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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25화 (625/1,214)

625화. 일촉즉발

심협이 천천히 신혼의 힘을 운공하자 수많은 빛이 주변으로 뿜어져 나가더니 하나로 뭉치면서 생동감 넘치는 화면이 나타났다. 놀랍게도 머릿속 화면에 주변 천 리의 상황이 훤히 보였다.

음령산맥 안의 모든 것, 장안성으로 날아가는 양진과 사람들 그리고 장안성의 상황, 수많은 요마, 겹겹의 마광 금제. 이 모든 것이 선명하게 화면에 나타났는데, 신식으로 살펴보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만 장안성 안의 금제는 매우 현묘하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서 그의 머릿속 그림으로도 볼 수 없었다.

“이게 뭐지?”

심협이 무심코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게 바로 천존 경지만 가진다는 신념성도(神念成圖) 신통이라네. 신념으로 훑어볼 필요도 없이 주변의 모든 것이 저절로 머릿속에 비치고 신식으로 살펴보는 것보다도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지. 수많은 태을 경지 선인들이 오랫동안 고된 수련에도 끝내 도달하지 못했는데 자네는 수많은 귀물의 영혼의 힘으로 단번에 도달한 것이네. 실로 축하할 일이야.”

진원자가 웃으며 말했다.

“신념성도…….”

심협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의 경지는 어느덧 태을 중기에 도달해 후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신혼 경지가 급작스럽게 강해졌으니 경지를 견고하게 하여 바로 태을 후기 혹은 천존 경지로 돌파를 시작할 수 있겠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이런, 여기는 장안성에서 별로 멀지 않으니 마족의 천존 경지 고수가 방금 우리의 대화를 전부 엿듣지는 않았을까요?”

심협이 퍼뜩 떠오른 생각에 다급하게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여기에는 주천성두대진이 있어서 신념성도를 차단했네. 또한 내가 미리 신통으로 보호했으니 마족은 여기를 보지 못하지.”

심협은 그제야 장안성의 금제가 자신의 신념성도를 차단한 것이 생각났다.

“자, 천도지보인 산하사직도로 허공둔술을 시전하면 태을 경지도 우리를 알아챌 수 없네. 나와 섭 도우는 먼저 산하사직도 안으로 피하겠네. 심 도우는 영혼의 경지가 높아졌으니 장안성 주변에 마족이 설치한 겹겹의 금제가 있어도 순조롭게 장안성 안으로 잠입할 수 있을 걸세.”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심협이 산하사직도를 꺼내서 두 사람을 향해 펼치자 진원자와 섭채주의 몸이 사라지더니 그림 안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심협은 곧장 두루마리를 둘둘 말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주위 허공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천지영기도 아무런 파동이 없었다.

한편, 양전과 우마왕 등은 기세등등하게 장안성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빛이 한곳으로 모이자 거대한 홍수 같았다.

장안성 곳곳에는 마기(魔旗)와 마번이 꽂혀 있었고, 시커먼 마기 보호막이 마치 거대한 솥뚜껑처럼 장안성의 하늘과 땅을 모두 뒤덮고 있었다.

수많은 마물이 보호막 밖에서 쉬지 않고 순찰을 했다.

이 마물들은 대부분 요족과 인간족, 귀족 등 마기에 감염되어 변한 자들이라 기운이 난잡하고 경지도 높지 않았다. 대부분 응혼기와 출규기였고, 대승기도 몇몇 있었다. 극소수의 진선 경지가 대장을 맡고 있었다.

이 마물들은 수가 엄청나 장안선 부근의 하늘과 땅을 빼곡하게 차지했다.

검은 마기 보호막 안에는 수많은 마족이 서 있었는데, 이들은 기운이 매우 순수하고 경지도 높았다. 이들 또한 순찰하고 감시하고 있었다.

황성 근처의 허공에는 광막이 겹겹이 쌓여 있어서 물 샐 틈이 없었다. 이 광막들은 매우 고명한 금제로, 눈부시게 번득였다. 공간의 힘과 합쳐져 있어 수사가 고명한 둔술이나 둔행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황성 허공에는 수백 장 크기의 혈홍색 돌단이 떠 있었고, 근처에는 12개의 검은색 깃발이 꽂혀 있었다. 바로 지부에 있던 십이도천신살대진이었다.

수많은 칠흑의 마운(魔雲)이 십이도천신살대진에서 벌 떼처럼 흘러나와 황성을 뒤덮었다. 또한, 검은 실 같은 빛이 마운에서 아래로 내려와 황성 전체에 자욱하게 깔렸다.

마기가 용솟음치는 수백의 병사들이 돌단을 지키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진선기 이상인 마족 정예부대였다.

돌단 중앙에는 높은 제단이 세워져 있었다. 그 끝에는 흑홍색 천자의가 놓여 있었고, 주위에는 아홉 마리의 마룡(魔龍)이 맴돌았다. 마기가 하늘까지 치솟긴 했지만, 그 모습은 웅장했다.

구룡의(九龍椅) 아래에 순서대로 놓인 열두 개의 작은 의자들에는 두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의 자리에만 누군가 앉아 있었다.

두 번째 자리에 앉은 자는 푸른 갑옷을 입고 장팔점강모(丈八点鋼矛)를 든, 우람한 체격에 머리에 뿔이 하나 있는 소 요괴였다. 만약 심협이 봤다면 단번에 알아봤을 것이다. 일전에 화과산에서 죽었던 청우 요괴였던 것이다.

허나 청우 요괴는 외모가 이전과 퍽 달랐고 경지도 크게 정진하여 태을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여덟 번째 자리에는 구명이 있었고, 그 옆 아홉 번째 자리에는 마갑을 입은 원숭이 육이미후가 있었다.

육이미후의 두 눈은 혈홍색으로 빛났고 기운도 이전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검은색 창은 칠흑 같은 커다란 봉으로 바뀌어 있었다. 봉에는 혈홍색의 마문이 새겨져 있었고, 하늘을 찌르는 예기가 도사리고 있어 하늘까지 뚫을 것 같았다.

“구명 도우, 모든 마병과 마장을 끌어온 것은 너무 조심스러운 게 아니오? 모든 선신(仙神)과 서쪽의 부처까지 우리에게 당했고 이제 치우 대인께서도 곧 부활하실 거요. 한데 어느 누가 감히 우리에게 행패를 부리겠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육이미후의 혈홍색 눈이 반짝이자 성안과 밖의 상황이 그의 눈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천정과 영산 모두 우리에게 멸망했지만 여전히 남은 세력이 있소. 그들은 지부에서 탈출했지. 그자들이 치우 대인께서 곧 깨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반드시 막으러 올 것이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니 조심하는 게 좋소. 그렇지 않소, 축우존자(丑牛尊者)?”

“옳은 말이오. 조심하는 게 마땅하오.”

청우 요괴가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오면 나야 좋지 않겠소. 몸이 근질근질한 게 한바탕 놀고 싶으니까.”

육이미후가 검은 봉을 휙 휘두르자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길게 들려왔다. 동시에 하늘을 뒤덮은 검은 마운이 갑자기 용솟음치더니 쩌적 하고 갈라져 수백 장 길이의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신후존자(申猴尊者), 우리의 임무는 치우 대인을 지키는 것이오. 대인께서 순조롭게 깨어나신다면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힘을 주실 테니 그때 가서 용맹하게 싸우든지 알아서 하시오.”

구명은 육이미후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알겠소.”

육이미후는 눈에 냉기가 흘렀지만, 구명과 계속 논쟁하지는 않았다.

“구명 도우, 적이 공격해올 가능성이 큰데 어찌하여 우리 세 사람만 여기 있는 게요? 다른 사람은?”

청우 요괴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인호(寅虎), 묘토(卯兔), 진룡(辰龍), 해저(亥猪), 술구(戌狗) 다섯 존자는 대우 대인의 부름을 받아서 혈지로 갔고, 사사(巳蛇)와 오마(午馬)는 성 밖에 있소. 유계(酉鷄)는 그대도 알다시피 언제나 제멋대로여서 치우 대인도 그를 신경 쓰지 않으시니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오.”

구명은 ‘유계’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 매우 불만스런 기색을 드러냈지만,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청우 요괴가 막 답을 하려는 순간, 허리의 혈색 옥패에서 갑자기 눈부신 혈광이 빛나더니 빠르게 반짝거렸다.

구명과 육이미후의 혈옥 또한 똑같이 혈광으로 반짝였다.

“오마가 전해온 소식인데, 적들이 대거 장안성 밖에 출현한 모양이오!”

구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이전에 지부에서 사용했던 노란색 거울을 꺼내 결인했다.

거울 안의 두 눈에서 노란 빛을 투사하자 거울에 화면이 나타났다. 양전과 우마왕 등이 대군을 이끌고 장안성으로 달려오는 광경이었다.

두 사람의 옆에는 구천응원뇌신보화천존, 심협, 진원자, 섭채주 등이 있었다.

“역시 저놈들이었군! 또 어디서 사람을 끌어온…… 음, 저자는 천정의 구천응원뇌신보화천존이 아닌가?”

구명의 시선이 구천응원뇌신보화천존에게 머물렀다.

“적이 공격해왔으니 노손이 지원을 하러 가야겠군. 구명, 당신도 불만 없지?”

육이미후는 흥분한 기색으로 벌떡 일어나더니 구명의 대답도 듣지 않고 결인했다. 그러자 회색빛 구름이 몸을 감쌌다.

“잠깐…….”

구명이 말리기도 전에 육이미후는 이미 사라졌다.

‘저 외부 종족들은 치우 대인께 투항했어도 하나같이 오만불손하여 명령도 듣지 않는군!’

구명이 속으로 화가 났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구명 도우, 우리도 지원하러 가야 하는 것 아니오?”

옆에 있던 청우 요괴의 장팔점강모가 푸르게 반짝이자 부근의 허공에서 치지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필요 없소. 성 밖에는 마병이 많은 데다 사사와 오마가 있고, 신후까지 갔으니 적이 아무리 강해도 막을 수 있을 게요. 축우존자는 여기를 지키시오. 나는 치우 대인께 이 일을 보고해야겠소.”

말을 마친 구명이 손을 흔들자 이내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청우는 다시 자리에 앉더니 푸르게 빛나는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양전 등이 이끄는 대군이 가까이 다가오자 장안성 부근의 마물들도 눈치를 채고는 한곳으로 집결했다.

“저 마족 대군들은 훈련이 잘되어 있는 것이 지부의 마병들과는 전혀 다르오. 아마 마족의 십이존자가 지휘하고 있는 듯하니 방심해서는 안 되오.”

양전의 미간에 있는 세 번째 눈에서 하얀 빛이 은은하게 번득이더니 우마왕과 구천응원뇌신보화천존에게 전음이 전달되었다.

“알겠소!”

두 사람도 짧게 답하고는 다른 두 방향으로 갈라져 공격을 준비했다.

우마왕의 뒤에는 휘하 요족들이 있었고, 보화천존은 일전에 데리고 온 수백의 천병과 화덕성군, 화과산의 원숭이 요괴들이 있었다. 본래의 천병과 서천 불문의 제자들은 양전 곁에 남았다.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심협과 섭채주, 진원자도 있었으나 이나타는 보이지 않았다.

“가자!”

양진이 짧게 외치며 삼첨양인도를 휘두르자 모두가 장안성으로 돌진했다.

그들의 인원은 눈앞의 마족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지만, 경지는 월등히 높았다. 커다란 둔광이 한곳으로 모이자 천지가 흔들렸고, 그 기세는 하늘을 뒤덮은 마족 대군에 뒤지지 않았다.

마족 대군 안쪽에 두 개의 인영이 나타났다. 한 명은 커다란 체구의 음험하고 냉정한 남자였다. 머리에는 은빛 투구를 쓰고 몸에는 갑옷을 걸쳐 위아래 모두 찬란하게 은빛으로 번득였고, 손에는 월아산(月牙鏟)을 들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황색 도포를 입은 도인으로, 도포에는 황룡 그림이 수놓아져 있었고, 세 줄기 기다란 수염은 가슴까지 늘어져 있어 신선 같은 분위기였다.

“이랑신!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고 하더니!”

음험한 남자는 양전을 보고는 깊은 원한이 있는 것처럼 냉소했다.

옆에 있던 황포 도인은 멀리 있는 양전 등을 보자 표정이 복잡했다.

황포 도인의 표정을 본 음험한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

“오마존자, 아직도 두 가지 뜻을 품고 있는 건 아니오?”

“사사존자, 걱정 마시오. 내 이미 과거를 끊어냈으니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오. 저들이 병력을 셋으로 나눠서 오고 있소. 수는 적으나 실력은 막강한 자들이고 태을 고수도 많으니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소?”

황포 도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저들 하나하나는 강할지 몰라도 수가 적으니 우리 휘하의 대군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소. 태을 고수들만 막으면 되니 크게 걱정하지 마시오. 내 이미 성안에 소식을 보냈으니 구명이 금방 다른 존자들을 데리고 지원하러 올 것이오.”

“알겠소.”

그때, 사사존자라 불린 음험한 남자가 월아산을 들며 소리쳤다.

“죽여라!”

두 사람 주변에 있던 마기에 감염된 요마들은 피에 굶주리고 살육을 즐기는 성정으로 바뀌었기에 진즉부터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명령이 떨어지자 이들은 곧장 세 갈래로 나뉘어 양전과 우마왕 그리고 보화천존을 향해 몰려갔다. 그 모습이 마치 세 갈래의 거센 파도가 대지를 휩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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