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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79화 (679/1,214)
  • 679화. 나무가 망가지다

    또다시 사흘이 지났다.

    일월주천로 안, 순양검배는 빼곡한 금색 금제에 둘러싸인 채 금빛을 빼곡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검배에서 폭증한 순양의 힘으로 심협은 단숨에 34개의 순양금제를 제련했다.

    검신 안에 있던 어마어마한 순양의 힘은 잠잠해져서 더는 들끓지 않았지만, 마치 칼집에 꽂혀 있는 보도처럼 그 자체로 두려운 느낌을 주었다.

    심협이 손을 들자 순양검배 주위를 맴돌던 순양금제가 금빛으로 번득이면서 비검이 일월주천로 안에서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

    검배 안의 힘은 순양금제의 통제 아래 더는 날뛰지 않고 완전히 농축되었고, 비둔 속도도 크게 향상되었으며, 공격력도 더 강해졌다.

    비검의 위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진 심협은 빠르게 결인했다. 그러자 순양검배가 강한 빛을 뿜어냈다.

    날카롭기 그지없는 검기가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일월전을 가득 채웠다.

    일월전의 모든 빛이 검기에 압도되어 갑자기 어두워졌고, 화룡 조각에서 뿜어져 나오던 지심성화도 9할이나 급감했다.

    검배가 날아 양의미진진이 만들어낸 하얀 광막을 베었다.

    쉭!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하얀 광막에는 길고 깊은 균열이 생겼고, 양의미진진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심협은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가 사용한 법력은 5할에 불과했다. 전력을 다했다면 양의미미진은 완전히 부서졌을 것이다.

    뒤이어 하얀 깃발을 꺼내 양의미진진을 가리키자 하얀 빛이 뿜어져 나갔다.

    하얀 광막에서 빛이 일더니 커다란 균열이 순식간에 줄어들어 몇 호흡 뒤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순양검배도 날아 다시 심협의 손으로 돌아왔다.

    “금제를 만들어내고 법보가 되었으니 이제는 검배가 아니라 순양검(純陽劍)이라 불러야겠군.”

    심협은 검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순양검은 마치 그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붉게 번득이면서 맑은소리를 냈다.

    “좋은 검이다!”

    심협은 환하게 웃으며 비검을 몸속에 넣어 온양했다.

    순양검은 그의 본명법보다. 비록 법보로 제련되었지만 마검지법을 사용하면 위력을 계속 높일 수 있을 터였다.

    일이 일단락되자 그는 마음이 평안해졌지만, 바로 떠나지는 않았다.

    그는 며칠간 고되게 법보를 제련했다. 비록 틈틈이 단약을 복용했지만, 법력과 신혼의 힘의 소모가 심각하여 심신(心身)이 피곤한 상태였다. 휴식이 필요했다.

    오장관 사람들에게 지금의 초라한 몰골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여기서 정양한 후에 나갈 생각이었다.

    그는 가부좌를 튼 채 단약을 먹으려 했다.

    한데 갑자기 온몸의 경맥이 뛰어오르면서 잠복해 있던 마기가 다시 폭발했다. 그 기세가 지난번보다 더욱 강렬하여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그의 몸에서 짙은 검은색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빠르게 짙어졌고, 하늘을 찌르는 살기가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일월주천로는 보랏빛을 강하게 뿜어내 스스로를 보호했고, 바닥의 일월건곤대진도 붉은 빛을 강하게 뿜어냈다.

    심협이 대전 주변에 설치한 금제도 강렬하게 번쩍이기 시작했다. 양의미진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양의미진진은 이전에 춘추관 동부에 설치했을 때보다 더욱 고명해진 터라 금제의 광막이 강하게 흔들리긴 했어도 부서지지는 않았다.

    심협은 안색이 급변해 곧장 가부좌한 채 손을 들었다.

    부러진 참마검이 임랑환에서 나와 그의 단전으로 휙 들어갔다.

    이어서 순양검결을 운공하여 서둘러 참마검과 순양검을 발동하자 두 검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작은 태양이 그의 뱃속에서 폭발하는 것 같았다.

    순양검이 현재 가지고 있는 순양의 힘은 아직 참마검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기를 억누르는 작용은 할 수 있었다.

    그의 온몸이 금색으로 빛나자 만 개의 금빛 광막이 마기를 뒤덮었고, 쌍방이 싸우기 시작했다.

    심협은 고통에 이를 악물고는 전력을 다해 참마검과 순양검을 발동하여 갑자기 폭발한 마기를 억누르려 했다.

    하지만 이번의 폭주는 일전의 두 번보다 더 강력해 참마검과 순양검이 동시에 제압해도 마기를 억누를 수 없었다.

    대전 안에 도사린 살기가 더욱 강해지면서 양의미진진을 비롯한 금제 광막의 흔들림도 더욱 강해졌고, 살기가 조금씩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 * *

    산골짜기 밖. 명월은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며칠 동안 한 걸음도 떠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심협이 일월전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심협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라는 접인도인의 명령이 내려왔다.

    한데 지금, 갑자기 짙은 살기가 일월전에서 흘러나왔다. 명월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지?”

    눈을 번쩍 뜨고는 빼곡한 부문이 새겨진 옥추(玉墜)를 꺼내 바로 결인하여 발동하려 했다.

    그러나 일월전에서 흘러나오던 살기의 파동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명월은 뜨악한 표정으로 신식을 펼쳐서 대전 안의 기운을 자세히 살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잘못 느낀 건가?’

    명월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신식을 펼쳐서 일월전을 살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옥추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그 살기가 진짜 있었던 것인지 확신도 없는데 접인도인에게 보고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진짜 있었다 하더라도 일월전에서 제련하는 심협의 법보에서 흘러나온 기운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한편, 심협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있었다. 누군가 멀지 않은 곳에서 두 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여 하얀 깃발을 발동하고 있었다. 그러자 대전 주변의 양의미진진이 다시 안정되면서 모든 살기를 차단했다.

    바로 귀장이었다.

    “계속해서…… 법진을…… 살기가 흘러나가면…… 안 돼…….”

    심협이 힘겹게 말했다.

    “전력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서둘러 대답한 귀장은 두려운 눈빛으로 심협을 바라봤다.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두 눈을 감고 전력을 다해 참마검과 순양검을 발동하여 마기에 맞섰다.

    일각(一刻: 약 15분)이 지나자 체내에서 살기가 점점 사그라들었다.

    심협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한 시진이 걸렸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이제 괜찮다.”

    “다행입니다.”

    기운은 없지만 담담한 심협의 목소리에 귀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오장관이다. 만약 심협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귀물인 그도 결코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주인님, 이곳은 너무 뜨거워 제 몸에 치명적입니다. 이제 건곤대로 다시 들어가게 해주십시오.”

    귀장은 일월주천로와 지심성화를 바라보더니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

    심협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두르자 귀장은 건곤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다행히 참마검이 있어 일단은 제압했으나, 마기의 폭주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지금의 계획은 최대한 빨리 경지를 올려 진선기에 도달하여 뇌전으로 몸을 단련하거나, 경지를 높여 참마검 안의 순양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아니면 순양검 같은 더 많은 순양의 보물을 찾거나.

    “처음 마기가 발작했을 때는 마갑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원 대사가 살펴보면서였지. 이번에는 아무런 외부의 힘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발작한 거지?”

    이번에는 분명 외부의 자극이 없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자신의 몸에 있으리라.

    “며칠간 법보를 제련하느라 법력과 신혼의 힘의 소모가 너무 커서 그랬나?”

    생각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커 보였다. 평범한 사람도 너무 피곤하면 고질병이 쉽게 도지지 않는가.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군.”

    심협은 그렇게 다짐하고는 신목은택을 운공하여 본명원기를 살폈다. 그리고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예상대로 마기가 본명 원기에 더 많이 침투한 상태였다.

    심협은 신목은택으로 본명 원기 안의 마기를 연화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본명 원기에 침투한 마기는 비교적 많아 연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꼬박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대부분의 마기는 제거했지만, 본명 원기 안의 흑홍색 살기는 더욱 강해졌다.

    본명 원기는 생명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정말 큰일이었다.

    심협은 표정이 어두워졌으나 지금은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기가 다시 폭주하지 않게 더욱 조심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일어나 진법을 설치했던 진기를 챙긴 뒤,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한데 그때, 굉음과 함께 일월전의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무형의 강한 힘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심협은 깜짝 놀라 두 발에서 달빛을 뿜어내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앞서 몰려온 강력한 힘이 더 빨라 순식간에 쫓아왔다.

    심협은 당황하지 않고 검결을 발동했다. 그러자 3장 길이의 순양검이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와서 허공을 베었다.

    밀물처럼 몰려오던 강력한 힘은 순식간에 절반으로 갈라지면서 그의 양옆을 스쳐 뒤로 날아가더니 일월전 바닥을 가격했다.

    바닥의 일월건곤대진에서 떠오른 붉은 빛이 가볍게 두 개의 강력한 힘을 제압하면서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았다.

    심협은 그제야 상황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

    두 명의 중년 남자가 서 있었는데, 일전에 백과선회에서 봤던 두 명의 오장관 장로였다.

    한 명은 푸른 장검을, 다른 한 명은 사람 키보다 큰 개산월(開山鉞)을 들고 있었다. 좀 전의 공격은 개산월을 든 장로가 한 것이었다.

    “심협, 우리 오장관을 너를 호의로 대했건만, 거듭 본관의 인삼과를 훔치려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나무까지 망가뜨렸구나! 용서할 수 없다. 목숨을 내놓아라!”

    개산월을 든 장로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개산월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몇 배나 커진 개산월이 심협의 머리를 향해 찍어 내려왔다.

    “태산 장로,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인삼과가 망가지다니?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심협은 그 말을 듣고는 놀라는 와중에도 재빨리 그 공격을 피했다.

    백과선회에서 두 장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개산부 장로의 이름은 태산(泰山), 푸른색 비검을 들고 있는 자는 이학(李鶴)이었다.

    “아직까지도 발뺌을 할 생각이더냐?”

    이학도 협공하기 위해 달려왔다. 푸른 비검이 번개처럼 날아와 연기 같으면서도 비 같은 희미한 검의 환영을 이루어 심협의 몸을 뒤덮었다.

    “연우검법(煙雨劍法)!”

    심협은 그 검법을 알아봤다. 명성이 자자한 오장관의 연우검법이었다.

    이 검법은 연기 혹은 비처럼 허상과 실체가 뒤섞여 눈을 멀게 하여 생각할 틈도 주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는 모두 허상처럼 보여서 적이 허점을 간파하는 순간 환영의 검이 실체로 변해 단숨에 목숨을 취한다. 얼마나 많은 수사가 허와 실이 뒤섞인 변화에 현혹되어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두 분 장로님, 잠시만! 오해입니다!”

    심협이 옆으로 피하며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학은 전혀 듣지 않았다. 수많은 연우검의 환영이 맹렬하게 쫓아왔다.

    심협의 눈이 푸르게 번득였다. 동시에 그는 빠르게 결인했다.

    순양검이 검의 환영을 만들어내어 연우검의 환영과 충돌했다.

    카캉! 캉!

    검의 환영끼리 충돌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고, 연우 검법은 순식간에 모두 막혀 버렸다.

    뿐만 아니라 이학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얼른 뒤로 물러났다.

    심협의 비검에는 기이한 뜨거운 힘이 담겨 있어 충돌하는 것만으로도 이학은 오장육부가 불에 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서둘러 법력을 몇 주천 돌린 뒤에야 겨우 식힐 수 있었다.

    “이 장로!”

    옆에 있던 태산 장로가 놀라서 돕기 위해 서둘러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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