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669화 (669/1,214)
  • 669화. 풍운(風雲)의 만남, 오장관

    “심 소우가 이번에 온 것은 내게 마기를 제거하는 법을 묻기 위함인가?”

    “그렇습니다. 국사님께 방법이 있으신지요? 제 몸에 남아 있는 마기를 없앨 수만 있다면 시키시는 일을 모두 전력을 다해 따르겠습니다.”

    방금 몰래 신목은택을 운공하여 본명원기의 상황을 살폈는데, 이번에는 마기가 완전히 폭주하지 않았음에도 본명원기 안의 흑홍 살기가 더 늘어나 있었다. 본명원기가 살기에 더 물든다면 그는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루빨리 마기를 제거해야 했다!

    “실망시켜 미안하군. 내가 익힌 공법은 마기를 물리치는 데 능하지 않은 데다 수중에도 적합한 보물이 없네. 이번 일은 내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군.”

    심협은 그 말에 내심 크게 실망했다. 경지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높고 배후에는 대당 왕조까지 있는 원천강마저 방법이 없다니. 몸 안의 마기를 제거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심 소우는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게. 내 보니 자네 경지는 벌써 대승 중기에 도달했으니 진선기로 돌파하면 마기를 제거할 계기가 생길 걸세.”

    “진선기로 돌파할 때 천뢰로 몸을 단련하는 과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심 소우도 진선기로 들어서는 과정을 알고 있는 건가? 맞네. 진선기에 들어설 때 맞아야 하는 천뢰는 지양지강(至陽至剛)의 번개라 마기와는 상극이지. 그 번개로 몸을 단련한다면 소우 체내의 마기를 모두 제거할 수 있을 걸세.”

    원천강은 조금 놀란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국사님의 말씀에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큰절을 올렸다.

    비록 대승 중기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충분한 자원만 있다면 진선기에 들어서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터였다.

    “내가 보니 마기가 이미 소우의 본명원기에 침투하기 시작했군. 다행히 소우는 신목은택을 수련했고 체내에는 마기를 억제할 수 있는 지보가 있으니 진선기에 들어설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걸세.”

    원천강이 심협의 두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네.”

    “오늘 폐하와 조정의 일을 의논하기로 해서 이만 가봐야겠군. 혹시 더 볼일이 있는가?”

    “국사 어른, 또 한 가지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원천강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심협이 다급히 말했다.

    “무슨 일인가? 얼마든지 말해보게.”

    “실은 제게 법보가 하나 있는데, 불행히도 부서졌습니다. 제게 매우 소중한 법보입니다. 국사 어른은 견해와 안목이 넓으시니 혹시 이것을 복원할 방법을 아실지요?”

    심협이 부서진 옥침을 꺼냈고, 상고 연기술이 기록된 것 같다는 옥판도 함께 꺼내 그 옆에 놓았다.

    옥판에 쓰여 있는 연기 문자는 원천강도 모르는 눈빛이었다. 한데 그는 부서진 옥침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크게 감탄했다.

    심협은 기대감이 생겼다. 원천강은 이 옥침의 비범함을 알아본 건가? 복원할 방법을 알고 있을까?

    그때, 원천강이 옥침을 향해 불진을 휘둘렀다. 하얀 빛이 날아가서 옥침을 감싸고는 가볍게 번득였다. 마치 옥침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처럼…….

    잠시 후, 원천강이 불진을 거두자 옥침 주변의 하얀 빛도 함께 사라졌다.

    “신비로운 법보로다. 이토록 신비한 금제라니. 다만 이 금제는 마치…….”

    원천강은 혼자 뭔가를 중얼거렸을 뿐,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국사 어른 복원할 방법이 있습니까?”

    심협은 한참을 기다려도 원천강이 말이 없자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이 옥침의 재질은 알고 있네. 몽환석(夢幻石)으로, 천지의 기물 중 하나이지. 다만 상고 시대에 이미 사라졌다네. 사람을 꿈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네. 다만, 옥침 안의 금제는 나도 모르겠네. 시간 신통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원천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설명해줬다.

    “몽환석, 시간 신통…….”

    심협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가슴속에서 거센 파도가 일었다.

    원천강의 말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옥침의 신통은 확실히 꿈속과 시간 신통과 관련이 있었다.

    “나는 점괘에 능하지 세상일에는 큰 관심이 없다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는군. 미안하지만 이 보물은 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네.”

    원천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괘념치 마십시오. 그저 생각이 난 김에 여쭌 것뿐입니다.”

    심협이 웃으며 답했다.

    “내 복원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방금 점괘를 봤는데, 옥침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본 것 같네.”

    원천강은 화제를 돌렸다.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심협이 공수하며 말했다.

    “괘상(卦象)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점괘에 따르면 오장관으로 가면 뭔가 얻을 수 있을 거라는군.”

    “오장관!”

    심협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그래, 내가 왜 진원자를 잊고 있었지? 그는 일월주천로를 가지고 있어 꿈속 세계에서 천책과 산하사직도도 복원했다. 그러니 옥침을 복원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야.’

    현재 유일한 문제는 현실 세계에서는 그와 진원자가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원자의 성격을 잘 알고 있으니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국사님의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나는 진원자와 친분이 없어 설득할 방법이 없으니 자네가 해보게.”

    “알겠습니다. 국사 어른의 가르침 명심하겠습니다. 언제고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이런 일로 무슨 보답을 운운하는가?”

    원천강은 허허 웃고는 몸이 흔들리더니 이내 사라졌다.

    심협은 바로 옥침을 거둔 뒤, 편청에서 한참을 조용히 앉아 있다가 정교금을 찾아가 인사를 올리고는 바로 비주를 꺼내서 오장관으로 향했다.

    그는 귀장에게 비주의 조종을 맡기고는 한쪽에 앉아 순양보전을 꺼냈다. 여기에는 순양보결과 순양검식 그리고 연보(煉寶) 법문이 적혀 있어 순양검배를 법보 단계까지 올려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순양보전에는 검배 제련과 온양하는 내용만 있었을 뿐 어떻게 법보 단계까지 올릴 수 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아 그 위력에는 한계가 있을게 분명했다.

    본래 심협도 순양검배를 급하게 올릴 생각이 없었다. 허나 현재 그의 몸에는 마기가 침투해 있었기에 순양의 힘으로 몸을 보호해야 하는데 부러진 참마검만으로는 완벽하게 대비할 수 없었다. 만약 순양검배가 법보의 단계까지 오른다면 마기를 더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게 될 터였다.

    심협은 신식을 옥간에 넣어 연보 법문에 대해 자세히 살폈다. 그러더니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렇게 올리는구나……?”

    순양검배 연제법은 독특해 단계를 올리는 방법도 보통 법보와는 확연히 달랐다. 검배 자체의 순양의 기를 이용하여 조금씩 다듬으며 제련해 순양 금제를 연화해야만 하는데, 이는 마검과 매우 비슷해서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시간이 오래 걸리면 오래 걸리는 거지. 참마검이 있으니까 당분간 마기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야.”

    심협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는 손을 들어 비주 주변에 금제를 설치하고는 순양검배를 소환하여 결인하고 제련하기 시작했다.

    순양검배가 금빛으로 번득이더니 결인을 따라 조금씩 금색 각인으로 변하여 검배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순양검배의 제련 법문은 매우 복잡한데, 이 또한 법보의 단계로 올라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심협은 꿈속에서 천존의 경지까지 도달했었기에 이 정도 제련 법문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가 두 손으로 결인할수록 점점 많은 금색 각인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비가 떨어지듯이 검배 안으로 들어갔다. 순양검배 안에 담긴 순양의 힘도 쉬지 않고 정제되면서 보일 듯 말 듯 금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검배의 금빛이 점점 뭉쳐지면서 기운도 서서히 강해졌는데, 그 속도는 매우 느렸다.

    옥간의 기록에 따르면 순양 금제 1도를 연화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린다고 했다. 17도의 금제를 연화하려면 적어도 17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러나 심협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결인하여 제련했다.

    오장관은 서우하주에 있었다. 과거 심협은 선아와 함께 서행할 때 부근을 지난 적이 있기에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었다.

    며칠 뒤, 그는 밤낮으로 길을 재촉하여 오장관 부근에 도착했다.

    오장관 주위에는 연못과 커다란 나무가 즐비했고, 부서진 돌에는 이끼가 가득했으며, 관내의 궁전은 삼라만상이 매우 높았다. 누대(樓臺)는 아득한 노을빛으로 빛나서 영산다운 모습이었는데, 보타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산문 왼쪽에 세워진 비석에는 ‘만수산복지, 오장관동천(萬壽山福地, 五莊觀洞天)’이라는 큰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비석 옆에는 위쪽의 상문으로 통하는 매우 긴 계단이 있었다.

    심협은 곧장 오장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산문 5리 밖에서부터 걸었다. 이는 존경의 의미였다.

    그때, 세 줄기의 둔광이 그의 머리 위를 지나서 곧장 오장산으로 향했다. 그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심협은 신식이 강해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세 사람 모두 회색 도포를 입고 있었는데, 복장으로 봐서는 오장관 제자는 아니었다.

    이 세 명의 대승기 수사는 곧장 오장관 산문으로 내려가서 안으로 들어갔다.

    “복장을 보아하니 서역 천산파(天山派)의 수사 같군.”

    이어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또 두 개의 둔광이 날아와 오장관 앞에 내려섰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그들도 오장관 제자는 아니었다.

    “왜 이리 많은 외부 수사가 오장관으로 오는 거지?”

    심협은 의아해하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금세 오장관 밖에 도착했다.

    그때, 또 하나의 거대한 둔광이 멀리서 날아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가까워졌다. 그 안에서는 붉은 옷의 승려가 모습을 드러냈다.

    심협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상대는 진선의 수사로, 한 손에는 금색 발우를, 다른 손에는 초록색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둘 모두 영광을 뿜어내고 있어 품급이 낮지 않아 보였다.

    붉은 옷의 승려는 심협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오장관으로 내려선 뒤, 문을 지키는 도동에게 푸른색 초대장을 건넨 후 안으로 들어갔다.

    “초대장? 오늘 무슨 행사라도 있는 건가?”

    그때, 심협은 흠칫 놀라더니 뒤를 돌아봤다.

    푸른색 무지개가 하늘에 나타났다. 주변에는 구름이 몰려 있었고, 지나가는 곳마다 먹구름이 몰려와 엄청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른색 무지개는 몇 호흡 뒤에 근처까지 다가왔다. 그 주인공은 금색 갑옷을 입은 청년으로, 심협과 인연이 있는 동해 용궁의 오홍이었다.

    “오형, 오랜만이오.”

    심협이 웃는 얼굴로 금색 갑옷 청년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던 오홍은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심형 아니오! 오랜만이오.”

    오홍도 그를 알아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서 오형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벌써 진선기에 도달하다니, 경하드립니다.”

    오홍은 심협의 말에도 기뻐하기는커녕 쓰게 웃었다.

    “심 도우는 오장관에 어떻게 온 것이오? 백과선회(百果仙會)에 온 것이오?”

    “백과선회? 오장관에서 그런 성회를 여는 겁니까? 저는 그저 개인적인 일로 오장관의 진원자 선배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심협의 눈빛이 조금 반짝거렸다.

    그는 오는 내내 진원자와 어떻게 만날까 고민했는데, 오장관에서 이런 성회가 열리고 있으니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오, 진원대선께서는 평소 오장관에서 천도를 깨닫느라 좀처럼 손님을 만나지 않으시오. 아마 인연이 없다면 그 어르신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을 게요.”

    오홍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어서 말했다.

    “지금 백과선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진원대선께서는 안 나오시는 겁니까?”

    심협이 다급한 기색으로 물었다.

    “백과선회는 진원 대사께서 주최한 게 아니니 아마 안 나오실 듯하오.”

    “아, 그렇군요.”

    심협은 내심 실망해 진원 대사를 만날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