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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13화 (713/1,214)
  • 713화. 경동(驚動)

    “도우는 경계하지 마시오. 우리는 화산종 수사들이오. 귀하를 해할 뜻이 없소. 이곳은 요물이 모여 있는 운몽택이니 우리 인간족 수사들끼리 서로 도와야 하지 않겠소? 도우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대장로는 심협이 꺼낸 두 보물에는 신경 쓰지 않고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산종의 도우셨군요. 선배님 말씀대로 운몽택에는 요물들 천지이니 인간족 수사들이 단결해야죠.”

    자신의 진선기 경지를 감지했는지 상대는 웃으며 답했다.

    “그저 경지가 도우보다 조금 높을 뿐이니 굳이 선배라 부를 필요 없습니다. 도우의 성명은 어찌 됩니까? 어느 문파신지요?”

    “저는 전철생(田鐵生)이라 합니다. 산수라 속한 문파가 없으니 편하게 부르십시오.”

    심협, 아니 전철생은 과한 대접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황급히 답례했다.

    “전 도우였구려. 그대도 은행나무 영과를 찾으러 온 것이 맞소? 사실 우리도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금제가 너무 강력하여 온종일 노력해도 파해할 수 없었소. 한데 방금 멀리서 전 도우의 파해법을 보고 실로 감탄하였소. 그래서 말인데 우리와 손을 잡는 게 어떻겠소?”

    “손을 잡자고요?”

    “그대는 그저 금제만 파해하시오. 안에 있는 요물은 우리가 처리하겠소. 그렇게 함께 보물을 얻는 것이 홀로 들어가는 것보다 낫지 않겠소?”

    “그게…….”

    전철생은 주저했다.

    “왜? 전 도우는 우리 화산종이 같잖아 보이는 것이오?”

    도도한 표정의 소년이 험악하게 노려보자 다른 화산종 사람들도 표정도 싸늘해지더니 언제든 폭발할 것 같은 기운을 드러내며 전철생을 압박했다.

    “제가 어찌 그러겠습니까? 그럼 함께하시죠. 화산종 같은 대문파가 저와 같은 일개 산수를 속이는 일은 없을 거라 믿겠습니다.”

    전철생은 경지가 낮지 않았지만 이토록 많은 화산종 사람들의 협공을 당해낼 제간이 없는지 창백해진 얼굴로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화산종은 약속은 반드시 지키오. 일이 성사되면 절대 전 도우를 섭섭하지 않게 대하겠소.”

    대장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짓을 보내자 화산종 사람들은 그제야 표정을 풀고는 기운을 거두었다.

    화산종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는 심협의 눈 깊은 곳에서 웃음이 스쳐지나갔다. 그는 화산종 사람들과 함께 들어갔다가 혼란을 틈타 은행나무 영과를 차지할 생각이었다.

    “좋소. 그럼 어서 서두릅시다.”

    대장로는 전철생이 굴복한 것을 보고는 만족해했다.

    한편, 심협은 이내 다시 법진을 설치했다.

    “전 도우의 이 법진은 마치 이 금제를 파해하기 위해 만든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서 얻은 것이오?”

    땅의 법진을 자세히 살펴보던 대장로가 궁금한 듯 물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은행나무 영과를 노린 지 오래되어서 수십 년 동안 벌써 몇 번이나 운몽택으로 들어와 이곳의 각종 법진과 금제를 연구했는데 아무런 진척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구렁이 요물을 죽였는데 그의 저물대에서 이 법진의 단서를 발견했지요. 거금을 들여 법진 고수에게 파해법을 배워왔는데,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심협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태연하게 설명했다.

    대장로는 구렁이 요물이 구두충의 핵심 수하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 이야기에 의심이 사라져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향이 지나고 나서야 심협은 법진 설치를 마칠 수 있었다.

    대장로에게 시선을 보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고, 심협은 다시 앞으로 다가가 진기를 꺼내 주문을 읊었다.

    얼마 되지 않아, 땅에 설치된 법진에서 커다란 빛이 일렁이더니 개미 같은 수많은 부문이 쏟아져 나와 노란색 광막에 꽂혔다.

    두꺼운 노란색 광막은 상극을 만난 것처럼 빠르게 분해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절반이 부서졌다.

    소백룡은 법진 금제에 조예가 매우 깊었기에 이 파해법은 매우 은밀했고, 광막이 절반쯤 부서진 후에야 그 안에 있는 파사 등이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런! 또 누군가 법진을 부수고 있어! 상당한 수법이다! 서둘러 건곤현금대진을 발동해!”

    파사의 외침에 이어 세 요물은 전력으로 법진을 발동했다.

    노란색 광막이 크게 번득이더니 운기 같은 노란 빛이 안에서 새어 나왔다. 그러자 광막의 부서진 부분이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다시 닫히려 했다.

    “안에 있는 요물들이 눈치챘구나! 전력을 다해 금제를 부숴라!”

    대장로는 서둘러 외치고는 자신도 파금주를 발동해 보라색 빛을 뿜어냈다.

    “가랏!”

    대장로가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자 파금주에서 보라색 빛기둥이 뿜어져 나와 광막의 부서진 곳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격렬하게 흔들리던 광막이 다시 조용해졌다.

    심협은 잠시 파금주를 살펴보고는 다시 집중해 법력을 파금법진(破禁法陣)에 주입하며 열 손가락을 차륜처럼 결인했다.

    콰르릉!

    파금법진이 굉음과 함께 마치 실체 같은 빛을 뿜어내자 허공에 육각형 형태의 현묘한 법진이 생겨났다.

    “법진으로 법진을 부수는 건가?”

    대장로가 멍한 목소리로 감탄했다.

    심협이 진기를 흔들자 허공의 육각 법진이 빠르게 눈부신 황망으로 줄어들더니 쏜살같이 광막의 부서진 곳에 떨어졌다.

    꽝!

    광막의 부서진 곳이 빠르게 눈처럼 녹더니 몇 호흡 사이에 완전히 부서졌다.

    노란색 광막이 완전히 뚫리면서 몇 장 크기의 통로가 생겨나자 휘황찬란한 금빛 은행나무 신수가 선명하게 보였다. 무성한 금색 나뭇잎 사이로 금빛 영과가 보였다.

    “통로가 열렸습니다. 허나 오래 버틸 수 없으니 서두르십시오!”

    심협은 땀을 흘리면서도 양손으로 계속 결인하며 다급하게 외쳤다.

    한계에 다다른 듯한 그 모습에 화산종 사람들은 번개같이 은행나무 신수를 향해 돌진했다.

    파사 등이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화산종 사람들이 금제 안으로 들어섰다.

    연산은 당황하면서도 분노해 대진을 발동했고, 한 손으로는 검은색 전극을 꺼내 들었다. 전극에서 칠흑 같은 외뿔의 교룡 허상이 떠올라 성난 포효를 내질렀다.

    연산은 화산종 사람들을 향해 전극을 휘둘렀다.

    전극에 떠오른 거대한 교룡 허상이 천지가 뒤흔들릴 정도로 울부짖더니 검은빛이 되어 쏜살같이 날아갔다.

    이 빛은 화산종 사람들 위에 도착하자 빛을 뿜어내면서 강하게 떨어졌다.

    한편, 이 무렵 귀장도 공격에 나섰다. 그가 입을 벌리자 수많은 푸른 얼음꽃이 비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 얼음꽃은 매우 영롱해 보였고, 적에게 다가가면 극한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한데 어째서인지 파사는 공격에 나서지 않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화산종 사람들의 선두는 도도한 소년과 회색 머리의 노인, 독낭자 세 사람이었고, 이들은 두 요물의 공격에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와라!”

    도도한 소년은 연산의 일격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몸을 초록빛으로 번득였다. 그의 온몸에는 초록색 갑옷이 생겨났고, 주먹에는 두 개의 뱀 모양 장갑이 나타났다. 이 장갑은 더없이 흉악해 보였고, 갑옷에서 초록색 불꽃이 타오르자 부근의 대기마저 일렁일 정도의 열기가 치솟았다.

    소년의 두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갑옷에서 불꽃이 타오르더니 초록색으로 빛나는 머리 둘 달린 불구렁이로 변해 그대로 튀어 올라 교룡의 허상과 충돌했다. 이 교룡과 불구렁이는 얽히자마자 서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양쪽 모두 법력으로 변화시킨 것이지만, 서로 뒤엉키고 싸울 때마다 마치 두 마리의 괴수가 서로 물어뜯는 것처럼 용과 뱀의 포효가 끊이지 않았다.

    독낭자는 귀장을 상대했다. 양손에서 수많은 보랏빛이 뿜어져 얼음꽃을 향해 날아갔지만, 얼음꽃에 담긴 극한의 힘에 보랏빛은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그 모습이 마치 얼음으로 된 실 같았다.

    하지만 독낭자는 마치 예상했던 것처럼 당황하지 않고 법결을 바꾸었다. 그러자 한 줄기 보랏빛이 얼어붙은 얼음 실을 타고 얼음꽃 안으로 들어갔다.

    본래 새하얬던 얼음꽃이 몇 호흡 만에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한기가 크게 줄더니 떨어져 내리는 속도도 현저히 느려져 마침내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리고 이내 독낭자에게 통제권을 빼앗겨서 그녀의 움직임대로 천천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귀장은 이 광경에 경악했다.

    한편, 간사해 보이는 회색 머리 노인이 주문을 외우자 몸에서 파문 모양의 회색빛이 반짝이더니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른 화산종 사람들은 도도한 소년과 독낭자를 지나 은행나무 신수를 향해 돌진했다.

    파사는 그때까지도 나서지 않고 줄곧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회색 머리 노인이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추자 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

    “은신술? 흥!”

    그녀는 눈동자가 조금 일그러지더니 손을 뒤집어 푸른 영패를 꺼내 요력을 주입했다.

    그 순간, 은행나무 신수 꼭대기 부근 허공에서 갑자기 피식 하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푸른 빛들이 나타나 빠르게 퍼져갔다.

    이 빛들은 마치 아주 작은 촉수가 주변의 모든 것을 감지하는 것처럼 가볍게 떨렸다.

    그때, 파사의 왼쪽 뒤편 허공에서 푸른 빛이 휙 하며 빠르게 날아가 무언가를 칭칭 감았다.

    빛의 실 사이로 회색 빛이 반짝이더니 회색 머리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빛의 실에 칭칭 묶긴 그는 계속 저항했지만, 마치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죽어라!”

    파사가 살기를 드러내며 양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바닥에 두 개의 푸른 번개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타나더니 무서운 기운을 뿜어냈다.

    파사가 양손을 들자 두 번의 천둥소리와 함께 이 번개 덩어리들은 10여 장에 이르는 푸른 번개 구렁이로 변해 회색 머리의 노인을 향해 떨어졌다.

    노인은 발버둥을 우뚝 멈췄고, 초조해하던 표정은 어느새 음흉하게 변해 있었다. 노인이 그대로 입에서 회색 구슬을 뱉어내자 이 구슬은 순식간에 커져서 그의 몸을 뒤덮었다.

    꽈르릉!

    두 번개 구렁이가 광막을 때리자 지축이 흔들리는 것 같은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수많은 푸른 번개가 폭발했다. 하지만 회색 광막은 놀라울 정도로 단단해 부서지지 않고 그 강력한 공격을 버텨냈다.

    파사는 노인의 표정을 보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고개를 돌렸다.

    그때, 은행나무 신수의 반대쪽 허공에서 파동이 일렁이더니 반투명한 인영이 나타났다. 어느새 대장로가 들어온 것이다.

    파사의 푸른 빛이 곧장 대장로를 묶기 위해 날아갔지만, 대장로의 몸에서 빛나는 투명한 빛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대장로는 순식간에 푸른 빛의 실을 뚫고 날아가 은행나무 영과에 접근했고, 하얗게 빛나는 손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영과를 내리치려 했다.

    “도둑놈이 어딜 감히!”

    파사는 크게 외치며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핏빛이 섞인 커다란 푸른 번개가 입에서 뿜어져 나갔고, 날아가는 도중에 10여 개의 작은 번개로 변하여 푸른 번개 구렁이보다 열 배는 빠른 속도로 대장로를 향해 뻗어갔다.

    푸른 번개는 수강신뢰(水罡神雷)라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매우 강력했고, 지나갈 때마다 허공에서는 타는 냄새가 났다.

    깜짝 놀란 대장로는 영과를 따려던 손을 멈추고는 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결인했다. 그러자 하얀 빛이 반짝이면서 두 개의 하얀 깃발이 나타났다.

    깃발이 촤라락 하고 펼쳐지자 순식간에 차가운 바람이 몰아쳤고, 손바닥만 한 눈송이가 뭉쳐져 앞으로 날아갔다.

    눈송이는 평범해 보였지만, 푸른 번개와 충돌하자 번개를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극한의 기운이 가득 퍼지면서 멀리 떨어져 있던 화산종 사람들마저 추위에 떨었다.

    하지만 어느새 파사가 번개처럼 날아와 대장로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몸이 푸르게 빛나면서 순식간에 수백 장 길이에 온몸은 남황색 비늘로 뒤덮인 본래의 모습인 흉흉한 뱀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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