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2화. 물건을 교환하다
곧바로 세 번째 수사가 올라왔다.
심협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아 가만히 앉아 순서를 다투지 않았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수사가 올라왔다 내려갔다. 처음에 올라왔던 사람들은 수확이 있었지만, 점점 거래에 성공한 사람은 줄었다. 이제 석대로 올라가는 수사들도 이전처럼 흥분하지 않았다.
심협이 드디어 올라가려 할 때, 금색 갑옷을 입은 청년이 앞질러 올라갔다.
이 사내는 대전에 들어왔을 때부터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기에 이번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선을 보냈다.
금색 갑옷의 청년이 두 손을 휘두르자 두 개의 기다란 상자가 나오더니 저절로 열렸다. 옥처럼 붉은 영목과 일곱 빛깔의 연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만년화린목(萬年花麟木)과 칠보채연(七寶彩蓮)을 혼음한옥(混陰寒玉)과 천불로(天不老) 두 가지 재료와 바꾸고 싶습니다.”
금색 갑옷 청년이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만년화린목과 칠보채연은 매우 희귀한 영재였다. 특히 칠보채연은 천정의 연못에서 나는 특수한 영물이었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다만 금갑 청년이 원하는 혼음한옥과 천불로는 더욱 희귀했기에 아무도 화답을 보내지 못했다.
심협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석대를 올려다봤다.
그가 관심을 보인 것은 만년화린목이었다. 순양검배에 평범함 화린목을 사용했는데, 법보는 주재료가 매우 중요해 법보의 위력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가 순양검배에 사용한 화린목은 비록 평범해도 법력의 온양과 홍련업화의 도움으로 위력이 법보에 견줄 정도였지만, 성장 공간에는 제한이 있었다.
‘저 만년화린목을 순양검배에 넣으면 품질이 크게 상승하고 어쩌면 법보 단계로 성장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에 심협은 호흡이 빨라졌지만, 이내 냉정함을 되찾고 어떻게 만년화린목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금갑의 청년이 말한 혼음한옥은 가지고 있기는커녕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잠깐, 혼음한옥? 흑곰 선배가 구해다준 것이 혼음원정인데…… 이름이 비슷한 걸 보면 같은 종류로 만든 영재일지도 몰라!’
낙담하고 있던 심협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심형, 만년화린목을 원하는 게요? 화린목은 순양, 벽사(辟邪) 두 가지 효능이 있고 오래될수록 효과가 강하니 저 만년화린목은 분명 좋은 물건이긴 하오.”
오홍은 심협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물었다.
“바로 그래서 꼭 필요하오. 저 사람이 말한 혼음한옥은 어떤 영재요?”
“혼음한옥은 한빙의 재료로, 만재빙천(萬載氷川)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들었소. 특수한 한음의 한기가 담겨 있지만, 사람에게는 해가 없고 오히려 심화를 내려주고 심마를 없애주는 효능이 있어 매우 진귀하다던가.”
“내게 혼음원정이라는 것은 있는데, 혹시 혼음한옥과 연관이 있는지요?”
심협이 혼음원정을 건네며 물었다.
“혼음원정! 이것은 혼음한옥과 매우 비슷한 영재라 똑같이 혼음한기를 가지고 있소. 다만 혼음한옥의 혼음한기가 더 정순하긴 하지. 아쉬운 대로 다른 영재나 선옥을 더하면 저 만년화린목과 교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소.”
오홍은 심협이 건넨 혼음원정을 살펴보고는 말했다.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제게 혼음한옥 대신 혼음원정이 있습니다. 선옥 2천 개를 더하여 귀하의 만년화린목과 교환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금색 갑옷의 청년은 한참을 기다려도 원하는 대답이 없어 초조해하던 차에 심협의 말을 듣고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 혹시 제가 자세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심협은 석대 위로 올라가서 혼음원정을 건넸다.
금갑 청년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모종의 동술을 사용했는지 금빛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혼음원정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나 잠시 후, 고개를 든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 계신 분들중에 혼음한옥을 가지고 계신 분은 없습니까? 품질이 좋지 않아도 좋습니다.”
금색 청년의 말에 심협은 갑자기 긴장했으나, 다행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금갑 청년은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심협을 돌아봤다.
“좋습니다. 교환하겠습니다.”
심협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선옥 2천 개를 함께 건넸다. 금갑 청년도 흔쾌히 만년화린목을 건넸다.
심협은 중후한 순양의 기운을 느끼며 가슴이 벅찼다.
“축하하오.”
“오형의 조언 덕분이오.”
자리로 돌아온 그는 오홍의 축하 인사에 씩 웃으며 화답하고는 만년화린목을 임낭환에 넣었다.
석대에서는 금갑 청년이 천불로에 대해 다시 물었으나, 결국 아무도 대답이 없자 조용히 내려왔다.
심협은 염룡용각을 바꾸고 싶었으나 잠시 기다렸다가 몇 차례 후에 올라갔다.
“염룡용각 하나와 보제목 하나요. 대승기 수사의 수련지물과 연체단약이 있다면 교환하고 싶소.”
그는 보제목이 담긴 상자와 염룡용각이 담긴 상자를 꺼냈다. 염룡용각은 매우 진귀해서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다.
심협은 경지를 빨리 올려야 했기에 흑곰 요괴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 두 가지 물건은 모두 오랜 세월을 거친 소모품이기에 지금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염룡용각! 상고 시기 화혈신도를 정제했던 재료가 아닌가!”
“그게 정말이오? 여기서 속임수는 안 되오!”
“강력한 음독의 힘이 느껴지는 걸 보니 틀림없이 염룡용각이 맞소!”
“세상에 정말로 염룡이 존재했단 말인가? 그 용족은 상고시대에 전멸한 게 아니었어?”
심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전 안에서는 큰 혼란이 일어났다.
검은 도포의 사람과 홍월노조, 백계 그리고 방금 전의 금갑 청년 등 진선기 수사들도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심지어 옆에 있던 접인도인도 깜짝 놀란 듯 눈이 커졌다.
“도우, 내게 연체단약은 없으나 세 병의 현수정(玄水精)이 있소. 어떻소?”
한 대승 후기의 푸른 도포 남자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 나한테 철골단(鐵骨丹)이 있으니 나와 교환합시다.”
다른 수사가 벌떡 일어나며 다급하게 말했다.
이어서 여러 명의 수사가 각종 단약과 영물을 꺼내 염룡용각과 교환하려 했다. 누구도 보제목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데 그때 차갑게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백계였다.
“흥! 그런 평범한 것들로 염룡용각 같은 진귀한 보물을 얻으려 하다니!”
떠들썩하던 군중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그의 잘난 체하는 말투에 불만이 있었지만, 백계의 신분과 실력 때문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심 도우가 맞으시지요? 내게 만수의 근원이라 불리는 일원진수가 한 병 있소. 염룡용각과 교환하고 싶은데 어떻소?”
백계가 푸른색 옥병을 꺼냈는데, 거기에는 몇 장의 봉인 부적이 붙어 있었다.
봉인에 막혀 있음에도 강력한 물의 영기가 병 안에서 그대로 흘러나와 주변에 자욱한 물안개를 만들었다.
심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일전에 일원진수를 얻은 적이 있지만, 그저 몇 방울에 불과했다. 한데 백계는 한 병을 꺼낸 것이었다. 역시 서우하주의 유명한 상회 회장다웠다.
‘이 정도 일원진수라면 대승 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진선기 돌파도 충분할 것이다!’
심협은 설렜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때, 홍월노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원진수 한 병이라니, 역시 상회 회장다운 배포입니다. 허나 빈승도 염룡용각에 흥미가 가는군요.”
“오, 홍월 도우께서는 어떤 물건으로 심 도우와 교환하실 생각이시오?”
“갈석산은 소박하여 백계 상회와 비교할 수 없지만, 얼마 전에 빈승이 운 좋게도 만령금골액(萬靈金骨液) 얻게 되었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소만.”
호리병에는 금제가 없었기에 모두가 신식으로 가볍게 살폈다. 그러자 호리병 안에 담긴 금색의 영액에서 중후하기 그지없는 원기가 느껴졌다.
“만령금골액!”
그 물건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만령금골액은 요족이 비법을 사용하여 모든 요수의 골수 정화를 제련한 것으로, 바르기만 해도 육체가 크게 강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 영액은 제련한 요수의 수가 많을수록 육체를 강화하는 효과가 더 강해지는데, 제련한 요수의 숫자에 따라 백령철골(百靈鐵骨), 천령은골(千靈銀骨) 그리고 만령금골(萬靈金骨) 세 등급으로 나뉜다.
심협은 한 번도 용골용액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호리병 안의 만령금골액에 담긴 원기로 보아하니 황정경으로 수련하는 것보다도 육체를 두 단계나 높이기에 충분해 보였다.
“만령금골액! 홍월 도우가 그런 중보를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소!”
백계의 표정이 조금 무거워졌다.
“백과선회에 이런 준비도 없이 오면 망신만 당하지 않겠소?”
홍월노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계와 홍월노조가 워낙 귀한 보물을 제시한 탓에 염룡용각을 노리던 다른 사람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금갑 청년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뜻은 없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나서지 않자 심협은 속으로 일원진수와 만령금골액을 두고 저울질을 시작했다.
그는 우선 일원진수와 교환한 뒤 교역회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홍월노조를 찾아가 또 하나의 용각과 만령금골액을 교환하기로 했다.
한데 막 심협이 입을 열려는 순간, 검은 도포의 남자가 끼어들었다.
“두 분 도우께서는 정말 손이 크시군요. 허나 저도 염룡용각에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홍월노조와 백계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봤다.
“심 도우, 내 조건을 우선 들어보시오.”
검은 도포의 사람은 홍월노조와 백계를 무시하고는 손을 휘둘렀다.
하얀 빛이 날아가 심협의 앞에 떨어졌다. 옥간이었다.
심협은 의아한 눈으로 검은 도포의 인영을 한 번 보고는 신식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좋습니다. 거래하겠습니다.”
“잠시만, 심 도우! 일원진수를 놓고도 고민조차 안 하는 것이오?”
백계가 서둘러 말했다.
“백계 선배님과 홍월 선배님의 호의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 도우께서 제시한 조건은 제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심협은 백계와 홍월노조에게 말했다.
백계는 말없이 일원진수를 다시 집어넣었으나 홍월 노조는 검은 도포의 사람을 힐끗 노려보고는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
“그렇소? 저 도우가 제시한 물건이 무엇인지 여쭈어도 되겠소?”
“그건 나와 심 도우의 개인적인 일인데 귀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검은 도포의 사람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신 답하자 가늘게 뜬 홍월노조의 눈에서 살기가 흘러나오면서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눈썹이 흔들렸다.
그러나 검은 도포의 사람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그에 못지않은 살기를 드러내며 홍월노조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무량천존, 백과선회는 싸움을 엄히 금하니 두 분 도우께서는 살기를 거두시오.”
접인도인이 담담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엄청난 법력이 담겨 있었기에 두 사람은 몸을 가늘게 떨었고, 이내 그들의 살기도 사라졌다.
“흥!”
홍월노조는 접인도인의 신통이 두려웠는지 천천히 조용히 앉았지만, 표정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심형, 조심하시오. 홍월노조는 성격이 괴팍하고 그릇이 작으니 심형에게까지 원한을 품을 수 있소.”
오홍의 전음에 심협은 경계심이 생겼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검은 도포의 사람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심협을 돌아봤다.
“심 도우, 여기는 소란스러우니 나중에 따로 거래합시다.”
“알겠습니다.”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염룡용각과 보제목을 챙겨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