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661화 (661/1,214)
  • 661화. 열쇠

    심협은 아래에 있는 마수의 기운을 느끼자 이전에 그가 땅속에 있을 때 어째서 등골이 오싹해지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이때, 다른 쪽 산골짜기에서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검은색의 몸에 달라붙는 긴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몸매는 완벽한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그녀는 바위 위에 서서 산골짜기 아래의 광경을 바라보자 아름다운 얼굴에 매혹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바로 이주였다.

    “마허지룡이 드디어 나왔구나. 그런데 저렇게 화가 잔뜩 나 있으니……열쇠는 어떻게 가져온담? 정말 귀찮군!”

    이주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마치 생각하듯 중얼거렸다.

    잠시 후 그녀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나 대신 열쇠를 가져다줄래?”

    “저, 저, 저요……”

    “제가 가져 오겠습니다……”

    “비켜, 내가 갈 거야……”

    ……

    산봉우리에 더 많은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중에는 인간족 남자, 선족 남자 그리고 두 명의 마족까지 더하여 모두 일곱 명 정도가 있었다.

    그들은 얼굴이 푸르스름했고 두 눈이 붉어져서 모두가 이주를 위해 열쇠를 가져오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아이, 싸우지 말고 전부 다 가는 게 좋겠어. 열쇠를 가지고 오면 나와 함께 할 수 있지만……나머지는 전부 여기서 죽는 거야.”

    이주는 그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매혹적인 표정을 지었다.

    일곱 명의 각 종족의 남자들은 온몸에서 전류가 흐른 것처럼 몇 번을 떨더니 혼이 나간 듯한 눈빛은 더욱 심해졌고 표정도 더욱 광기 어리게 변했다. 이주의 호령에 맞춰서 그들은 모두 마허지룡을 향해 뛰어내렸다.

    심협 등이 화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하자 이주는 놀란 척하더니 입을 가리고는 ‘호호’ 하며 웃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웃음이 멈췄고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매우 준수하게 생긴 남자는 푸른색의 가벼운 갑옷을 걸치고 있었고 머리에는 옥으로 만든 관을 써서 푸른색의 장발을 가지런히 빗어 올렸고 귀밑머리에는 조금의 흰 털이 나 있었다. 칠살과 항상  그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묘족 화리였다.

    이주가 두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고 속으로는 쉬지않고 욕설을 해댔다.

    ‘내가 고생고생하며 설계하여 간신히 이장청 등을 미끼로 써서 마허지룡을 불러냈는데 이놈들은 지금 와서 남의 열매를 빼앗으려고 해?’

    그녀가 화를 내기도 전에 반대쪽 산에서 화려한 빛이 떨어지면서 또 한 명의 누군가 나타났다.

    그녀는 화려한 궁복을 입고 있었고 몸에서는 노을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에 신비한 자태를 가진 그녀는 바로 선족 여자 희요였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썹이 일그러지더니 산골짜기 아래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자 입을 열었다.

    “우리 선족 남자들이 모두 보이지 않는다고 했더니, 모두 당신이 유혹해서 끌고 간 것이었군요.”

    “호호, 희요 선자, 저는 억울합니다. 제가 저들을 유혹한 게 아니라 저들의 심지가 굳건하지 못하여 첫눈에 제게 반하여 저렇게 쫓아오니, 저도 어쩔 수 없었답니다.”

    이주는 입을 가리고는 가볍게 웃었다.

    요족인 칠살과 화리가 그저 원망이었다면 선족 희요는 강한 혐오감과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주가 보기에 선족은 전부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인 무리였다.

    “크아……”

    하늘을 뒤흔드는 포효가 산골짜기에서 들려왔다.

    본래 머리만 내밀고 있던 마허지룡은 수많은 사람이 협공하자 흉악함이 더 강해져서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칠흑 같은 몸은 그대로 양쪽의 산골짜기를 지나 수백 장 높이의 허공까지 날아갔다.

    매우 강력한 무형의 위압감이 몸에서 뿜어져 나오자 눈에 보일 정도의 강력한 검은색 파동이 사방을 휩쓸었다.

    검은빛의 파동이 뒤덮는 순간, 본래 허공에 있던 심협 등은 강력한 압박감이 짓눌러오자 그대로 땅으로 내려갔고 두 다리는 땅속에 박혔다.

    방금까지 마허지룡과 싸우던 일곱 명도 날아올랐다가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나자빠졌다.

    산골짜기 양쪽에 서 있던 자들도 마찬가지로 견디기 힘들었지만 각자 몸을 보호하는 보광(寶光)을 개방하거나 혹은 법보를 사용하여 간신히 버티며 압도당하지 않았다.

    이주는 이를 보자 안색이 갑자기 나빠졌다.

    그녀가 있는 산은 골짜기에서 좀 멀어서 압박감이 비교적 약했지만 그녀도 방심할 수 없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마허지룡의 실력을 과소평가했음을 알 수 있었고 이번 시련의 가장 큰 도전은 다른 종족과 싸우는 게 아니라 바로 눈앞에 있는 저 마수와 싸우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비경을 여는 열쇠는 저 마수의 몸에 있다. 만약 저것을 쓰러트리지 못하면 그들은 비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은 모두가 전멸해서 누구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야.’

    “칠살, 우리는 같은 핏줄이 아닌가, 힘을 합치는 게 어때?”

    이주는 몰래 전음을 보냈다.

    칠살은 그녀를 흘끗 보더니 시큰둥한 웃음을 보내고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이주의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지만, 간신히 자제하고는 계속해서 권했다.

    “마허지룡의 실력을 보고도 모르겠어? 여기 있는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저걸 죽이지 못해. 게다가 선족과 인간족 놈들은 분명히 또 말썽을 부릴 거야.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그나마 이길 수 있어. 그러면 열쇠는 내가 갖고 점수는 네가 가지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어.”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밑에 있는 미끼 중에 마족이 있던데?”

    “저놈은 특이한 놈이라서 죽든 말든 신경 안 써도 돼.”

    “오해했군. 난 저자의 생사를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너 같이 동족도 미끼로 던지는 놈은 역겹다고 말하려던 거였다.”

    칠살이 그녀를 비웃고는 차갑게 대답했다.

    이전에 길에서 그는 부동래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양쪽의 싸움을 목숨을 걸고 막고 있었다.

    칠살은 그때 머리가 좀 이상한 호랑이 요물이라고 생각했고 호감까지는 아니어도 밉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주는 아무리 봐도 눈에 거슬렸다.

    이주를 흘끗 노려보는 그의 마음속에는 지금 갈등이 생겼다.

    ‘차라리 저 여자부터 죽일까?’

    이주는 마치 강력한 적을 마주한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지고 긴장했다.

    “됐다. 여기서 싸우면 선족인 희요라는 자만 공짜로 이득을 볼 것이다.”

    그의 말을 들은 이주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더 커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저 분해서 신음을 내뱉고는 거기에서 멀어져서 칠살 등과 거리를 벌렸다.

    아래의 산골짜기, 심협 등은 중압감에 짓눌려서 몸이 무거웠고 손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는데 쉬지 않고 마허지룡의 공격을 피하려니 더욱 죽을 맛이었다.

    부동래는 원래 마족이기에 신체와 정신 그리고 힘이 태생부터 심협 등보다는 강했고, 현재 몸에서 마문이 빛나면서 힘의 압박에 맞서고 있었고 한 손으로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이장청을 붙잡고 골까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옆의 심협은 황정경 공법을 운공하고 있었기에 상황이 이장청보다는 좀 나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움직이는 건 힘들었다.

    다행히 마허지룡의 주의력은 이주에게 조종당하는 사람들에게 쏠려 있었기에 그들을 쫓아가 죽였고 심협 등은 공격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몇 번의 움직임에 일곱 명의 수사 중 벌써 두 명이 마허지룡에게 잡혀 뱃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심협은 산골짜기 밖으로 도망치면서 고개를 돌려 마허지룡을 바라봤는데 그것의 등줄기에 호박색의 정석이 박혀 있는 걸 발견했다. 안에는 원형의 나반(羅盤)이 보였는데 이는 비경을 여는 열쇠 같았다.

    그는 바로 이 소식을 부동래에게 전했다.

    서로 전음으로 상의한 결과, 이장청을 내보내고는 다시 돌아가 열쇠를 뺏을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두 사람이 산골짜기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하늘을 뒤흔드는 포효가 들려오더니 비린내 나는 바람이 마무(魔霧)를 휘감고 세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 세 사람은 속이 뒤집혀서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선족 수사가 어째서인지 정신을 차린 뒤 허둥지둥 그들이 있는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마허지룡도 그의 뒤를 바짝 쫓아서 미친 듯이 골짜기 입구로 달려오고 있었다.

    심협은 속으로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는 서둘러 부동래를 도와서 이장청과 함께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마허지룡이 가까이 다가오자 압박감도 점점 강해졌다.

    심협 등이 달리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고 선족 남자는 이미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따라잡혔다. 마허지룡은 입으로 삼키지도 않고 그대로 거대한 몸으로 짓눌렀다.

    선족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깔려서 가루가 되었다.

    마허지룡은 멈출 생각이 없었고 그대로 심협 등을 쫓아갔다. 거의 따라잡히려는 순간, 부동래가 갑자기 이장청을 놓더니 몸을 돌려서 마허지룡을 향해 돌진했다.

    호랑이의 포효가 산골짜기에 강하게 울려 퍼졌다.

    부동래의 몸이 순식간에 커지면서 노란색과 검은색 반점이 섞인 백여 장 크기의 거대한 호랑이로 변하더니 마허지룡을 향해 두 발톱을 휘둘렀다.

    마허지룡은 거센 기세를 막지 못했고 충돌하는 순간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심협은 뒤를 바라봤다. 부동래가 그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 주는 것임을 알고는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이장청을 끌고 산골짜기 밖으로 달렸다.

    두 사람이 산골짜기에서 빠져나가려는 순간, 이변이 생겼고 대지가 다시 한번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골짜기 양쪽에서 갑자기 불꽃이 크게 일어나더니 두 번의 굉음이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해졌다. 강하게 흔들리는 양쪽의 산은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콰아앙!

    한동안 끊이지 않고 폭발음이 들려왔고, 양쪽의 산에서는 거대한 균열이 생기면서 산이 무너졌다.

    심협은 땅 아래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법진의 여운을 보고는 이주의 짓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에 짙은 살의가 서렸다.

    양쪽의 산이 산골짜기를 향해 무너지자 수많은 거대한 바위가 마치 큰 물줄기처럼 먼지와 함께 끊임없이 떨어져서 골짜기 안을 뒤덮었다.

    물줄기 같이 떨어지는 바위에도 부동래는 아직도 혼자서 마허지룡을 막느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심협은 옆의 이장청을 바라보더니 이를 악물고 우선 그를 데리고 산골짜기 밖으로 달렸다.

    두 사람이 골짜기에서 벗어났을 때쯤 산은 이미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굴러떨어진 거대한 바위가 산골짜기를 완전히 메워버렸다. 흙먼지가 하늘에 가득했고 거대한 바위들은 성벽처럼 골짜기 입구를 막았다.

    “부 선배님……”

    이장청은 무너져 버린 산골짜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우선 여기서 벗어났다가 비경의 문이 다시 열리기 전까지는 절대 나타나지 마시오.”

    심협의 당부에 이장청은 자신이 도울 일이 없고 오히려 발목만 잡을 뿐인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협은 그를 더 살피지 않고 다시 골짜기 쪽으로 날아갔다. 유광이 먼지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그가 연기속으로 들어가자 무너진 산골짜기에서 갑자기 하늘을 뒤흔드는 포효가 울려 퍼졌고 거대한 소용돌이가 갑자기 연기 아래에서 솟구치면서 주변을 휩쓸었다.

    광포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자 주변에 가득하던 연기가 빨려 들어갔고, 수많은 바위도 날아와서 사방을 휩쓸었다.

    심협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더는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바람을 타고 밖으로 물러났다.

    그가 수십 리 정도 물러나자 안쪽의 소용돌이가 점점 커지면서 폭음이 함께 터져 나왔다.

    광포한 소용돌이는 사방을 강타하며 닥치는 대로 무너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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