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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20화 (620/1,214)
  • 620화. 귀환

    파동과 함께 커다랗고 까만 마조(魔鳥)가 허공에 나타나 강하게 오우의 머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굳어 있던 오우가 갑자기 재빨리 반응하더니 한 손으로 결인하고 다른 손으로는 검은 깃발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깃발이 백배로 커지면서 머리 위를 막았다.

    본래 육도윤회반을 뒤덮고 있던 법진의 검은 빛이 그의 머리 위로 날아가 검은색 깃발과 함께 마조를 막아섰다.

    꽝!

    굉음이 폭발하면서 검은 태양이 허공에 나타났고, 하늘을 찌르는 폭풍이 일어났다.

    궁전은 공간이 매우 협소해 폭풍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자 그 안에서 맴돌면서 위력이 열 배는 더 강해졌다.

    검은 태양 중심에 있던 법진의 검은 빛이 찢어졌고, 검은 깃발에도 다섯 줄의 금이 생겼다.

    이를 본 구명은 가슴이 철렁했다. 열두 개의 깃발은 십이도천신살대진의 관건으로, 그것이 부서지면 법진도 영향을 받게 된다.

    더 큰 피해가 생길까 우려한 그는 서둘러서 검은 마조를 멈췄다.

    한편, 입구의 마족 수령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기에 궁전 안에서 갑자기 생겨난 폭풍에 놀라서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육도윤회반 근처에 있던 열두 명은 법진의 보호를 받아서 별다른 영향이 없었지만, 그들은 눈앞의 상황에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구명은 흉악한 눈빛으로 궁전 안의 오우를 노려보며 다른 신통을 시전하려 했다.

    그때, 오우가 피를 한 움큼 토하더니 간신히 숨만 붙은 상태로 두 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검은 깃발의 뼈로 된 깃대에서 갑자기 눈부신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음 순간, 그가 두 손으로 깃대의 끝을 잡고 강하게 접자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중간이 부러졌다.

    찰나의 순간, 깃대에 새겨져 있던 금제 진문이 전부 사라졌고, 안에 봉인되어 있던 9921마리 악수(惡獸)의 혼백이 끝도 없는 마기와 함께 뿜어져 나와 마치 강렬한 번개처럼 육도윤회반의 봉인을 공격했다.

    십이도천신살대진은 이미 한쪽이 무너진 상태에서 또 혼백과 마기의 강렬한 공격을 받자 봉인이 순식간에 느슨해졌다.

    콰쾅!

    대진 아래에 있던 육도윤회반은 약간 숨통이 트였는지 눈부신 영광을 뿜어내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풍도성 밖, 심협의 예민한 감각이 주변에서 허공의 파동을 감지했다. 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때, 발아래 땅에서 갑자기 눈부신 노란 빛이 뿜어져 나와 아군을 완전히 뒤덮었다.

    심협은 서둘러 법천상지의 변신을 풀고는 본래의 몸으로 돌아갔고, 양전 등도 신통을 거두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땅에서 뿜어져 나온 노란 빛이 모두의 몸을 감싸더니 강렬하게 번득였고, 다음 순간 모두의 모습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 * *

    두 세계를 잇는 호숫가 옆. 노란 빛이 반짝이더니 심협 등이 나타났다.

    호수 안의 두 세계를 잇는 통로가 완전히 열리면서 강력한 공간의 폭풍이 뿜어져 나오자 천둥과 같은 괴성이 울려 퍼졌다.

    “통로가 불안정하긴 하지만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네. 닫히기 전에 어서 가세!”

    진원자가 소매를 휘두르자 심협의 몸에서 천책이 나타났다. 일전에 심협에게 줬던 천책이었다.

    천책과 진원자의 소매가 닿자 하나로 합쳐졌고, 소매에서는 순식간에 찬란한 금빛이 떠올랐다.

    진원자가 다시 소매를 휘두르자 소매 입구가 갑자기 쩍 벌어져 심협을 포함한 모두를 뒤덮었다.

    금빛과 함께 심협 등의 모습은 천책 안으로 사라졌다.

    일을 마친 진원자도 휙 하고 날아서 두 세계의 통로로 들어갔다.

    모든 것을 찢을 듯한 공간의 폭풍이 몰아쳤지만, 진원자는 미리 지서로 몸을 보호했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두 세계의 통로로 들어갔고, 눈앞에 하얀 빛이 나타났다. 금방 인간 세계에 도착할 듯했다.

    한데 그때, 공간 통로에서 갑자기 폭발음과 같은 굉음이 울리더니 흉악하고 광포한 힘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통로는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진원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양손을 결인했다.

    “삼회취정(三花聚頂)!”

    머리 위에 갑자기 세 개의 밝은 빛이 나타났다. 금, 은, 백의 빛이 각자 활짝 핀 연꽃으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천 배로 커지면서 무너지는 통로를 떠받쳤다.

    “두전성이(斗轉星移)!”

    진원자가 일곱 개의 별을 밟고 허공에서 일곱 걸음을 옮기자 비둔의 속도가 열 배나 빨라지더니 전방의 하얀 빛으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통로는 굉음과 함께 완전히 무너졌다.

    * * *

    풍도성 대전 안. 구명은 두 개의 깃발을 붙잡고는 강제로 연결하여 부러진 곳을 핏빛 마문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옆에는 처참하게 절반으로 잘린 오우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구명은 마기를 남김없이 깃발에 주입했다. 그러자 십이도천신살대진이 다시 생겨나면서 육도윤회반도 다시 봉인되었다.

    하지만 구명의 얼굴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 명계에서 도망쳤다는 것을…….

    “젠장!”

    구명이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발을 세게 굴렀다.

    파지직!

    커다란 암홍색 번개가 그의 발에서부터 촉수처럼 뿜어져 나갔고, 굉음과 함께 땅 곳곳에는 구멍이 생겨나면서 부서진 돌들이 휘날렸다.

    검은 번개에 닿은 오우의 시체는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다른 마족들은 재빨리 몸을 피해 덜덜 떨었다.

    한바탕 분노를 쏟아낸 구명은 이내 냉정함을 되찾고는 몸을 돌려 대전을 나와 부근의 은폐된 석실로 들어갔다.

    이어서 암홍색 구슬을 꺼내더니 두 손으로 빠르게 결인했다.

    암홍색 구슬에서 붉은 빛이 솟아오르더니 몇 척 크기의 작고 붉은 법진이 생겨나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몇 호흡 뒤, 법진에서 희미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기이한 분위기가 석실을 가득 채웠다. 구명의 전신 모공은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으로 뒤덮여 감히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치우 대인, 저를 죽여주십시오! 그들이 무슨 수를 썼는지 육도윤회반을 제어하는 귀족(鬼族)을 조종하여 봉인을 부수고 도망쳤습니다!”

    구명은 바닥에 엎드리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 쓸모없는 놈!”

    희미한 모습의 사람은 분노한 듯 호통을 쳤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구명은 갑자기 몰려온 엄청난 압박감에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허나 치우 대인, 그동안의 노고를 생각하여 제게 공을 세워 죄를 씻을 기회를 주십시오!”

    구명이 머리를 더욱 낮추고는 땅에 바짝 엎드렸다.

    “삼계의 잔존세력 중 우마왕 진원자, 양전 외에도 황정경을 수련한 방촌산 제자가 지부로 왔다고 했던가?”

    법진 안에서 희미한 모습의 사람이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자의 이름은 심협이고, 천책 잔권을 가지고 있으나 어디서 얻게 되었는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구명이 황급히 말했다.

    “심협이라…….”

    희미한 모습의 그는 작은 목소리로 그 이름을 중얼거릴 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구명이 잠시 후 말했다.

    “그들이 도망쳤으니 명계에 전력을 남겨두는 것은 낭비다. 전부 돌아와라!”

    “네!”

    구명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법진 안의 사람은 사라졌고, 석실을 가득 메웠던 무시무시한 기운도 함께 사라졌다. 구명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식은땀을 닦았다.

    “치우 대인의 기세가 점점 강해지는 것을 보니 완전히 깨어나실 때가 머지않았구나.”

    그는 흥분된 표정으로 석실을 빠져나갔다.

    * * *

    어느 어두운 공간 안에 나타난 심협은 눈앞이 흐릿했다.

    이곳에는 아무런 빛도 없어서 눈앞의 손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경지가 심오한 자들답게 금세 시야를 되찾았다. 그곳은 커다란 동굴 안이었다.

    동굴은 폭이 수백 장이었고, 땅과 주변의 석벽은 기괴한 검은색이었으며, 뼛속까지 파고든 한기는 마치 시커먼 얼음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바닥은 평평했고, 수십 장 길이의 하얀 옥기둥이 숲처럼 빼곡하게 솟아 있었다. 본래는 365개였던 옥기둥은 절반이 부서지고 무너져 2백여 개만 온전했는데, 마치 무언가를 안에 봉인한 듯 그 위에는 성진진문(星辰陣紋)이 가득했다.

    온전한 옥기둥들에서는 섬뜩한 음기의 파동이 흘러나왔다. 일견 무질서해 보였지만, 사실 진을 이루고 있어서 귀기를 억누르고 있었다.

    옥기둥들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동굴의 음산한 기운은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어서 심협 같은 태을 수사도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나타가 낮게 신음하더니 몸에서 쾅 하고 붉은 불꽃을 뿜어내 빠르게 확산시켰다. 그러자 주위의 음기가 일제히 물러갔다.

    “여기는 어디지? 이렇게 짙은 귀기라니, 아직도 명계에 있는 건가?”

    우마왕이 주위를 둘러보며 의아한 듯 말했다.

    “그럴 리가 없소. 우리는 이미 명계를 벗어났소. 인간 세계의 어느 동굴일 게요.”

    양전 역시 주변을 둘러보며 답했다.

    한편, 심협은 어째서인지 이곳이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좀처럼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결국 그는 생각을 접고 신식을 넓게 펼쳤다.

    그는 장안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바깥만 살펴볼 수 있다면 바로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낮게 신음했다. 주위의 옥기둥 대진은 속박력이 너무도 강해 신식을 널리 펼칠수 없었던 것이다. 신식을 최대한 운공한 후에야 옥기둥 대진을 뚫고 주변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곳은 깊은 땅속이었고, 사방은 전부 흙이었다. 다만 위쪽은 조금 달랐다. 커다란 능묘가 있었는데, 수많은 귀물이 배회하는 중이었다. 그중에는 대승기의 귀물과 진선기의 귀왕도 있었다.

    “여기였군!”

    심협은 그제야 이곳이 어딘지 눈치챘다. 장안성 부근 음령산맥(陰嶺山脈) 깊은 곳, 전대 왕조의 능묘였다. 이전에 와본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경지가 낮아 바깥만 맴돌았을 뿐 깊은 곳까지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 지하 동굴은 음령산맥 능묘의 가장 깊은 곳이었다. 다만 어째서 이런 이상한 옥기둥이 있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심 아우는 저 위의 능묘에 관한 내력을 알고 있는가?”

    역시 신식으로 바깥을 살핀 우마왕이 물었다.

    “예전에 장안성 부근에서 지낸 적이 있어 이곳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이곳은 음령산맥이고, 능묘는 대당 전대 왕조의 것이죠. 허나 어째서 저리 많은 귀물이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랬군. 이 옥기둥들은 뭐지? 어째서 이리 짙은 음기가 담겨 있는 것인가?”

    우마왕은 옥기둥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옥기둥들은 평범한 기둥이 아니라네. 위에 새겨진 것은 성진봉인(星辰封印)이고, 그 안에는 대량의 음혼이 봉인된 듯하군. 이 옥기둥들은 아무렇게나 세워진 게 아니라 상고시대 기진(奇陣), 주천성두대진(周天星斗大陣)의 배열이네.”

    진원자가 옥기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서책에서 이 진법에 관한 기록을 본 적이 있었다. 상고 십대법진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상위권이었다. 주천성진의 힘을 끌어와 적을 섬멸하는 법진인데, 삼성멸마 신통과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았다.

    우마왕의 눈빛도 반짝였다. 주천성두대진은 상고 요족의 기진이었으나 아쉽게도 실전됐었다. 한데 여기에서 보게 된 것이다.

    “이 옥기둥들은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의 혼백이 아니라 심지가 굳건한 병사들의 군혼(軍魂)인 것 같네.”

    진원자가 이어서 말했다.

    “병사의 혼백?”

    그 말에 심협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육진편을 꺼내 가까이 있던 옥기둥을 때렸다.

    쿠르릉!

    옥기둥이 요란하게 터져 나갔고, 지하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동시에 수많은 귀물의 환호 섞인 울음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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