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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08화 (708/1,214)

708화. 귀물 머리의 마음(魔音)

구두충은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가부좌를 틀었다.

겉보기에는 상처가 모두 나은 것 같아도 이전에 서해 용궁에 침입했을 때 경맥을 다치면서 본명원기도 심한 손상을 입었기에 오랫동안 안정을 취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심각한 화근이 남을지도 모른다.

“소백룡, 어디 다시 붙어보자! 이번에야말로 누가 더 강한지 알려주마!”

구두충은 중얼거리며 눈을 감고는 혈지 안의 혈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반나절 뒤, 구두충 궁전의 요족들이 모두 사방으로 날아갔다. 동시에 수많은 푸른색 새들도 함께 날아갔는데, 너무 많아서 셀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이 새들은 몸집이 반 척 정도로 크지 않았고, 붉은 눈을 빼면 온통 푸른색이었다. 그들에게는 요기가 전혀 없었기에 운몽택의 평범한 새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 * *

궁전 밀실. 푸른 옷의 여자 요물과 연산 그리고 귀장이 단정하게 앉아 푸른 거울을 들고 있었다. 거울에는 핏빛 점이 가득했는데, 자세히 보면 그 빛들은 빨간 눈동자였다. 바로 청시조들의 눈동자였던 것이다.

청시조는 구두충이 비술로 키운 영조(靈鳥)로, 기운이 매우 민감하며 특히 금제를 잘 감지할 수 있다. 게다가 청시조의 눈은 푸른 거울과 연결되어 있어서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거울을 통해 청시조가 보는 것을 같이 볼 수 있다.

청시조는 요기가 없었기에 수사들도 이상한 점을 알아채기 힘들다. 덕분에 이 구두충은 청시조를 이용하여 운몽택의 일거수일투족을 장악할 수 있었다.

푸른 옷의 여자 요물은 그들이 아직 운몽택에 남아 있으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청시조는 금세 운몽택 곳곳으로 흩어졌고 심협 등이 있는 작은 산에도 몇 마리가 날아와 산맥 곳곳을 날아다니며 이상한 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심협이 설치한 것은 양의미진진이었다. 게다가 몇 번을 사용하면서 이 법진에 대한 깨달음이 점점 깊어졌고, 법진의 금제의 힘도 완전히 숨길 수 있었다. 진선기 수사라고 해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이니 청시조들이 제아무리 탐색에 능하다 해도 절대 발견할 수 없었다.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내보냈던 요병이나 청시조들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푸른 옷의 여자 요물 등은 점점 초조해져갔다.

“열흘동안 운몽택을 몇 번이나 수색했는데 왜 아직도 못 찾은 거지?”

“이미 떠난 게 아닐까?”

초조한 연산의 말에 귀장이 반문했다.

“그놈들의 목표는 은행나무 신수의 영과다. 절대 떠났을 리가 없어. 분명히 어딘가에 숨어서 금제로 흔적을 감춘 것이겠지.”

“그럴 리가 없어. 청시조는 금제에 매우 민감해서 어떤 금제도 찾아낸다고!”

“세계는 넓으니 신비한 금제도 많다. 어쩌면 청시조의 감지를 피할 수 있는 금제가 있을지도 모르지.”

푸른 옷의 여자 요물이 말했다.

“파사(巴蛇), 그대는 저들이 금제로 숨어 있다고 본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커.”

“그게 중요한가? 저들을 찾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이제 어쩌지?”

연산이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쨌든 주인님께 보고하는 수밖에…….”

파사의 말에 연산과 귀장은 몸이 떨려왔다. 구두충은 수하들에게 더없이 엄격했다. 이번에 청목경(靑目鏡)까지 줬는데도 그들을 찾지 못했다고 하면 어떤 벌을 받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보고하는 건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

“오, 그럼 부탁할게, 파사.”

연산과 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파사는 밀실에서 나와서 구두충이 있는 혈지로 가서 상황을 보고했다.

“한심한 것들! 청시조와 청목경까지 줬건만 그걸 못 찾아?”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혹시 주인님의 강력함에 운몽택을 벗어난 게 아닐까요?”

구두충은 그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를 향한 소백룡의 원한은 바다처럼 깊어서 죽지 않았으면 절대 물러날 리가 없다. 그러나 상대가 중상을 입어 의식이 없다면 두 인간족이 그를 데리고 운몽택에서 벗어났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못 찾았다니, 어쩔 수 없지. 그 일은 놔두고, 은행나무 영과가 곧 익을 테니 그 일을 먼저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귀장과 연산에게 신수 부근에 건원귀허진(乾元歸墟陣)을 설치하게 했으니 영과 하나도 놓치지 않을 겁니다.”

구두충의 당부에 파사가 바로 답했다.

“건원귀허진만으로는 부족하다. 영과가 익으면 분명히 누군가 노릴 테니 곤원일기진(坤元一氣陣)도 설치하여 건원귀허진과 함께 상고건곤현금(上古乾坤玄禁)을 이루게 하라. 내 부상은 대략 보름이면 완쾌된다. 그동안 방어는 너희에게 맡기마. 이 일만 잘 해내면 너희에게 영과 하나씩을 상으로 내리겠다!”

구두충이 황토색 진기를 꺼내 파사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바로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파사가 기뻐하며 진기를 받고 물러갔다.

구두충은 파사의 뒷모습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 회복에 몰두했다.

혈지에서 나온 파사는 우선 밀실로 향했다.

“주인님께서 뭐라고 하시던가?”

연산과 귀장은 파사가 들어오자 황급히 물었다.

“주인님께서 너그럽게 그들을 찾지 못한 죄는 용서해주셨다. 그들을 찾는 것은 나중에 하고 먼저 은행나무 신수를…….”

파사는 구두충의 지시를 전했다.

“영과를 주신다고? 영과만 있으면 우리의 경지도 더 증진하여 진선기로 돌파할 수 있을 거야!”

연산과 귀장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들은 오랫동안 구두충의 수하로 있으며 신수를 지켰기에 은행나무 영과의 신비함을 알고 있었다.

파사는 흥분한 두 요물을 보며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

‘저 음험한 구두충이 영과를 그렇게 쉽게 내줄까?’

하지만 이 생각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건 주인님께서 주신 곤원일기진이다.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설치해야 하니 바로 가자고.”

“알겠네.”

연산과 귀장은 파사와 함께 은행나무 신수로 향했다.

신수 부근의 돌기둥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주변에는 구름 같기도 또는 안개 같기도 한 금제 광막이 펼쳐져 있었다.

“이 진은 어떻게 설치하지? 건원귀허진 밖에 설치하나?”

“그럴 필요 없어. 두 개의 법진은 본래 하나여서 합치면 상고건곤현금대진이 될 거야. 건원귀허진에 바로 설치하면 돼.”

파사가 설명하고는 결인하자 진기가 노랗게 빛나면서 건원귀허진에 녹아들었다.

반나절 뒤.

은행나무 신수 부근의 땅이 흔들리더니 하얀 돌기둥에서 떠오른 짙은 황망(黃芒)이 땅속으로 들어가자 열 배나 두꺼운 노란색 광막이 천천히 땅 아래에서부터 떠올라 은행나무 신수를 뒤덮었다.

광막은 반구 형태였고, 두께가 10여 장에 이르렀으며, 좌우로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위용을 자랑했다.

“이게 건곤현금대진? 이런 대진은 주인님 같은 진선 후기 수사도 못 부수겠는데!”

연산은 거대한 대진을 보며 감탄했다.

“현묘하긴 하지만 이걸 유지하려면 우리 세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해. 그러니 잠시도 여기서 나가지 못할 거야. 그렇다고 주인님의 궁전 쪽 방어에 다른 사람을 대신 세우지 못할 테니 한동안 고생해야 할 거야.”

“알겠네.”

연산과 귀장은 대답하고는 허공에 앉아서 법진을 운공했다.

순식간에 하루가 지났다.

* * *

작은 산의 동굴 안. 심협은 눈을 떴다 반짝이던 초록 빛이 천천히 사라져갔고, 굳은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하루 동안의 수련으로 그는 본명원기 안의 마기를 제거했다. 아직 꽤 남긴 했지만, 더 이상 원기를 갉아먹지는 않았다.

단지 본명원기에 마화된 부분이 많아질수록 조급해졌고, 점점 피와 살육을 원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서둘러 진선기로 돌파해 천뢰로 몸을 단련해야겠어. 안 그러면 몸이 마기로 물들지 않아도 피를 갈망하는 괴물이 돼버릴 거야.”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리고는 바로 불주진신법으로 심신을 안정시켰고, 눈을 감고 법력을 운공하기 시작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빛이 밀물처럼 몸으로 들어갔는데, 이 빛의 물살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또 10여 일이 지났다.

번뜩이던 푸른 빛이 점점 사라졌고, 심협은 눈을 떴다. 그의 눈은 환희로 가득했다.

10여 일 동안 불주진신법으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무명공법으로 수련을 견고히 했는데, 고생한 댓가로 효과가 좋았다.

보름 만에 그의 경지는 완전히 견고해져서 더 정진할 수 있게 됐다.

심협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풍뢰선조를 꺼냈다.

그는 방금 신식으로 무만아와 소백룡 쪽을 살폈는데, 여전히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무만아의 능력과 소백룡의 경지면 금방 회복할 듯했다.

소백룡은 구두충에게 원한이 있으니 분명히 다시 싸우려 할 것이다. 도움이 되려면 자신도 서둘러 실력을 키워야 했는데 지금 가장 빠른 방법은 풍뢰선조를 복용해 황정경의 수련을 높이는 것이다. 게다가 풍뢰선조에는 영력이 가득해 복용하면 무명공법에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심협이 소매를 흔들자 밀실 곳곳에 진기가 생겨났고, 다시 몇 겹의 금제가 설치됐다.

모든 것을 마친 그는 풍뢰선조를 입에 넣었다.

부글부글!

심협의 몸 반쪽에서 수많은 금색 번갯불이 뿜어져 나오더니 마치 뇌전의 신령처럼 모든 모공에서 뇌전을 토해냈다.

몸의 나머지 반쪽에서는 푸른 폭풍이 뿜어져 나와 그의 피부를 뒤덮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두 개의 강력한 영력이 체내에서 날뛰며 빠르게 몸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바람의 힘은 그렇다고 쳐도 금색 뇌전에는 강력한 번개의 힘이 담겨 있어서 지나가는 곳마다 마화로 인해 남아 있던 마기를 전부 쓸어버렸다. 그러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금색 뇌전에는 강력한 멸마 신통이 담겨 있는 모양이군! 앞으로 마기에 대항할 수 있겠어!”

심협은 크게 기뻐하며 황정경으로 뇌전의 힘을 몸 곳곳으로 퍼트렸다.

금색 뇌전이 지나갈 때마다 남아 있던 마기가 사라졌고, 막힌 경맥도 모두 뚫리면서 몸이 가벼워져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한데 금색 뇌전이 그의 오른쪽 어깨를 지나갈 때, 어깨에서 갑자기 뼈를 찌르는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귀물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밀실의 온도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

당황한 심협이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짙은 검은색 연기가 오른쪽 어깨에서 솟구치더니 크기가 몇 장에 이르는 귀물 얼굴이 동굴 천장으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검은 귀물은 한 올의 머리카락도 없어서 마치 승려 같았다. 커다란 두 눈에는 차가운 빛이 흘렀고, 크게 벌린 입에는 사람을 단숨에 찢어발길 법한 이빨이 빽빽했다.

심협은 깜짝 놀라 풍뢰선조 연화를 멈추고 벌떡 일어났다.

분명 무명공법을 얻을 때 석갑에서 튀어나왔다가 그림으로 변하여 그의 몸에 붙었던 그 귀물이었다. 그가 연기기로 돌파한 이후로는 귀물 얼굴의 그림이 사라졌고, 어떤 방법으로도 찾을 수 없었기에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다. 한데 지금 보니 귀물은 그의 몸 더 깊은 곳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검은 귀물의 얼굴은 그때보다 몇 배나 강해져 있었고 기운도 폭증하여 대승기 수사와 견줄 정도였다.

“아직도 있을 줄은 몰랐군. 순탄하게 법성을 통하고 수선의 길에 입문한 것도 사실 네 덕분이었지. 네 내력을 알려주면 널 괴롭히지 않으마.”

심협이 침착함을 되찾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귀물 얼굴은 이성이 없는지 붉게 빛나는 눈으로 심협을 노려보며 포효할 뿐이었다.

순간, 밀실에는 귀물 울음소리가 가득해지면서 귀가 따가웠다. 검은 음파가 예리한 칼날처럼 뿜어져 나와 밀실 바닥과 벽에 깊은 구멍을 냈고, 심협까지 뒤덮었다.

심협은 고개를 살짝 젓더니 손을 휘둘렀다.

촤악!

물 끼얹는 듯한 소리와 함께 푸른색의 두꺼운 물벽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검은 음파가 푸른 물벽을 두들겼지만, 그러자마자 사라졌다. 마치 거대한 바위가 바다에 떨어지면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심협도 내심 당황했다. 그가 소환한 물빛에는 적지 않은 법력이 담겨 있어 위력이 범상치 않긴 했지만, 이렇게 쉽게 음파를 막아낸 것은 예상 밖이었다.

‘저 귀물은 지능이라는 게 없는 건가?’

그는 혀를 차고는 순양검으로 귀물의 얼굴을 제압하려 했다.

한데 그때, 밀실 안의 음기가 갑자기 강해지면서 가늘게 흐느끼는 소리가 아기 울음소리처럼 날카로워졌다. 이 소리는 심협의 심신을 괴롭혔고, 그는 내심 짜증이 치솟았다.

울음소리는 날카로운 바늘처럼 심협의 머릿속 깊은 곳을 찔렀다.

그는 잠시 어지러워져 몸이 굳었고, 이내 몸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 손발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섭혼마음(攝魂魔音)!”

심협은 깜짝 놀랐다.

그는 서적에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귀도(鬼道)의 신통이 있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술법에 걸리면 경지가 귀물보다 높아도 벗어날 수 없어 그저 두 눈을 뜨고 자신의 신혼이 점점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결국에는 귀물의 꼭두각시가 되어 평생 조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술법은 매우 희박하여 저승에서도 십전염군(十殿閻君) 급의 존재만 시전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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