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675화 (675/1,214)
  • 675화. 욕심을 부리다

    “천지보감으로 정말 열매를 훔친 사람을 찾아낼 수 있는 겁니까?”

    심협이 전음으로 오홍과 대화했다.

    “가능성은 있소. 다만 내 생각에는 그리 믿을 만한 방법이 아닐 듯하오. 범인은 선과를 다른 곳에 숨겨뒀을 수도 있으니까.”

    그 말에 심협은 생각에 잠겼다.

    접인도인은 천지보감으로 수사들을 한 명씩 탐색하기 시작했다.

    “내 알기로는 천지보감에 기운을 쫓는 신통도 있다 했는데, 저 복제품에도 그런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소.”

    침묵하던 오홍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고, 그 말에 심협은 혼란에 빠졌다.

    ‘설마…… 참마검과 만독혼원주를 잘 숨기라는 건가? 인삼과를 훔친 게 정말 오형이고 현장에 만독혼원주와 참마검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겠지?’

    심협은 그런 생각에 내심 긴장했다. 옥침이 부서지지 않았다면 바로 참마검과 만독혼원주를 천책 공간에 넣어 어떤 수단을 써도 찾아내지 못하게 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참마검과 만독혼원주를 숨길 방법이 없었다.

    “푸른 옥갑은 전설의 공옥(空玉)이오. 공간의 힘이 있어 옥갑 안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으니 천지보감의 탐색을 피할 수 있을 것이오.”

    심협이 눈을 치켜떴다.

    ‘그래서 그 옥갑도 같이 준 거구나.’

    하지만 참마검과 만독혼원주를 옥갑에서 꺼냈기에 다시 넣어야 했다. 그는 천천히 법력을 임랑환으로 흘려보내 참마검과 만독혼원주를 옥갑 안에 넣고는 아무도 모르게 뚜껑을 닫았다.

    푸른 옥갑 안에 들어가자 참마검과 만독혼원주의 기운은 정말로 사라져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옥갑은 정말 신통하군요.”

    “……미안하오.”

    심협은 말없이 손을 내저었다.

    이후로 두 사람은 조용히 접인도인의 탐색을 기다렸다.

    일각 후, 드디어 두 사람 차례가 되었다.

    “심 도우, 일이 이렇게 되어 어쩔 수 없으니 부디 이해해주시오.”

    “괜찮습니다. 접인 선배께서는 마음 편히 하십시오.”

    접인도인의 사과에 심협은 웃으며 대답했다.

    접인도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손을 결인하자 몇 개의 법결이 연달아 천지보감에 떨어졌다.

    천지보감의 창문 같은 장치가 갑자기 열리더니 부드러운 금빛이 뿜어져 나와 심협에게로 다가왔다.

    심협은 그 부드러운 힘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는 법력과 보물로도 막아낼 수 없었다. 이 금빛 앞에서는 아무런 비밀도 숨기지 못하고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듯했다.

    탐색 효과는 태극생화대진보다 몇 배나 더 강했다.

    임랑환에도 부드러운 힘이 침투해 그 안의 모든 물건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심협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심장의 박동도 그대로였다. 다만 임랑환 안의 푸른 옥갑과 천지보감에 모든 신경이 가 있었다.

    부드러운 힘이 옥갑을 스쳐 지나가자 마치 시냇물이 바위에 닿은 것처럼 양쪽으로 부드럽게 흘렀고, 그 안으로 침투하지는 못했다. 천치보감의 금빛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를 감지한 심협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이어서 금빛이 부서진 옥침에 닿았을 때, 심협은 흠칫 놀랐다. 이 금빛은 푸른 옥갑에 닿았을 때보다도 강하게 갈라져 흐르면서 옥침을 전혀 건드리지도 못했다.

    ‘부서졌는데도 이런 신통이 있다니!’

    그는 감탄했지만, 신혼의 상태까지 살펴보는 천지보감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챌까 우려돼 재빨리 평정심을 되찾았다.

    접인도인은 천지보감 안의 금색 거울로 심협을 선명하게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을 탐색할 때처럼 거울에 비친 심협의 모습에서는 아무런 파동도 없었다.

    ‘심협도 아니구나. 천지보감으로는 그 도둑놈을 못 찾는 건가……?’

    접인도인은 깊은 근심에 빠지며 천지보감을 거두려 했다.

    한데 그때, 금색 거울에 비친 심협의 단전에서 갑자기 금빛이 떠오르더니 반짝거렸다.

    접인 도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면서 칼날처럼 심협을 노려봤다.

    “심 도우, 단전 안에 있는 건 무엇이오? 꺼내서 보여줄 수 있겠소?”

    진원자가 자리를 비운 현재 오장관은 모든 것은 접인도인이 관리했다. 이런 때에 인삼과를 도둑맞았으니 접인도인은 평안해 보이는 것과 달리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한편, 심협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저자가 범인이었나?”

    “그럴 리가! 심협은 대승기 수사에 불과한데!”

    “삼계무도회에서 우승할 정도니 특별한 신통이 있을지 누가 알겠소?”

    대전 안의 모두가 수군거렸고, 경지가 높지 않은 자들은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오홍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심장은 빠르게 요동쳤다.

    ‘공옥 옥갑이 참마검과 만독혼원주의 기운을 완전히 가리지 못한 건가?’

    그는 눈꺼풀을 내리고 심란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어젯밤, 그는 오장관 안으로 잠입하여 참마검과 만독혼원주로 금제를 부수고는 인삼과 하나를 따서 두 개의 공옥 옥갑 중 하나에 숨겼다. 만약 저 천지보감이 공옥 옥갑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의 인삼과도 무사할 리 없다.

    심협은 놀라긴 했지만, 천지보감이 발견한 것이 순양검배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순양검배가 참마검의 순양의 힘을 몇 번 흡수했기에 참마검의 기운이 남아 있었던 것이고, 이를 천지보감이 찾아낸 것이다.

    ‘실수다! 순양검배를 깜박했어!’

    후회가 몰려왔지만,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것은 제 본명법기이자 아직 제련되지 않은 비검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심협이 순양검배를 꺼내며 말했다.

    순양검배는 참마검의 순양의 힘을 몇 번 흡수한 뒤 그의 몸에서 끊임없이 온양하여 참마검의 힘을 모두 연화했다. 천지보감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그와 비슷한 기운을 찾아낼 수만 있을 뿐, 이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할 터였다.

    접인도인은 심협의 말을 무시하고는 순양검배를 노려보며 결인했다.

    천지보감의 금빛이 더 짙어지더니 물통 굵기의 금빛 기둥으로 변하여 순양검배를 뒤덮었다. 빛의 기둥에서 실오라기 같은 금색 실이 생겨나더니 순양검배를 겹겹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접인도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검배 안에 담긴 순양의 힘은 인삼과 부근의 금제에 남아 있던 검기와 비슷했지만, 전혀 다른 종류였다. 게다가 검배의 힘은 매우 약해서 금제를 부술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단서라도 절대 허투루 넘길 수는 없었다.

    “이 법보의 기운이 인삼과 부근에 남아 있던 기운과 매우 유사하니 둘 사이에 관련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구려. 심 도우, 저물법기 안에 있는 물건을 모두 꺼내서 내게 보여 주시오.”

    “흠, 선배님께서 비록 고인(高人)이라고는 하나 너무 과한 요구라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방금 천지보감으로 제 온몸과 저물법기 안까지 살펴봤으면서 그런 요구를 하시다니요!”

    심협은 애써 화를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공옥 옥갑은 기운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천지보감의 탐색을 피할 수 있겠지만, 직접 보게 된다면 분명히 탄로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편, 현장의 사람들도 접인도인의 태도가 과하다 여겼다. 다른 사람의 저물법기를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은 금기였다. 저물법기 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꺼내라는 것은 수사에게 있어 저잣거리에서 옷을 모두 벗으라는 말과 같았다.

    “이 천지보감은 복제품에 불과해서 신통에 제한이 있소. 그러니 내 눈으로 직접 봐야 안심이 될 것 같소.”

    접인도인은 담담한 말투였지만 절대 물러날 뜻이 없어 보였다.

    “흥! 쉽게 말씀하시는군요. 삼계무도회의 우승자인 내가 이런 굴욕을 당하고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 앞에 설 것이며, 소모산과 춘추관은 어떻게 수선계에 당당히 설 수 있겠습니까?”

    “저물법기를 보겠다는 것뿐인데 뭘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게요? 혹시 저물법기 안에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니오?”

    심협의 냉정한 말투에 접인도인의 눈빛도 날카로워졌다.

    “내 언제나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왔지 누구처럼 몰래 일을 꾸미거나 그러지 않았소!”

    심협의 말에 접인도인이 눈에서 살기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대전 안의 사람들은 표정이 제각각이었는데, 대부분은 심협에게 감탄한 눈빛이었다.

    접인도인의 요구는 분명히 지나쳤다. 그러나 오장관의 명성과 접인도인의 경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자는 매우 적었다.

    허나 감탄은 감탄이고, 대전 안의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오장관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진원자 같은 대능이 있는데 누가 그와 척을 지고 싶겠는가?

    그때, 금갑 청년이 불쑥 끼어들었다.

    “심 도우, 접인 도우. 같은 도를 걷는 사람들끼리 어찌 이러시는 겁니까? 제 소견으로는 두 사람 모두 한 걸음씩 물러난다면 이번 일은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러면 도둑을 찾는 일에도 지장이 생기겠지요.”

    심협은 의아한 표정으로 금갑 청년을 돌아봤다.

    어젯밤, 명월을 통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천궁의 득의 제자인 강신천(姜神天)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나서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강 도우에게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게요?”

    접인도인은 불쾌함을 간신히 참는 듯한 얼굴로 강신천을 돌아보며 말했다.

    “심 도우, 접인 도우께서도 오장관의 선과를 훔친 범인을 찾기 위함이지 귀하에게 불경을 저지를 뜻은 없을 것이니 도우께서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십시오. 그리고 접인 도우, 심 도우의 저물법기를 살펴보는 것은 신식으로 하면 되지 전부 꺼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어찌 수사에게 저물법기를 공개하게 한단 말입니까? 그리고 접인 도우께서 심 도우의 물건을 살펴본 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십시오.”

    강신천의 말에 방금 전까지 냉정함을 되찾은 접인도인은 분명 자신이 과했음을 깨닫고는 내심 후회가 됐다. 허나 심협이 완강하게 나오니 바로 굽히고 들어가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을 듯했다.

    그는 강신천이 나서준 것에 내심 고마워하며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강 도우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내 도우의 말대로 하겠소.”

    “접인 도우의 너그러움에 감사드립니다. 심 도우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심협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강 도우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당연히 따라야죠.”

    강신천이 웃으며 다음 말을 하려 하던 때였다.

    “저물법기야 내줄 수 있습니다. 단! 제가 인삼과를 훔친 범인이라면 내 목숨이라도 내놓겠으나, 만약 아닌 것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닥까지 떨어진 내 명예와 그에 따른 내 분노가 고작 사과 몇 마디로 없었던 일이 될 거라 여기신다면 큰 착각이오.”

    심협의 싸늘한 목소리에 접인도인의 눈빛도 다시 차가워졌다.

    “날 협박하는 겐가?”

    “협박이라니요. 이 일은 사문의 존엄과 연관이 있소. 귀하께서 제 저물법기를 살펴보려 하는 것도 당연하겠죠. 허나 내 체면은 뭐가 되겠습니까?”

    심협은 태연하게 접인도인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보며 답했다.

    이제 대전 안의 적지 않은 사람이 심협이 너무 욕심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사실 강신천도 심협이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이미 나선 이상 이제 와서 발을 빼기도 그랬다.

    “심 도우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만약 오해라면 마땅한 보상이 있어야겠죠. 이 성진금(星辰金)은 성진 법보를 제련할 수 있는 최상의 재료요. 이 정도면 보상이 되겠습니까?”

    강신천이 어두운 금색 광석을 꺼냈다. 광석에서는 별빛이 반짝여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어찌 이런 일로 강 도우를 번거롭게 하겠소? 이리 합시다. 정말 이번 일이 오해라면, 원하는 보상을 말하시오. 합당한 요구라면 내가 들어주겠소.”

    “좋습니다.”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팔목에 찬 임랑환을 접인도인에게 건넸다.

    심협이 이렇게 순순히 내놓자 접인도인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그도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신식을 안으로 넣었다.

    이어서 접인 도우는 깜짝 놀랐다. 임랑환에는 각종의 진귀한 영재 그리고 엄청난 양의 선옥이 있었다. 진선기 수사의 저물법기라 해도 놀라울 정도였다.

    그는 심협을 흘끗 보고는 이내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신식을 운공하여 물건들을 하나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가장 바깥쪽에는 대량의 평범한 영재들이라 주의 깊게 볼 만한 게 없었다.

    접인도인은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자세히 살폈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영재 다음에는 각종 법보였는데, 하나하나의 위력이 모두 범상치 않았다. 특히 혈홍색 깃발과 흑색 갑옷에서는 기이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자신에게도 이 두 개의 법보와 비슷한 기운을 가진 것은 몇 개 없었다.

    ‘특히 이 검은색 갑옷은…… 마보(魔寶)다!’

    마족과 공존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마족의 법보는 여전히 매우 적었는데, 특히 이 정도의 마보는 정말 없었다.

    ‘이래서 심협이 저물법기 내부를 보여주지 않으려 한 것인가?’

    접인도인은 자연스레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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