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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63화 (663/1,214)
  • 663화. 일단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광경에 이주를 포함한 모두가 놀랐다. 마허지룡이 아직 죽지 않았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심협은 그를 말렸던 부동래의 말이 생각나서 그를 바라봤다.

    “마허지룡은 다른 마물과는 다르오. 보통 대승기를 돌파하여 진선이 되어야 화형을 선택할 수 있소. 아는 사람이 드물긴 한데 그전에 그들 중 소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핵을 분리하여 숨겼다가 돌파할 때 다시 융합할 수 있소. 그래서 몸이 부서져도 마핵을 이용하여 허혼(虛魂)을 만들어낼 수 있소.”

    부동래의 설명이 심협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렇다면 앞의 저놈이 그렇게 한 거겠군요. 그럼 다시 한번 저걸 죽이면 되오?”

    심협은 가슴이 철렁했다.

    “마핵을 부수지 않으면 몇 번을 죽여도 소용없소. 저것은 마핵의 모든 힘을 소모할 때까지 계속해서 부활할 수 있소.”

    “그럼 마핵을 찾아서 부수면 되지 않소.”

    “그리 쉽지 않소. 마허지룡의 마핵은 강력한 부식성을 가지고 있어서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부식시킬 수 있소. 설령 같은 마족인 나조차도 막을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소.”

    심협은 그 말을 듣고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부 형, 저것의 마핵이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소?”

    “다른 곳이면 확신할 수 없지만 여기는 어렵지 않소. 마허지룡이 저렇게 빨리 허혼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건 마핵이 이 부근 백 리 안에 있다는 의미요.”

    “그럼 우리가 그걸 찾아서 부숩시다.”

    심협은 자신의 신혼에 자신이 있었기에 바로 말했다.

    “마핵을 찾는 일은 내게 맡기고 도우는 준비하고 있다가 마허지룡의 허혼이 사라지면 바로 열쇠를 차지하시오.”

    부동래는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알겠소.”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을 때, 마허지룡의 허혼은 하천산을 완전히 소멸시킨 다음 이어서 희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희요는 이주에게 잡혀서 멀리 피하지 못했기에 지룡의 허혼과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허혼의 상태로 변한 마허지룡의 실력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몸이 작아진 탓에 더욱 민첩해지고 상대하기 까다로워졌다.

    희요는 다시 같은 술법을 사용하여 띠를 휘둘러서 마허지룡의 몸을 감싸려고 했지만 지룡은 질풍처럼 빠르게 날아서 화려한 색의 띠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미처 멀리 날아가기 전에 앞에서 화살이 날아와서 지룡의 머리에 명중하자 몸을 멈추었다.

    화려한 색의 띠도 여세를 몰아 쫓아와서 다시 마허지룡을 휘감았다.

    이어서, 화려한 띠에서 오색 빛이 반짝였고 금제의 힘이 담긴 부문이 다시 빛나면서 마허지룡을 완전히 묶으려고 했다.

    하지만, 마허지룡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더니 그대로 사라졌고 몸을 감싸고 있던 띠도 갑자기 풀려서 허공을 휘감았다.

    마허지룡은 이렇게 소리없이 그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심협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마수는 몸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구나. 그럼 정말 상대하기 어렵겠는데, 모든 희망이 부동래에게 달린 건가.’

    이때, 그의 시선이 움직였고 칠살과 화린의 뒤쪽 허공에서 갑자기 약한 파동이 일어났다. 마치 무언가 거기를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가 말하려는 순간, 칠살도 이상함을 눈치채고는 서둘러 화린의 옷을 잡아당기며 옆으로 피했다.

    두 사람이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마허지룡의 몸이 갑자기 나타났고, 입을 크게 벌린 채 하늘에서 떨어지며 방금까지 그들이 있던 곳을 물어뜯어서 큰 구멍을 냈다.

    칠살은 화살을 쐈고 유광이 커다란 구멍 깊은 곳에 떨어지면서 ‘쾅’하는 폭음이 들려왔다.

    구멍에서 불꽃이 터졌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곳에 다가가 살펴봤지만 안은 텅 비어 있었고 마허지룡의 허혼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이주가 갑자기 소리쳤다.

    “저쪽이야……”

    심협은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정말로 허공에 파문이 일어나더니 마허지룡의 허혼이 그곳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기습당할 뻔한 화리가 화를 내며 두 손을 동시에 휘둘렀다.

    소매에서 ‘휙휙’ 소리가 나면서 두 개의 둥근 은색 고리가 가장자리에서 톱니 모양의 광흔을 일으키며 날카로운 기세로 날아가 마허지룡을 베었다.

    두 개의 광흔이 교차하면서 좌우를 베는 순간, 고리 주변의 은빛이 마허지룡을 향해 물 흐르듯이 쏟아져 내렸다.

    마허지룡은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흔들려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몸도 다시 사라지지 못했다. 은빛의 충격에 겉에는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

    심협이 자세히 바라보니 마허지룡의 몸에 가느다랗고 투명한 수많은 실이 거대한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마허지룡이 이동할 수 없었던 것은 거미줄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거미줄이 연결된 여덟 개의 모서리에는 각각 원반이 떠 있었는데 바로 법진의 여덟 진각(陣脚)이었다.

    이때, 누군가 거미줄 위에 나타났는데 바로 이주였다.

    “쓸모없는 것들, 내가 없으면 이것도 처리 못 하는 거냐?”

    그녀의 말투에는 경멸이 가득했고, 말을 마치고는 두 손으로 법진을 운공했다.

    다음 순간, 여덟 곳에 떠 있는 원반에서 동시에 빛이 발하더니 눈에 잘 보이지 않던 투명한 실이 갑자기 붉게 빛나면서 날카로운 힘을 뿜어냈다.

    모든 실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하였고, 서로 종횡무진으로 얽히면서 마허지룡을 베었다.

    허혼인 마허지룡이 화리와 이주의 이중공격에 당하자 상처에서 이상한 빛이 나면서 더는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완전히 부서졌다.

    모두가 이를 보자 흥분했다.

    이주도 이 기회에 빠르게 움직여서 마허지룡의 몸 안에 있던 나반을 꺼냈다.

    심협은 이를 보고는 싸울 의지가 사라졌고 부동래에게 전음을 보내 돌아오라고 하려고 했다.

    “열쇠를 얻었으니까 어서 비경을 열어.”

    화리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칠살과 함께 빠져나가서 그의 상처를 회복시켜줄 생각뿐이었다.

    “비경을 열라고? 농담이지? 마허지룡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떠나려고 그러지?”

    이주는 비꼬는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

    칠살 등은 이 말을 듣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에서 ‘콰앙’ 하는 큰소리가 들려왔고 또 한 마리 허혼으로 만들어진 마허지룡이 땅을 뚫고 나와서 하늘을 향해 포효하기 시작했다.

    심협은 속으로 탄식했다. 부동래와 똑같은 마족인 이주는 마핵을 부수지 않으면 마허지룡이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승리를 쟁취하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마허지룡의 손을 빌려서 다른 사람을 모두 죽일 계획이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의 점수를 얻어 혼자서 이익을 챙길 생각이었다.

    “너…….”

    화리는 분노가 치솟아 두 손을 다시 휘둘렀다. 그러자 은색 고리가 허공을 가르며 이주를 향해 날아갔다.

    이주가 콧방귀를 뀌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혈홍색 실이 마치 투명해진 듯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사실은 천 갈래로 나뉘어 화리를 향해 날아간 것이었다.

    반쯤 날아가던 화리의 은색 고리는 빼곡하게 엉킨 실에 꽁꽁 묶여 허공에서 꿈쩍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다시 공격을 하려는데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

    푹! 푹!

    밀쳐 쓰러졌던 화리가 이 기이한 작은 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칠살이 등을 보인 채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등에는…… 핏자국으로 물든 수백 개의 가느다란 실이 드러났다. 칠살은 화리를 제때 살려냈지만, 자신은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안 돼!”

    화리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칠살은 실에 끌려가 마허지룡 앞에 내동댕이쳐졌다.

    마허지룡은 누군가 친히 죽으러 오자 입을 쩍 벌렸다.

    한데 그때였다. 기운 없이 날아가던 칠살의 몸에서 갑자기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대한 늑대 허상이 나타났고, 그는 몸을 비틀어 곧 달아날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몸에 꽂힌 투명한 실에서 갑자기 법력 파동이 밀려오면서 칠살의 몸은 굳어졌고, 늑대의 허상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도망칠 기회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입을 쩍 벌렸던 마허지룡이 갑자기 그 커다란 몸을 몇 번 비틀어 방향을 바꾸더니 급히 땅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모두가 당황했지만, 심협만은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부동래가 마핵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주 역시 이내 그 연유를 알아챘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내 일을 방해하지 마라!”

    그녀가 크게 외치더니 갑자기 몸을 숙여 마허지룡을 쫓아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심협 역시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서둘러 둔지술을 펼쳤다.

    그가 마허지룡의 기운을 쫓아 땅속으로 수십 리를 파고 들어갔을 때, 갑자기 앞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나더니 거대한 힘이 솟구쳐 그의 앞에 있던 바위를 부쉈다.

    심협의 몸은 붕 떴다가 널따란 지하 공간으로 떨어졌다.

    그는 몸을 가누기도 전에 아래에서 빛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곳에는 사람 허리춤까지 오는 거대하고 하얀 알이 떠 있었고, 겉에는 하얀 빛이 번득였다.

    이 알의 겉에는 검은 마무로 만들어진 결계가 사방에 처져 있었다.

    그때, 갑자기 위에서 강력한 진동이 느껴지더니 마허지룡이 쏜살같이 내려왔다. 거대한 머리 아래로 온몸에서 검은색과 금색으로 빛나는 누군가가 깔려 있었다.

    대략 3장 크기에 벌거벗은 몸에는 얼룩진 털과 근육이 가득했고, 띠 모양의 검은 마무로 뒤덮인 온몸에서는 흉포한 기운을 풍겼다.

    부동래는 마허지룡에 제압당한 것으로 보였지만, 두 발아래에 검은 빛이 끊임없이 번쩍였고 온몸의 근육이 팽팽한 것이 마치 힘을 계속 축적하는 듯했다.

    “사박(獅搏)!”

    그의 외침과 함께 몸에서 갑자기 광사자(狂獅子)의 허상이 나타났다.

    이 허상은 부동래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 그와 융합됐다.

    그 순간, 혈기가 강해지더니 부동래의 몸 위로 이상한 마문이 떠오르면서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왔다.

    두 발이 갑자기 허공을 내딛더니 발에서는 마치 공기가 터지는 것처럼 폭음이 울렸다.

    부동래는 맹수와 싸우는 수사자처럼 강하게 돌진했고, 순식간에 몇 배나 커진 두 팔을 동시에 휘둘렀다. 그러자 몸 앞에 두 개의 거대한 혈흔이 교차하면서 마허지룡의 압박에서 빠져나왔다.

    “응격(鷹擊)!”

    또 한 번의 외침과 함께 부동래의 등에서 핏빛 날개가 생겨나더니 양쪽으로 활짝 펼쳐졌다.

    허공에 멈춰 선 부동래가 두 팔을 쉬지 않고 휘두르자 핏빛 발톱 자국이 몸에 새겨지며 마허지룡은 핏빛을 뿜어내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부동래가 날갯짓을 해 쏜살같이 쫓아 내려가는 순간, 마허지룡이 갑자기 입을 쩍 벌리더니 보랏빛을 뿜어냈다.

    부동래는 이 빛을 정면으로 맞고 하늘로 튕겨나갔다가 땅에 고꾸라졌다.

    거의 동시에 마허지룡의 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어서 귓가에 울리는 바람 소리에 심협은 황급히 땅속으로 내려갔다. 이어 거대한 꼬리가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곳에 떨어졌다.

    마허지룡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입을 크게 벌려 이번에는 심협을 쫓았다.

    그 순간, 누군가 크게 외쳤다.

    “상형(象形)!”

    부동래였다. 그의 주변에는 거대한 코끼리의 허상이 나타난 상태였는데, 마허지룡과 비슷할 정도로 거대했다.

    콰쾅!

    굉음과 함께 부동래는 두 발로 마허지룡을 짓밟았다. 거대한 충격에 지하 공간에 다시 붕괴가 일어났고, 마허지룡은 땅속 깊은 곳으로 떨어졌다.

    “어서 마핵을 부수시오!”

    부동래의 목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왔다.

    심협은 곧장 하얀 알로 다가가며 현황일기곤을 꺼냈다.

    수천 개의 곤봉 허상이 끊임없이 떠올라 겹겹이 쌓였다.

    발천난봉의 위능을 축적한 모든 곤봉의 허상이 쌓이면서 주변의 공기가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한쪽에 숨어서 지켜보던 이주는 마핵의 주변에는 방어막이 있기에 심협의 행동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광경을 보는 순간, 표정이 급변했다. 만약 지금 마핵이 부서지고 마허지룡이 죽는다면 자신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공격을 한 몸에 받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머뭇거렸다.

    ‘지금 비경의 출구를 열까?’

    하지만 이내 그녀는 이 생각을 지웠다. 일단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야 한다. 그녀는 심협이 마핵을 부수지 못하도록 막기로 했다.

    그녀는 곧장 행동에 옮겼다. 허공에 잔영이 생기더니 순식간에 겹겹이 쌓인 곤봉의 허상을 뚫고 나가 심협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진법사이지만 그렇다고 접근전에 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뛰어난 편이었다. 다만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는 거미처럼 덫을 파 천천히 몰아세우며 기회를 엿보다가 공격하는 것을 선호할 뿐이었다.

    지척까지 다가간 순간, 심협이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그녀를 보더니 씩 웃었다. 그 순간, 이주는 깨달았다. 거미줄에 걸린 것은 자신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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