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691화 (691/1,214)

691화. 멸마(滅魔)

마물이 허공에서 몸을 가누려는데, 뒤에서 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불꽃이 타오르는 순양비검이 검 끝에서 검광을 뿜어내며 날아오고 있었다.

마물은 창과 칼을 머리 위로 들어 순양분검을 받아냈다.

챙!

검날이 강하게 떨어지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마물은 그대로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는데, 홍련업화에 닿은 두 팔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쿵!

충격에 땅이 강하게 흔들렸지만, 마물은 멀쩡한 듯 곧바로 일어나더니 다시 목을 풀고는 심협을 바라봤다. 마치 지금까지 싸워온 신목족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 순간, 마물의 두 팔은 이제 곡도(曲刀)로 변했고, 두 다리도 변하기 시작하더니 종아리가 허벅지보다 더 길어지면서 끊임없이 수축하고 가늘어졌다. 사람의 다리가 아닌 어떤 짐승의 다리 같았다.

심지어 몸도 갑자기 작아졌고, 그대로 갑자기 뛰어올라 그 자리에는 한 줄기 잔상만 남기고 순식간에 심협 앞에 나타났다.

심협은 본능적으로 현황일기곤을 들려고 했지만, 그럴 틈도 없이 가슴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가슴에서 강력한 압박감을 느낀 순간, 그대로 붕 떠서 날아갔다.

몸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동안 눈가에 잔상이 휙 지나갔다. 이미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물이 두 팔을 교차하여 그를 세 동강 내려 한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심협은 곤봉을 거꾸로 돌려 뒤를 찔렀다.

곤봉은 곧장 날아가는 듯했지만, 사실 심협의 팔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발천난봉 곤법!

곤봉의 잔상이 빠르게 뭉쳐져서 그가 튕겨나가던 기세를 줄였다.

허공에서 몸을 가눈 그가 몸을 살펴보니 구여마갑의 가슴 부위에 기다란 도흔이 남아 있었다. 갑옷을 베지는 못했지만 깊은 상처가 나 있었고, 마갑에 모였던 마기도 3할 이상이 사라졌다.

‘저 마물의 공격을 앞으로 두 번밖에 버텨내지 못하겠군.’

세 번째 공격을 받으면 몸까지 그대로 베이게 되리라.

심협은 신중한 표정으로 현황일기곤을 들고 마물을 가리켰다.

이를 본 마물은 두 다리를 박차며 순식간에 돌진해왔다. 곡도가 빠르게 춤을 추자 한 줄기 도광이 춤을 추며 겹겹이 쌓여 눈송이처럼 떨어졌다.

심협은 방심하지 않고 발천난봉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펼쳤다. 수많은 곤봉의 허상이 교차하면서 도광과 맞부딪쳤다.

발천난봉의 곤법이 한 수 위였지만, 경지에서는 마물이 위였기에 한 번의 도광이 두세 개의 곤봉 허상을 베면서 발천난봉의 기세를 꺾을 기미를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 심협과 마물은 백여 합을 겨루었다. 심협의 발천난봉은 매번 충분한 양의 곤봉의 허상을 만들어내지 못해 마물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그때, 마물의 두 손이 갑자기 좌우로 나누어졌다가 교차하더니 그대로 심협 앞에 있는 곤봉의 허상을 전부 날려버렸다. 뒤이어 또다시 쏜살같이 돌진하여 순식간에 심협 앞에 나타나 곡도로 변한 팔을 휘둘렀다.

심협은 황급히 곤봉을 들어서 막았다.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곡도가 현황일기곤 위에 떨어졌고, 심협은 그대로 허공에서 떨어졌다.

마물은 이를 보며 끽끽거렸는데, 비웃음인 듯했다. 동시에 어깨에 닿은 기다란 귀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구불거리며 늘어나 심협의 두 팔을 휘감더니 그대로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심협이 허리를 굽혀 피하는 순간, 붉은 검광이 엄청난 속도로 마물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마물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순양비검에 허를 찔렸으나, 입을 쩍 벌려 도마뱀 같은 긴 혀로 비검을 감쌌다.

순양비검이 더욱 붉게 번득였고, 홍련업화가 순식간에 치솟았다. 그럼에도 마물의 기다란 혀는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더 칭칭 감아 순양비검을 완벽하게 감쌌다.

마물의 기다란 혀 아래로 적홍색 부문이 보였다. 바닥에 있던 그 부문이었다.

심협의 두 팔을 감싼 귀는 계속해서 늘어나 코와 입을 지나 두 귀를 찌르기 위해 날아왔다.

한데 막 귀를 찌르기 직전, 마물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마물의 배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어느새 심협의 단전에서 튀어나온 참마검이 마물의 배에 박혀 있었다.

다음 순간, 참마검 안에 담겨 있던 순양의 힘이 태양처럼 번득이자 마물의 뱃속이 환하게 밝아졌다.

순양의 힘은 수많은 빛줄기로 변하여 사방으로 뻗어 갔고, 마물의 뱃속을 미친 듯이 휘저었다. 마물의 배는 급속도로 팽창해 금세 만삭처럼 부풀었다.

펑!

강력한 폭음과 함께 마물의 배가 폭발하면서 대량의 마기가 쏟아져 나왔다가 점점 사라졌다.

몸에서 빛을 발하며 벗어나려던 심협은 이내 눈앞의 광경에 아연실색했다.

마물의 머릿속 붉은 빛이 그대로 배로 내려가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참마검을 튕겨낸 것이다.

곧이어 마물의 배는 저절로 봉합되더니 금세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단전은 저 마물의 급소가 아니었군!’

심협은 재빨리 황정경 공법을 최대한으로 운공했다. 그러자 용상(龍象)의 힘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줄곧 심협을 제압해왔던 마물은 상대에게 아직도 이렇게 강력한 힘이 남아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고, 결국 더는 묶어두지 못하고 밀려나야 했다.

심협이 뛰어올라 참마검을 회수하고는 다시 단전에 넣으려 하자 마물이 곧장 기다란 혀를 뻗어서 순양비검을 뱃속으로 넣었다.

“허! 너도 검을 먹고 싶은 거냐?”

심협은 화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 그리고 그가 장난스레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자, 다음 순간 마물의 입에서 갑자기 불꽃이 타올랐다.

“크아아아!”

마물이 비명을 내지르며 황급이 입을 벌려 홍련업화로 타오르는 순양비검을 뱉어냈다.

심협은 손을 휘둘러 순양비검을 소환한 뒤, 다시 크게 벌어진 마물의 입을 바라봤다. 마물의 입안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으로 가득했다.

그 순간, 심협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물은 입안의 업화를 모두 뱉어내고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곧장 돌진해왔다. 두 눈은 핏빛으로 번득였고, 등 뒤에서는 갑자기 불규칙한 암홍색 보따리 형상이 솟아올랐다.

심협은 함부로 맞서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그가 물러나는 순간, 마물은 갑자기 속도를 높여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왔다.

뒤에서 솟아오른 암홍색 보따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면서 긴 목에 달린 흉흉한 머리가 튀어나와 입을 쩍 벌렸다.

휙!

팔뚝 두께의 붉은색 화살이 갑자기 뿜어져 나왔는데, 그 겉에는 부식성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 화살은 엄청난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심협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한데 뒤로 물러나던 심협이 갑자기 몸을 멈추고는 돌진했다.

이와 동시에 청령목인이 심협 앞에 나타나 빛을 뿜어냈다.

퍼펑!

청령목인과 충돌한 붉은 화살은 바로 폭발했다.

피가 비처럼 떨어지면서 돌진하던 심협의 앞을 완전히 가렸다.

피할 곳이 사라져 그대로 혈우에 닿으려는 순간, 청령목인이 갑자기 강한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신수의 허상이 펼쳐지더니 부드러운 초록빛을 뿜어내 모든 혈우를 걷어버렸다.

심협의 경지가 한 단계 올라가면서 목인도 대량의 신수 정원을 흡수해 방어력이 더 강해진 덕에 본래 진선급의 공격을 한 번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두 번 견딜 수 있게 됐다.

심협은 수많은 곤봉 허상을 만들어내 마물을 뒤덮었다.

그러나 마물의 뒤에서 솟구친 머리가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리더니 뱀처럼 목을 길게 뻗어 그대로 심협을 삼키려고 했다.

심협은 곤봉을 크게 돌렸다. 그러자 모든 곤봉의 허상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마물이 심협을 삼키려는 순간, 곤봉이 매우 강력한 기세로 떨어졌다.

펑!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마물의 머리는 잘 익은 수박처럼 터져 나갔고, 안에서는 피가 또다시 비처럼 쏟아졌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탓에 심협은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다.

일촉즉발의 순간, 두 개의 그림자가 좌우에서 날아와 그의 앞을 막았다. 다름 아닌 뇌속성과 화속성의 언술 꼭두각시들이었다.

피가 닿자 그들의 몸에서는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두 꼭두각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진득하게 녹아 추락했다.

심협은 그 틈에 현황일기곤으로 마물의 등을 찔렀다.

마물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추락했으나, 기다란 귀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 미처 피하지 못한 심협의 두 발을 휘감았다. 결국 심협은 그대로 끌려가 마물의 등 위로 떨어졌다.

바로 그때였다!

마물의 반쯤 깨진 머리가 갑자기 뒤로 돌더니 입이 쩍 벌어졌다.

핏빛의 기다란 혀가 창처럼 곧장 날아와 순식간에 구여마갑을 찔렀다.

하지만 갑옷에 닿는 순간, 새빨간 혀는 마치 허상이 된 것처럼 그대로 마갑과 심협의 가슴을 지나 등 뒤로 빠져나왔다.

심협은 숨이 막히면서 온몸에 강렬한 마비감이 느껴졌다.

그의 가슴 앞에 허상 같기도, 실체 같기도 한 혈기가 마갑에서 퍼져 나와 순식간에 그의 옷과 가슴을 부식시켰다.

심협은 단전과 법맥 안의 힘이 얼어붙은 것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부식된 가슴은 뼈가 드러났지만, 조금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마비감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기에 자신의 몸이 아래에 있는 마물을 향해 떨어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마물은 먹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입을 쩍 벌렸다.

‘안 돼!’

이대로 단념할 수 없었던 심협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때, 체내에서 일말의 반응이 느껴지자 심협은 크게 기뻤으나, 이내 다시 절망에 빠졌다. 반응한 것은 법력도 법보도 아닌 마기였던 것이다.

다음 순간, 그의 두 눈이 다시 붉게 물들었고, 모든 모공에서 검은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치우의 기운이 담긴 마기였다.

한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마물의 혈우가 치우의 마기를 감지하고는 멈춰 선 것이다!

현재 심협이 구여마갑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훤히 드러난 갈비뼈 사이로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이 보였을 것이다.

‘어찌 된 일이지? 마비감이 사라졌다!’

심협은 자세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의 통제권을 되찾자마자 곤봉을 들어 올렸고, 마물이 그대로 딸려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순양비검이 멀리서 쏜살같이 날아와 그대로 마물의 입을 뚫고 지나갔다.

마물의 기다란 혀가 튀어나와 순양비검을 휘감으려 했다.

기다란 혀가 닿는 순간, 순양비검이 붉은 빛을 뿜어내며 약하게 떨렸다. 동시에 비검은 두 자루의 똑같이 생긴 붉은 비검으로 나뉘었다.

두 자루의 비검은 기운도 생김새도 똑같았다.

마물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고 기다란 혀를 둘로 나눠 두 자루의 비검을 모두 휘감았다.

두 자루의 비검은 재빨리 피해 좌우로 흩어져서는 비스듬히 위로 올라갔다.

마물의 혀도 검을 쫓아갔고, 그러자 혀 아래 숨겨져 있던 부문이 훤하게 드러났다.

‘지금이다!’

심협의 눈이 번쩍인 순간, 세 번째 순양비검이 쏜살같이 마물의 입으로 날아갔다. 마물로서는 혀를 되돌리기도 입을 다물기도 이미 늦은 때였다.

붉은 검광이 순식간에 혀 아래의 부문을 찔렀다.

심협은 순양화영검을 세 자루로 나누면서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크게 외쳤다.

“순양분검!”

그의 외침과 함께 마물의 입에 박힌 순양분검에서 홍련업화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콰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마물의 혀 아래에 있던 부문이 부서졌고, 길게 뻗은 혀도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다른 두 자루의 비검이 돌아와 다시 하나로 합쳐졌고, 그러자 마물 입속의 홍련업화가 증폭해 순식간에 마물을 집어삼켰다.

심협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 바닥에 주저앉았다.

체내에서는 마기가 폭주했고, 두 눈에는 다시 붉은 빛이 번져 이제 곧 시야를 완전히 가릴 것 같았다. 온몸에 퍼진 마기는 그의 심장으로 모여들었다. 마기는 심협이 가슴에 중상을 입은 틈을 노려 곧장 심장으로 향했다.

심협이 손을 내밀자 불꽃이 타오르는 순양비검이 날아왔다. 그는 손상이 심각한 구여마갑을 벗은 뒤 그대로 비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크악!”

가슴에서 불꽃이 타오르면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주위에서 몰려들던 마기도 홍련업화에 불타 사라졌다.

심협은 한숨 돌리고는 곧장 가부좌를 틀더니 홍련업화를 온몸으로 퍼뜨리며 단전 안의 참마검으로 마기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ico_epub_viewer_scroll_arro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