 않은 곳에서 파금법진을 시전 중이었는데, 화산종 수사들과 신기요의 도움이 있음에도 여전히 황색 광막의 절반밖에 부수지 못한 상태였다.

    파사와 독낭자 등의 상태를 본 화산종 사람들은 표정이 돌변했고, 신기요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살을 찌푸리고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전 도우, 그대는 아래 상황을 볼 수 있지 않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요?”

    대장로가 황급히 물었다.

    “구두충이 거대한 핏빛 구슬로 금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마보처럼 마기가 충만한 구슬이오!”

    심협은 금제를 부수면서 서둘러 말했다.

    “거대한 핏빛 구슬? 이런! 구두충이 불보사리(佛寶舍利)를 가지고 나온 모양입니다. 그 구슬은 제새국 금강사의 것인데 정혈과 마기로 연화하여 위력이 무궁무진합니다. 어서 금제를 부수지 못하면 황운금제가 먼저 부서질 겁니다!”

    파사는 실성한 듯 외치고는 입에서 정혈을 뱉어 깃발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요력이 솟구치면서 깃발로 주입됐다.

    독낭자 등도 이를 보고는 큰 소모를 아랑곳 않고 서둘러 모든 법력을 진기에 주입했다. 그러자 건곤현금대진의 영광이 다시 밝아지면서 심하게 부서졌던 황운이 순식간에 절반이 복구되었다.

    이를 본 구두충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입을 벌려 핏빛을 내뿜어 불보사리에 주입했다.

    불보사리에서 핏빛과 마기가 증폭하더니 하나로 뭉쳐져 천둥 같은 굉음을 내뿜는 붉은 번개로 변했다.

    “부숴라!”

    구두충이 결인하자 불보사리가 만들어낸 핏빛 뇌전이 굉음을 내며 날아갔다.

    꽈르릉!

    황운은 이전보다 더욱 크게 요동쳤고, 강하게 흔들리면서 광막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구슬이 공격한 황운 주변에는 전보다 더 커다란 균열이 생겨서 위의 상황까지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황운 위, 파사의 몸이 강하게 흔들렸고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

    독낭자 등은 더 상태가 좋지 않아 피를 뿜었고, 본명원기가 손상돼 기운이 크게 줄어들었다.

    불보사리가 끊임없이 위로 솟아오르자 황운금제의 균열은 점점 커져 곧 부서질 위기에 처했다!

    “더는 못 버팁니다! 서두르세요!”

    파사는 다급해지자 크게 외치고는 몸에서 푸른 빛을 강하게 발하며 순식간에 본체로 변해 거대한 꼬리에서 푸른색 뇌전을 뿜어냈다. 이 뇌전은 천둥소리와 함께 강하게 불보사리를 내리쳤다.

    꽈릉!

    대장로는 황운금제의 상황을 보고는 아연실색해 있다가 파사의 말에 얼른 입을 벌려 옥처럼 새하얀 작은 정(鼎)을 뱉어냈다. 바람을 맞으며 날아간 정은 순식간에 거대하게 변했다. 정 주위로는 하얀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차가운 한빙의 기운을 뿜어냈다.

    대장로가 한 손으로 결인하자 거대한 정의 한기가 갑자기 몇 배로 강해지면서 하얀 빛과 함께 허공에 백여 장 높이의 거대한 얼음산이 나타나 곧장 불보사리를 향해 떨어졌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신기요도 한숨을 내쉬고는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두 개의 잿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이는 두 자루의 잿빛 전극이었다.

    하늘을 뒤흔드는 세 개의 굉음이 동시에 폭발했다!

    혈광, 뇌전, 한기, 잿빛이 서로 충돌하면서 영광이 폭발했고, 공간 자체가 크게 흔들렸다. 위로 솟구치던 불보사리의 기세는 잠시 멎었지만, 물러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

    “파사! 네가 감히 날 배신하고 은행나무 신수를 이 꼴로 만들다니! 네놈들 모두 죽음으로 속죄하라!”

    구두충은 황운의 균열 너머로 위의 상황을 보고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효하며 두 손을 휘둘렀다.

    불보사리에서 마기가 솟구치더니 핏빛 마광이 번개처럼 날아가 하얀 얼음산과 두 자루의 잿빛 전극을 빠르게 물들였다. 그러자 두 보물은 빛이 흔들리면서 기세가 많이 감소했다.

    깜짝 놀란 대장로와 신기요가 맞서려던 순간, 커다란 바람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심협의 몸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강한 기운과 함께 10여 장 크기의 금색 거인으로 변했다.

    현황일기곤도 그의 변화와 함께 거대한 금색 곤봉이 되더니 수많은 거대한 곤봉 허상을 만들어내며 춤을 췄다.

    “발천난봉!”

    심협의 외침과 함께 하늘 가득한 곤봉의 허상들이 마치 고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하나로 합쳐지면서 백여 장 길이의 거대한 금색 곤봉으로 변했다. 이 곤봉에서는 각각 네 마리의 금룡과 금상(金象)이 천지개벽의 기세로 달려들어 불보사리를 두들겼다.

    콰쾅!

    굉음과 함께 놀라운 괴력이 쏟아지자 불보사리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운석처럼 추락했다.

    파사는 이를 보고 기뻐하며 양손을 빠르게 결인하여 부서진 황운금제를 다시 복구했고, 갈라진 균열은 순식간에 완벽하게 사라졌다.

    한숨 돌린 독낭자 등은 서둘러 파사의 금제 발동을 도와서 황운 광막을 더 두껍게 만들기 시작했다.

    한편, 대장로와 신기요는 놀란 눈빛으로 심협을 바라보았다. 놀라운 힘을 지닌 법상천지 신통과 신들린 듯한 곤법에 진선기 존재들마저 감탄한 것이다.

    그사이 심협은 다시 금빛으로 번득이더니 원래대로 돌아와 현황일기곤도 거두지 않은 채 곧바로 전력을 다해 파금법진을 발동했다.

    대장로와 신기요도 퍼뜩 정신이 돌아와 심협을 도왔고, 화산종의 보통 제자들도 힘을 보탰다.

    불보사리의 무서움을 직접 목격한 대장로 등의 화산종 사람들은 전력을 쏟아부었고, 신기요도 요력을 있는 대로 법진에 주입했다.

    수많은 파금 부문이 황색 광막을 때리면서 광막이 빠르게 부서져갔다.

    황운 아래, 심협 등의 협공으로 밀려나 운석처럼 떨어진 불보사리는 땅에 박혔고, 빛나던 혈광도 어지러워졌다가 한참 뒤에야 안정을 되찾았다.

    성난 파도와 같은 괴력이 불보사리를 통해 전달되면서 꼿꼿했던 구두충도 비틀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이에 구두충은 자존심이 상해 분노가 더욱 치솟았으나, 억지로 냉정함을 되찾고는 두 팔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혈광이 온몸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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