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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30화 (630/1,214)
  • 630화. 끌어내다

    “적이다! 죽여라!”

    요풍도 심협을 알아보고는 곧장 공격에 나섰다. 다섯 개의 자흑색 마화(魔火)가 손끝에서 뿜어져 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심협을 덮쳤다.

    하지만 심협의 반응은 빨랐다. 진해빈철곤이 자흑색 마화와 충돌했다.

    곤봉의 금빛이 마화와 충돌하자 가볍게 부서졌고, 자흑색 마화가 진해빈철곤을 감싸자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해빈철곤의 영광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표면에 균열이 생겨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화는 사라졌고, 조금 남은 불꽃이 곤봉에 들러붙어 있었다.

    심협은 뒤로 물러나면서 영롱보탑을 꺼냈다. 탑 아래에서 흡입력이 생겨나 진해빈철곤에 붙은 자흑색 마화를 전부 빨아들였다.

    그때, 요풍 외의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가장 먼저 공격한 것은 이각(二角) 거한이었다. 암홍색 괴도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리면서 불꽃이 타올랐는데, 심협에게는 익숙한 홍련업화였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오직 홍련만이 존재하리라! 비성유화(飛星流火)!”

    거한이 괴도로 허공을 베자 홍련업화와 날카로운 도기가 하나로 합쳐져 마치 유성처럼 허공을 가르며 심협에게로 날아갔다.

    임심모는 기이한 눈빛으로 심협을 바라보며 연신 고운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리면서 수천 개의 새하얗고 영롱한 거미줄이 날아가 그물이 되어 심협을 덮쳐왔다.

    거미줄이 떨어지기도 전에 멀리서 고운 향기가 퍼져오더니 심협의 신혼이 흔들렸고, 온몸으로 무력감이 퍼졌다.

    노란 도포의 늑대 요괴도 바로 달려들어 두 소매를 휘둘렀다.

    “유운비수(流雲飛袖)!”

    그의 두 소매가 바람과 함께 길어지더니 나팔처럼 변해 두 개의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파도처럼 심협을 향해 몰아쳤다.

    마수수는 다른 사람들이 공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금색 비검을 꺼냈다. 이 검이 백여 장까지 길어지자 심협을 향해 휘둘렀다.

    심협은 이미 뒤로 물러났지만, 비둔이 어찌 법보의 공격 속도보다 빠를 수 있겠는가.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따라잡혀버렸다.

    신혼의 힘은 강력하지만 경지는 아직 태을 중기였기에 동시에 다섯 명의 태을 고수를 상대하기는 벅찼다. 더욱이 두 명은 태을 후기 존재가 아닌가.

    심협은 기합과 함께 진해빈철곤을 춤추듯이 휘둘렀다. 그러자 금빛 곤봉 허상이 몸 앞에 빼곡하게 나타났다. 동시에 옆에 있던 영롱보탑이 금빛을 발하면서 순식간에 몇 배로 커져 앞을 막았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 검은색, 하얀색, 금색 영광이 반짝이더니 전신편과 금강권, 금요가 나타나 몸 주변을 빠르게 돌며 그를 보호했다.

    콰쾅! 쾅!

    폭발음이 연달아 울렸다.

    심협은 간신히 다섯 명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몸이 격렬하게 떨려왔고, 충격에 뒤로 튕겨나가 몇 개의 황궁 벽을 뚫은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입가에는 피가 흘렀다.

    하지만 이각 거한과 임심모 등의 법보도 튕겨나갔다.

    심협은 일순 숨 돌릴 틈이 생기자 상처를 돌볼 겨를도 없이 곧장 산하사직도로 몸을 감싼 뒤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타오르는 화홍색의 거대한 도가 하늘에서 떨어져 방금 전까지 심협이 있던 곳을 내리쳤다.

    콰쾅!

    굉음과 함께 땅에는 길이 500장에 깊이 10여 장의 커다란 균열이 생겨났다.

    뒤이어 이각 거한이 커다란 균열 상공에 나타나더니 암홍색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심협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공간 법보로 허공에 녹아든 모양이군. 허나 황성 부근에는 십이도천신살대진이 있으니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을 게요. 아직 가까이 있다는 게 느껴지는군.”

    노란 도포의 늑대 요괴가 거한 옆으로 다가와 허공에 몇 번 킁킁거리고는 말했다.

    임심모와 마수수도 다가왔지만 요풍만은 보이지 않았다.

    “진룡존자, 어찌하여 치우 대인께서 그대를 위해 제련하신 칠살인(七殺印)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오? 칠살인을 사용했으면 그자가 그리 쉽게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 아니오?”

    이각 거한이 사람을 몰아세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마수수를 바라봤다.

    “흥! 내가 무슨 법보를 사용하건 당신이 무슨 상관이죠?”

    마수수는 조금도 밀리는 기색 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마 도우와 마산(魔山) 도우는 사소한 일로 다투지 마시오. 우선 적부터 처리합시다.”

    노란 도포의 늑대 요괴가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어 분위기를 풀었다.

    “이 일은 나중에 얘기합시다. 술구존자, 그자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겠소?”

    이각 거한이 차갑게 웃으며 노란 도포의 늑대 요괴를 바라봤다.

    “내 후각으로도 찾을 수가 없소.”

    노란 도포의 늑대 요괴는 전력을 다해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각 거한이 붉은 눈썹을 찌푸리며 대책을 마련했다.

    “그자를 찾지 못하겠다면 먼저 유계존자와 축우존자를 도우러 가시죠.”

    임심모가 제안했다.

    “그것도 좋겠군. 묘토존자와 진룡존자가 지원하러 가시오. 나와 술구존자가 여기서 심협을 찾겠소.”

    마수수는 대꾸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바깥으로 날아갔다.

    “진룡존자는 원래 저렇잖아요. 인호존자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임심모는 이각 거한에게 웃어 보이고는 훌쩍 떠나갔다.

    그때, 요풍은 황성 상공의 핏빛 돌제단 위에 나타났다. 한데 어째서인지 방금까지 제단에 서 있던 100여 명의 마족 진선이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요풍이 두 손을 결인하고는 읊조리기 시작했다.

    돌제단 주변에 꽂혀 있던 열두 개의 검은 깃발에서 대량의 눈부신 별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하늘 높이 솟구쳤다.

    본래 황성 전체를 감싸고 있던 검은 광막이 갑자기 강렬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줄어들었고, 흑운에는 핏빛이 나타나더니 몇 번 반짝이고는 굉음과 함께 혈염(血焰)으로 변했다.

    이 혈염의 마기는 위력이 매우 강하여 지나가는 곳마다 모든 것을 허무로 만들었다.

    십이도천신살대진은 산하사직도의 둔술을 차단할 수 있기에 요풍은 이 방법으로 심협을 끌어낼 계획이었다.

    황성 근처에서 한창 적들과 싸우던 진원자와 섭채주 등은 이를 보고는 혈염을 피하고자 황성 중심을 향해 날아갔다.

    요풍은 핏빛 돌제단에서 십이도천신살대진의 범위를 줄이는 한편, 마공을 운공하여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심협을 찾지 못하자 콧방귀를 뀌었다.

    “흥! 안 나오겠다는 것이냐? 네가 사랑하는 여인을 베어도 안 나오나 보자!”

    요풍이 청우 요괴와 싸우고 있는 섭채주를 돌아보더니 암홍색 구슬을 꺼내 부스러뜨렸다.

    그 순간, 수많은 혈운(血雲)이 폭발하더니 허공에 있는 열두 개 검은 깃발에 흡수되었다. 그러자 각 깃발에 있던 열두 개의 마신 도안이 새빨갛게 변했고, 살아 있는 것처럼 빠르게 펄럭였다.

    검은 깃발의 속박에서 벗어난 마신들은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며 뛰어올랐다. 이들은 하나하나가 백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마수가 되었는데, 그 기운은 태을 수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도천마신(都天魔神)이 나타나자 천지의 색이 변했고,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번개가 쳤으며, 거대한 포효에 하늘이 흔들렸다.

    마수수와 임심모는 우뚝 멈춰서 하늘을 돌아봤다.

    “도천신살대진! 십이조무(十二祖巫)의 분신을 소환하다니, 심상치 않군!”

    진원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보다가 섭채주를 발견하고는 안색이 더 크게 변했다.

    “죽어라!”

    요풍이 결인하더니 먼 곳에 떨어진 섭채주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십이마신이 순식간에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섭채주 바로 앞까지 달려들며 거대한 마조를 휘둘렀다. 격렬한 굉음과 함께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섭채주는 놀란 듯 눈이 커졌지만, 침착하게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버드나무 가지에서 초록 빛이 일렁였고, 옥정병의 푸른 물빛도 환하게 밝아졌다.

    다음 순간, 거대한 버드나무 가지가 무수히 자라나더니 순식간에 반경 수백 장은 울창한 숲이 되었다. 그녀는 그 안으로 모습을 숨겼다.

    짐승 머리의 사람 몸통에는 온통 붉은 비늘이 돋아 있고 귀는 불꽃의 뱀이 관통한 마신이 화룡에 올라탄 채 가장 먼저 섭채주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옥정병을 통해 나타난 숲으로 달려들어 불타오르는 큰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하늘을 찌르는 붉은 불꽃이 스쳐 지나가자 숲이 절반으로 갈라졌고, 곧장 섭채주의 모습이 드러났다.

    섭채주는 십이마신에게 포위되어 물러설 길이 없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좋아! 십이조무는 역시 상고시대의 대능이군!”

    요풍은 그 광경을 보며 씩 웃었다.

    한데 그때, 허공에 있던 열두 개의 검은색 깃발 옆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더니 심협이 나타나 두 손을 높이 들었다.

    하얀 고리가 번개처럼 나타나 순식간에 백배 이상으로 커져 열두 개의 검은색 깃발을 완전히 둘러쌌다.

    “흡수!”

    심협이 결인하자 고리 안에서 놀라운 흡수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웅웅거리며 돌던 열두 개의 깃발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빠르게 줄어들어 하얀 고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금강환이 모든 법보를 흡수하자 법보와 한 몸인 십이도천신살 깃발도 당연히 이 흡수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멀리서 섭채주에게 달려들던 십이마신은 갑자기 백치처럼 변해 멍하니 멈춰 섰고, 주변에서 빠르게 줄어들던 검은 법진도 우뚝 멈췄다.

    섭채주는 크게 안도하며 서둘러 십이마신 사이로 빠져나와 멀리 도망쳤다.

    심협의 연속된 동작은 번개처럼 빨라 요풍이 반응하기도 전에 상황이 끝났다.

    “감히 내 보진(寶陣)을 가로채다니!”

    상황을 파악한 요풍은 분노해 고함을 내지르며 심협에게로 달려들었다. 아래에서는 이각 거한과 황색 도포의 늑대 요괴도 움직였다.

    그러나 심협은 곧장 하얀 두루마리 그림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젠장!”

    이각 거한은 허탕을 치자 안색이 시뻘겋게 변했다. 심협이 공간 법보로 드나들면 도무지 막을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이제 십이도천신살대진의 진기도 심협의 손으로 넘어갔으니 어떻게 막겠는가!

    황색 도포 늑대 요괴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한데 분노로 이를 갈던 요풍이 갑자기 차게 웃었다.

    “두 분은 서두르지 말고 수고스럽지만 잠시 제 호법을 서주시오. 저자가 십이도천신살진의 진기를 갖고 싶다니 놔두겠지만, 그가 삼킬 수 있을지 없을지는 봐야 아는 겁니다.”

    이어서 그가 손을 뒤집자 2척 크기의 깃발이 나타났다. 외형은 십이도천신살대진의 검은 깃발과 비슷했지만, 흑홍(黑紅) 두 가지 색깔이었고, 진도(陣圖) 같은 그림이 수놓아져 있었다.

    요풍이 두 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자 법결이 그 위에 떨어졌다. 이어서 흑홍의 영기(令旗)에서 검은색과 붉은색이 빛을 발했다.

    “해저존자, 이건 도대체 무엇이오?”

    이각 거한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늑대 요괴도 놀란 기색이었다.

    요풍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힘을 더하여 흑홍의 영기를 운공했다. 두 영기의 빛이 더욱 강해지면서 깃발도 점점 커져갔다.

    흑홍의 영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요풍은 마치 큰 산을 받쳐 든 것처럼 힘겨워 보였다.

    이각 거한과 늑대 요괴는 각자 그의 양옆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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