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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62화 (662/1,214)

662화. 가지 마시오

한참 뒤, 허공의 울림이 점점 줄어들었고 평평해진 대지에 검은 그림자가 우뚝 솟아 올랐다.

“크아……”

마허지룡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화가 잔뜩 난 게 분명했다.

“망할 짐승, 아직 죽지 않았구나.”

지룡의 포효가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꾸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심협은 전방의 하늘에서 노을이 하늘 위로 드리워지더니 일곱 명의 화려한 옷을 입은 선녀가 노을빛과 함께 나풀거리는 옷과 신선의 기운을 풍기며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일곱 명의 선녀 중 누구는 비파를 들고 있었고, 누구는 꽃바구니를 들었고 또 한 명은 거문고를 튕기고 있었다……

선악이 그녀들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심협은 처음 들을 때는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잠시 후, 머릿속에 바늘이 박힌 것처럼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일곱 명의 선녀에게 포위된 마허지룡도 마찬가지였기에 거대한 몸으로 뛰어올라서 온몸을 비틀고 꼬리를 강하게 휘두르며 하늘 높이 날아갔다.

마허지룡의 기다란 꼬리가 그대로 선녀 한 명을 가격하자 놀라운 장면이 나타났다.

선녀가 지룡의 강력한 꼬리에 맞자 몸에서 물결무늬가 퍼졌고 그대로 허리가 부러졌다.

뒤이어 다른 여섯 명의 선녀도 똑같이 꼬리에 맞아서 몸이 둘로 나뉘었다.

그리고 마허지룡이 긴 꼬리를 거두자 여섯 명의 선녀의 몸은 다시 원래대로 회복되었고 거문고와 비파를 튕기며 연주하던 곡이 갑자기 변했다.

본래는 부드럽고 가볍던 곡조가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지듯이 빨라지자 선악은 순식간에 목숨을 재촉하는 망혼의 노래로 변했다.

연기 속에서 날카로운 칼날 같은 반투명한 빛 수천 개가 나타나더니 삽시간이 모든 공간을 베어서 산산조각을 내기 시작했다.

마허지룡은 온몸에서 피를 흘렸고 바위보다 더 단단하던 피부에는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

멀리서 지켜보던 심협은 저런 상처는 너무 얕아서 마허지룡과 같은 대물에게는 가려운 곳을 긁는 것과 같아 큰 상처가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허지룡의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난폭해졌다.

커다란 입을 벌리자 한줄기의 보라색 빛이 입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뭉쳐졌다. 빛 안에서 마무가 흘러나왔고, 보라색 번개가 번쩍이며 흐르고 있었다.

크아!

마허지룡의 포효와 함께 보랏빛이 뿜어져 나갔다. 허공을 가르며 번개 같은 광흔을 긋더니 순식간에 비파를 들고 있던 선녀를 뚫고 지나가 수백 장 밖의 허공까지 날아갔다.

허공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보랏빛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허공에서 잔잔한 물결이 일면서 희요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두 손으로 결인하고는 손가락 하나를 앞으로 내밀었다.

곧바로 몸 앞에 화려한 그림이 나타났는데 그림에는 화려한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수많은 꽃잎이 그림에서 앞다투어 날아가 보랏빛에 대응했다.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보랏빛은 부서졌고 꽃비가 한바탕 떨어지면서 마무가 널리 퍼졌지만, 꽃비와함께 그림 속으로 금방 빨려 들어갔다.

잠시 후, 꽃으로 가득찬 그림은 마무에 오염되어 얼룩덜룩해지면서 망가졌다.

희요는 이를 보고는 머뭇거리지 않고 그림과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이미 화가 난 마허지룡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입에서 끊임없이 보랏빛을 뿜어내어 희요를 공격했다.

심협은 이 틈에 토둔을 시전하여 땅속으로 들어가 무너진 산골짜기를 뚫고 지나갔다.

부동래의 경지면 쉽게 죽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땅 아래는 곳곳에 거대한 바위가 박혀 있었고 심협이 그곳을 뚫고 백 장 정도 파고들자 두 개의 거대한 바위 사이에 온몸이 피로 가득한 부동래가 있었다.

그의 하반신은 돌에 깔려 있었고, 기절했는지 두 눈을 감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협은 서둘러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얼굴을 가볍게 두 대 때렸지만 반응이 없자 법력을 운공하여 그의 몸속으로 흘려보냈다.

“후……”

법력의 자극에 부동래는 숨을 내뱉고는 두 눈을 떴다.

그는 심협을 보자마자 피로 가득한 얼굴에 환한 웃음이 펴졌고 깜깜한 환경 속에서 호랑이의 눈은 반짝거렸다.

“부 형, 괜찮으시오?”

“괜찮소. 산이 무너질 때 바위를 막다가 마허지룡의 보랏빛에 당했소. 순간 법력이 모이지 않아서 기절한 듯하오. 이 도우는 어떻소?”

부동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가 무사한 것을 보자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또 그 상황에서 이장청의 안부를 묻자 속으로 감동했다.

부동래의 이런 모습에 심협은 마족을 향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육화명이 부동래에게 했던 평가가 떠올랐다.

‘외모만 보지 않으면 자네도 그가 마족임을 새까맣게 잊게 될 걸세.’

심협과 부동래가 대화하고 있는 사이 머리 위에서 갑자기 폭음이 들리면서 땅이 다시 한번 강하게 흔들렸다.

“우선 여기서 빠져나갑시다.”

심협은 부동래의 팔을 잡아당기고는 두 사람이 동시에 힘을 내서 땅을 향해 솟구쳤다.

땅에 근접했을 때 심협은 갑자기 이상한 힘이 땅 아래에서 느껴졌는데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이 땅을 뚫고 밖으로 나왔다.

위에서는 여전히 혼전이 일어나고 있었고 어째서인지 칠살이 희요와 손을 잡은 듯했다.

희요가 보냈던 일곱 명의 선녀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현재 원전(遠戰)에서 접근전으로 바뀌어서 한 손으로는 화려한 색의 띠를 춤추듯이 휘두르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원형의 작은 거울을 들고 끊임없이 마허지룡을 향해 비추고 있었다.

화려한 색의 띠는 천 장 가까이 뻗어 나가서 마허지룡의 몸 절반을 감싸고 있었고, 거기에는 화려한 색의 부문이 빛나서 금제의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원형의 작은 거울에는 팔괘 도문이 떠올라 있었고, 비치는 빛은 금색 빛의 기둥으로 변하여 높은 하늘에서 마허지룡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금색 빛의 기둥이 땅에 떨어지자 팔괘 도문이 떠올랐고 여덟 개의 괘(卦)에서 각기 다른 형상의 허광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중 손(巽)의 위치에서는 폭풍이 불고 있었고, 진(震)에서는 번개가 뿜어져 나왔으며 간(艮)에서는 산의 허상이 떠올랐고 감(坎)에서는 물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모든 괘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힘은 마허지룡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있었다.

두 가지 보물의 위능은 실로 대단했고 마허지룡을 완벽하게 봉인하지는 못해도 마허지룡의 행동 능력은 크게 제한을 받아서 아무리 발악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심협은 이를 보자 가서 도와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력한 압박감이 멀리에서 느껴졌다.

그가 그곳을 바라보자 수백 장 떨어진 곳에서 보라색 화광(華光)이 태양처럼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보라색 태양 뒤에는 누군가 화살을 들고 있었고, 몸에서는 더없이 예리한 필살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용명한수궁의 시위에 걸려 있는 화살은 허광이 아닌 어두운 보라색의 진짜 화살이었다.

굽어진 활의 호는 점점 커져서 조금씩 보름달 모양에 가까워졌고 화살촉에서 빛나는 태양도 점점 더 눈부시게 변했는데 거기에 축적된 힘은 심협 마저 놀랄 정도였다.

그는 그제야 이전에 칠살이 그와 싸울 때는 전력을 다한 게 아님을 깨달았다. 현재 그의 경지로 칠살과 싸운다면 죽을지 안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승산은 절대로 없었다.

심협은 칠살의 활이 이미 극한에 다다른 걸 보자 서둘러 부동래와 함께 급히 달아났다.

두 사람이 움직이려는 순간 칠살이 활을 쐈다.

휙!

짧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금방 떨어졌다.

화살의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거의 숨 한 번 쉬는 사이에 보라색 태양은 마허지룡의 이마 앞에 도착했다.

마허지룡의 입에서 똑같이 보랏빛이 반짝이고 번개가 치더니 보랏빛이 뿜어져 나가서 보라색 태양과 충돌했다.

의외였던 것은 보라색 태양이 보라색 번개와 충돌하는 순간, 바로 터지지 않았고 화살대에서 부문이 빛나더니 화살은 이차적으로 힘을 축적하여 순식간에 폭발했다.

화살촉 앞의 보라색 태양은 마허지룡의 보라색 번개를 찢어버리고는 그대로 지룡의 입에 꽂혔다.

마허지룡도 엄청나게 강해서 보라색 태양을 삼킨 뒤에도 여전히 발악했고, 강력한 힘으로 온몸을 둘러싸고 있는 팔괘의 빛과 충돌하며 부수기 시작했다.

금빛이 흩어지면서 희요도 영향을 받아서 온몸이 떨려왔고 계속해서 띠를 유지할 수 없었다. 바로 손을 휘둘러서 화려한 색의 띠를 거두었다.

이때, 마허지룡의 몸속에서 보라색 태양이 마침내 위능을 폭발시켰다.

콰앙!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마허지룡의 배가 빠르게 부풀어 올랐고, 보랏빛이 뚫고 나오면서 반투명 상태로 변해갔다.

마허지룡의 몸이 3배 정도 커지자 몸과 정신이 버티지 못하고 결국은 폭발했다.

비릿한 바람과 혈우가 쏟아졌고 수많은 마허지룡의 시체 파편이 사방으로 떨어졌다.

하늘과 땅이 강하게 흔들리면서 산이 무너져 채워졌던 산골짜기가 다시 무너지면서 사방의 혼란한 기류가 연기와 함께 십여 개의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했다.

심협과 부동래는 이미 멀찌감치 물러나 있었기에 여파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마허지룡과 가까이 있던 희요가 강력한 풍압과 난폭한 기류에 휩쓸려서 뒤로 날아갔다.

칠살도 방금의 공격으로 힘이 다 빠져나갔기에 현재 화리가 그의 앞에서 두 손으로 반원의 광막을 만들어 보호하고 있었다.

심협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허공에서 나반을 찾기 시작했다.

그 물건은 비경을 여는 관건이었기에 만약 부서지면 그들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

한참을 바라본 다음에야 마침내 찾을 수 있었다.

나반은 여전히 호박색 정석에 봉인된 채 교전 지역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 기회에 나반을 빼앗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높은 하늘에서 갑자기 검은빛이 반짝였고, 허공에서 거대한 검은 거미줄이 나타나면서 간신히 몸을 가눈 희요를 뒤덮으려고 했다.

이주의 모습이 소리소문없이 나타나더니 검은 독창을 들고 희요의 뒤를 향해 찔렀다.

희요는 이미 대비하고 있었는지 아까 거두었던 화려한 색의 띠가 스스로 뒤에서 진을 만들더니 겹겹의 천들이 둥근 방패로 변하였다. 겉보기에는 부드럽고 힘이 없어 보였지만 이주의 일격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기습을 막았던 띠가 공수를 전환하여 뱀이 동굴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곧장 이주를 향해 날아갔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이주는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칠살 이놈, 나와는 손을 안 잡더니 선족과 손을 잡아? 요족이 언제부터 선족의 편이 됐단 말이냐?”

이주는 몸을 가누고는 곧바로 칠살을 가리키며 욕했다.

칠살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단약을 먹고 두 눈을 감았다.

“흥, 그래도 좋다. 너희는 현재 법력 소모가 심하니 나와 싸울 힘이 없을 거다.”

이주는 말을 마치고는 바로 몸을 회전시켜서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심협도 서둘러 둔술을 시전하여 파고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부동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심 형, 가지 마시오.”

이주가 나반에 가까워지는 순간, 푸른색 손풍이 그녀보다 한발 앞서서 그녀의 옆을 스쳐지나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 그렇게 싸울 필요 업소. 나반은 내 것이오. 하하하……”

하천산이 두 팔로 만든 날개를 펄럭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갈고리 같은 그의 두 발이 나반에 닿는 순간 검은색 허광이 갑자기 땅속에서 솟구쳤고, 십여 장 길이의 검은색 허광으로 만들어진 마허지룡이 갑자기 튀어 나오더니 번개처럼 입을 벌려서 그를 집어삼켰다.

투명에 가까운 지룡의 몸을 통해 뱃속에 들어간 하천산의 모습이 보였다. 일고 여덟개의 광막에 뒤덮여 있었고 온몸이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자 금방 신혼 소인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그의 신혼은 자기 몸에서 나오는 건 쉬웠지만 마허지룡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았다.

그의 신혼 소인은 불꽃에 삼켜졌고 곧 재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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