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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54화 (654/1,214)

654화. 기습

푸른 피부의 마족은 외뿔 마족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머뭇거렸으나, 이내 여인에게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었다. 여인의 목에서 피가 왈칵 쏟아졌다.

피 냄새에 자극을 받은 푸른 피부의 마족은 눈이 충혈돼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려 여자를 물어뜯으려 했다.

한데 그때, 어디선가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금빛 용각추가 하늘에서부터 그대로 마족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마족이 피 냄새에 정신이 팔려 미처 대응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던 그때, 협곡 출구 쪽에서 포효가 들리더니 보라색 빛이 쏜살같이 날아와 용각추와 충돌했다.

쾅!

굉음과 함께 보라색 빛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흔적도 없이 흩어진 반면, 용각추는 크게 흔들리긴 했어도 곧장 안정을 되찾고는 여전히 찔러 들어갔다.

푸른 피부의 마족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온몸에서 푸른 빛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피부에서 가느다란 균열이 생기면서 뒤집히더니 푸른 비늘 갑옷이 생겨났다.

치익!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용각추가 그대로 푸른 피부 마족의 갑옷을 뚫고 목덜미에 꽂혔다. 그리고 그가 다른 대응을 하기도 전에 용각추에서 눈부신 금빛이 빛났다.

“크아아!”

용의 포효와 함께 금빛의 용이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았고, 푸른 피부의 마족은 전신이 산산조각 났다.

마기가 감도는 칠흑 같은 소인(小人)이 그의 부서진 시체에서 나와 허공으로 숨으려 했지만, 금빛이 교차하면서 빼곡한 검망이 생겨나 그대로 소멸시켰다. 심협이 미리 대비를 해둔 것이었다.

용각추가 떨어지고 푸른 피부 마족이 죽기까지는 불과 두 번 호흡할 정도에 불과했다. 너무도 빠른 변고에 외뿔 마족은 일순 넋이 나가버렸다.

심협의 식해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족 한 명을 죽였으니 2점, 모두 합쳐 3점입니다.”

그때, 여인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심협에게 창백한 얼굴로 목의 상처를 감싸며 말했다.

“공자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어서 부상부터 살피시오.”

말을 마친 심협은 갑자기 무언가를 감지한 듯 몸을 휙 돌렸다.

푸른 장검이 허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그러나 심협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슬쩍 틀며 자신을 기습한 여인을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여인이 땅에 쓰러지자 미간에서 영광이 사라지더니 본래 기혈이 쇠퇴한 몸에서 순식간에 생기가 모두 사라지면서 시체로 변했다.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는 심협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영혼을 조종하는 술법인가? 이런 저열한 수법이 통할 것 같았느냐?”

그가 차갑게 외치며 소리쳤다.

심협이 가까이 다가온 순간, 여인의 기운을 느끼고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이어서 머릿속에 울려 퍼진, ‘3점을 받았다’는 목소리에 상황을 깨달았다. 3점 중 1점은 자신의 것이었고 다른 1점은 푸른 피부의 마족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1점은 당연히 그 마족에게 죽은 인간 여자의 것이리라.

사방에는 바람 소리만 들려올 뿐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외뿔 마족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훑어봤다.

그때, 기이한 향이 퍼지면서 본래 벌거벗었던 협곡에 생기가 돋아나고 꽃들이 만발했다.

심협이 검결을 맺자 순양검배가 나타나더니 검광을 뿜어내 주변의 모든 꽃을 베어버렸다.

이를 본 외뿔 마족도 심협을 따라서 손을 휘둘렀다. 몸에서 검은색 마염이 타올라 갑자기 생겨난 꽃을 모두 태워버렸다.

하지만 땅에 가득하던 잿더미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바람을 타고 일어나 외뿔 마족을 휘감기 시작했다.

마족은 마염을 다시 뿜어내 몸을 보호하며 잿더미들을 물리치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잿더미들은 마치 아무런 방해도 없다는 듯 마염을 뚫고 들어와 마족의 몸에 달라붙고 뒤덮기 시작했다.

“크아악!”

외뿔 마족은 놀라서 손을 뻗어 떼어내려 했지만, 아무리 발악해도 검은 잿더미들은 마치 개가죽에 바른 약처럼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이내 얼굴까지 완전히 감싸버렸다.

심협은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외뿔 마족이 실성한 듯이 제자리에서 발톱을 휘두르는 광경을 바라봤다. 저자는 제혼술에 걸려 환술에 빠진 것이다.

방금 전, 그가 꽃을 베었을 때 매우 은밀한 신념의 기운이 그의 식해를 파고 들어왔다. 그러나 그의 신혼은 대승기 단계를 뛰어넘었기에 소용이 없었다. 신념의 기운은 이를 깨닫고는 바로 물러났다.

심협은 차가운 눈빛으로 외뿔 마족이 점점 환술에 잡아먹히는 것을 바라봤지만,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조심스럽게 주변의 변화를 살펴보며 습격에 대비했다.

한참이 지났으나, 배후에 숨은 자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귀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다면 저자의 점수는 내가 가져가겠소.”

심협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손을 휘둘러 용각추로 외뿔 마족의 머리를 겨냥했다.

허나 용각추가 닿기 직전에 외뿔 마족의 머리는 갑자기 수박처럼 터졌고,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피를 뒤집어쓴 채 서 있는 것은 준수한 외모의 젊은 사내였다.

‘선족인가……?’

의외였다. 심협은 상대가 섭혼 능력을 가진 요족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그는 희요 근처에 있던 선족이었던 것이다.

“도우는 오해하지 마시오. 방금 인간족 여인을 조종한 것은 도우를 공격하는 척하여 저 마족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었지 정말로 도우를 노린 것은 아니었소.”

선족 청년은 공수하며 웃었으나, 심협은 당연히 그 헛소리를 믿지 않았다.

‘정말로 마족을 꾀어내기 위함이었다면 왜 신념의 비술로 내 식해를 공격했단 말인가!’

만약 그가 미리 알아채지 못했더라면 자신은 정말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헛소리는 그만두시오. 난 다른 사람들과 싸울 생각이 없으니 굳이 목숨 걸 것 없소.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살려는 주겠소.”

심협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쏘아붙인 후 푸른 피부의 마족과 인간 여자의 손에서 저물 반지를 챙기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

선족 청년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씩 웃더니 몸이 점점 흐려지면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뒤, 세 사람의 시체는 빠른 속도로 썩어 피와 살은 흙으로 변했고, 뼈는 천천히 땅속으로 녹아들었으나, 누구도 이를 알지 못했다.

협곡에서 나오자 지형이 확 트이면서 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지평선 너머에는 작은 나무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어 마치 작은 언덕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심협은 걸으면서 단약을 하나 꺼내서 입에 넣었다.

좀 전의 싸움에서는 소모가 크지 않았지만,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초원을 따라가는 심협은 조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걸어가면서 어떤 보물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둘러보기 바빴다.

춘추관은 다시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많은 돈이 필요했다. 관주 자리를 진명에게 맡겼다고 해서 아무 상관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모을 수 있으면 모으고 벌 수 있으면 최대한 벌어야 했다.

만약 방금 만났던 선족의 기운이 대승 중기 정도만 됐더라도 심협은 외뿔 마족의 저물 반지까지 함께 챙겼을 것이다.

“휴,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돈 귀한 줄 모른다더니…….”

심협은 한숨을 내쉬고는 관자노리를 주무르며 느릿느릿 걸어갔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갑자기 굉음이 들려오더니 땅이 강하게 흔들렸다.

‘기세가 작지 않은 걸 보니 누군가 싸우고 있는 건가?’

그때, 저 앞에서 금빛 기둥이 갑자기 솟구쳐 하늘 높이까지 올라갔다.

뒤이어 강렬한 영기 파동이 뿜어져 나오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보물!”

심협은 눈이 반짝이며 망설임 없이 금빛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사방에서 쏜살같이 날아오는 무지개들이 보였다. 그중 두 개는 속도가 심협과 비슷했다. 다만 심협이 가장 가까웠기에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땅으로 내려오자 하늘까지 솟구쳤던 금빛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멀지 않은 곳에 동그랗게 부서진 구멍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물빛이 은은히 보였다.

재빨리 다가가보니 구멍 안에는 수액이 고여 있었고, 수면 위로 옅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일홍영천(一弘靈泉)?”

뜻밖이었다.

“이 비경은 천지영기가 차단되어 있는데 어떻게 영기가 쌓여 샘물이 된 거지? 흠, 모를 일이로군. 아무렴 어떠한가?”

심협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생각을 접고는 여덟 개의 병을 꺼내 어수지술로 영액을 병에 담았다. 영액은 그리 많지 않아 채취는 금방 끝났다.

채취를 끝낸 그가 떠나려는 순간, 뒤에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에 이어 보라색 화살이 순식간에 등까지 다가왔다. 속도가 매우 빨라 피할 시간이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심협의 뒤에서 금빛이 반짝였이더니 용의 포효와 함께 용각추가 날아가 화살을 막았다.

쾅!

용각추에서 떠올랐던 금룡의 허상이 순식간에 부서졌고, 그 충격에 튕겨 나오며 심협과 충돌했다. 이에 심협은 수십 장을 날아간 뒤에야 간신히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심협은 싸늘한 눈빛으로 뒤쪽의 상공을 노려봤다. 등 뒤에서 싸늘한 한기가 전해졌고, 심협은 곧바로 황정경 공법을 운공하여 한기를 녹였다.

가벼운 갑옷을 입은 준수한 남자가 허공에 떠 있었고, 옆에는 얼굴에 솜털이 있는 꼬리가 긴 여인이 있었다. 요족의 강자 칠살과 고양이 요물 화리였다.

심협과 칠살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칠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칠살 대인의 용명한수궁(龍鳴寒水弓)을 막아내다니, 방금 그 일격에는 필살의 염원이 담겨 있었는데…….”

화리가 가볍게 입술을 떨었다.

칠살은 그녀를 무시하고 은자색(銀紫色) 활의 시위를 다시 당겼다. 법력이 뭉쳐지면서 보라색 화살이 다시 나타났다. 화살은 심협의 미간을 향해 날아왔는데, 화살촉에서 빛이 뭉쳐지자 소용돌이 같은 기운이 생겨났다.

화살은 날아오면서 점점 법력이 강해졌고 기세도 더 완만해졌다.

‘역시 대승 후기였군…….’

심협은 자신의 기운과 화살의 기운이 마치 연결되는 기분이 들자 눈살을 찌푸렸다. 불쑥 이 화살은 피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협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자 용각추에서 금빛이 환하게 반짝이더니 용 머리 허상이 용각추를 감쌌다. 마치 힘을 비축하여 날아오는 일격이 폭발하길 기다리는 듯했다.

휙!

갑자기 질풍이 불어왔다.

심협과 칠살은 약속이나 한 듯 순식간에 살초를 펼쳤다.

화살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 순식간에 심협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용의 포효가 하늘을 뒤흔들 정도로 울려 퍼지더니 용각추에 새겨진 무늬가 빛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거센 기세로 화살과 충돌했다.

퍼펑!

화살과 용각추의 금빛이 동시에 폭발하면서 화려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운룡(雲龍)이 한수(寒水)를 모으면 강과 바다도 얼음이 되리라.”

마치 예언과 같은 말이 칠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보라색 화살의 터지는 빛에서 거대한 운룡의 허상이 솟아 나오더니 한기를 뿜어내면서 순식간에 용각추의 금빛을 얼려버리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빙한(氷寒)의 힘이 퍼지면서 반경 백 장의 땅에는 순식간에 얼음과 서리가 뒤덮였고, 심협도 그 자리에서 몸이 굳으면서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하얗게 얼어버렸다.

“좋았어!”

화리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이때, 비경 밖 주작 광장의 거대한 현천경 중 하나에서는 심협과 칠살이 싸우는 장면이 비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환호했고, 상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번 싸움에 돈을 걸게 했다.

심협 대 칠살, 승패만 갈릴 확률은 1대121, 생사가 결정될 확률은 1대33, 비길 확률 1대105였다.

지금까지 농을 주고받던 육화명과 백소천도 긴장했다.

방금 현천경에서는 몇 번의 싸우고 죽이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중 두 장면이 칠살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와 싸웠던 마족 수사와 두 명의 선족 수사는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생각도 광적으로 돈을 거는 사람들과 똑같았다. 심협이 이길 확률이 높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높은 대에서 지켜보던 정교금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번 삼계무도회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다른 세 종족이 모두 강력하게 추진했고, 국사 원천강(袁天剛)도 찬성하는 바람에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심협이 참가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그저 속으로 한탄할 뿐이었다.

연무대 아래, 진사원과 우해 역시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현천경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 심협이 조통을 찾기도 전에 칠살의 손에 죽게 생겼으니 일이 꼬여도 이렇게 재수없게 꼬일 수가 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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