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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14화 (714/1,214)
  • 714화. 연합

    거대한 뱀의 머리가 높이 솟아오르더니 예상치 못하게 대장로를 향해 돌진해오자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허공마저 강하게 떨렸다.

    대장로는 안색이 돌변했고 이 일격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기에 급히 뒤로 피했다.

    허나 그가 물러나는 데도 파사는 공격하지 않고 머리를 들어 울부짖었고, 그녀의 포효가 멀리까지 뻗어갔다.

    “서둘러라! 저 요물이 도움을 요청했다!”

    대장로는 그 광경에 기겁하며 두 개의 하얀색 깃발을 꺼내 결인했다. 그러자 이전보다 몇 배나 짙은 하얀 눈송이가 벌떼처럼 쏟아져 파사를 덮쳤다.

    파사는 뱀 꼬리를 강하게 휘둘러서 하늘 가득한 눈송이를 쳐냈다.

    콰쾅!

    쌍방의 격전은 계속되었고, 번개와 하얀 빛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도도한 소년과 독낭자, 연산, 귀장 등도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고, 적수가 없었던 나머지 화산종 사람들은 파사가 설치한 푸른 실의 금제를 파해하려 했다.

    그때, 노란색 광막의 통로가 닫혔고, 은행나무 신수 반대쪽에는 무형의 존재가 화산종과 세 요물이 싸우고 있는 권역에서 벗어나 빠르게 은행나무 신수로 접근해왔다.

    그는 바로 심협이었고, 은신부를 사용한 심협은 법력을 사용하지 않고 육신의 힘만으로 몇 호흡 만에 은행나무 신수 옆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이 잘 풀렸어. 만아야, 네가 땅속으로 들어가서 은행나무 신수의 원액을 뽑아올래?”

    심협이 전음으로 무만아에게 물었다.

    “신수에서 원액을 뽑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까 먼저 영과부터 따요. 제가 오는 길에 신수 나뭇잎의 특성을 분석해봤는데, 영과는 오열 선배의 상처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좋아, 그럼 영과를 먼저 따자!”

    심협은 곧장 나무 위로 빠르게 기어 올라갔으나, 곧 푸른 실의 금제가 나타나 멈춰야 했다.

    좀 전에 회색 머리 노인이 붙들렸던 것으로 미루어 이 푸른 실에는 강력한 감지 능력이 있음을 알 수 있었기에 함부로 다가가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을목선둔으로 뚫고 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푸른 빛의 실은 영력 감지에 매우 민감해서 회색 머리 노인이 시전한 둔술도 순식간에 발각되지 않았던가.

    심협이 눈앞의 빛의 실을 어떻게 뚫고 갈까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줄기 가느다란 바람이 옆에서 불어와 그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바로 은행나무 신수에 몸을 밀착시킨 뒤, 엽은신통을 사용하여 소리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몸이 사라지자 투명한 하얀빛이 아래에서 위로 쏜살같이 날아갔는데, 그 안에서 푸른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저건?”

    은행나무 신수 안에 숨은 심협은 유명귀안으로 이를 자세히 살폈다.

    푸른 존재는 빛 안개로 둘러싸였고 겹겹의 환영에 가려져 있어 바라보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다름 아닌, 이전에 그를 막은 적이 있던 신기요였다.

    “저것도 왔을 줄이야!”

    심협은 미동도 없이 멈춰서 신기요를 먼저 보냈다.

    이 요물은 빠르게 푸른 실의 영역에 접근했는데, 놀랍게도 망설임 없이 위로 날아가더니 곧장 그 너머로 들어갔다.

    수많은 푸른빛 실이 쏟아져 나와 신기요의 몸을 감쌌지만, 신기요는 마치 영체 같아서 그 속박에서도 가볍게 벗어났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신기요는 푸른빛 실을 뚫고 은행나무 영과로 돌진했다.

    그때, 대장로와 격렬하게 싸우던 파사가 신기요를 감지하고는 황급히 거대한 꼬리에서 칼날 같은 빛을 뿜어냈다.

    대장로도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두 개의 깃발에서 하얀 빛을 반짝였다. 그러자 수많은 하얀색 얼음 칼날이 앞에 나타나 빙인 대진(氷刃大陣)을 이루었다. 얼음 칼날은 차가운 빛을 띠며 매서운 기운을 뿜어냈다.

    하지만 이 얼음 칼날은 뱀의 꼬리와 충돌하자 썩은 나무처럼 가볍게 부서졌다.

    “이럴 수가!”

    대장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했다.

    파사의 뱀 꼬리는 빙인 대진을 부순 뒤에도 기세가 줄지 않고 그대로 대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당황한 대장로는 법력을 뿜어내 하얀 깃발에 주입하고는 양손을 차륜처럼 결인했다. 그러자 하얀 깃발에서 폭증한 하얀 빛이 그의 몸으로 흡수됐다.

    그러나 이어서 뭔가를 하기도 전에 뱀 꼬리가 번개처럼 몰아쳐 대장로와 두 개의 깃발을 함께 날려버렸다.

    대장로를 날려 버린 파사는 곧장 입에서 노란 영패를 뱉어냈고, 이 영패는 빠르게 날아가 건곤현금대진으로 녹아들었다.

    그 순간, 은행나무 신수 꼭대기의 허공이 크게 떨리더니 수많은 노란색 구름이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 주변을 뒤덮었다. 다른 곳의 건곤현금대진도 마찬가지였다.

    이어서 노란색 구름과 주변의 금제 광막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순식간에 은행나무 신수의 꼭대기를 밀폐된 공간으로 가두었다.

    신기요는 노란 구름에 튕겨 떨어졌고, 몸에 흐르던 영광이 사라지면서 날카로운 눈썹에 기품 있는 푸른 머리의 청년으로 변했다.

    “신기요, 네놈이었나! 네가 감히 약속을 어기고 은행나무 영과를 노려?”

    그의 정체를 알아본 파사가 노한 듯 외쳤다.

    신기요는 순간 두려운 기색이었지만, 화산종 무리를 힐끗 보더니 파사를 상대하지 않고 푸른색 대검을 꺼내 말없이 하늘 높이 던졌다.

    쐐액!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겹겹의 푸른색 검의 허상이 나타나 검산(劍山)이 되어 노란색 구름을 베었다.

    구름이 크게 흔들리면서 천둥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지만, 부서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아래의 화산종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황운금제(黃雲禁制)에 표정이 굳어졌다.

    심협도 눈살을 찌푸렸다.

    ‘은행나무 영과의 대비는 역시 삼엄하구나. 쉽게 가질 수 없겠는데?’

    그때, 갑자기 그의 귓가에 어떤 목소리가 들리더니 신기요의 푸른 환영이 어느새 옆에 나타났다.

    “인간족 도우여, 은신 신통이 매우 훌륭하여 알아채지 못할 뻔했소.”

    깜짝 놀란 심협은 법력을 끌어모아 주먹을 휘둘렀다.

    “난 분신에 불과하여 공격할 수도 없으니 귀하는 놀랄 것 없소.”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것이오?”

    심협은 손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당연히 은행나무 영과를 가져가기 위해서요. 내 밖에서 그대가 건곤현금대진을 부수는 것을 봤소. 차라리 나와 손을 잡는 게 어떻겠소? 내 저 앞에 있는 실 금제를 뚫어줄 테니 그대는 나를 도와 광막을 부수시오. 그 뒤에 영과를 취하는 것은 각자 알아서 하는 거요.”

    “금제를 깰 수야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오. 저 요물들이 그럴 시간을 주겠소?”

    “그건 걱정 마시오. 내 환술로 그대를 가리면 파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오.”

    심협은 그 말을 듣자 마음이 흔들렸다.

    신기요의 환술 신통은 이미 직접 겪어봐서 얼마나 현묘한지 알고 있었다. 확실히 저 요물들을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내 그동안 신기루를 구두충 궁전 쪽에 있는 요물의 몸속에 붙여놨는데 구두충이 이제 곧 완쾌되어 나올 게요. 그러니 지금이 마지막 기회요. 은행나무 영과가 그자 손에 넘어간다면 경지가 크게 정진돼 어쩌면 태을 경지까지 돌파할 수도 있소. 그리되면 그대나 서해의 오열이나 모두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

    신기요 분신의 말에 가슴이 철렁해진 심협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함께 합시다.”

    “현명한 결정이오. 그럼 우선 그대를 데리고 저 금제를 돌파하겠소.”

    신기요 분신은 기뻐하더니 희미한 푸른 빛으로 변하여 심협의 몸 주변을 뒤덮었다.

    심협은 몰래 법력을 움직여 대비했지만, 신기요 분신은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이내 심협을 데리고 곧장 은행나무 밖으로 나갔다.

    “이렇게 나가면 발각…….”

    심협이 깜짝 놀랐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신수 밖 곳곳은 하얀 안개로 충만하여 마치 광막 안을 아득하고 변화무쌍하게 만들었는데, 바로 신기요의 하얀 환무였다.

    환무 깊은 곳에서 은연중에 파사 등의 포효와 충돌음이 들려왔는데, 신기요 본체가 그들을 붙잡아두고 있었다.

    신기요의 분신이 심협을 데리고 위로 올라가 곧장 푸른 실의 금제로 들어가자 수많은 푸른색 실이 나타나 순식간에 날아왔다. 한데 심협이 뭔가를 하기도 전에 신기요가 불쑥 나섰다.

    “내가 상대하겠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심협 주위의 푸른 빛이 배로 짙어지더니 빠르게 회전하면서 소용돌이로 변했고, 푸른 실들은 심협의 몸에 닿기도 전에 소용돌이에 휩쓸려 날아갔다.

    이후 푸른 빛은 더 밝아졌고,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실의 금제를 지나 황운 광막 아래 도착했다.

    심협은 곧장 푸른 빛에서 벗어나 법진 도구를 꺼내 설치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매우 급했기에 여유 부리지 않고 빠르게 법진 설치를 마무리한 그가 전력으로 운공하자 푸른 빛이 몸을 뒤덮었다. 이어서 법력을 법진에 주입하자 수많은 노란색 부문이 벌떼처럼 날아가 황운금제를 공격했다.

    두꺼운 구름 금제는 빠르게 뚫렸고, 몇 호흡 사이에 몇 척 크기의 구멍이 생겨났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파사가 막기 위해 포효하며 빠르게 날아왔다.

    “이 도둑놈들!”

    심협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대는 신경 쓰지 마시오. 내 저들을 막을 테니 반드시 금제를 뚫어야 하오.”

    신기요 분신은 다급하게 말하고는 사라졌다.

    심협은 조금 불안했지만, 이내 집중해 전력으로 금제를 부숴나갔다.

    파사의 포효가 다시 들려오더니 곳곳에서 충돌음이 들려왔지만, 신기요에게 가로막혔다.

    하얀색 안개가 더욱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심협은 그제야 안도하고는 전력을 다해 법진은 발동했다.

    수많은 황망이 다시 날아가자 허공에 현묘한 법진이 나타났고, 맹렬한 위세를 뿜어내며 번득였다.

    “가라!”

    심협이 두 손을 휘두르자 노란 법진이 빠르게 작은 빛 덩어리로 줄어들더니 시위를 떠난 활처럼 황운금제에 생긴 커다란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빛 덩어리가 날아가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심협의 소매에서 날아가 빛 덩어리 안으로 들어갔다.

    황운금제는 이 충격에 강하게 흔들리면서 빠르게 흐려졌고 몇 호흡 뒤에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너지면서 커다란 통로가 생겨났다.

    심협이 몸을 날려 들어가려는 순간, 푸른 빛이 하얀 안개에서 날아와 먼저 통로 안으로 쑥 들어갔다.

    “허허, 도우의 그 법진은 역시 대단하오. 그럼 먼저 가겠소.”

    신기요의 날카롭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심협은 차갑게 웃고는 바로 신기요를 따라가면서 밖에 남아 있던 파금법진을 해체했다. 그러자 진기 진반이 빛으로 변하여 그의 소매 안으로 들어갔다.

    심협은 전력을 다해 전진해 눈 깜짝할 사이에 통로로 들어섰다. 그러자 잎이 무성한 은행나무 신수가 눈앞에 나타났고, 짙은 영기와 오장관의 인삼과와 비슷한 기이한 약향이 코를 찔렀다.

    신기요는 벌써 은행나무 신수에 도착했는데, 나뭇가지에 달린 금빛이 흐르는 은행나무 영과를 챙기고 있었다.

    심협도 달빛을 뿜어내며 30여 장을 순식간에 날아가 은행 영과로 다가갔고, 서둘러 영과들을 푸른 옥갑 안에 넣었다. 이 옥갑에는 나뭇가지 같은 수많은 영문이 새겨져 있어서 평범한 물건 같지 않았다.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영과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지자마자 영력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런 특수한 용기에 보관해야 했다. 이 옥갑은 무만아한테서 얻은 신목림 특제 용기로, 겉에 새겨진 영문은 영력을 보존하는 효능이 있는 목영성문(木靈聖紋)으로 신목족 대대로 내려오는 영문이었다.

    심협은 이내 멀지 않은 곳의 다른 영과로 향했다.

    신기요도 두 번째 영과를 따고 있었는데, 다른 손에서 영관을 뿜어내어 세 번째 영과를 챙겼다.

    심협도 뒤질세라 바로 달려들어 다른 영과를 땄다.

    이들이 필사적으로 은행 영과를 따고 있는 동안 황운금제 통로는 파금법진이 사라지면서 빠르게 봉합되어 곧 완전히 닫히려 했다.

    바로 그때, 푸른 그림자가 쏜살같이 가로질러 들어왔다. 파사였다.

    심협은 서둘러 두 번째 영과를 챙기고는 파사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영과를 잃었으니 분노가 하늘을 찌를 터! 저 요물은 강력하니 신기요에게 상대하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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