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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36화 (636/1,214)
  • 636화. 금색 화살

    진원자의 두 눈에서 흑과 백의 빛이 더욱 밝아지기 시작했고, 아래 허공에서 또 다른 흑백의 빛이 뭉치더니 거대하기 그지없는 음양쌍어도(陰陽雙魚圖)가 나타났다.

    겉보기에 실체가 없어 보이는 두 마리의 물고기는 쉬지 않고 헤엄치며 원시의 기운을 뿜어냈다.

    진원자가 두 손을 내리자 음양쌍어도도 함께 밑으로 떨어졌고, 이 물고기들이 지나갈 때마다 금빛이 끊임없이 모여들어 점점 더 단단해져 갔다.

    100장 정도 떨어지자 음양쌍어도는 마침내 치우의 도끼가 내뿜은 기운과 맞부딪쳤다.

    허나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폭발도 일어나지 않았고, 도끼의 일격은 검은 물고기가 떨어지는 순간 늪에 빠진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어 음양의 하얀 물고기의 눈에서 검은 빛이 반짝였고, 방금 사라져 보이지 않던 도끼의 일격이 방향을 틀어 치우를 향해 날아갔다.

    “천도는 순환하고 음양은 서로 이어져 있다. 감히 시도해볼 만하구나!”

    마침내 치우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다시 도끼를 휘둘러 검은 빛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려 자신에게 돌아오던 도끼의 일격을 부수고는 다시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크아아아!”

    마치 온 세상에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

    심협 등은 귀가 터질 듯한 통증과 함께 신혼이 흔들리자 서둘러 술법으로 식해를 안정시켰다.

    섭채주는 피를 토해내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우마왕을 치료했다. 그녀의 신통이 끊어지면 우마왕을 살릴 수 없게 될 터였다.

    심협은 신혼이 그들보다 훨씬 안정적이었기에 간신히 버텨낼 수 있었다. 그는 두 사람 옆으로 움직여 그녀와 우마왕의 미간에 손을 올리고는 신혼의 힘을 나눠줌으로써 치우의 포효로부터 보호해주었다.

    한편, 치우의 포효에 음양쌍어도의 기세도 멈추고 말았다. 원고시대 전쟁의 신의 두 눈에서 호전적인 불길이 피어오르자 가뜩이나 거대한 몸이 더 커졌고, 그 상태에서 입을 쩍 벌리자 강력한 흡입의 힘이 음양쌍어도를 향해 날아갔다.

    모두가 이 모습에 깜짝 놀랐다.

    다음 순간, 음양쌍어도가 하늘마저 삼킬 듯한 커다란 입속으로 사라지면서 천지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하늘에 가득하던 금빛과 그를 억제하던 천도의 힘도 같이 사라진 것이다.

    ‘마족의 시조이자 원고시대 전쟁의 신이 이토록 강력한 것인가.’

    이 순간, 심협마저도 무력감이 피어올랐다.

    하늘에 떠 있던 진원자의 두 눈에서도 흑백의 빛이 완전히 사라져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이어 치우의 공격에 그는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 줄기 번개가 번쩍이더니 하늘에서 천둥이 울려 퍼졌다.

    심협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하늘에 수많은 균열이 생기더니 그 너머로 진짜 하늘이 드러났다.

    천책을 완벽하게 복구하지 못해 천도의 힘을 전부 발휘할 수 없었고, 그래서 치우의 강력한 공격에 다시 균열이 생기며 부서진 것이다.

    “균열을 겨우 봉합한 천책으로 날 제압하려 했다니, 너희는 순진한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모르겠구나. 크하하!”

    치우는 심협 등을 돌아보며 비웃더니 도끼를 땅으로 내던졌다. 도끼날이 바위에 꽂히자 가운데 산이 크게 흔들리면서 천 장 길이의 구멍이 생겨났다. 비록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이어서 치우가 허공을 올려다보자 하늘이 강하게 흔들렸다.

    심협도 황급히 위를 바라봤다. 허공의 균열에서 검은 마기가 모여들더니 거대한 양손으로 변하여 하늘을 좌우로 찢으려 들었다.

    “도망치게 둬서는 안 되오! 안 그러면 더는 희망이 없소!”

    양전이 이를 악물고 소리치고는 잽싸게 날아올라 두 손으로 결인하며 주문을 읊조렸다. 법천상지의 신통을 시전한 그는 순식간에 천 장 크기로 거대해져 동쪽 산 위로 올라섰다. 이어서 삼첨양인도를 휘둘러 도의 날에 은빛 기운을 모으고는 치우를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치우는 두 손을 들어 허공을 찢느라 이 공격을 막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양전의 도광이 떨어지는 순간, 온몸에서 검은 마문이 반짝이더니 등 뒤의 근육이 꿈틀거리면서 솟구쳤고, 순식간에 두 개의 두꺼운 팔이 자라났다.

    한 손은 땅에 떨어진 도끼를 들어 양전의 공격을 막고 다른 손으로는 검은 빛을 모아 내던졌다. 이 검은 빛의 공에서는 검은 번개가 흐르고 있었고 응축된 기운은 매우 강력해 보였다.

    양전은 이 공격의 위력이 범상치 않음을 눈치채고는 미간의 눈에서 금빛을 발사해 맞섰다.

    퍼펑!

    쌍방이 충돌하며 폭발이 일어났다.

    다음 순간, 금빛은 그대로 사라졌지만, 검은 빛의 공은 오히려 더 빨라졌고 크기도 점점 커졌다. 그 위에 흐르던 검은 번개도 길이가 백 장에 이르는 채찍으로 변하여 주변의 허공을 사정없이 때렸다.

    눈앞에서 산만 해진 검은 빛의 공이 폭발하려 하자 양전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발아래에서 빛을 뿜어내며 서둘러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삼첨양인도를 거두고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치우를 향해 발사했다.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면서 특수한 금색 화살이 한 줄기 빛의 흔적을 남기며 허공을 가르고 곧 폭발할 것 같은 검은 빛의 공을 뚫었다.

    검은 빛의 공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 위에 흐르던 번개도 금색 화살에 끌려 그대로 치우를 향해 날아갔다.

    치우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내심 놀란 눈으로 도끼를 내리쳤다.

    그러나 도끼의 날에 닿는 순간, 화살대에서 부문이 갑자기 빛나면서 화살이 방향을 살짝 틀어 도끼를 스쳐 지나 치우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갔다.

    제아무리 치우라 해도 이 순간만큼은 섬뜩한 기분에 하늘을 찢는 것도 포기하고 손을 내려 왼쪽 눈앞까지 날아온 화살을 잡았다.

    우웅!

    금색 화살은 불쾌한 듯 기이한 소리를 울리더니 갑자기 화살촉에서 태양과 같은 금빛을 폭발시켰다.

    퍼펑!

    폭발음이 울려 퍼지면서 금빛의 태양이 순식간에 밝아지자 주변의 천지는 마치 눈과 같은 새하얀 빛으로 뒤덮였고, 심협 등도 순간 실명한 것처럼 눈앞의 광경을 바라볼 수 없었다.

    심협은 화안금정을 운공해 은연중에 하얀 빛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양전은 화살을 떨어뜨리지 않았지만, 그의 손에서는 피가 쉬지 않고 떨어졌다.

    허나 산처럼 거대한 몸은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고, 아무런 변화도 없어 보였다.

    한참 뒤, 금빛이 사라졌을 때, 치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팔 반쪽은 피부가 완전히 터져 나가 뼈가 드러났고, 얼굴도 마찬가지로 반쪽은 피와 살, 나머지 반쪽은 분홍색 뼈가 드러난 상태라 매우 흉악해 보였다.

    “파마전(破魔箭) 한 대에 정혈을 담았다고 하지만 이 정도의 위력일 줄이야. 제법이구나.”

    치우는 멀리서 숨을 헐떡이는 양전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말을 마친 치우의 팔과 얼굴의 상처에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되었다.

    이를 본 양전은 내심 절망하며 뒷걸음질 쳤다.

    “내 힘이 완벽하게 돌아오지는 않았으나, 너희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준듯하구나. 이제 이 놀이도 끝내자.”

    치우는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곧장 몸을 돌려 자신에게 반항하는 개미 떼를 보듯이 심협 등을 바라보며 하늘 높이 들었던 손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거대한 손 모양의 그림자가 뒤덮었다.

    심협 등은 피하려 했지만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위에서 짓눌러왔다.

    섭채주는 커다란 산을 어깨에 짊어진 것처럼 버티기 힘들었고, 이에 따라 생사의 갈림길에서 방금 간신히 돌아와 원기가 없던 우마왕은 그대로 쓰러졌다.

    이를 본 심협은 곧장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가서 온몸의 법력을 미친 듯이 운공하여 황정경 공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여섯 마리의 금색 코끼리 허상이 나타났다. 그 등에는 여섯 마리의 금색 용이 도사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매우 튼튼한 금색의 높은 벽이 천지를 떠받치는 듯했다.

    섭채주와 우마왕은 몸을 짓누르는 힘이 갑자기 사라지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여기서 벗어나.”

    심협의 나지막한 말에 섭채주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는 우마왕을 부축하여 멀리 떠났다.

    “보제선사가 만들어낸 재주인가. 얼마나 버티나 보자.”

    치우가 그 광경을 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한 순간, 그의 팔이 까맣게 일렁이다가 다시 반짝이며 검은 빛의 고리가 나타났다.

    빛의 고리가 날아오르자 허공의 거대한 손은 더욱 강해졌다.

    콰쾅! 쾅! 쾅!

    일곱 번의 굉음이 연속으로 울리는 동시에 치우의 팔에서 일곱 개의 검은 빛의 고리가 나타났다.

    거대한 힘이 일곱 번 떨어지자 심협도 버티기 힘들었다. 여섯 마리의 금색 용이 먼저 부서지더니 수많은 금색 비늘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꽃처럼 휘날리며 사라졌다.

    이어서 여섯 마리의 코끼리도 도자기처럼 온몸에 금이 가더니 곧 부서지려 했다.

    심협은 섭채주 등이 벗어난 것을 보고는 울컥 솟구치는 피를 억지로 삼키고는 다시 한번 두 팔을 흔들어 하늘을 떠받칠 기세로 번쩍 올렸고, 여섯 마리의 코끼리는 마치 마지막 몸부림처럼 발굽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꽝!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여섯 마리 코끼리의 몸은 순식간에 부서졌고, 그 아래에 있던 심협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피를 뿜었다.

    이와 동시에 그의 두 팔에서 금색과 은색 빛이 반짝이더니 진시천리 신통이 발동됐다.

    “도망가려고? 꿈도 야무지구나!”

    치우가 날카롭게 외치자 그의 입에서 낮은 소리의 마음(魔音)이 흘러나오면서 겹겹의 음파가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었다.

    심협은 몸이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묶인 것만 같았고, 진시천리 신통도 시전할 수 없었다.

    저 멀리 섭채주와 우마왕도 보이지 않는 힘에 묶여 걸음을 떼지 못했다.

    “저자의 힘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구나.”

    양전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를 죽인 후에 수많은 세월 동안 삼계를 짓누르던 천책을 완전히 부수어 천지의 질서를 다시 세우고 천도를…… 아니, 마도를 다시 세울 것이다. 그리 하면 천지영기는 완전히 끊기고 마기가 다시 살아나 종족 간의 구분은 사라져 마음껏 죽이고 싸워서 살아남는 자가 패권을 잡는 세계를 만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삼계의 극락이다. 크하하하!”

    크게 웃는 치우의 손에서는 빛이 더 강해져 거침없이 심협을 향해 날아왔다.

    심협의 두 눈에 실핏줄이 터졌고,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도, 도망칠 곳도 없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 손으로 결인하여 위로 들었다. 푸른색의 구슬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허공에서 바다와 같은 강력한 금제의 힘을 펼쳐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겹겹의 푸른 빛이 거대한 손과 충돌하자 마치 파도가 절벽을 때리는 것처럼 물보라가 튀면서 금방 부서졌다. 도저히 짓누르는 기세를 막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심협이 외쳤다.

    “부서져라!”

    그러자 허공에 있던 정해주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그대로 폭발했다.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이 백 리까지 펼쳐지면서 갑자기 공간이 얼어붙었다. 거대한 손도 그대로 얼어붙어 마치 거센 파도에 짓눌린 것처럼 더는 내려오지도 빛을 떨쳐내지도 못했다.

    심협은 그 틈에 두 팔을 활짝 펴서 진시천리를 다시 시전했다. 그러나 도망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치우의 머리 위를 향해 날아갔고, 두 손에는 곤봉이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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