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1화. 옥기둥에 나열된 진귀한 선과
“오장관의 거래가 끝나면 모든 도우께서는 자유롭게 교류하실 수 있습니다. 필요한 도우는 여기로 올라와 자신의 보물을 팔거나 필요한 물건을 사들이면 됩니다. 단, 원하는 것을 얻느냐는 여러분의 운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접인도인의 이어진 설명에 모두가 당연히 이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접인도인이 팔을 휘두르자 옆에 있던 오장관 장로들이 석대 좌우로 와서 읊조리고는 결인했다.
석대 옆 바닥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두 개의 하얀 법진이 나타나서 웅웅거리며 돌기 시작했다. 이어서 두 개의 옥기둥이 법진 안에서 나오더니 대전 천장에 닿을 정도까지 빠르게 솟았다.
옥기둥은 반투명했는데, 족히 수백여 개의 칸이 빼곡하게 나뉘어 있어 마치 거대한 장식장 같았다.
모든 칸에는 하나 혹은 몇 개의 선과가 있었는데, 모두 형태가 달랐고 빛깔이 고왔다.
칸 옆의 옥패에는 선과의 이름과 약성, 교환할 수 있는 물건이 적혀 있었다. 오장관은 재물이 많아 대다수의 선과가 진귀한 재료들과 거래됐고, 극히 일부만 선옥과 교환이 가능했다.
“백로위상(白露爲霜), 혈산호(血珊瑚), 지옥영지(地獄靈芝)…… 저건 적뢰산의 특산 옥령과(玉靈果)?”
식견이 넓은 편인 심협은 이토록 많은 선과 앞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옥기둥 안의 몇 가지 선과가 탐났지만, 아쉽게도 그 선과들과 바꿀 만한 영재가 없었다.
‘내 제법 많은 것을 가진 줄 알았건만, 한참 멀었구나.’
심협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물론 이는 그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온 탓이기도 했다. 애초에 백과선회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온 다른 수사들과 달리 그는 이런 선회가 있는 줄도 모르지 않았는가.
두 개의 옥기둥이 멈추자 대전 안의 수선들은 일제히 옥기둥 옆으로 날아와 각종 영재 혹은 선옥을 꺼내 건넸다.
“용지심설(龍之心屑)을 주시오. 여기 선옥 사천 개요!”
“혈산호를 주시오. 여기 황옥정(黃玉晶) 다섯 개요!”
여러 명이 하나의 선과를 두고 경매를 하기도 했다.
옥기둥 옆의 오장관 장로들은 웃음을 머금은 채 옥기둥 안의 선과를 꺼내서 수사들에게 건네면서 바쁘게 거래가 이어졌다.
백과선회 때마다 오장관은 진귀한 영재와 많은 선옥을 벌어들였다.
오홍은 주변의 뜨거운 분위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옥기둥 꼭대기를 바라봤다.
옥기둥 안에 있는 선과는 위로 가면 갈수록 진귀했는데, 좌우 두 개의 옥기둥 꼭대기에는 두 종류의 선과, 선호연(仙狐涎)과 풍뢰선자(風雷仙棗)가 있었다.
“인삼과는 없는 건가……?”
오홍은 고개를 숙이고는 괴로운 듯 중얼거렸다.
인삼과는 오장관에서도 가장 진귀한 선과였기에 나왔다면 당연히 가장 위에 있었을 것이다.
심협은 옥기둥 가장 꼭대기에 있는 두 종류의 선과를 유의 깊게 바라봤다. 두 열매 모두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다행히 옥패에 설명이 되어 있었다.
선호연은 모든 경맥을 뚫어주고 심안을 밝혀주는 효능이 있다. 먹으면 한 번의 천지대도(天地大道)를 깨달을 기회가 주어져 경지의 한계를 돌파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진선기 수사가 이 열매를 복용하면 경지의 한계를 돌파할 확률을 5할 높여주고, 진선기 이하의 수사는 8할을 높여준다고 되어 있었다.
풍뢰선조에는 풍뢰의 선력이 담겨 있어 육체를 강화하고 개조하는 효과가 있다. 상고 상나라 말기 봉신대전 때 천교의 금선뇌진자(金仙雷震子)가 이 열매를 먹고 풍뢰, 두 개의 날개가 자라나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선과의 대가는 모두 전설 속의 영물이었다.
“오색석(五色石)과 건목(建木)? 둘 모두 전설 속의 보물인데…… 지금 세상에 있긴 한가?”
심협이 고개를 저었다.
오색석은 전설 속의 여와(女媧)가 사용했던 보천지물(補天之物)이다. 건목의 또 다른 이름은 ‘세계의 나무’로, 상고 시기 천, 지, 인, 신을 이어주는 다리였는데,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꿈속에서 선호연은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겠지만 풍뢰선조는 육체를 단련해주는 효과가 있어 황정경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텐데…… 아쉽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현재 그의 몸에는 마기가 침투해 있었고, 매번 폭주할 때마다 몸에 커다란 부담을 안겨서 경지를 높이거나 육체의 단련을 높여야 했다. 만약 풍뢰선조를 얻을 수 있다면 그의 육체의 힘은 분명히 한 단계 더 강해질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옥기둥 안의 선과는 거의 다 교환이 되었고, 그 앞에 선 수사의 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옥기둥 꼭대기의 선호연과 풍뢰선조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오형, 아무도 교환하지 않은 선과는 어떻게 합니까? 오장관 사람이 바로 가지고 돌아갑니까?”
심협은 설레는 마음으로 물었다.
“그건 아니오. 아무도 교환하지 않은 선과는 보통 경매해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자가 갖소.”
오홍은 가라앉은 마음으로 말했다.
“선옥으로 경매를 한다고요?”
심협은 이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른 보물은 없어도 선옥은 적지 않다. 운이 좋으면 풍뢰선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검은색 도포를 입은 신비로운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선호연과 풍뢰선자를 원하오.”
그는 목소리는 조금 쉬어 있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그가 말하면서 석대를 향해 손을 휘두르자 검은 빛이 석대 위에 나타났다. 두 개의 봉인 부적이 붙어 있는 옥합이었다.
한편, 그의 한마디에 대전 안은 일순 조용해졌다.
접인도인은 상대를 슥 보고는 허공에 떠 있는 두 개의 옥합을 잡았다.
하얀 빛이 반짝이더니 두 개의 옥합에서는 부적이 저절로 떨어졌고, 뚜껑이 열렸다.
옥합에는 오래된 노란색 나무토막이 들어 있었다. 1척 길이에 위에는 둥근 나이테가 있었는데,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슬쩍 보기에도 매우 오래된 느낌이었다.
다른 옥합에는 오색 옥석이 들어 있었다. 서로 다른 색깔의 빛이 반짝였는데, 뒤섞이기는커녕 오히려 투명하고 영롱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기운찬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심협은 석대와 거리가 멀었지만, 노란색 고목의 오래된 기운과 오색 옥석의 영기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라 두 개의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저것은…… 건목과 오색석이 아닌가!”
대전 안의 견식이 넓은 수사가 놀라 외치자 적잖은 사람이 놀란 눈빛으로 검은색 도포의 사람을 바라봤다.
검은 도포의 사람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주위의 신경에 개의치 않는 듯 삿갓 아래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분명히 건목과 오색석이 맞군요.”
접인도인도 고개를 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두 선과를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검은 도포의 사람은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
접인도인이 옆에 있던 오장관 장로에게 눈짓하자 그가 옥패를 꺼내 두 개의 옥기둥 꼭대기를 향해 휘둘렀다.
은빛이 날아올라 두 개의 옥기둥 꼭대기를 비추자 안에 있던 풍뢰선자와 선호연이 스스로 날아서 석대 위로 내려왔다.
“도우께서는 확인해 보시죠.”
접인도인이 돌 탁자 위의 풍뢰선자와 선호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위명(威名)이 자자한 오장관에서 가짜를 내놓겠습니까?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검은 도포의 사람은 크게 웃으며 두 개의 선과를 소매에 넣고는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누군가는 부러워했고, 누군가는 시기했으며, 누군가는 악의를 품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런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차분했다.
“본관의 거래는 이제 마무리됐습니다. 지금부터는 도우들의 보물을 교환할 테니 보이고 싶은 물건을 가지고 나와 주십시오. 그전에 말씀드리자면, 본관은 그저 장소만 제공할 뿐입니다. 만약 속아서 가품을 샀다 해도 저희 오장관과는 무관함을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이제 모두 편하게 진행하십시오.”
간단하게 설명을 마친 접인도인은 두 명의 장로와 함께 석대에서 내려와 가까운 곳에 앉았다.
오홍은 접인도인의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오장관을 둘러보다가 심협에게 물었다.
“심형은 거래 안 하시오? 마음에 드는 영과가 없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 영과들은 모두가 진품이라 잔뜩 눈독 들이고 있소. 다만 이번에는 준비 없이 온 터라 그저 다른 사람들이 저 훌륭한 영과를 가져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심협은 쓰게 웃었다.
“그랬구려. 내 생각이 짧았소. 혹시 선옥이나 영재가 필요하면 말하시오.”
“실은 두 가지 물건을 사고 싶긴 하나 가지고 있는 보물이 많지 않소. 혹시 진귀한 영재가 있다면 좀 빌려줄 수 있겠소?”
심협은 안 그래도 오홍에게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고 있던 터라 내심 기뻐하며 말했다. 가진 물건은 적지 않지만 정말로 진귀한 것은 많지 않았고, 부러진 참마검이나 만독혼원주, 기혈번 같은 보물을 내놓을 수도 없었기에 거래에 쓸 만한 보물은 겨우 한두 가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백과선회에서는 평범한 물건은 내밀지도 못하니 내 염룡용각(魘龍龍角)을 가져다 쓰시오.”
오홍이 잠시 생각하더니 나무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염룡용각!”
심협은 내심 놀랐다.
그는 일전에 염룡(魘龍)에 관한 기록을 본 적이 있었다. 용족 중에서도 극히 드문 일족으로, 음독(陰毒)의 힘이 매우 강하여 찰과상만 입어도 고름이 맺혀 죽게 된다. 또한 염룡의 뿔은 음독의 힘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음독법보를 만드는 데 최상급의 영재다. 상고 봉신 시기에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화혈신도(化血神刀)가 이 뿔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협은 살짝 연 나무 상자의 사이로 살을 에는 듯한 기운을 느꼈다. 상자 안에는 두 개의 암홍색 용의 뿔이 있었다. 끈적끈적한 핏빛이 흘러 쳐다보고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렇게 귀한 것은 받을 수 없습니다.”
심협은 덮개를 닫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염룡의 뿔이 범상치 않기는 하나 우리 용궁에서는 별것 아니니 괜찮소.”
오홍이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오형은 가문이 대단하여 염룡의 뿔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소. 이토록 귀한 것은 내 갚을 능력이 되지 않을 게요.”
“벗 사이에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소. 편히 받으시오. 갚는 일에 관해서 말인데, 사실 내 줄곧 심형의 고명한 수단에 감탄해왔소. 그러니 훗날 필요할 때 나를 한번 돕는 것으로 대신하면 어떻겠소?”
오홍이 소탈하게 웃으며 재차 권하자 심협도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형의 배려에 감사하오. 후에 무슨 일이든 부탁하면 내 최선을 다해 돕겠소.”
그러는 동안 교역회는 이미 시작돼, 접인도인이 내려오자마자 몇 명의 수사가 석대 위로 올라왔다. 이런 교역회는 선수를 잡는 것이 유리하다. 늦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하얀 옷의 남자만 석대에 남았다.
“미안하게 됐소이다. 그럼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오늘 제가 가지고 온 물건은 철시현응(鐵翅玄鷹)의 알입니다. 선천혈옥이나 월성사(月星砂)와 교환하고 싶습니다.”
백의의 남자가 주먹만 한 검은색 알을 꺼내 들며 말했다.
심협은 철시현응의 명성을 익히 들은 바 있었다. 매우 희귀한 금속성 요수로, 온몸이 강철처럼 단단하고 성년이 되면 출규기 수사와 비슷한 정도로 강력하다. 특히 비행 속도가 매우 빨라 탈것으로 쓰기에 매우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시현응의 알은 값이 비싸 적지 않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백의의 남자는 처음으로 올라왔기에 금방 다른 수사의 선천혈옥과 교환할 수 있었다.
그가 기뻐하며 석대에서 내려가자 다른 수사 한 명이 곧장 올라와 두 그루 진귀한 영초를 어떤 단방과 교환하길 원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단방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이 수사는 실망하며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