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644화 (644/1,214)
  • 644화. 귀향

    춘화현 성.

    마겁의 위협이 사라지자 대당 왕조는 번영했다. 춘화현 성도 마찬가지라 인구가 크게 늘었고, 성도 이전보다 5할이나 넓어져 성안에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매우 번화해 마차와 수레로 붐볐다.

    성 동쪽, 심부는 춘화현 성에서 내로라하는 부자였다. 본 성의 약재 장사를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각종 약효가 신비한 단약을 생산해 나날이 번성했다.

    그러나 이는 대외적인 위치일 뿐, 사실 심씨 가문은 단순한 약재 상점이 아니었다. 심부에는 주먹으로 돌을 부수고 발로 땅을 무너트리는 평범한 무사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고수들이 있었다. 심씨 가문의 핵심부에는 진짜 수선자가 있어 불을 뿜고 바람을 불러내는 수많은 기이한 수단이 있었다.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일에 뜻이 없지 않았더라면 춘화현 성은 이미 심씨 가문의 천하가 되었을 것이다. 심씨 가문의 이런 저력은 오래전 집을 떠난 한 사람과 관련이 있었다.

    허나 이 모든 것은 춘화현 성의 몇몇 고위 가문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 심씨 가문 저택 상공에 누가 있었다. 바로 심협이었다.

    ‘매우 소란스럽군. 하인들이 저리 드나드는 게 무슨 경사라도 있는 겐가?’

    심협의 몸에 흐르는 푸른 빛이 부근의 광선(光線)을 일그러트렸기에 그가 허공에 있어도 아래 저택의 하인들은 그의 존재를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

    심협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백 년 동안 잠들기 전에 수련 공법을 남기고 나중에는 백소천에게 부탁해 집에 매년 수명을 연장하는 보물을 보냈다. 허나 그렇다고는 해도 부모님은 이미 운명하셨을 터. 아우와 누이가 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 들어가 보자.”

    그는 결심한 듯 신식을 펼쳐 심부 전체를 덮었다. 허나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버지와 둘째어머니는 역시 이미 돌아가셔서 가문 사당에 두 분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동생 심사와 누이 심목목은 평안히 지내고 있었다.

    심협은 몸을 흔들어 그곳에서 사라졌다.

    심부 주청 안. 이미 백발노인이 된 심사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하지만 정신만은 온전한 그는 붉은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친척과 벗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

    오늘은 그의 120세 생일이었다. 심씨 가문의 태조(太祖)인 만큼 성안의 명성이 있는 자들은 모두 찾아왔다.

    심씨 가문은 현재 심사의 손자인 심력(沈力)이 다스리고 있었다. 심력도 이미 반백 살이지만, 커다란 몸집과 검은 수염은 매우 위엄이 넘쳤다. 장사에 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련 자질도 상당해 심협이 남겨준 공법으로 법성이 통했고, 어느덧 연기 초기에 도달해 있었다.

    사실 심사 또한 그 공법들을 수련했지만, 아쉽게도 자질이 부족하여 선도에 오르지 못하고 이렇게 늙어버린 것이다.

    한데 심사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

    “조부님!”

    심력이 서둘러 다가왔다. 그는 주변의 손님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고는 심사를 부축하여 내당으로 들어가 하얀 약환을 먹였다.

    그럼에도 심사의 기침은 멈추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졌다. 미간에는 비정상적인 검은빛이 떠올랐다.

    심력이 어두운 안색으로 금침을 꺼내 능숙한 솜씨로 심사의 가슴과 등의 10여 곳 혈도를 찌르자 심사의 기침이 그제야 조금씩 멎었다.

    “나는 이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가 보아라. 아직 손님들이 있지 않더냐.”

    심사가 한숨을 돌리고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객들은 심부 사람들이 대접하고 있으니 우선 몸부터 생각하십시오. 건강이 제일 중요합니다.”

    심사도 심부의 지금 지위를 알고 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초록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피부는 연하고 외모는 수려하였으며 모든 움직임이 온화하고 점잖았다.

    “고모할머님, 조부님의 병세가 또 악화한 것 같습니다. 치료 방법을 찾으셨습니까?”

    심력이 공손하게 예를 올리고는 물었다.

    이 온화한 여인은 바로 심목목이었다.

    그녀의 법력 파동은 심력을 뛰어넘어 이미 연기 후기에 도달해 있었다. 술법 덕에 외모도 30대 중반 나이로 보였다.

    심목목은 말없이 심사의 손목을 잡고 맥을 살폈다.

    “누이, 또 번거롭게 하는군.”

    “오라버니도 참. 무슨 그런 말씀을…….”

    심목목은 고개를 젓고는 진맥에 집중했다.

    잠시 후, 손을 거둔 심목목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고모할머님, 어떻습니까?”

    심력이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오라버니 병은 근원이 오장육부 깊은 곳에 있는 데다가 현재 노쇠하여 상황이 복잡하다.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반년 밖에 못 버티실 거야.”

    “네? 겨우 반년이요?”

    “잘해야 반년이다. 더 짧을 수도 있어.”

    “그동안 고심하지 않으셨습니까? 정말로 방법이 없는 겁니까?”

    심력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방법이 있긴 한데 너무도 위험하다. 성공 확률은 6할 정도야. 게다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심목목은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으나, 그 뜻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6할이라니……. 거의 반반이로군요.”

    심력은 미간을 찌푸렸고, 세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누이, 역아. 내 지금까지 산 것만 해도 보통 사람에게는 천수를 누린 셈이다. 남은 생은 덤이라 할 수 있으니, 방법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봐도 좋다.”

    “휴우. 알겠어요. 그럼 해볼게요.”

    심목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혈옥색 옥패를 꺼냈다. 심협이 이전에 보내줬던 태양석옥패(太陽石玉佩)였다.

    “이 방법은 태양석옥패가 반드시 있어야 가능해요. 내가 법력을 운공해서 순양의 힘을 오라버니 몸속에 흘려보내 치료할 겁니다.”

    “고모할머님, 이제 태양석옥패를 제어하실 수 있는 겁니까?”

    심력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그동안 부적을 열심히 연구해서 이제 겨우 옥패 안에 있는 평안부(平安府)를 이용해 그 안의 힘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가능성이 크지 않아. 그러니 6할이다.”

    “고모할머님, 최선을 다해 주세요. 저도 법력으로 조부님의 심령을 보호해 힘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심력이 심사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심목목은 옥패를 심사의 등에 대고는 법력을 운공하여 주입했다.

    옥패가 부드러운 혈홍색 빛을 발하더니 천천히 심사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다만 그 빛은 불안정했고, 간간이 요동쳤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심목목의 팔을 점혈했다. 이에 심목목의 법력이 사라지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냐!”

    심목목이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푸른 옷을 입은 남자가 어느새 내당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누군데 감히!”

    심목목이 분노한 듯 외치며 소매를 휘두르자 파란색 비녀가 빠르게 날아갔다.

    허나 상대는 마치 모기를 잡듯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이 비녀를 낚아챘다.

    심목목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 상대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 누이. 오랜만에 만난 오라비가 그리도 밉던가.”

    “서, 설마…… 큰 오라버니?”

    심목목은 그제야 심협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울 것만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부기(符器)를 꺼내 심목목을 도우려던 심력은 이 광경에 급히 손을 거두었다.

    “형님, 돌아오셨군요!”

    심사도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줄곧 밖으로만 돌아다니는 나 때문에 너희가 고생이 많았다.”

    심협은 외모가 많이 바뀐 아우와 누이를 미안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백씨 가문 사절에게 형님께서 중한 일을 하시고 있다는 걸 모두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백씨 가문 사람이 태양석옥패를 갖다줄 때 심원각 등이 끈질기게 물었고, 백씨 가문 사절은 모호하게 심협의 상황을 설명한 바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먼저 가신 게 안타까울 뿐이에요.”

    심목목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 불효다. 그동안 번거로운 일을 만나서 족히 백 년은 잠들어 있었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 돌아왔을 것이다.”

    심협은 부친을 떠올리자 가슴 한편이 시려왔다.

    “백 년이요?”

    심목목과 심사, 심력은 그 말에 멍해졌다.

    “형님, 그럼 이제 신선이 되신 겁니까?”

    심사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먹고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게는 됐지. 허나 신선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멀었구나.”

    “먹고 마시지 않고도 산다고요?”

    심목목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그동안 심협이 남긴 공법을 수련하는 것 외에도 다른 기이한 일을 만나 경지가 연기 후기까지 정진했기에 수선의 경지에 대해서는 심사보다 잘 알았다.

    백 년을 먹고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은 심협의 경지가 벽곡기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의미였다.

    ‘큰 오라버니가 응혼기에 도달하신 건가?’

    심목목은 속으로 추측했다. 출규기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커다란 수선 종파에서나 나올 수 있는 엄청난 인물이라 알고 있으니까.

    옆에 선 심력도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심협을 본 적이 없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 명성을 듣고 자랐는데, 직접 보니 소문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았다.

    “자, 얘기는 천천히 하도록 하고, 아우의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우선 내 치료를 해주마.”

    심협은 화제를 돌렸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심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다시 앉았다.

    심협은 이미 신식으로 살핀 터라 심사의 병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심사의 가슴에 손가락을 대고 순양의 힘을 주입하여 한 바퀴 돌았다.

    심사는 뜨겁고 웅장한 기운이 체내를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기운은 지나가는 곳마다 병을 제거하고는 솟구쳐 심장과 폐를 통과했다.

    잠시 후, 심사는 허리를 꺾으며 검은 피를 토했다.

    “조부님!”

    심사가 갑자기 피를 토하자 심력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괜찮다. 큰 오라버니가 법력으로 둘째 오라버니의 오장육부를 씻어내서 모든 병의 근원을 제거한 것이다. 괜찮아.”

    심목목의 설명에 심력은 그제야 안도했다.

    고개를 든 심사의 미간에서는 검은빛이 깨끗하게 사라졌고 얼굴에도 생기가 돌아와 원기 왕성해 보였다. 심지어 주름까지 펴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형님. 한결 좋아졌네요.”

    심사가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현재 그는 마치 온몸을 맑은 샘물로 씻어낸 것처럼 상쾌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선 이 단약을 먹거라.”

    심협은 심사를 다시 앉히고는 초록색 약환을 건네줬다.

    그윽한 약향이 사방으로 퍼지자 심목목과 심력은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도 정신이 들뜨고 몸이 가벼워지는 듯했다.

    심씨 가문은 대대로 약재 가문이었기에 두 사람 모두 단약에 깊은 조예가 있어 한눈에 이 단약이 심씨 가문의 가장 좋은 단약보다도 훨씬 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무슨 단약입니까?”

    심사 역시 단약을 잘 알았기에 이 단약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수명을 연장해주는 단약이다. 아마 수명이 30년쯤은 늘어날 게다. 어서 먹거라. 내가 약력를 흡수하도록 도와주마.”

    이 녹심단(綠芯丹)은 흑곰 요괴와 교환한 것인데, 지금의 그에게 효과가 없지만 심사 같은 범인(凡人)에게는 가히 환골탈태의 효과를 줄 만했다.

    “30년이요?”

    세 사람은 심협과 단약을 멍하니 번갈아보며 넋이 나갔다.

    “저는 이미 몸도 좋아졌고 병도 나았으니 괜찮습니다. 이런 귀한 약을 낭비하지 말고 남겨두었다가 형님께서 드십시오.”

    한참 뒤, 심사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건 나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다. 어서 먹거라.”

    심협이 손가락을 구부리자 초록색 단약이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심사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그가 다시 법력을 운공하자 손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심사의 몸속으로 들어가 단약을 연화했다.

    심사는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단약이 바로 녹아서 사지와 뼛속에 주입되자 심사는 몸이 가벼워지고 마치 날아갈 것만 같았다. 평소에 수련한 <청전배원공(靑田培元功)>으로 만들어진 내식도 같이 빠르게 몸속을 흘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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