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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10화 (710/1,214)
  • 710화. 염탐

    하루가 지나자 심협의 몸에서 빛나던 금빛은 한층 더 밝아졌고, 거대한 용상(龍象)의 포효가 들리면서 각각 세 마리의 금룡과 금상(金象)이 나타나 그의 주변을 뛰어다녔다.

    그의 황정경도 한 걸음 더 나아가 드디어 제3층에 이르렀다.

    풍뢰선조가 아직 완전히 연화된 것은 아니었기에 심협은 수련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두 눈을 감고 연화에 매진했다.

    또 하루가 지나자 몸에서 금빛이 더 밝아졌고, 날카로운 울음과 함께 이제 각각 네 마리의 금룡과 금상이 밀실 안을 질주했다.

    억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힘이 금룡과 금상에서 뿜어져 나오자 대기와 함께 밀실의 석벽도 강하게 흔들렸다.

    한참 뒤, 금룡과 금상은 다시 몸으로 돌아왔다.

    심협은 천천히 두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풍뢰선조의 힘 덕분에 그는 황정경을 제4층까지 돌파할 수 있었고, 풍뢰선조는 이미 완전히 연화되었다.

    황정경을 연속으로 두 경지나 올린 그는 매우 만족했다. 이제 황정경이 제4층이 되었으니 육신의 힘도 더 증폭하여 움직일 때마다 산을 부수고 바다를 뒤흔드는 강력한 힘이 흘러나왔다.

    특히 그의 두 주먹은 거의 법보와 견줄 만큼 강력해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체내의 경맥이 매우 강해지고 견고해져서 마기가 다시 폭주해도 가볍게 제압할 자신이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 이전처럼 경맥이 끊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심협은 몸 안팎의 변화를 살펴보고는 두 팔로 옮겨간 금청 영문에 시선을 돌렸다.

    두 영문도 이전과 비교하면 번잡한 변화가 생겨 마치 두 개의 금청쌍익(金靑雙翼)처럼 보였는데, 술법을 시전하기도 전에 강한 풍뢰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법력을 풍뢰 영문으로 주입했다.

    쿠르릉!

    심협의 두 팔에서 눈부신 금색 뇌전과 푸른 바람이 뿜어져 나오자 마치 풍뢰의 신 같았다.

    이 풍뢰의 힘이 한곳에 모여들자 풍뢰쌍익이 나타났는데, 이전보다 몇 배나 커져서 위엄이 넘쳐 보였다.

    심협은 환하게 웃으며 을목선둔으로 밀실을 빠져나가 동굴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 상공에 나타났다.

    그는 주문을 읊고는 법력을 양팔의 풍뢰쌍익에 주입하여 진시천리와 같은 방법으로 운공했다.

    풍뢰쌍익에서 마치 대량의 보약을 먹은 것 같은 빛이 뒤로 10여 장이나 뿜어졌고, 시야가 흐려지면서 그는 엄청난 속도로 질주해 눈 깜짝할 사이 30여 리를 날아갔다.

    “역시 되는구나!”

    심협은 두 날개를 펼쳐서 겨우 멈춰 서고는 기뻐했다.

    다만 풍뢰쌍익은 꿈속 세계의 금은쌍익과 차이가 있으니 진시천리 신통을 완벽하게 익히려면 좀 더 연습이 필요했다.

    심협은 묵묵히 풍뢰쌍익을 발동하여 이 신통을 계속 연습했다. 다만 그의 경지가 아직 진선기가 아니었기에 시전할 때마다 법력이 3할이나 소모되어 자주 회복해줘야 했다.

    그래도 꿈속 세계의 경험이 있었기에 금방 진시천리에 익숙해졌다.

    “이 신통만 있으면 앞으로 강력한 탈출 수단이 생기는 셈이고, 적절하게 운용하면 이는 무서운 극강의 공격 수단이 될 수도 있을 터!”

    심협은 동굴로 돌아와 가부좌를 튼 채 무명공법으로 체내의 법력을 살폈다.

    그는 풍뢰선조를 연화한 뒤로 황정경 경지만이 아니라 법력도 적지 않게 정진하여 대승 후기 절정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이렇게 법력이 폭증하면서 또다시 불안정하게 바뀔 기미가 있었기에 견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두 눈을 감자 푸른 빛이 금세 몸을 뒤덮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사흘이 지났다.

    뿜어져 나오는 법력 파동이 상당히 진정된 심협은 밀실을 나왔다. 사실 좀 더 견고하게 하고 싶었지만, 은행나무의 영과가 모두 익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심협은 소백룡과 무만아가 있는 밀실로 들어왔다. 무만아가 여전히 술법을 시전하고 있었기에 내부는 여전히 초록빛으로 반짝였고 법력이 솟구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가 조용히 돌아섰다.

    “심 도우요? 들어오시오.”

    마침 들려온 소백룡의 목소리에 심협은 걸음을 멈추고 밀실로 들어갔다.

    “오열 선배님.”

    밀실 안, 소백룡의 몸은 거의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다만 왼쪽 어깨와 팔에는 여전히 은회색 물건이 감돌고 있어 퍽 기이해 보였다.

    무만아는 옆에 가부좌를 한 채 전력을 다해 바닥의 초록색 법진을 운공하는 중이었고, 연연은 법진 맞은편에 앉아서 엄숙한 표정으로 술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초록색 법진 안에는 작은 나무가 자라 있었는데, 네다섯 개의 나뭇가지가 소백룡의 왼쪽 팔과 어깨를 찌르고 있었다. 나뭇가지는 초록 빛을 반짝이며 은회색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지만, 효과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선배님, 몸은 어떻습니까?”

    “구두충의 월혼구에 담긴 월혼 살기를 제거하는 게 쉽지 않소. 한 달은 더 걸릴 것 같소.”

    “한 달이라…….”

    구두충의 상처도 심각했지만 경지가 높으니 지금쯤이면 거의 회복했을 터였다.

    “심 도우는 다시 은행나무 신수로 갈 생각이오?”

    “아마도 은행나무 영과가 며칠 안에 익을 겁니다. 운이 좋으면 영과 한두 개나 신수 원액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 오라버니, 구두충이 이번에는 충분히 대비했을 테니까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해요.”

    무만아는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말렸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그냥 돌아가겠어.”

    심협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영과가 곧 익을 거라니, 이는 분명 어렵게 온 기회요. 다만 지금 내 상태로는 도우에게 방해만 될 것 같소. 허나 구두충은 서해로 쳐들어왔다가 부왕의 용왕인(龍王印)에 맞아 입은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을 게요. 수하의 요병이나 요장은 심 도우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니 준비만 잘 갖춘다면 성공할 수 있겠지.”

    “선배님의 가르침, 감사합니다.”

    심협은 구두충에게 다른 내상이 있을 거라는 말에 기뻐했다.

    “이것은 회령잔(匯靈盞)이라는 이보(異寶)요. 땅속의 수맥과 연결하여 만 리 밖에 있어도 대화할 수 있고 상황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 가져가시오. 운몽택의 법진 금제가 사해 용궁의 금제와 매우 흡사하니 함께 가지는 못해도 금제를 만나면 내가 알려줄 수 있을 것이오.”

    소백룡은 옅은 보라색 옥잔을 꺼냈는데 안에는 푸른색 액체가 반쯤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심협은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심 오라버니, 저는 이걸 줄게요.”

    무만아가 초록색 씨앗을 건넸다.

    “이건……?”

    “자심목(磁心木) 씨앗이에요.”

    “자심목?”

    심협은 들어본 적이 없는 나무였다.

    “자심목은 우리 신목족의 특수한 영목이에요. 나무이긴 하지만 암수가 나누어져 있고, 서로 공생해요. 시들어 죽을 때쯤 두 개의 씨앗을 낳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감지력이 있어서 어떤 금제나 법진도 막지 못해요. 이건 수컷 자심목의 씨앗이에요. 암컷의 씨앗은 이전에 심목 아래 들어갔을 때 은행나무 신수 아래 심어놓고 왔어요. 이 수컷 씨앗으로 찾아간다면 절대 방향을 잃지 않을 거예요.”

    “이런 대비를 해놨었구나. 대단한데?”

    심협이 웃으며 말했다.

    이전에 은행나무 신수에 가봤지만 빠져나올 때는 을목선둔을 사용했기에 방향을 알 수 없었고, 연연은 무만아를 도와 소백룡의 몸에서 음혼 살기를 제거해야 하는 데다 이번에는 너무 위험하여 데려갈 수 없었다. 그러니 이 씨앗이 방향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법력을 주입하자 씨앗의 원기가 약하게 파동을 일으키더니 어느 먼 곳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자심목의 씨앗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 거리가 가까워지면 신목은택으로 다른 씨앗을 조종하여 을목신통을 시전할 수 있어요. 오라버니는 우리 신목은택에 능하니까 시도해보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무만아의 설명에 심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심목 씨앗에 이런 현묘한 작용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을목선둔 외에는 다른 을목 법술을 할 줄 몰랐다.

    “나는 을목 둔술만 사용할 수 있지 을목신통에 능하지는 않아. 조금만 알려줄 수 있을까?”

    심협은 공손하게 가르침을 청했다.

    “아, 그랬군요. 여기 저희 신목림의 몇 가지 을목 법술이 있어요. 심 오라버니는 신목은택의 기초가 있으니까 금방 익힐 수 있을 거예요.”

    무만아는 망설임 없이 초록색 옥간을 꺼내 건넸다.

    “고마워.”

    심협은 무만아가 이렇게 흔쾌히 비법을 내주자 다소 의아했지만, 예의 차리지 않고 옥간을 받아서 신식을 집어넣었다.

    옥간 안에는 세 개의 을목법술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무만아가 이전에 사용했던 ‘형극무’였고 다른 하나는 ‘낙엽소소(落葉蕭蕭)’라는 신통이었다. 이 낙엽소소는 형극무보다 위력이 강한 법술이지만, 소모가 적지 않았다.

    가장 마지막 신통은 ‘엽은(葉隱)’이었는데, 이름대로 초목의 힘을 이용하여 행적을 숨기는 법술로 매우 현묘했다.

    무만아는 이 세 가지 법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고, 심협은 이를 익힌 뒤 작은 산 동굴을 빠져나왔다.

    그는 우선 은신부로 기운을 숨긴 뒤 을목선둔을 시전하여 은행나무 신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은신부는 너무 강력한 법력을 견딜 수 없었기에 매번 둔행할 때마다 나아갈 수 있는 거리가 짧아졌다. 그리고 이제 반나절 만에 소모됐다.

    은행나무 신수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그는 하늘과 땅에 이어진 노란색 광막을 볼 수 있었다. 광막에는 노란색 구름이 피어올라 겹겹이 쌓여 있었는데, 마치 오장관에서 본 만리황사진처럼 그 너머의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구두충이 은행나무의 영과가 곧 익을 것을 알고 신수 부근을 아예 덮어 버렸구나. 연연이 은행나무 영과가 모두 익으면 저절로 날아간다고 했지. 저 금제가 그걸 막을 수 있는 걸까?”

    심협은 은밀한 곳에 몸을 숨기고는 눈앞의 광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데 내부를 살펴보려고 뻗은 신식은 광막에 닿자마자 튕겨나갔다. 심지어 유명귀안도 광막 안의 노란색 구름을 뚫고 들어갈 수 없었다. 게다가 이 광막은 지상만이 아니라 땅속까지 뒤덮어서 토둔술로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만아가 남긴 씨앗은 광막 안에 있을까?”

    심협은 신목은택으로 다른 씨앗의 위치를 감지했다.

    “안에 있구나! 다만 저 안의 상황을 살펴볼 수가 없으니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씨앗이 작용하기도 전에 발각될 거야.”

    심협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회령잔을 꺼내 소백룡과 연락을 취했다.

    회령잔 안의 액체에서 푸른 빛이 번득이더니 이내 1척 크기의 푸른 광륜이 생겨났다. 광륜은 웅웅 하며 울리더니 수많은 푸른 부문을 뿜어냈고, 금세 뭉쳐져서 푸른 눈으로 변했다.

    심협의 두 귀에서도 웅웅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회령잔을 통해 동굴 안의 소백룡과 연결됐다.

    ‘훌륭한 보물이구나!’

    그는 내심 감탄하고는 이곳의 상황을 소백룡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심 도우, 회령잔 안의 눈을 노란색 광막으로 향해주시오. 내 어떤 금제인지 살펴보겠소.”

    소백룡의 목소리가 귀에서 들려오자 심협은 회령잔을 노란색 광막으로 돌렸다.

    회령잔의 눈이 푸른 영광을 발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여 진짜 눈처럼 노란색 광막의 변화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참 뒤, 관찰을 멈춘 푸른 눈이 천천히 감겼다.

    “어떻습니까?”

    “보기에는 상고시기의 건곤현금대진과 흡사하나 우리 서해 용궁이 가지고 있는 건곤현금진법과는 좀 다르오. 조금만 시간을 주면 파해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소.”

    심협은 소백룡이 자신 없어 하는 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선배님께서 수고해 주십시오. 그리고 대진 안에 있는 자심목 씨앗에 관한 일을 만아에게 물어봐주시겠습니까?”

    “그건 이미 물어봤소. 무 도우가 말하길, 규령비술(窺靈祕術)을 전수해주라더군. 이 비술을 신목은택과 조합하면 안에 있는 씨앗을 통해 대진 안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을 거라 하였소.”

    소백룡은 무만아에게서 들은 비술의 구결을 전해주었다.

    “잘 사용하겠다고, 고맙다고 전해주십시오.”

    심협은 그 말을 끝으로 회령잔을 끊었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난관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고 있다니, 대종문 출신 수사는 역시 남다르군. 내 아무리 각종 비법을 익혔다 해도 대종문 수사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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