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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05화 (705/1,214)
  • 705화. 하늘의 신병

    무만아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몸을 떨었고, 얼굴에는 극도의 공포감이 서렸다.

    구두충도 살기에 완전히 뒤덮였고, 실제와 같은 살기 파동이 그의 몸을 침투하여 그의 영혼을 공격했다.

    “죽여, 죽여!”

    수많은 기괴한 외침이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자 구두충은 마치 어렸을 때로 돌아간 듯했다. 위험이 곳곳에서 도사리는 운몽택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기억, 당시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이 되살아났다.

    구두충의 몸이 굳어지면서 떨어지던 핏빛 손도 멈췄다.

    심협의 머릿속에도 무서운 살기가 흘러들어와 신지를 집어삼키려 했다.

    그러나 이때, 그의 허리춤에 있던 반룡벽이 붉게 빛나면서 순양의 힘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그 무서운 살기를 막아내고 신지를 보호했다.

    심협은 놀라는 와중에도 안도했다.

    ‘반룡벽이 신혼에 침투한 살기까지 막아줄 줄이야. 이제 확실히 체내의 마기를 조종할 수 있겠어!’

    그의 체내에서 성난 파도처럼 흘러 다니는 세찬 마기는 이전에 폭발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이 마기는 내 원기를 조금씩 갉아 먹고 강해져왔구나!’

    심협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지금은 길게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는 마기를 운공하여 경맥 곳곳에 흘려보냈다. 법력도 같이 흘렀는데, 마기와 충돌할 때마다 약간의 변화를 일으키면서 위능은 더욱 폭증했다.

    심협의 몸은 조금씩 부풀었고, 몸 위로 흐르는 푸르고 검은 빛은 몇 배나 강한 기운으로 바뀌었다.

    구두충은 경지가 높고 심지가 단단하여 곧장 마음속의 공포를 억누르고는 혈광을 폭발시켰다. 이에 거대한 손이 다시 심협 등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심협은 곧장 법력을 법보에 주입했다.

    현황일기곤과 순양검, 유령주, 기혈번은 빛을 되찾더니 이전보다 열 배는 더 밝게 번쩍이면서 대기마저 흔들렸다. 이와 동시에 그의 몸에 흐르던 검은 빛도 반짝였고, 구여마갑이 떠올라 몸을 뒤덮었다.

    휘황찬란하게 번쩍이는 네 가지 법보는 검은 마기를 담고 있었는데,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명했다.

    심협이 손을 들어 허공을 누르자 금색, 붉은색, 보라색, 혈색 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아 거대한 손과 충돌했다.

    콰쾅!

    굉음과 함께 네 개의 빛기둥이 폭발했고, 소용돌이 같은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혈색 손도 튕겨나갔다.

    심협은 뒤로 밀려났지만, 구여마갑의 보호 덕분에 다치지는 않았다. 이어서 그의 몸에 초록 빛이 흐르더니 순식간에 그 자신은 물론이고 네 가지 법보와 무만아가 함께 허공으로 사라졌다.

    “망할 놈!”

    구두충은 두 명의 인간족이 그의 눈앞에서 사라지자 노발대발하며 붉은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목이 쑥 길어지면서 머리가 거대한 매처럼 변했다.

    요수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두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한 줄기 핏빛이 번개처럼 날아가 매의 눈이 바라보는 곳에 꽂혔다.

    그러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허공이 찢겨 나가면서 공간에 균열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혈색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심협과 무만아는 혈색의 번개에 맞아 처참하게 튕겨 나왔다.

    심협이 몸을 가누기도 전에 구두충이 허공을 뚫고 나와 은빛을 반짝이는 초승달 모양의 법보로 베어 들어왔다.

    심협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와중에도 반응은 매우 빨랐다. 그는 왼손으로 무만아를 안고 오른손으로 참마검을 휘둘러 초승달 법보의 일격을 막았다.

    구두충이 손목을 흔들자 초승달 법보가 일곱 개로 변하여 심협의 몸 곳곳을 찔러왔다.

    심협의 참마검이 어지러이 춤을 췄다.

    땅! 땅! 땅!

    연이은 금속음이 일곱 번이나 울려 퍼졌고, 구두충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심협은 지금 상황에 놀라는 중이었다. 지금 구두충은 적어도 진선 후기일 텐데 마기가 폭발한 자신은 그런 그와 거의 동등하게 싸우고 있지 않은가!

    구두충도 적잖이 놀란 듯 몸에서 혈광을 뿜어냈다. 초승달 법보의 빛이 더 강해지면서 폭풍우와 같은 공격을 펼쳤다.

    심협은 침착하게 상대했고, 두 사람의 모습은 뒤엉켰다.

    구두충은 점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대하고 있는 인간족의 살기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심신을 간신히 억눌러서 살기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대신 실력을 7할도 내기 힘들었다. 게다가 방금 입은 중상도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단번에 상대를 제압할 수 없었다.

    반대로 심협은 마기의 제어에 점점 익숙해졌고, 이전에 마기에 침식된 적이 있던 터라 참마검도 마기와 충돌하지 않았다. 참마검의 검기가 점점 강렬해지면서 구두충의 모든 공세를 막을 뿐만 아니라 점점 우세를 점했다.

    “귀차혈우(鬼車血雨)!”

    구두충은 혀끝을 깨물어 진한 피를 뿜어냈다.

    이 피는 평범한 피와는 달리 겉은 검고 속은 붉었으며 이상할 정도로 끈적했는데, 그 안에는 짙은 마기가 담겨 있었다.

    휙! 휙! 휙!

    검고 붉은 피가 빠르게 흩어지면서 순식간에 검붉은 거대한 구름으로 변해 허공을 뒤덮었다.

    이내 먹구름에서 검은 비가 화살처럼 쏟아져 반경 십여 리를 뒤덮었다.

    심협은 달빛을 뿜어내며 쏜살같이 뒤로 물러났다.

    구두충은 이를 저지하지 않고 양손을 들어 머리 위에 검붉은 우산 같은 광막을 만들어냈다.

    심협의 사월보는 번개처럼 빨랐지만, 혈우의 중심에 있던 탓에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입을 벌려서 세 개의 푸른 구슬을 뱉었다.

    이 세 개의 구슬은 보상선사의 저물 법기에서 얻은 것으로, 등급이 낮지 않았다. 세 개가 하나로 움직이는 이 구슬들은 방어력이 비범했다.

    세 개의 구슬이 서로 뒤엉키면서 빙글빙글 돌자 그의 머리 위로 두꺼운 광막이 생겼고, 기혈번도 날아가서 쫙 펼쳐져 푸른 광막 아래를 감쌌다.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기가 무섭게 무수한 빗방울이 광막에 떨어졌다.

    치익!

    부식되는 소리와 함께 푸른 광막에서 연기가 치솟았고, 구슬들 역시 순식간에 녹아서 사라졌다.

    심협은 깜짝 놀라 법력과 마기를 기혈번에 주입했다.

    기혈번의 핏빛이 맹렬히 증폭했지만, 수많은 검은 빗방울의 공격에 빛은 빠르게 약해져갔다. 점점 많은 검은 비가 떨어지면서 모든 것을 삼켰다.

    주위의 나무와 풀, 심지어 흙마저 검은 비에 닿자마자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푸른 연기를 뿜어냈고,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경 십여 리의 땅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리면서 3척 깊이의 끈적한 검은 늪으로 변했고, 눈 뜨고 보기에도 참혹한 광경이었다.

    심협은 붉은 둔광이 되어 검은 비 사이를 뚫고 나왔다. 그의 몸은 구여마갑 덕분에 무사했지만, 마갑이 없는 팔다리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뼈가 드러나 있었다.

    참혹할 정도의 중상을 입어서인지 마기도 빠르게 약해져갔다.

    기혈번은 무만아를 감싼 채 그의 옆에 떠 있었는데, 크게 녹아내려 검은 반점이 가득했고, 빛이 어두운 것으로 봐서는 영력이 크게 손상된 듯했다.

    심협은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미처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구두충이 뒤까지 바짝 쫓아와 은빛으로 반짝이는 초승달 법보를 높이 치켜들었다.

    심협은 서둘러 순양검결을 운공하여 체내에 남아 있는 법력과 마기를 전부 참마검으로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는 부상이 심각했고 급히 막느라 힘이 제대로 실리지 못한 탓에 참마검을 놓치고 말았다.

    “죽어라!”

    구두충이 초승달 법보를 던지며 외쳤다. 초승달 법보는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심협의 목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심협은 그 와중에도 침착하게 검결을 펼쳤다. 그러자 순양검이 쏜살같이 날아가 초승달 법보의 일격을 막아냈다.

    구두충은 이를 보고도 콧방귀를 뀌더니 등에 튀어나온 왼손으로 결인했다.

    심협의 반대쪽 허공에서 파동이 일더니 차가운 빛이 반짝이면서 또 다른 초승달 법보가 그의 목을 감싸왔다.

    심협은 초승달 법보가 하나 더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피할 틈이 없었고, 목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금색 창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정확하게 초승달 법보에 명중했다.

    챙!

    초승달 법보가 훌훌 튕겨 날아갔다.

    “누구냐!”

    구두충은 깜짝 놀랐다. 누군가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한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죽다 살아난 심협은 달빛을 뿜어내며 뒤로 한참을 물러난 뒤 금색 창을 바라봤다.

    허공에서 한 청년이 나타났다. 하얀 옷에 관을 쓰고 있었고, 곧은 자태와 더없이 준수한 얼굴, 온몸에서 풍기는 존귀한 기운은 요물 같으면서도 요물이 아니었고, 선족 같으면서 선족이 아니었다.

    “너는!”

    구두충이 원망의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봤다.

    백의의 청년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그는 구두충의 원망하는 눈빛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심협과 무만아를 바라보며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으시오?”

    “덕분에 살았습니다. 무 도우는 기절했지만 큰 상처는 없습니다. 선배님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심협은 예를 올렸다. 상대는 젊어 보였지만 강력한 기운은 구둥충과 접인도인 이상이었기에 선배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백의의 청년은 무만아를 바라보더니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물과 같은 하얀 빛이 손에서 뿜어져 나와 강렬한 생기를 뿜어내며 무만아의 몸으로 들어갔다.

    무만아의 몸이 하얗게 빛났으나, 바로 깨어나지는 않았다.

    심협은 백의 청년의 술법에서 느껴지는 법력의 기운이 어딘가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불현듯 머릿속에서 그들을 대신해서 환무를 깨트린 거대한 존재가 생각났다.

    ‘그때 그였구나! 한데 왜 우리를 두 번이나 도와준 거지? 우리를 이용해 구두충을 상대하려는 건가?’

    심협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모든 생각을 접었다. 어쨌든 상대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지 않았는가. 다른 목적을 위해서 그런 것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생명의 은인을 함부로 의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선배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협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리자 백의의 청년은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심협은 거역하지 않고 무만아를 데리고 멀리 물러나 치료 단약을 먹고 회복에 집중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곧 큰 싸움이 일어날 게 분명하니 최대한 빨리 회복해야 했다.

    단약은 빠르게 흡수됐지만, 상처에는 음랭의 마기가 서려 있어서 단약의 효능을 방해했다.

    바로 유령주를 발동하자 보랏빛이 온몸을 뒤덮었고, 상처의 마기들을 순식간에 흡수했다.

    ‘유령주가 참으로 요긴하군.’

    심협은 내심 안도하고는 단약의 힘으로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의 상처에서 새살이 돋아나면서 빠르게 아물었다.

    차가운 눈으로 구두충을 노려보던 백의의 청년이 무슨 말을 꺼내려던 참이었다.

    “삼태자 전하, 이렇게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군요. 듣기로는 서천 불문의 호법신룡이 되었다던데, 운몽택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요염한 미부인이 멀리서 날아와 백의의 청년에게 요염하게 웃었다.

    미부인을 본 백의 청년의 표정은 복잡해졌다.

    전력을 다해 부상을 회복하는 와중에도 이 광경을 본 심협은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저들 사이에 뭔가 있는 거 같은데…… 가만!’

    구두충에 대한 소문이 떠올랐다. 이전에 서해 삼태자 오열(敖烈), 즉 훗날 서경을 취하러 가는 소백룡(小白龍)은 약혼녀 만성공주(萬聖公主)를 구두충에게 뺏기자 화가 나서 옥제가 내린 명주(明珠)를 불태웠다가 감옥에 갇혔다. 그리고 훗날 남해 관세음보살의 점화로 당승을 보호하여 진경을 가져온 덕분에 죄에서 벗어났다고 했었다.

    ‘그럼 저 미부인이 만성공주? 방금 분명 삼태자라고 했지. 그렇다면…… 저 선배는 과거 당승을 보호하며 서경을 가지고 온 소백룡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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