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709화 (709/1,214)
  • 709화. 풍뢰쌍익(風雷雙翼)

    흐느끼는 마음(魔音)은 끊임없이 머릿속을 파고들면서 심협은 점점 어지러워지고 손발이 걷잡을 수 없이 춤을 추며 귀물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심협은 자신의 부주의를 후회하며 법력을 운공하여 저항하려 했지만, 법력조차 제어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의 얼마 안 되는 신혼의 힘뿐이었다.

    서둘러 불주진신법을 운공하자 반룡벽이 체내의 상황을 감지한 것처럼 순양의 힘을 흘려보냈고, 순간적으로 섭혼마음의 영향을 막아내면서 마음대로 움직이던 몸이 멈출 기미를 보였다.

    심협은 내심 안도하며 전력을 다해 신혼을 진압하려 했다.

    그러나 허공에 있던 귀물 머리가 다시 입을 벌리자 밀실 안의 섭혼마음은 배나 더 강해졌다.

    심협은 뜻밖의 봉변에 간신히 제어했던 신혼이 다시 흐트러지면서 정신도 혼미해졌다.

    “이제 끝이다!”

    아까의 멍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귀물 머리가 환하게 웃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검은색 음파가 다시 나타나더니 마치 날카로운 검기처럼 심협의 몸을 베려 했다.

    그때 밀실 안에 갑자기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모든 것을 뒤덮었고, 검은색 음파마저 늪처럼 삼켜버렸다.

    심협의 몸도 안개에 뒤덮이면서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환술 금제?”

    귀물 머리가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머리 아래에 귀기(鬼氣)가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길이가 몇 장에 이르는 몸이 생겨났다. 온전해진 귀물은 낫처럼 생긴 발톱으로 방금 전까지 심협이 있던 곳을 베었다.

    달빛 같은 검은 빛이 뿜어져 나갔지만, 주변의 하얀 안개에 흔적도 없이 삼켜졌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크아아!”

    귀물이 분노에 포효하자 검은 귀염(鬼焰)이 용솟음쳐 빠르게 퍼져 나가 몇 호흡 만에 반경 수백 장에서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끝이 없어 보이는 하얀 안개는 검은 불바다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는 도대체 무슨 안개란 말인가!”

    귀물은 마침내 당황하여 다시 섭혼마음 신통을 시전했고, 귀신의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한편, 하얀 안개 어딘가. 심협은 가부좌 틀고 있었다. 미간이 번득였고, 몸에서는 푸른 빛이 흘렀는데 이 빛은 점점 밝아졌다.

    한참이 지나자 푸른 빛이 갑자기 폭증했고, 심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하얀 안개에서 귀장이 나타났다.

    “네가 제때 와준 덕분에 괜찮다. 고맙구나.”

    심협이 안도하며 말했다.

    섭혼마음에 걸렸을 때 그는 곧장 심신으로 귀장에게 알렸고, 귀장은 가지고 있던 양의미진진의 진기로 급하게 법진을 발동하여 귀물을 가둔 것이다.

    “주인님, 그놈은 누구입니까? 어디서 갑자기 나온 거죠?”

    심협은 간단하게 귀물에 대해 설명했다.

    “주인님 몸에 붙어 있었다고요? 그렇게 오랫동안 붙어 있으면서 발각되지 않다니, 저 귀물도 대단하군요.”

    “섭혼마음 같은 귀도 신통을 알고 있던데 저 녀석의 정체를 알 수 있겠어?”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머리인 걸 봐서는 생전에 승려였을 것 같군요.”

    “승려라…….”

    그 말에 심협은 더욱 당황했다.

    불문 사람들은 심지가 굳고 윤회왕생을 믿고 있기에 사후 귀도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단, 귀물이 되어버리면 실력은 보통 귀물과는 확연히 달랐다. 한데 저 귀물은 이리 강하고 머리카락 한 올 없는 것이 승려였을 가능성이 분명했다.

    “주인님, 제가 저 귀물의 강한 경지와 순수한 귀기를 흡수한다면 경지가 비약적으로 강해질 것 같습니다.”

    귀장은 심협에게 다가와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원한다면 안 될 것 없지.”

    심협은 거절하지 않았다.

    저 귀물이 과거 어떤 도움을 건 방금 자신의 목숨을 노렸으니 과거의 인연은 이제 끝이다. 귀장이 흡수해서 경지가 오르면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주인님!”

    심협은 하얀 진기를 꺼내 결인했다. 그러자 두 사람 주위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곧바로 검은 귀물 부근에 나타났다.

    귀물은 검은 귀염을 거두고 음한 신통을 시전하여 주변의 하얀 안개를 얼리려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심협과 귀장이 갑자기 나타나자 귀물은 곧장 달려들었다.

    귀물의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자 수많은 섭혼마음이 덮쳐왔다. 그러나 이미 불주진신법을 운공해 신혼이 굳건해진 터라 조금도 침입하지 못했다.

    “가라!”

    그가 결인하자 순양검이 번개처럼 날아가 귀물 앞에 나타났다.

    귀물은 그 엄청난 속도에 깜짝 놀랐고, 강렬한 순양의 기운이 거슬린 듯 급하게 손을 뻗어 검을 잡으려 했다.

    귀물의 두 손에서 짙은 검은색 귀염이 타오르더니 강력한 음한의 기운이 순양검으로 침투해갔다.

    심협은 개의치 않는 듯 눈을 번득였고, 그 순간 순양검이 붉게 반짝이더니 두 개로 변했다. 이어서 옆의 허공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면서 검의 허상이 나타나 두 손을 번개처럼 베었다. 순양검의 허상이었다.

    귀물의 두 손이 갈라지면서 벗어난 순양검 본체는 쏜살같이 날아가 귀물의 가슴을 찔렀다.

    귀물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체내의 음기가 흘러나왔다.

    깜짝 놀란 귀물이 반응하기도 전에 붉은 검의 허상이 녀석의 어깨부터 비스듬히 베어 들어갔다.

    검의 허상은 순양검 본체만큼이나 날카로웠기에 귀물의 거대한 몸이 절반으로 잘리며 땅에 쓰러졌다.

    심협이 재빨리 결인하자 주위의 하얀 안개에서 10여 개의 사슬 같은 하얀 빛이 쏟아져 나와 귀물의 두 동강 난 몸을 꽁꽁 묶었다.

    사슬에서 강력한 구속력이 흘러나와 귀물을 완전히 구속했다.

    “지금이다!”

    중상을 입은 귀물에게서 순양검을 거둔 심협이 외쳤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귀장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귀물에게 달려들어 체내로 파고들었다.

    커다란 검은 기운이 쏟아져 나와 귀장과 귀물을 감싸더니 빠르게 휘감았다. 그러자 5장은 됨직한 검은 안개 덩어리가 생겨났다.

    그 안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고, 이어서 검은색 안개 덩어리의 한쪽이 갑자기 팽창했다. 그러나 금세 원래대로 돌아갔다. 귀장이 귀물의 원기를 흡수하는 데는 시간에 제법 걸릴 듯했다.

    심협은 기다리지 않고 결인하여 하얀 안개에서 벗어나 원래 밀실로 돌아갔다. 양의미진진이 있으니 어떤 기운의 파동이 흘러나갈 걱정이 없었기에 귀장 쪽은 신경 쓰지 않았다.

    “구두충이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 포기했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해도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의미겠지.”

    심협은 가부좌를 한 채 마음을 진정시키고 계속해서 뱃속의 풍뢰선조를 연화했다.

    풍과 뇌의 영력이 다시 몸에 나타나더니 점점 퍼져 나갔다.

    한 치의 근육도, 한 줄기의 경맥도, 한 마디의 뼈도 탐욕스럽게 선조의 영력을 흡수했다. 특히 전신의 뼈는 풍뢰의 영력을 흡수하자 몇 배나 두꺼워졌고, 갈수록 영롱한 빛을 띠어 난공불락의 느낌마저 들었다.

    풍뢰선조의 작용은 이전에 복용했던 뇌골단과 매우 비슷했지만, 담겨 있는 원기는 몇 배나 더 많았다. 그가 복용한 풍뢰선조는 겨우 1할도 되지 않았는데도 그의 강력한 육체가 버티지 못할 것 같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는 굳건히 참아냈다.

    심협은 심호흡하여 심신을 가라앉히고 황정경을 운공했다.

    체내에 흐르는 풍뢰의 영력이 갑자기 더 빨리 흡수되면서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황정경이 다시 정진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뇌골단을 복용했을 때보다도 훨씬 빨랐다.

    심협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풍뢰선조가 황정경 수련에 도움이 되는구나!’

    반나절 뒤, 심협은 가벼운 신음을 내뱉고는 눈을 떴고, 손을 뒤로 돌려 등을 만져봤다.

    두 개의 뼈에는 어느새 금색, 푸른색의 영문이 나타났는데, 그 모습은 광풍 같았고 또 약간의 뇌전의 기운을 띠고 있어서 보기에 매우 신비로웠다.

    “이 영문은 어디서 난 거지?”

    그는 의아해하며 계속해서 선조를 연화하는 동시에 신식을 펼쳐 체내를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이내 이 영문들이 풍뢰선조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됐다.

    풍뢰의 영력이 연화될수록 더 많고 세밀한 금청(金靑)의 영문이 선조에서 뿜어져 나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몸 곳곳을 천천히 움직이다가 마지막에는 심협의 등에 모여들었다.

    “이토록 현묘할 수가! 풍뢰선조는 역시 천지의 영종(靈種)이구나. 한데 이 영문은 뭐지?”

    심협은 잠시 수련을 멈추고 법력을 이 영문에 주입했다.

    영문은 자극을 받은 것처럼 바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금색과 푸른색의 빛이 그의 몸을 꿰뚫고 등에서 튀어나오자 그 부근의 근육이 빠르게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밖으로 튀어나와 천천히 두 개의 날개를 이루었다. 금색과 푸른색의 영익(靈翼)이었다.

    “진짜 날개가 자라다니!”

    심협은 깜짝 놀랐다.

    다만 그는 날개가 달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바로 황정경으로 이 변화를 제압했다.

    눈부신 금빛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등에 달린 금청의 영문을 제압했고, 등에서 꿈틀대던 근육도 더는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그의 몸으로 돌아갔다.

    “황정경으로 영문의 변화를 제압할 수 있어서 다행이군.”

    한숨 돌린 심협은 다시 법력을 운공하여 금청의 영문으로 주입했다. 그러자 또다시 날개가 나타났는데,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고개를 돌려 보니 두 개의 영익은 마치 팔이 더 생긴 것처럼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두 영익에는 강력한 풍뢰의 힘이 담겨 있을 터.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던 심협이 두 날개를 가볍게 펄럭이자 주위의 경치가 갑자기 흐려졌고, 그는 쏜살같이 앞으로 날아갔다.

    “헛! 아, 안 돼!”

    앞은 금제가 붙은 석벽이었기에 그는 서둘러 멈추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고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심협은 육신이 강인하여 이 정도 충격으로는 다치지 않았지만,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창피하고 민망했다.

    “풍뢰의 두 날개가 보통이 아닌데? 겨우 형태만 잡힌 것인데도 이 정도라면 풍뢰선조를 완벽하게 연화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내가 영금류(靈禽類)의 요족이 아닌 게 아쉽군그래. 그렇지 않았으면 풍뢰의 두 날개를……?”

    심협은 혼자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말을 끊었고, 이내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비록 영금 요족이 아니지만, 꿈속 세계에서 영금 요족의 절세 신통인 진시천리를 익혔었다. 다만 이 신통은 반드시 요붕(妖鵬)의 금은쌍익(金銀雙翼)이 있어야만 가능했기에 현실에서는 수련할 수 없었다.

    ‘이제 풍뢰쌍익(風雷雙翼)이 생겼으니 그 신통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생각이 미친 심협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진시천리의 위력은 꿈속 세계에서 경험해본 대로 도망치기에 제격이었다. 구두충에게 쫓길 때에도 그 신통이 있었더라면 쉽게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보자. 꿈속 세계에서는 금은쌍익을 두 팔에 흘려보냈으니 풍뢰영문도 두 팔로 옮겨봐야겠어.”

    심협은 다시 가부좌를 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풍뢰쌍익과 금은쌍익이 조금 달라서 진시천리를 익힐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최대한 몸의 상태를 꿈속 세계와 비슷한 정도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는 황정경으로 등에 있는 금청의 영문을 옮겨보려 했다. 방촌산의 진파보전(鎭派寶典)답게 예측 불가한 신통을 가진 황정경을 끊임없이 운공하자 등의 두 금청 영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참 후에는 마침내 두 팔로 옮겨왔다.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계속해서 풍뢰선조를 연화했다.

    풍뢰선조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영문은 이제 등으로 가지 않고 두 팔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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