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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66화 (666/1,214)

666화. 편안함 속에서도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

“잘했네! 아주 잘했어! 와하하!”

진명은 크게 감격해 심협의 어깨를 두드리며 껄껄 웃었다.

심협이 비록 소모산 신분으로 삼계무도회에 참가하긴 했으나 결국은 춘추관 사람이었다. 이번에 우승을 했으니 춘추관이 얻을 이점은 말할 것도 없고 명성이 널리 퍼졌으니 천음문의 위협도 염려할 필요가 없게 됐다.

“삼계무도회 규정에 따라 춘추관은 앞으로 백 년 동안 대당 관부의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건 대당 관부에서 가져온 첫 번째 물자입니다. 본관의 실력을 키우는 데 사용해주십시오.”

심협은 진명에게 저물 법기를 건넸다.

진명은 삼계무도회의 규칙을 잘 몰랐기에 그저 기뻐할 뿐이었다.

“심 사제, 걱정 말게. 내 반드시 이 자원을 잘 사용해 본관의 힘을 하루빨리 키우겠네.”

저물 법기를 받아 든 진명은 진중하게 말했다.

“저는 삼계무도회에서 얻은 깨달음이 있어 잠시 폐관하고자 합니다. 춘추관의 일은 사형께서 잘 처리해주십시오. 임호(林虎), 앞으로 진 관주님의 분부를 잘 따르게. 관주님의 분부는 곧 나의 분부와 같네.”

심협은 옆에 선 통통한 중년 남자에게 말했다.

“네, 소인 선배님의 분부를 받들어 진 관주님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임호가 공손하게 말했다.

“그럼 수고해주게.”

진명도 총명한 사람이었기에 웃음을 머금고 공수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전음부로 연락주십시오.”

심협은 전음 부적을 진명에게 건네고는 뒷산으로 향했다.

진명은 수련이 높고 깊은 수사들은 자주 폐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전음 부적을 집어넣고는 임호와 대화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갔다.

심협은 금세 뒷산 동부에 도착했다. 그곳은 이전과 똑같았다. 그가 떠나기 전에 설치했던 몇 개의 금제 함정도 그대로였다. 누군가 들어왔던 흔적은 없었다.

그는 안도하며 동부 안에서 잠시 쉬었다가 곧 일어났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는 둔지부를 꺼내 땅속으로 들어갔다.

수백 장을 파고들어간 그는 땅속에 취령진(聚靈陣)을 설치한 뒤, 영계영월경을 꺼내 법진에 두었다.

취령진의 영향을 받은 영계영월경이 하얀 빛을 발하더니 땅과 허공으로 스며들었다.

거울 뒷면의 계수나무에서 눈부신 영광이 빛나자 나무뿌리가 거울 밖으로 나와 흙 속에 뿌리를 내렸다.

반경 백 리 안의 천지영기가 천천히 춘추관을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다.

심협은 주변의 천지영기의 흐름이 느껴지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결인했다. 영계영월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갑자기 더 밝아졌다.

청화산 아래 묻혀 있던 가느다랗고 작은 영맥들이 영계영월경의 영향을 받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협은 영계영월경 운공을 멈추고 둔지부를 사용하여 청화산 땅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곳곳의 영맥을 연결했다.

하루 반나절이 지났을 때, 영계영월경 주변에는 커다란 빛이 형성되어 샘물 같은 형상을 이루었다. 허공의 천지영기가 끊임없이 모여들면서 청화산의 천지영기는 점점 짙어졌다.

“진짜로 영천(靈泉)이 만들어지다니, 영계영월경은 신기하군.”

거의 이틀을 고생했지만, 결과가 좋으니 기분도 좋았다.

한편, 춘추관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건물 곳곳을 조정하며 중요한 곳에 금제를 설치하던 진명과 임호는 주변의 천지영기 변화를 금방 알아챘다.

“이게 무슨 조화지? 심 사제와 관련이 있나?”

진명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뒷산을 바라봤다.

“진 장로님께 들은 바로는 심 선배께서 삼계무도회에서 영계영월경을 얻었는데 천지영기를 모으는 효과가 있다 했습니다. 아마 그 거울이 발휘한 신통일 겁니다.”

“그랬군요.”

임호의 설명에 진명은 심협에게 더욱 감사했다.

이렇게 짙은 천지영기는 법성을 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심협에게서 받은 수련 재료까지 더하면 그의 두 제자는 금방 돌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 * *

청화산 땅속. 심협은 영계영월경으로 영천을 만든 뒤 바로 떠나지 않고 가까이서 영천의 운행을 유지했다. 그리고 꼬박 7일이 지나 영천이 완벽하게 안정을 찾자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영천의 온양이 있으면 청화산 일대의 천지영기는 몇 단계나 상승하여 춘추관 부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협은 바로 청죽쇄운진을 꺼내 영천 부근에 설치했다. 진법이 펼쳐지더니 청화산 전체를 뒤덮었다. 이 진법은 영맥에서 오랜 시간 온양을 해야만 서서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에 당장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일을 마친 그는 그제야 동부로 돌아갔고, 피로에 하룻밤을 푹 자고 일어나서야 기력이 회복되었다.

밀실에 가부좌를 한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현재 천하는 마겁의 위협이 사라져 모처럼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삼계무도회를 겪으면서 그는 어째서인지 마음이 불안해졌다. 비경의 원한과 살육, 각 세력 간의 마찰 그리고 마지막 싸움에서 발견한 치우의 기운을 뿜어내는 마주…….

어쨌든 실력과 경지를 끊임없이 높여야만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 터였다. 편안함 속에서도 위험을 대비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수련하기 가장 좋은 기회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명공법을 수련해 경지를 높이는 것이다. 발천난봉과 순양검결 같은 신통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순양검결은 더욱 그렇다.

그는 손을 뒤집어 적홍색 옥간을 꺼냈다. 진사원에게서 얻은 것으로, 총 9식으로 이루어진 온전한 순양검식이 기록되어 있었다.

심협은 신식을 옥간에 넣어 검결을 자세히 살폈고, 점점 빠져들었다.

순양부검은 1식에 불과한데도 위력이 놀라울 정도였고, 그 뒤의 검식은 위력이 더욱 강했다. 결코 발천난봉보다 약하지 않았다.

심협이 양손으로 끊임없이 결인하자 검배의 붉은 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순양화영검(純陽化影劍)!”

그는 결인을 멈추고 검배를 가리켰다. 순양검배의 붉은 빛이 번득이면서 갑자기 둘로 나누어지더니 똑같은 모습의 붉은 검배가 되었다. 기운마저도 다르지 않았다.

두 개의 검이 심협 주변을 빙빙 날아다녔고, 검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고, 밀실의 공기도 흔들렸다.

이것이 바로 순양검결 제2식 순양화영검이었다. 이름 그대로 비검의 검영(劍影)을 만들 수 있는 검식이었다. 게다가 다른 검영과는 다르게 순양화영검에서 나온 검영은 위력도 본체와 거의 비슷했다.

순양화영검의 수련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나눌 수 있는 검영의 수는 더 많아지고 위력도 그만큼 강해진다. 두 개의 검영이면 위력도 두 배, 세 개의 검영이면 세 배가 되는 것이다.

순양보전의 기록에 의하면 순양화영검으로 나눌 수 있는 검영에는 제한이 없어 오직 수련자의 자질에 달려 있다고 했다.

심협은 계속해서 검결을 운공하여 검영을 셋으로 나눠보려 했다.

순양검배가 가볍게 흔들리면서 막 나누어질 듯 붉은 빛을 뿜어냈지만, 아쉽게도 끝내 성공하지는 못했다.

“검식의 위력은 강하지만 수련이 쉽지 않구나. 이제 꿈속으로 들어가 경험을 쌓을 수도 없게 됐으니 현실의 자질만으로 수련해야 하는 만큼 순양 9식을 수련하기는 더욱 쉽지 않겠어.”

그는 손을 뒤집어 순양검배를 단전 안에 넣어 계속 온양했고, 순양보전도 임랑환에 넣었다.

한데 임랑환 안, 순양보전 옆에 검은색 갑옷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마족이 그에게 상으로 준 묵림갑이었다.

지난 며칠 바쁘게 움직이느라 제대로 살펴볼 겨를이 없었던 심협은 묵림갑을 꺼냈다. 갑옷은 너무나 차가웠고, 단단하기보다는 부드럽고 매끈했다.

그가 결인하자 붉은 검기가 묵림갑을 베었다. 묵림갑에서는 검은 빛이 번득였고, 붉은 검기는 마치 나뭇잎 위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가볍게 미끄러졌다.

“보타산에서 얻었던 그 마갑과 비슷하군.”

심협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 검은색 갑옷을 꺼냈다.

마갑은 그동안 마기를 품은 채 유령주 안에 있었기에 균열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상황일 뿐, 내부의 진정한 손상까지 완전히 회복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터였다.

한데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마갑이 동시에 검은 빛을 내뿜더니 마치 귀물의 울음소리, 혹은 아기의 울음소리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협은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쫙 돋았다.

“어떻게 된 거지?”

깜짝 놀란 심협이 두 갑옷을 제압하려고 하자 보타산에서 얻은 갑옷이 검은 빛을 폭사하더니 빠르게 회전하면서 커다란 검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이어서 흉악한 마기가 검은 마갑에서 폭발했다. 묵림갑보다도 강한 마기가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심협은 긴장한 얼굴로 손을 들어 밀실의 벽을 향해 결인했다.

동부 안에 설치된 금제가 모조리 발동하면서 돌벽에서 눈부신 푸른 빛이 흘러나와 모든 마기를 차단했다.

갑자기 강하게 흔들리는 두 개의 마갑을 보면서 심협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했다.

그때, 검은 마갑에서 나온 검은 소용돌이가 천천히 떠오르더니 갑자기 날아가 옆에 있는 묵림갑을 덮쳤다.

콰쾅!

굉음과 함께 묵림갑이 놓여 있던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검은 마갑에서 바람 소리가 울리더니 표면에 뾰족한 가시가 솟아나오면서 머리카락 같은 수많은 촉수가 정신없이 휘날려 묵림갑을 찔렀다.

이 이상한 촉수들에는 마기를 흡수하는 신통이 있어 묵림갑 안에 있던 마기가 빠른 속도로 검은색 마갑에 흡수되었다.

묵림갑은 위기감을 느낀 것처럼 갑옷에서 바로 마광을 뿜어내 마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검은색 마갑이 더 우세했다. 묵림갑에 담긴 마기는 끊임없이 빨려 들어갔고, 빛나던 마광이 빠르게 어두워지면서 눈부신 광택도 점차 사라졌다. 동시에 검은 마갑의 균열은 천천히 꿈틀거리면서 빠르게 아물어갔다.

심협은 이 놀라운 광경을 보며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었으나, 끝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참 뒤, 묵림갑 안의 마기가 모두 빠져나가면서 완벽했던 갑옷이 사분오열되어 썩은 나무처럼 완전히 부스러졌다.

반면 검은 마갑에 있던 균열은 완전히 사라져 마치 새것처럼 탈바꿈했고, 마갑 전체에서 검은 마광이 실체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실로 요사스러운 마갑이로군!”

심협은 잔뜩 경계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묵림갑이 훼손된 것은 아쉽지 않았다. 이름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검은 마갑은 그만큼 더 강해지지 않았는가.

마갑은 가만히 땅 위에 놓여 있었는데, 겉에서는 검은 빛이 이따금 흘렀다. 한데 이전의 흉악한 살기는 오히려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검은 마갑을 쥐고 신식으로 안의 금제를 살핀 심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묵림갑의 모든 원기를 흡수한 뒤 검은 마갑 안의 부서진 금제가 절반쯤 복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복구된 금제 부문에서 이 갑옷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여마갑(九黎魔甲).

“구여라면 상고 마족 중에서 상당히 유명했던 성씨 같은데, 치우와 관련이 있나?”

그때, 귓가에 쾅 소리가 들려왔고, 몸 안에서 무언가 불이 붙은 것 같았다.

“크윽!”

심협의 눈에 흑홍색 빛이 번득이더니 온몸에서 무서운 살기가 뿜어졌다. 그 살기는 마치 실체 같았다. 몸 주변에는 짙은 검은색 안개가 피어올라서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현재 심협의 모습은 두 눈이 붉게 빛났고 검은 살기가 서려 있는 것이 절세의 흉신 같았다.

밀실 부근의 금제도 강력한 살기에 격렬하게 떨렸고 파직 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살기의 압박감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만 같았다.

사나운 살기가 금제의 균열 사이로 흘러나가 사방으로 퍼져 순식간에 청화산을 뒤덮었다.

진명과 임호 등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몸이 심연에 빠진 것처럼 온몸의 근육이 떨려왔다. 모두가 땅에 쓰러져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가슴 깊은 곳에서는 하늘을 찌르는 공포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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