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645화 (645/1,214)
  • 645화. 사문을 재정비하다

    잠시 후, 심사의 몸이 갑자기 떨렸고, 몇 군데의 혈이 갑자기 열리면서 천지영기가 그의 체내로 들어왔다. 청전배원공의 내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조금씩 흘러 법력을 향해 흘러갔다.

    “법성이 통했다!”

    심목목은 놀란 눈빛으로 심협을 돌아봤다.

    연기기에 들어서면 강력한 힘을 익힐 수 있고 천지영기가 몸으로 들어와 수명이 수십 년이나 늘어난다. 허나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목목은 그동안 심사가 연기기에 도달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지만, 아쉽게도 여태껏 성공하지 못했다. 한데 심협이 단번에 해낸 것이다!

    심협의 표정은 평온했다. 흑곰 요괴의 녹심단에 자신의 대승기 법력이 더해졌으니 이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서 법력을 운공하며 심사의 몸을 조정하여 천지영기가 몸을 더욱 확실하게 정련하도록 도왔다.

    심사의 몸 곳곳에서 웅웅 소리가 들려왔고, 끊임없이 하얀 기운이 피어오르면서 온몸을 뒤덮었다.

    반 시진 뒤에야 심협은 손을 거두고 옷소매를 휘둘렀다.

    푸른 빛이 떠오르더니 심사의 몸을 스쳐 지나가 하얀 기운을 전부 쓸어갔다.

    심사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외모가 크게 바뀌어 본래 백발이던 머리카락과 수염은 검게 변했고, 피부의 주름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눈동자도 초롱초롱한 게 하룻밤 사이에 중년으로 돌아와 있었다.

    심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마치 몸의 변화를 느끼는 것처럼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옆에 있던 심력은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겠는지 연신 두 눈을 비볐다.

    이전에 자신이 법성을 통했을 때도 몸의 변화가 있었지만, 심사처럼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었다. 이는 반로환동(返老還童)과 같은 기적이었다.

    “큰 오라버니의 신통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심목목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감탄했다.

    “내가 한 게 아니다. 심사가 법성을 통하고 천지영기가 들어오면서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게지. 난 약간의 도움만 줬을 뿐이다.”

    “어쨌든 조부님께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런 변화를 겪으시다니, 대신통자가 아니면 하지 못할 일입니다.”

    옆에 있던 심력이 말했다.

    “네가 둘째의 손자로구나? 다른 이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법성을 돌파하다니, 자질이 훌륭하구나. 자, 첫 만남의 선물이다.”

    심협이 빙긋 웃으며 소매를 휘두르자 옆의 탁자에 푸른 빛이 반짝이더니 하얀 옥병과 파란색 비검, 노란색 작은 방패가 나타났다.

    “법기 아닙니까!”

    심력은 뜨거운 눈빛으로 두 개의 법기를 바라봤다.

    심씨 가문은 법성을 통한 가족이 많고 그 힘도 약하지 않았지만, 속세에서는 작은 가문에 불과해 부기도 몇 개 없었다. 그러니 전설의 법기를 눈앞에서 직접 본 심력으로서는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단약은 심씨 가문에서도 만들 수 있다 여겨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심협은 이를 보자 내심 웃음이 나왔다.

    이 단약은 고본배원 부류의 진귀한 단약이었다. 약력이 강해 벽곡기 수선자에게는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두 법기보다 가치가 낮지 않은 것이었다.

    탁자 위의 물건을 본 심목목은 심력의 기연에 기뻐하면서도 심협을 슬쩍 노려보았다. 백 년 만에 만난 여동생에게는 이리도 박하단 말인가!

    좀 더 시간을 끌면서 장난을 쳐보려던 심협은 그 표정에 실소를 터트리고는 저물 법기를 꺼내 건넸다.

    “목목, 이건 네 거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그제야 활짝 웃으며 심목목은 법력으로 저물 법기를 살폈다.

    안에는 세 개의 법기가 들어 있었다. 공격형, 방어형, 보조형이 하나씩이었다.

    단약도 두 병이 있었다.

    심목목의 시선도 법기에 집중되었고, 이내 초록색 도를 꺼내 기뻐하며 살폈다.

    “법기와 부기는 다르다. 제련술로 안에 있는 금제를 연화해야만 한다. 너희에게 제련 비술을 전수해주마.”

    심협은 구구통보결이 새겨진 두 개의 옥간을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심목목과 심력은 크게 기뻐하며 은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감사 인사를 했다.

    그때, 심사가 천천히 깨어났다.

    “제가 법성이 통하고 연기기에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심사가 일어나서 심협에게 절했다.

    “허! 형이 아우를 도운 것 가지고 절까지 받아야겠느냐?”

    심협은 심사를 붙잡아 일으켰다.

    “엇! 이건 경지를 정진시키는 단약이네요? 약력도 엄청 강해!”

    옆에서 깜짝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법기를 모두 살핀 심목목이 약병을 열고는 충만한 영력 파동이 흘러나오자 놀라서 두 눈이 커진 것이다.

    그녀는 몇 년 전 기연을 만나 경지를 정진시켜주는 단약을 먹게 됐고, 이를 통해 연기 후기에 도달한 바 있다. 한데 그때의 단약도 지금 이 단약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심력도 서둘러 약병을 열었다. 거기에도 비슷한 단약이 들어 있었고, 약력 또한 매우 강했다. 심력은 기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들을 보던 심사가 오랜만에 본 형을 돌아보며 물었다.

    “형님의 경지는 지금 어느 정도인 겁니까?”

    “세상은 무궁무진하고 신비로워 놀라운 자들이 부지기수다. 내 수련 경지는 그곳에서는 보잘것없다. 대당 왕조에는 나보다 강한 자가 얼마나 있는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지. 하물며 대당 밖에서는 난 그저 하찮은 존재란다.”

    심협은 심사 등이 거만해지지 않게 하려고 자신의 실력을 낮춰 말했다.

    심사는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그동안 수련에 아무런 성취가 없었기에 줄곧 전전긍긍하며 심씨 가문의 생계를 꾸리느라 일찍부터 신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한데 수선 세계가 이렇게 넓고 위험하다는 걸 듣자 자기도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든 것이다.

    반면 심목목은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수선 세계를 향한 동경심이 생겼다.

    “역아,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구나. 넌 이만 가서 손님들을 대접하거라.”

    심사가 금세 평정심을 회복하고는 말했다.

    심력은 심협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심사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기에 인사를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세 남매는 사당으로 가서 심원각과 둘째어머니에게 절을 올렸다.

    ‘아버지, 아들이 불효하여 일찍이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마겁이 사라졌으니 저도 이제 밖으로만 돌지 않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심협은 향을 피우고는 속으로 부친인 심원각에게 인사를 올렸다.

    “형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형님께서 남겨주신 공법과 보물 덕분에 아버지께서도 백세를 누리셨습니다. 평생 즐겁게 사셨고, 가실 때도 평안하셨어요. 아무런 미련도 남기지 않으셨습니다.”

    심사의 위로에 심협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이내 옆에 있는 편청에서 대화를 나눴다.

    “형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심사가 심협에게 차를 권하며 물었다.

    “이제 재난이 사라지고 천하가 태평해졌으니 나도 더는 돌아다닐 필요가 없구나. 춘추관으로 돌아가 사문을 재정비할 생각이다.”

    과거 사숙조가 <순양보전>을 전수해주면서 그에게 춘추관을 흥하게 하라 했다. 그러나 그간 마겁 때문에 동분서주하느라 겨를이 없었다. 이제 마겁이 사라졌으니 그때의 맹세를 이행할 때가 되었다.

    또한 춘추관에서 폐관하며 한동안 수련할 생각이었다. 현재 두 방울의 감로수가 있으니 천지영기가 강하지 않은 춘추관에서도 수련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춘추관은 백 년 전에 요마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멸망하여 쇠락했는데, 몇 년 전에 흩어졌던 제자들이 돌아와 다시 세웠어요. 다만 그들의 실력이 약해서 고작해야 연기기 수사 두 명이 지탱하고 있다더군요.”

    “그래? 목목, 너는 춘추관의 상황을 잘 알고 있구나?”

    심협이 심목목을 돌아보며 말했다.

    “춘추관은 춘화현 성에서 그리 멀지 않고 자주 만나서 물건을 교환해요. 제 청옥사(靑玉梭) 부기도 춘추관의 진(秦) 도인과 교환한 거예요.”

    심목목은 파란색 비녀 부기를 꺼내며 말했다.

    “진 도인?”

    심협은 이전의 사형제를 기억해봤다. 외문 제자라고 해도 진씨가 몇 명 있었기에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허나 어차피 찾아가보면 알게 될 일. 그는 생각을 접고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그때 내가 집에 남긴 것은 소화양공과 청전배원공, 두 개의 기초 공법뿐, 연기기 공법은 없었지. 한데 목목아, 너는 어떻게 지금 경지에 도달한 게냐?”

    “이전에 오라버니가 남겨주신 청전배원공과 태양석옥패의 힘을 수련하자 법성이 통했어요. 그 뒤에 유랑을 떠났는데, 운 좋게 서북쪽의 승황산(乘黃山)에서 산수 선배가 좌화한 저택을 찾아냈고, 거기서 수련 공법과 단약을 얻을 수 있었죠. 이후 몇 년 동안 수련해서 지금의 경지에 도달했어요.”

    심목목은 옥간을 하나 꺼내 심협에게 건넸다.

    심협은 신식으로 옥간을 살펴봤다. 옥간에는 <청목공(靑木功)>이라는 평범한 공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정묘한 편은 아니었으나, 여자가 수련하면 체내 원음(元陰)의 힘을 조절하여 온몸에 퍼트려 얼굴이 늙지 않는 효과가 있었다.

    “다행히 형님이 남겨주신 공법과 <청목공> 덕분에 우리 심씨 가문이 지금 자리까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몇 년간 가문의 남자 중 심력 외에는 아무도 법성을 통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이 공법은 여자가 수련하기에 더 적합한 겁니까?”

    심사가 궁금한 듯 물었다.

    심씨 가문에서 심력과 심목목 외에 두 명이 더 법성을 통했는데, 그들은 지금 외지에 나가 있었다.

    심협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전에 그가 선물했던 태양석옥패는 매우 순수하여 몸을 온양해주는 효능이 있고, 오랜 시간 몸에 지니고 있으면 법성을 통할 가능성을 더 높여주었다. 그 덕분에 짧은 시간에 심씨 가문의 몇 명이 법성을 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매우 빠른 편인데, 심사 등은 수련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니 초조해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청목공>은 여자가 수련하기에 더 적합하긴 하나 매우 평범해 큰 성취를 이루기는 어렵다. 목목도 앞으로는 수련하지 말거라. 대신 이걸 익히거라. 이 <수원결>은 남녀 모두 수련할 수 있고, 얼굴을 늙지 않게 하는 효능이 있지. 앞으로 가문의 자제들은 모두 이 공법을 수련하게 해라.”

    심협이 옥책을 꺼내 심목목에게 건넸다.

    <수원결>은 무명공법을 개량한 것으로, 어려운 부분은 그가 수정했기에 자질이 평범해도 비교적 빠르게 진보할 수 있었다.

    옥책 뒤에는 실용적인 비법과 오행 법술을 추가하여 심씨 가문 자제들이 익히기 쉽도록 수단을 추가해두었다.

    심목목은 옥간을 살펴보고는 바로 <수원결>에 빠져들었다. 매 구결 현기가 담겨 있었고, 문장 사이의 언어는 소박했지만 <청목공>보다 몇 배는 현묘했다.

    잠시 후, 그녀는 크게 감탄했다.

    “엄청나게 정묘한 공법이네요. 큰 오라버니는 이걸 어디서 얻으신 거예요?”

    “그건 알 것 없다. 이 공법은 가문에서도 믿을 만한 자제에게만 전수해야 한다.”

    심협이 당부했다.

    “알겠습니다.”

    심목목과 심사는 오랫동안 세상일을 겪어왔기에 일의 경중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영재와 부기, 법기 등은 이제 내게는 필요 없으니 놓고 가마. 심씨 가문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게다.”

    심협이 또 저물 법기를 꺼내 심사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형님.”

    “큰 오라버니, 그동안 어디에 계셨던 거예요? 말씀해주시면 안 되나요?”

    심목목이 묻자 심사도 심협을 돌아봤다. 그동안 심협이 겪은 일이 궁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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