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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33화 (633/1,214)

633화. 이상(異象)

심협의 두 발 위에 갑자기 거대한 달그림자가 빛나더니 점점 더 밝아졌다. 이어서 두 발이 격하게 떨리더니 두 발의 경맥들에 기이한 달그림자가 뭉쳐졌고, 몸이 가벼워졌다. 게다가 주변의 천지영기와 기이한 연결이 생겨났다. 조금만 움직여도 먼 곳까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 달그림자는 월영부인(月影符印)으로, 사월보가 진정한 대원만에 이를 때 나타나는 것이었다.

발천난봉에 대한 깨달음도 빠르게 깊어지면서 머릿속에서는 곤법을 연무하는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발천난봉 곤법의 모든 비밀이 드러난 것이다.

뒤이어 이 연무하는 모습들이 서로 합쳐지기 시작해 이내 본래 복잡하기 그지없고 심오한 발천난봉이 간단해졌다. 이제 머릿속의 곤법은 찌르기와 튕기기, 내려치기, 찍기처럼 간단한 초식만 남았다. 그럼에도 기세는 더 웅장해졌다.

허나 가장 깨달음이 깊어진 것은 황정경이었다. 이 공법의 모든 변화가 가슴속에서 흐르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또렷했다.

그의 몸은 금빛으로 찬란하게 번득이며 산하사직도 주변에 남은 천지영기를 흡수해 경지를 정진시키기 시작했다.

다만 산하사직도의 천지영기는 본래도 많지 않았고 외부의 천지영기로 보충할 수는 없었기에 금방 텅 비어버렸다.

이를 본 백발노인은 이마를 찌푸리며 손을 옆으로 들었다. 그러자 심협이 땅에 내려놓았던 진해빈철곤이 바로 노인의 손으로 날아갔다.

진해빈철곤에서 뿜어내는 황금빛은 마치 태양처럼 눈부셔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심협의 손에 있을 때보다 열 배 이상 찬란했다. 곤봉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의 포효가 가슴을 울리고 저 높은 하늘까지 치솟았다.

백발노인이 팔을 움직이자 진해빈철곤도 함께 위로 치솟았는데, 현묘한 변화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휘둘렀을 뿐이다. 그럼에도 곤봉이 하늘을 찌른 순간, 노인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진해빈철곤도 흐릿해지더니 주변에 10여 개의 곤봉 허상이 나타났다.

뒤이어 모든 허상이 다시 진해빈철곤에 합쳐지면서 엄청난 크기로 변한 곤봉이 하늘로 치솟았다.

산하사직도 밖. 십이도천신살대진 안에서 갑자기 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대한 산만 한 금빛 곤봉 허상이 허공에 나타나 대진을 두들겼다.

콰쾅!

굉음과 함께 십이도천신살대진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산하사직도의 영광이 미쳐 날뛰더니 그림의 산과 강이 움직이면서 강력한 흡입력을 발했다. 그러자 외부의 천지영기가 갑자기 그 구멍을 통해 산하사직도 안으로 흘러들었다.

이 모든 천지영기는 곧장 심협의 체내로 들어갔다.

심협의 몸이 탐욕스럽게 천지영기들을 받아들이면서 경지가 다시 비약적으로 올라가 순식간에 태을 후기에 도달했고, 곧장 태을 절정까지 치솟았다.

요풍 등은 이 광경에 경악해 전력으로 십이도천신살대진을 운공했지만, 소용없었다. 거대한 금색 곤봉의 허상은 천지를 찢을 듯 강력한 기운을 담고 있어 십이도천시살대진으로도 어찌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산하사직도 안의 산과 강의 허상이 움직일수록 흡입력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반경 수백 리의 천지영기는 거의 텅 비어버렸다.

장안성 밖의 양전과 보화천존, 나타, 우마왕 등도 이러한 상황을 눈치채고는 안색이 변했다.

성 밖의 전황은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큰 변화가 생겨 세 갈래 대군의 사상자가 이미 절반을 넘었다.

그들은 이미 마족의 주의를 끌어 심협 등이 잠입할 기회를 만든다는 임무를 완수하고는 한곳에 모여 전진(戰陣)의 방식으로 마족에 저항하고 있었다. 전력은 마족이 월등했지만, 모두가 필사적으로 맞서자 이들도 피해가 적지 않았다.

“천지영기가 이렇게 대규모로 빨려 들어가다니, 안에서 천지개벽할 일이 일어난 모양이군. 나와 평천대성은 안으로 들어가 볼까 하는데 어떻소?”

양전이 전음으로 나타와 보화천존에게 말을 건넸다.

“아뇨, 형님. 평천대성과 보화천존에게 여기를 맡기고 저와 함께 들어가요.”

언제나 호전적이던 나타는 바깥의 대전이 점점 잠잠해지자 장안성으로 들어가서 다른 마족 존자와 싸우고 싶었다.

“나타, 황룡진인의 구구산혼 조롱박은 사람의 혼백을 흩뜨릴 수 있고 위력도 강력하여 그대의 연화화신(蓮花化身)만이 대항할 수 있으니 평천대성과 이랑진군이 가는 게 더 좋은 것 같소.”

보화천존의 말이 옳았기에 나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시다!”

양전이 종지금광 신통을 시전하자 두 발이 금빛으로 빛나면서 그와 우마왕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맞은편의 마족 대군 중에서 황룡진인과 구두충도 천지영기의 기이한 움직임을 감지했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십이마존의 절반이 성안에 있고 십이도천신살대진까지 있다. 게다가 치우 대인도 이미 절반이나 깨어났으니 누군가 숨어들어도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없다 여긴 것이다.

* * *

장안성 안. 진원자와 공선 등은 천지영기의 이상한 움직임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상황은…… 설마……?”

두 사람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산하사직도 안에서 심협의 온몸은 액체 같은 금빛으로 덮여 있어 얼굴마저 흐릿해졌다. 금빛이 흐를수록 더 방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서 점점 태을 경지를 넘어서고 있었다.

백발노인이 흐뭇한 얼굴로 심협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손을 심협의 머리 위에 얹은 채 보제조사의 도심 각인을 주입하고 있었다.

“설마 심협이 천존 경지로 돌파하려는 건가? 절대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십이도천신살대진 안의 요풍이 경악해 외치며 바로 손을 들었다.

한 줄기 핏빛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갔다. 바로 구명이 지부에서 시전했던 혈홍색의 치우기였다.

요풍이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자 치우기 표면에서 핏빛이 번쩍이더니 파직 하는 소리에 이어 스스로 폭발했고, 끈적한 혈운으로 변하여 흑홍색 깃발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혈운은 치우기 본원의 힘으로, 십이도천신살대진과 기원이 같았다.

흑홍색 깃발이 번득이자 안에서 핏빛이 뿜어져 나와 거대한 손톱으로 변했다.

다른 자들도 전부 전력을 다해 십이도천신살대진의 위력을 더했다. 이에 대진 안 흑홍의 마영(魔影)이 갑자기 몇 배로 강해지면서 혈홍의 거대한 손톱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0장 크기로 변한 마영의 손톱에서는 불꽃이 타올랐다. 검은 손톱에는 혈홍색 비늘과 마문이 가득하여 허공을 찢을 듯한 날카로운 힘을 뿜어냈다.

“도천고주마신조(都天古宙魔神爪)!”

요풍이 손을 들어 강하게 허공을 할퀴었다.

검은 마염의 거대한 손톱은 순식간에 수십 장을 뛰어넘어 강하게 금색 곤봉의 허상을 내리쳤다.

콰직!

곤봉의 허상이 부서지면서 수많은 빛의 점이 되어 사라졌다.

요풍 등은 그 광경에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십이도천신살대진을 운공했다. 그러자 대진의 구멍을 막기 위해 주변에서 마염과 먹구름이 전부 몰려왔다.

한데 그때, 장안성 상공에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새까만 마운이 전부 흩어지면서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그 안에서 태양이 순식간에 열 배 이상 커졌고 푸른 하늘도 대번에 금빛으로 변하면서 장안성을 물들였다.

뒤이어 경천동지할 소리가 울렸고, 불꽃같은 눈부신 빛이 태양에서 떨어지면서 거대한 홍수로 변하여 커다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진 안의 마운은 불꽃과 충돌하자 곧장 사라졌다. 마운이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면서 구멍은 다시 빠르게 커졌다.

십이도천신살대진은 갑자기 강림한 천상(天象)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격하게 흔들렸다.

태양의 반대쪽 하늘이 빛나더니 대낮인데도 달이 떠올라 태양처럼 빠르게 커지면서 밝아졌다. 이윽고 휘황찬란한 달빛이 내려오면서 은빛 홍수로 변하여 산하사직도 안으로 떨어졌다.

“황금 구름이 하늘을 덮고 해와 달이 떨어지다! 심 도우가 정말로 천존 경지에 도달한 것인가! 방금까지 태을 중기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진원자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보다는 기쁨이 컸다.

옆에 있던 공선은 표정이 일그러져 진원자를 흘끗 보더니 몸에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색 빛을 일으켰다.

“어딜 가려고 그러나!”

진원자가 갑자기 휙 돌아보며 금색 불진을 휘둘렀다. 광룡이 하늘을 가르는 것처럼 수십 장 밖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허공에 10여 장 길이의 균열이 생겨났고, 또 하나의 공선이 안에서 뛰쳐나왔다.

“허! 자네가 분신 신통에 능한 줄은 몰랐군. 허나 이 정도로 나를 속일 수는 없다!”

진원자가 두 소매를 강하게 휘둘러 두 명의 공선을 뒤덮었다. 상황이 크게 변했으니 이제 진원자가 공선을 붙잡아둘 차례였다.

한편, 섭채주도 이것이 심협이 경지를 뛰어넘을 징조임을 알아보고는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버드나무 가지와 옥정병을 발동하여 각종 보타산 신통으로 마수수를 붙잡아 두었다.

한편, 대진 안의 요풍 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태양의 진화는 마기와 상극이라 그들의 실력으로는 감히 다가설 수도 없었다.

“저대로 돌파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천존 경지로 돌파할 때 태양의 진정(眞精)과 태음의 진정으로 육체를 주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그 과정만 끊어낸다면 심협은 돌파하지 못하고 중상까지 입게 될 거예요!”

임심모가 외쳤다.

“묘토존자의 말이 옳소. 반드시 심협의 돌파를 끊어야 하오. 저자가 저대로 돌파한다면 십이도천신살대진으로도 제압할 수 없을 것이오! 해저존자, 무슨 방법이 없소? 십이도천신살대진의 위력으로 가능하지 않겠소?”

옆에 있던 이각 거한이 바로 말하며 요풍을 바라봤다.

“물론 십이도천신살대진의 위력은 무궁하오. 다만 내 경지가 미천하여 그 위력을 끝까지 발휘할 수 없을 뿐. 이리 된 이상 다른 방법은 없소. 대진을 자폭시켜 저자의 돌파를 끊는 수밖에…….”

요풍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십이도천신살대진을 자폭시킨다고요? 이 법진은 치우 대인께서 심혈을 기울여 제련한 것인데 이렇게 부수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임심모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눈치 없기는! 이들을 죽이고 치우 대인께서 순조롭게 깨어나시면 삼계가 우리 수중에 들어올 텐데 어찌 이런 법진 따위에 연연하는 것이오! 해저존자, 그대의 말대로 합시다. 바로 법진을 자폭시키시오.”

이각 거한이 임심모를 노려보며 낮게 호통치고는 요풍에게 말했다.

“알겠소!”

요풍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다시 정혈을 뱉어낸 후 동시에 두 손을 비벼댔다.

정혈은 촘촘한 법결이 되어 폭우처럼 흑홍 깃발 안으로 들어갔다.

흑홍 깃발은 펄럭이며 부풀어 올라 흑과 홍의 강렬한 빛이 미친 듯이 반짝였고, 십이도천신살대진의 진도도 함께 밝아졌다.

한데 그때, 하늘에서 태양의 진화와 달빛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황금 구름이 걷혔다.

콰쾅!

굉음이 울리더니 산하사직도의 하얀 빛이 갑자기 밝아졌고, 엄청난 위세의 기운이 산하사직도에서 뿜어져 나왔다.

산하사직도를 쥐고 있던 십이조무는 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십이도천신살대진도 이 힘에 대진의 진도가 크게 흔들렸고, 요풍 등도 충격을 받으면서 대진을 자폭시키려던 계획도 멈췄다.

“어찌 된 일이지? 설마…… 심협이 벌써 천존 경지에 들어선 건가? 이렇게 빨리 되는 건 불가능해!”

요풍이 경악한 듯 외쳤다.

그 순간, 허공에서 파동이 일더니 거대한 산과 같은 크기의 금색 손바닥이 나타나 팽창하는 흑홍 깃발을 잡았다.

성스러운 금빛에 뒤덮이자 흑홍 깃발의 광포한 마기가 바로 가라앉았다.

이를 본 요풍은 깜짝 놀라 흑홍 깃발을 소환하려 했다. 하지만 금빛 손에서 금강권이 나타나 하얀 고리로 흑홍 깃발을 뒤덮었다.

십이도천신살대진의 주기(主旗)는 점차 빛을 잃더니 휙 소리와 함께 금강권 안으로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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