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716화 (716/1,214)
  • 716화. 생사의 위협

    “내가 소홀했구나. 허나 걱정하지 마라. 전철생이 금제를 부술 때 내 이곳 금제의 적지 않은 현묘함을 간파했다. 그리고 저 요물에게서 대진의 진기를 얻을 수 있을 테니 전철생이 없어도 저 법진 광막을 부술 자신이 7할 정도는 있다.”

    대장로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화산종 사람들은 안도했다.

    허나 대장로는 속으로 매우 씁쓸했다. 솔직히 이 금제를 부술 자신은 3할 정도에 불과했으나 다른 이들을 안심시키려고 과장한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는 건 둘째 치고 파사와 하얀 환무를 설치한 요물이 분명 저 위에 있을 테니 우리도 서두르자. 안 그러면 오늘의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된다.”

    대장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반투명한 하얀 빛이 그곳에 있는 모두를 에워싸더니 함께 푸른 실 금제를 향해 위로 날아갔다.

    수많은 푸른 빛의 실이 휘감으려 달려들었지만, 아까처럼 가느다란 실이 하얀빛에 닿자 날카로운 감각을 잃고는 양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렇게 모두가 쉽게 푸른빛 실 금제를 지나갈 수 있었다.

    “포진!”

    대장로가 바로 외치자 화산종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여서 금세 파금주와 조합을 이루는 법진을 설치했다.

    대장로는 법진 안으로 들어가 파금주를 꺼내 들더니 법진을 발동했다.

    파금주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실체 같은 보랏빛이 이 구슬에서 날아가 황운금제에 꽂혔다.

    이와 동시에 노란색 진기가 대장로 주변에 나타났는데, 바로 연산과 귀장이 건곤현금대진을 발동할 때 사용했던 진기였다. 이 진기들이 주변을 맴돌면서 뿜어내는 빛이 황운금제로 빨려 들어갔다.

    위쪽의 황운금제는 건곤현금대진에서 파생된 신통이기에 위력이 주변의 대진 광막보다는 약했다. 게다가 연산과 귀장에게서 빼앗은 진기의 도움까지 더해지자 황운금제는 곧장 물결처럼 흔들렸고, 보랏빛에 닿은 부분은 더욱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화산종 사람들은 이를 보자 크게 기뻐했고 대장로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한편, 은행나무 신수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심협은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왜 그러시오?”

    심협이 긴장한 듯하자 신기요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아래에서 누군가 황운금제를 부수고 있소! 화산종 수사들이 아니라 연산과 귀장, 두 요물이오. 우리에게 좋은 일은 아닌 듯 싶소.”

    그는 당연히 술법을 시전하는 게 화산종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신기요에게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자심목 씨앗은 숨겨진 패였으니 나중에 크게 유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이오?”

    신기요는 심협의 말을 못 믿겠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래의 노란 구름이 출렁이고 중간의 어느 곳이 빠르게 희미해지면서 보랏빛이 뚫고 나오자 그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 황운금제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소. 만약 금제를 부수는 게 연산과 귀장이라면 큰일이오. 저들은 파사와 달라서 은행나무 영과의 지금 상황을 보면 바로 구두충에게 알릴 것이오! 심 도우, 저들을 막을 방법이 없겠소?”

    건곤현금대진은 매우 현묘한 데다 황운으로 인해 차단되기까지 하니 비록 진선기 존재라 해도 신기요는 화산종 사람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대진을 조종하는 진기가 파사에게 있으니 내게 무슨 방법이 있겠소?”

    심협은 손을 벌리며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수를 따지기 시작했다.

    그는 신기요나 파사와는 달리 순수한 인간족이다. 화산종이 올라오면 속임수를 써서 자신은 신기요에게 억지로 끌려왔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속사정이 밝혀진다 해도 화산종 무리와 반드시 반목하게 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허나 이들이 올라오는 것은 분명 변수였다. 파금법진(破禁大陣)은 건곤현금대진을 파해할 수 있긴 해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로서도 정말로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진짜 안 되면 파사는 놔두고 우리끼리 먼저 도망칩시다.”

    신기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심협과 전음으로 말했다. 이 말에 심협도 눈빛이 흔들렸지만, 바로 대답하지는 않았다.

    “두 분 도우는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금제를 부수는 것은 화산종의 수사들이니 두 분께서 이 진기로 대진을 조종하여 잠시만 막아주십시오. 금방 끝납니다.”

    은행나무 신수에서 파사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동시에 노란 빛이 날아와 심협 앞에 떨어졌다. 파사가 대진을 발동할 때 썼던 진기였다. 현재 은행나무 신수의 금빛이 더욱 밝아졌는데, 파사가 신수의 힘을 더욱 끌어내는 모양이었다.

    신기요는 이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그는 교활하여 모든 일에 이익이 우선이었지 약속 따위는 개똥처럼 여겼다. 방금은 모든 게 순조로웠으나 이제 이런 변고가 생겼으니 신기요는 생각이 바뀌어 심협을 꼬드긴 것인데 파사가 이렇게 빨리 알아채고 진기를 내줄 줄은 예상치 못했다.

    신기요는 이제 심협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는데, 성격이 매우 케케묵어서 신의를 중시하는 자인 듯했다. 아마 방금의 약속을 지키려고 들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심협은 날아온 진기를 냉큼 잡더니 법력을 주입했다. 진기에서 노란 빛이 번득이더니 건곤현금대진이 흔들리면서 진기의 부름에 응했다.

    심협은 이 법진의 도에 능통하지 않았지만 파금법진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조종은 할 수 있었다.

    주변의 건곤현금대진에서 노란 구름이 바로 솟구치더니 아래의 황운금제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러자 황운금제가 순식간에 더 두꺼워졌고, 화산종 사람들이 뚫고 있는 곳에 노란 구름이 더 몰려들어 족히 3배는 두꺼워졌다.

    화산종 사람들은 황운금제를 누군가 조종하기 시작했다는 걸 금세 알아챘다.

    “누가 금제를 조종해서 부수지 못하게 하고 있군. 아무래도 위에 엄청난 변고가 생긴 모양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 법진을 발동하여 최대한 빨리 이 금제를 부순다!”

    대장로의 외침에 화산종 사람들은 법진 부근으로 몰려와 법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법진의 발동 속도가 갑자기 열 배는 늘어났고, 이에 파금주의 빛도 열 배나 밝아졌다. 파금주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이 거대한 보라색 기둥이 되어 노란 구름을 파고들자 구름은 급속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심협은 자심목 씨앗으로 화산종 사람들의 움직임을 알아채고는 서둘러 진기를 더욱 강력하게 발동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각이 지났다.

    심협은 홀로 화산종을 막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진을 조종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조금씩 화산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신기요는 이 광경을 보고는 기뻐했다.

    한데 그때, 저 멀리서 수많은 바늘이 고막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분노의 포효가 들려왔다.

    “구두충이다!”

    신기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심협 역시 이를 알아채고는 망설임 없이 날아가 대진 광막 옆에 파금법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구두충! 어떻게 된 거지?”

    은행나무 신수에서 푸른 빛이 번득이더니 놀란 얼굴의 파사가 나타났다. 그 표정을 보니 거짓으로 놀란 척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녀가 구두충을 부른 게 아니라면 왜 갑자기 나타난 거지?’

    현재 대진 바닥에는 연산이 바닥을 본 자세로 누워서 고통스러운 듯 얼굴일 일그러뜨리고 있었는데, 땅에 바짝 붙은 그의 얼굴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져서 빨갛게 물들었다. 한데 그의 미간에는 기이한 핏빛 부문이 떠올라 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연산은 교룡 일족 중 흔치 않은 혈교(血蛟) 일족인데, 혈교는 피를 대가로 요력의 본명신통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회색 머리 노인은 이 사실을 모르고 유람귀침만으로 연산의 법력만 봉인했고 기혈은 봉인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주인님만 오시면 너희는 다 끝이다!”

    연산의 얼굴에 흉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한편, 심협은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려던 생각을 접고 한 손으로 계속해서 파금법진을 설치하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황색 진기를 발동하여 황운금제를 조종했다.

    커다란 빛이 진기에서 뿜어져 나가 황운금제를 두드리자 금제의 노란 구름이 갑자기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고, 몇 호흡 뒤에는 완전히 사라지면서 황운금제가 얇아졌다.

    신기요와 파사는 심협의 행동에 처음에는 놀랐지만, 금세 이해했다.

    아래에 있던 화산종 사람들도 빠르게 다가오는 포효에 놀랐지만, 멈추지 않고 대진을 부수려 들었다.

    그때, 그들 위에 있던 황운 광막이 갑자기 얇아지기 시작했는데, 특히 파금주의 보랏빛이 공격하는 곳은 거의 투명해져서 위쪽이 어렴풋이 보일 정도였다.

    대장로는 깜짝 놀랐지만, 함정인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더 강하게 파금주를 발동하여 투명해진 곳을 공격했다. 그러자 황운 광막이 깨지면서 3장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화산종 사람들은 기뻐하며 대장로를 선두로 쏜살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안의 상황을 보고는 안색이 변했다.

    은행나무 신수는 잎사귀 하나 없이 처참해 보였고, 나무 위에는 두 명의 진선기 대요가 있었다. 이들의 충만한 요기는 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 도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심협은 멀지 않은 곳에서 서둘러 파금법진을 설치하고 있었는데, 대장로가 그를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물었다.

    나머지 화산종 사람들은 신기요와 파사를 경계했다.

    현재 파사의 몸 절반은 여전히 신수 안에 있었고 신수의 줄기는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신수의 힘을 사용하여 몸 안의 금제를 부수는 데 전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대장로는 심협에게 물었지만, 신경은 온통 두 마리의 요물에게 향해 있었다.

    “대장로님,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방금 포효를 들었죠? 그건 운몽택을 다스리는 진선 후기의 요물인 구두충의 포효입니다. 우선 힘을 합쳐 파금법진을 설치해야 합니다. 만약 놈이 오면 우리는 모두 여기서 죽게 될 겁니다!”

    심협은 설명을 하는 동안에도 파금법진의 설치를 멈추지 않았고, 때마침 엄청난 포효가 들려왔다. 그 포효는 분명 아까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 것이었고, 이에 모두의 낯빛이 굳어졌다.

    대장로 또한 진선기 수사답게 당연히 저 포효를 내지른 존재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은행나무 영과를 얻지 못한 것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좋소, 내가 돕겠소.”

    그는 심협의 옆으로 다가가 법진 설치를 도왔다.

    대장로의 도움 덕분에 속도는 더 빨라져 몇 호흡 사이에 법진이 완성됐다.

    그때, 건곤현금대진 밖의 하늘 끝에서 검은 빛이 반짝이더니 흑홍색 둔광이 빠른 속도로 다가와 눈 깜짝할 사이에 근처까지 다가왔다.

    구두충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고, 기운도 완전히 안정된 상태였다. 완쾌한 듯했다.

    한편, 대진 밖에는 수십 명의 요병들이 몰려와 있었는데, 모두가 파사의 부름을 듣고 온 것이었다. 다만 이들의 경지는 가장 강한 자도 대승 초기였기에 건곤현금대진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머물고 있었다.

    “주인님!”

    구두충이 보이자 요병들이 절을 했지만, 그는 요병들을 무시하고는 곧바로 대진 앞으로 내려왔다.

    구두충이 땅에 내려서자 수십 장 떨어진 곳에 돋아 있던 어린 새싹들도 그의 강력한 기운에 뒤덮이면서 초록빛을 잃고 시들어버렸다.

    구두충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채 대진을 바라봤다.

    이 대진은 자신이 연단한 것이지만 대진을 조종하는 진기를 파사에게 줬기에 그 깃발이 없으면 그도 함부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한데 방금 파사를 여러 번 불렀음에도 어떻게 된 일인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건곤현금대진 위에서는 화산종 대장로가 파금주를 꺼내 발동하려는데 심협이 그를 말렸다.

    “구두충이 벌써 도착했으니 잠시 기다리십시오. 파사 도우, 이건 돌려줄 테니 아래로 내려가서 바깥의 상황이 어떤지 살펴봐 주시오. 그리고 대장로님, 다른 두 요물의 대진 진기를 화산종의 두 장로님께 넘겨서 잠시 후 파사 도우와 함께 이 대진을 발동하게 해주십시오.”

    심협이 진기를 파사에게 돌려주고는 서둘러 말했다.

    “그대는 대진 밖의 상황이 보이는 겁니까?”

    파사와 대장로 등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건곤현금대진은 매우 현묘하여 진법이 펼쳐지면 안과 밖이 완전히 차단되어 신식이나 법력으로도 뚫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대진을 조종하는 깃발과 상고 시대 거울 이보로 겨우 염탐하던 파사조차 지금은 그 이보에 담긴 힘이 바닥나서 바깥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그런 셈이죠. 아무튼, 대진으로 구두충을 잠시라도 묶어둬야 우리가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겁니다.”

    심협은 대충 대답하고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알겠소.”

    대장로도 결단력 있는 사람이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산과 귀장의 깃발을 독낭자와 회색 머리 노인, 도도한 표정의 소년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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