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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26화 (626/1,214)
  • 626화. 새로운 원수, 옛 원한

    양전이 이끄는 일행은 대군을 정면으로 공격해갔다. 그러니 그들에게로 돌진해오는 요마가 가장 많았고, 양쪽의 거리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양전의 두 발에서 갑자기 엄청난 금빛이 나오더니 빠르게 퍼져 나가 커다란 광진을 만들어 뒤에 있는 모두를 뒤덮었다.

    “종지금광(縱地金光)!”

    양전이 나지막하게 외치자 금빛 광진이 밝아지면서 안에 있던 모두가 사라졌다가 요마 대군의 한가운데에 나타났다.

    주변의 요마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 일순 당황했다.

    “반강교해(飜江攪海)!”

    양전이 요마 대군을 뚫고 들어오자 삼첨양인도에서 하늘을 찌르는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와 좌우로 뻗어갔다. 백 장 길이의 하얀 빛 두 개가 마치 두 마리의 하얀 용처럼 요마대군을 휩쓸며 베어 들어갔다.

    지나가는 곳마다 모든 요마가 갈기갈기 찢기고 혼이 날아갔다.

    두 줄기 빛이 수백 장을 돌진하면서 거대한 공터가 생겨났다.

    다른 천병과 불문 제자들도 주변의 요마들이 당황해 있는 틈에 각종 법보와 비술을 사용해 빗방울처럼 요마 대군에 떨어지자 피바람이 일어났다.

    눈 깜짝할 사이 만 마리의 요마가 참살됐다.

    주위의 요마 대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사방에서 덮쳐왔다.

    “전력을 다해 장안성으로 돌진하라!”

    양전의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울려 퍼졌다.

    앞장서서 장안성으로 돌진하는 그의 온몸에서는 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몸이 빠르게 몇 배나 커져서 키가 10장에 이르는 금색 거인으로 변했다. 들고 있던 삼첨양인도도 길이가 백 장으로 길어지면서 수많은 허상을 만들어냈다.

    전방의 요마 대군은 눈처럼 휘날리는 도(刀)의 허상과 충돌하자 몸이 터져버렸다.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조차 알아보지도 못했고,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대군은 양전을 필두로 빠르게 장안성으로 접근했다.

    그때, 곧장 양전의 목을 노리고 번개 같은 차가운 빛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양전은 재빨리 삼첨양인도를 휘둘러서 막았다.

    꽝!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허공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부근의 요마와 천정의 천병들은 충격에 튕겨나갔고, 그곳에는 반경 백여 장의 공터가 생겨났다.

    허공에 나타난 음험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양전도 두 걸음 물러났다가 중심을 잡았다.

    “구두충(九頭蟲)! 네놈이!”

    그는 음험한 남자를 보자 실성한 듯이 외쳤다.

    서천으로 경전을 가지러 갈 때 그는 제새국(祭賽國)의 벽파담(碧波潭)에서 제천대성 손오공을 도와 화를 일으킨 요물을 잡은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저 구두충이었다.

    “흥! 오랜만이로구나, 이랑 양진! 그때 제새국에서는 너의 보살핌을 많이 받았지!”

    구두충의 눈에 뼈까지 사무친 원한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의 싸움에서 그는 머리 하나가 잘리면서 실력이 많이 떨어졌고, 수십 년이 지나도 회복하지 못했다. 다행히 마족에 투항하면서 마족의 비법으로 머리가 다시 자라났다.

    “여기서 널 만날 줄이야. 벽파담의 싸움에서 목숨을 살려줬더니 마족에 투항하여 앞잡이가 되었구나!”

    양전이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천도는 돌고 도는 법! 너희 선신의 도는 이제 없다. 치우 대신이 강림하면 마도가 일어날 것이니, 이것이 바로 대세다. 이랑신, 그래도 네놈이 실력은 있으니 차라리 무릎 꿇고 항복해라. 오랜 인연을 생각해 내 치우 대인께 잘 말씀드려 한자리 차지하게 해주마. 하하하!”

    구두충은 조롱하듯 크게 웃었다.

    “네놈 같은 요물이 천도를 논하다니, 요망하구나! 그때는 도망치게 뒀지만 오늘은 그런 운 따위는 없을 거다! 죽여주마!”

    양전은 상대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곧장 도를 휘둘렀다.

    도광(刀光)이 은하수처럼 날카롭게 빛나며 구두충의 가슴을 찔렀다.

    구두충이 월아산을 휘둘러 굉음과 함께 도를 막았다.

    두 사람은 쌓인 원한이 있었기에 서로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도광이 반짝이고 월아산의 허상이 교차하며 순식간에 30여 합을 싸웠으나 막상막하였다.

    양전이 막히자 뒤따르던 대군의 돌진도 멈췄고, 수많은 요마들에게 둘러싸여 협공을 당했다. 이에 서둘러 원진(圓陣)을 짜 맞섰다.

    한편, 다른 두 곳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그중 보화천존을 막아선 것은 황포 도인이었다.

    “황룡진인(黃龍眞人)!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황포 도인을 보는 보화천존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황룡진인은 천교의 대능으로, 태을진인, 광성자 등과 함께 천정중신과 동급의 십이금선(十二金仙) 중 하나였다. 봉신대전에서 보화천존은 그와 싸운 적이 있는데, 황룡진인은 천교의 금선, 보화천존은 절교(截敎)라 주왕을 돕다가 봉인 당한 바 있다.

    한데 오늘은 두 사람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황룡진인은 말없이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용 같은 황색 광풍이 뿜어져 나와 보화천존을 향해 날아갔다.

    보화천존이 채찍을 들자 파지직 소리가 나면서 커다란 은백색 번개가 허공에서 나타나 번개와 폭풍이 한데 어우러지더니 광풍을 막아섰다.

    꽈릉!

    눈부신 뇌광이 번쩍이더니 번개와 광풍이 사라졌다.

    “황룡 도우, 그대는 만인의 존경을 받는 천교의 금선으로서 어찌 요마의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이오? 마교의 비술에 걸려 조종을 받고 있는 게요?”

    보화천존은 공격하지 않고 서둘러 물었다.

    “천교의 십이금선? 허! 참으로 쓸모없는 곳이었지. 만인의 존경이라……. 만인의 조롱거리가 아니고?”

    황룡 도인이 원망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 무슨 뜻이오?”

    보화천존은 당황해 되물었다.

    “문 도우, 과거의 일은 그만 따집시다. 지금 우리는 서로 적일 뿐이오. 그러니 단번에 승부를 봅시다.”

    황룡진인은 길게 말하지 않고 커다란 조롱박을 꺼내 결인했다. 그러자 수많은 붉은 구름이 몰려왔고, 구름에서는 보는 이의 혼을 빼놓는 붉은 노을이 어지럽게 피어올라 보화천존을 뒤덮었다.

    “구구산혼(九九散魂) 조롱박!”

    보화천존은 깜짝 놀라며 두 개의 뇌편(雷鞭)을 동시에 휘둘렀다. 커다란 번개가 몰아치면서 뇌전의 바다가 되어 밀려오는 붉은 구름과 충돌했다.

    뇌전 바다의 위세는 강했지만 구구산혼 조롱박은 옛날 혼돈 중에 탄생한 대능으로, 홍운선조(紅雲先祖)가 제련한 중보였기에 위력이 무궁했다.

    두 공격이 충돌하자 뇌전의 바다는 홍운에 빠르게 흡수되었고, 하늘 가득한 홍운이 계속해서 빠르게 몰려왔다. 속도 또한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고, 순식간에 보화천존을 뒤덮으려 했다.

    그 광경을 본 황룡진인의 눈에는 기이한 흥분이 나타났다.

    “합!”

    보화천존의 기합과 함께 미간의 세로 눈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 금빛에는 수많은 가느다란 금색 번개가 담겨 있어서 하늘 가득한 홍운을 일순 막아냈다.

    그는 그 틈에 서둘러 물러나는 동시에 두 개의 채찍을 연달아 휘둘렀다.

    커다란 번개가 날아가 홍운을 공격했고, 홍운이 계속 몰려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속도는 늦출 수 있었다.

    “문 도우, 내 구구산혼 조롱박의 위력이 어떻소? 봉신대전에서는 스승님의 편애가 심해 내게 옥청선법(玉淸仙法)도 전수해주지 않고 법보와 선기도 주지 않아 연전연패였지. 위대한 십이금선이 마수(馬遂), 여악(吕岳) 같은 놈들도 이기지 못하고 조공명의 박룡색(縛龍索)에 생포당해 양군의 진형 앞에 매달려 창피란 창피는 다 당했지. 허나 이제 내게 구구산혼 조롱박이 있으니 누가 감히 날 우습게보겠는가! 크하하하!”

    황룡진인은 미친 듯이 웃으며 두 손으로 결인했다.

    하늘을 뒤덮은 홍운이 벌떼처럼 몰려와 보화천존을 뒤덮더니 뒤에 있는 천병들까지 휩쓸었다.

    한데 그때 황룡진인의 뒤쪽에서 붉은 빛이 반짝였고, 화홍색 장창이 허공을 뚫고 날아왔다.

    황룡진인은 이 창이 3척 거리까지 다가오고서야 감지하고는 돌아보지도 못하고 소매를 휘둘렀다.

    그가 입고 있던 노란색 도포도 보통 물건은 아니었기에 소매가 바람과 함께 커지면서 화홍의 장창을 휘감았다.

    하지만 장창에서 갑자기 보라색 불꽃이 뿜어져 나오자 소매가 터지면서 헝겊 조각이 되어버렸다. 대신 화홍의 장창도 멀리 날아갔다.

    이 장창은 바로 이나타였다.

    황룡진인이 그에게 신경 쓰는 틈에 하늘 가득하던 홍운도 멈췄고, 보화천존은 서둘러 휘하의 천병과 함께 그 밖으로 물러났다.

    “제자 이나타가 황룡 사숙을 뵙습니다.”

    이나타가 복잡한 표정으로 한 손을 세우고 황룡진인에게 인사했다.

    “나타, 너도 무탈하였느냐? 잘됐다. 봉신대전에서 내가 여악에게 패했을 때 네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면서 이 사숙은 사질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명성이 삼계에 널리 퍼졌지.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이 사숙이 정말로 사질보다 못한지 아닌지 사람들에게 다시 보여줘야겠구나!”

    황룡진인은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쳐 지나가더니 보화천존을 내버려두고 이나타에게 달려들었다. 하늘 가득한 홍운도 모두 이나타를 향해 날아갔다.

    황룡진인은 봉신대겁을 무사히 넘겼지만, 실력이 약해 대전 중에 큰 공을 세우지 못했다. 오히려 여러 번 적에게 패하면서 대겁 이후에도 공덕을 거두지 못한 기억이 있다.

    이후 그는 오랫동안 폐관하여 고된 수련을 했으나 그럼에도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수중에 쓸 만한 법보도 없어서 줄곧 천교의 다른 금선에게 얕보였다. 겉으로야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가슴속에는 울분이 쌓였다.

    이번에 치우의 부활로 천지에 대겁이 일어나면서 황룡진인은 천정이 무너지고 천교가 붕괴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 와중에 마족이 수많은 지보로 유인하자 결국 투항한 것이다.

    미리 부근에 잠복해 있던 이나타는 황룡진인과 보화천존의 대화를 모두 듣고는 길게 탄식했다. 다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곧장 화첨창에서 보라색 진화를 뿜어내 몰려오는 홍운을 막아냈다. 동시에 혼천능(混天綾)과 건곤권(乾坤圈)이 튀어나가 좌우로 황룡진인을 공격했다.

    “오너라!”

    황룡진인은 크게 외치며 한 손으로는 구구산혼 조롱박을 휘둘렀고, 다른 손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보라색과 노란색의 두 보광(寶光)이 뿜어져 나오자 전체에 뇌전 부문이 새겨진 보라색 소추(小錘)와 2척 길이에 밝은 노란색 대나무통이 각각 혼천능과 건곤권을 향해 날아갔다.

    꽝! 콰쾅!

    두 번의 굉음과 함께 자색 전광(電光)과 노란색 현망(玄芒)이 반짝였다. 다음 순간, 혼천능과 건곤권이 일격에 물러났지만, 보라색 소추와 노란 대나무통은 여전히 이나타를 향해 날아갔다.

    “전추(電錘), 어고(魚鼓)! 삼태자, 조심하시오. 저건 벽유궁(碧遊宮) 상청성인(上淸聖人)의 호신 법보로, 그 위력이 막강하오!”

    보화천존의 두 채찍이 금빛과 은빛의 커다란 뇌전으로 변하여 쏜살같이 날아가 간신히 전추와 어고를 날려 버렸다.

    이나타는 내심 놀라서 다급히 혼천능과 건곤권을 불러들이고는 보화천존과 힘을 합쳐서 황룡진인을 상대했다.

    “문중(聞仲), 그래도 식견이 있구나. 이제 내게도 중보가 많으니 한꺼번에 덤벼라! 으하하하!”

    황룡진인은 두 사람과 싸우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은 듯 크게 웃었다.

    * * *

    한편, 우마왕은 강력한 적을 만나지 않은 데다 그에게는 파초선이 있었기에 단번에 수천 마리의 요마를 물리쳤다. 구두충과 황룡진인이 수많은 진선 요마를 보내긴 했지만, 그들은 파초선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갔다.

    그가 있는 곳의 대군은 연달아 승리하면서 쉬지 않고 내달려 금방 장안성 아래에 도착했다.

    우마왕이 손을 뒤집어 혼철곤을 꺼내자 크기가 천 장에 이르는 천요의 몸으로 변해 혼철곤으로 성 밖의 커다란 검은색 보호막을 공격했다.

    콰쾅!

    굉음과 함께 커다란 보호막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그 너머의 수백 장 성벽도 무너졌다.

    “쳐라!”

    우마왕이 팔을 휘두르며 소리치자 뒤에 있던 요족들이 밀물처럼 성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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