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619화 (619/1,214)
  • 619화. 도박

    “심 도우의 방법이 괜찮겠군. 돌아오는 일은 내게 맡기게. 내게 방법이 있네.”

    진원자가 말을 받더니 노란색 비단 손수건을 꺼냈다. 바로 이전에 심협에게 빌려줬던 둔지 보물이었다.

    “이 보물이 우리를 풍도성에서 데려다주는 겁니까?”

    심협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 지서는 빈도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중보라네. 전력을 다해 이 보물을 발동한다면 매우 넓은 영역까지 덮을 수 있지. 풍도성까지도 충분하다네. 이 지서에는 호신과 둔지 외에도 한 가지 신통이 더 있는데, 영역 안에 있으면 서로의 위치를 순식간에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이지. 자네들이 풍도성을 공격하고 있으면 때가 될때 내가 자네들의 위치를 바꾸겠네.”

    이어서 진원자가 뭔가를 중얼거리자 노란색 비단 손수건이 밝게 빛나면서 넓게 펼쳐져 하늘을 뒤덮는 커다란 막이 되더니 땅에 흡수되었다.

    노란색 막은 땅에 들어가자 바로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됐고, 기운마저 완벽하게 사라졌다.

    심협은 신식으로도 이 노란색 막의 존재를 감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다면 우 형과 진 도우께서 이곳에서 술법을 펼쳐주십시오. 저와 다른 사람들은 풍도성을 공격하는 척 구명의 주의를 끌겠습니다.”

    심협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불만이 없었다.

    “잠시만요. 구명은 매우 교활합니다. 만약 우 도우와 진원 대선이 안 계신 걸 보고 의심하면 어쩌죠?”

    섭채주가 갑자기 질문했다.

    “음, 그것도 확실히 문제가 되겠군.”

    진원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건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심협이 웃으며 머리카락 두 가닥을 뽑고는 무언가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두 가닥의 머리카락이 금색으로 변하더니 강렬한 법력 파동을 뿜어냈다.

    “우 형, 진원 대선. 두 분의 법력 일부를 여기에 담아주십시오.”

    심협의 말에 두 사람은 묻지도 않고 법력과 요기를 운공하여 머리카락에 넣었다.

    두 가닥의 머리카락은 매우 가늘고 작았지만, 끝이 없는 연못처럼 두 사람의 법력과 요기를 쭉쭉 빨아들였다.

    심협이 두 손을 결인하고 읊조리자 두 가닥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변하더니 우마왕과 진원자로 변했다. 기운도 실제의 그들과 다름이 없었고, 허점도 보이지 않았다.

    “방촌산의 황정경과 칠십이변의 신통이 신묘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과연 소문 그대로였군. 차물화형술(借物化形術)은 칠십이변의 운용인가? 역시 현묘해. 정말 감탄했네.”

    진원자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과찬이십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각자 서두르죠.”

    심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전과 섭채주, 청노를 천책 공간에 넣었다. 이어서 두 손에서 금빛이 번득이자 진시천리신통으로 빠르게 풍도성 쪽으로 날아갔다.

    진원자는 결인하여 지서(地書)의 위능을 최대한 멀리 확산시켰다. 우마왕은 오곤 앞에 가부좌를 한 채 심협 등이 풍도성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대기했다.

    반 시진 뒤, 진원자의 허리에서 초록 빛이 반짝이면서 옥각이 날아올랐다. 그 위에는 작은 글자가 쓰여 있었다.

    “준비 완료.”

    그러자 우마왕은 곧장 허공몽환대법을 운공했다. 희미하게 하얀 빛이 떠오른 두 눈은 오곤의 눈을 바라봤다.

    오곤은 마치 전염되듯이 두 눈에 조금씩 하얀 빛이 떠올랐다. 그 모습이 더없이 기이해 보였다.

    우마왕이 쉬지 않고 결인하자 오곤 눈의 하얀 빛이 점점 강렬해졌고, 마지막에는 두 눈이 완전히 하얗게 변했다.

    “질(疾)!”

    우마왕의 나지막한 외침과 함께 오곤의 미간으로 빛이 날아들었다.

    오곤의 몸이 떨리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지만, 미간에는 눈동자와 같은 부문이 나타나 천천히 움직였다.

    * * *

    풍도성의 어느 커다란 궁전 안. 산처럼 거대한 원반이 걸려 있었다. 원반에는 여섯 개의 칠흑 같은 구멍이 규칙적으로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 안은 끝이 보이지 않아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광대한 윤회의 힘이 원반에서 뿜어져 나왔다.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의 전생과 현생 같은 수많은 환각이 눈앞에 나타나는 이 원반이 바로 생명의 윤회 왕생을 다스리는 육도윤회반이었다.

    본래 고대부터 지금까지 밤낮으로 쉬지 않고 돌아가던 육도윤회반은 지금 움직임을 멈추었고, 빛도 전부 꺼져 있었다.

    열두 명의 수선이 육도윤회반 주위에 서 있었다. 전부 귀물 일족으로, 각자 검은색의 커다란 깃발을 들고 있었다. 깃발은 매우 컸고, 깃대는 뼈로 되어 있었다. 기이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깃발은 상품 법보에 견줄 만했다.

    열두 개의 깃발에는 인간 형태의 괴물 도안이 수놓아져 있었는데, 어떤 것은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가 있었지만 얼굴이 없었고, 어떤 것은 까마귀 몸에 사람 얼굴이었으며, 용에 타고 있었다.

    이 괴물들은 하나같이 원고 시기의 거대한 요물처럼 기세가 드높고 강력해 보였다.

    열두 명의 수사가 결인하여 운공하면서 깃발들에서 흘러나온 물결 모양의 검은 빛은 커다란 육각 법진이 되어 육도윤회반을 뒤덮고 있었다.

    끝없는 황폐한 기운으로 가득한 육각 법진의 위력은 정말로 대단해 육도윤회반과 주변의 허공까지 강력하게 봉인하고 있었다.

    열두 명 수사 중 열 명은 진선 후기였는데, 그중 두 명은 진선 절정이라 태을 경지까지 한 걸음만 남긴 강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법진을 운공하는 것은 상당한 힘이 필요했다.

    이들 열두 명 외에 궁전에는 또 한 명의 마족, 구명이 있었다.

    커다란 궁전 밖에는 귀장과 마병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궁전 주변은 물 샐 틈도 없었다.

    “좋다. 이렇게 사흘만 십이도천신살대진(十二都天神煞大陣)을 유지해라. 이 구유수(九幽水)로 다시 음기를 회복하면 사흘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구명이 명을 내리며 소매를 휘두르자 열두 병의 검은색 옥병이 날아가 열두 명의 귀선들 옆에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구명 대인. 반드시 전심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두 명의 진선 절정의 귀선 중 한 명인 검은 두건을 쓴 남자가 공수하며 답했다. 그는 생김새가 오곤과 매우 비슷했다.

    구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편전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족 수사 하나가 서 있었는데, 몸집이 컸고,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솟아 있었다. 진선 절정이자 기운이 매우 순수한 마족이었다.

    “구명 대인, 육도윤회반을 멈췄는데도 굳이 십이도살천살대진으로 봉인까지 하셔야 합니까? 이 법진은 상고의 잔진(殘陣)이라 치우 대인께서 복원하셨지만, 절반밖에 완성하지 못하셔서 여전히 불완전합니다. 저 법진을 운공하는 대가는 너무 큽니다. 법진을 유지하는 자들의 본명 원기를 모두 흡수할 테니 사흘 후면 저들의 경지는 심한 손상을 입을 겁니다.”

    구명이 들어서자 두 개의 뿔이 난 마족이 다급하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리석긴! 적들은 태을의 수사다. 그들이 명계를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알게 되고도 얌전히 받아들일 것 같은가? 삼계의 남은 힘이 모두 그들의 손에 있으니 조금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저 귀선들은 그저 장기판의 말일 뿐이거늘, 뭐가 아깝단 말이냐.”

    구명이 눈을 날카롭게 뜨고는 차갑게 말했다.

    두 개의 뿔이 달린 마족은 짧게 답하고는 다시는 입을 열지 못했다.

    “지부의 전력은 모두 철수했느냐?”

    “각지의 하신, 산신, 토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전력은 풍도성으로 철수했습니다. 성 밖에는 3개의 방어선을 설치했고, 풍도성 내부 곳곳에는 금제를 설치했습니다. 천존급 대능이라 해도 몰래 잠입하기란 불가능하니 구명 대인은 안심하십시오.”

    구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멀리서 굉음이 들려오더니 편전 바닥이 강하게 흔들렸고, 마병과 귀장들의 놀란 비명이 울렸다.

    “무슨 일이냐?”

    두 개의 뿔이 달린 마족이 서둘러 전신 법기 꺼내 바깥의 상황을 물었다. 풍도성의 금제가 일제히 가동하면서 그들의 신식도 차단되었기에 바깥 상황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구명은 침착하게 노란색 거울을 꺼냈다.

    복숭아나무로 만들어진 이 거울은 테두리에 사람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그 표정은 더없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조각 주변을 혈홍의 마문이 휘감고 있었고, 매우 흉악한 마기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마족의 비법으로 복숭아나무 요괴를 깊게 연화하여 거울 속에 집어넣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조각의 두 눈은 노랗게 빛나고 있었고, 매우 날카로워 보였다.

    구명이 결인하자 두 눈에서 노란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거울에는 성 밖이 상황이 비쳤다.

    도망쳤던 심협 등 인선의 잔여 세력이 일제히 풍도성에 나타났다. 선두에는 진원자와 심협, 양전 등이 보였다.

    선두에 선 심협은 수십 장 크기로 변해 거대해진 진해빈철곤으로 맹렬하게 성 밖의 검은 광막을 내리쳤다. 광막이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

    “당황하지 말고 대열을 유지한 채 흑마위(黑魔衛)를 원군으로 보내라. 금제로 저들의 공격을 막는다!”

    구명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명을 내렸다.

    한편, 뿔이 두 개 달린 마족은 노란색 거울에 나타난 화면을 보고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구명의 명이 떨어지자 곧장 정신을 차리고 달려 나갔다.

    한데 그때, 더 커다란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오면서 궁전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구명의 표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 * *

    풍도성 밖.

    전력으로 황정경과 법천상지(法天象地) 신통을 운공하여 백 배 이상으로 커진 심협은 금색 거인으로 변한 상태였다. 진해빈철곤도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거대해져 있었다.

    “발천난봉!”

    하늘에 가득한 진해빈철의 허상은 마치 눈꽃처럼 주천(周天)의 수인 360개가 나타났다. 이는 곤법이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의미였다.

    심협이 큰소리로 외치자 360개의 곤봉 허상이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졌다. 진해빈철곤은 웅웅 울리며 풍도성 부근을 뒤덮은 검은 광막을 강하게 찔렀다.

    푹! 푹! 푹!

    세 번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풍도성 밖 세 겹의 광막은 마치 종잇장처럼 부서졌다.

    거대한 금색 곤봉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풍도성 안으로 찔러 들어갔다.

    콰르릉! 콰쾅!

    풍도성의 절반이 굉음과 함께 무너졌고, 수많은 귀장과 마족들이 무너진 건물에 깔려 죽었다.

    성 밖의 삼중 금제는 강렬하게 흔들리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심협 옆에서는 이나타, 섭채주, 양전 등도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이나타는 화첨창을 든 삼두육비(三頭六臂)의 법상으로 변하여 하늘을 뒤덮는 보라색 불꽃을 풍도성 안으로 뿜어냈다.

    섭채주의 공격은 이나타처럼 강력하지는 않았지만, 양손을 휘둘러서 진창해와 지열화, 거암파 등 각종 오행술법을 비처럼 쏟아냈다.

    양전은 법천상지 신통으로 수백 장 크기의 거인이 되어 구전현공을 극한으로 운공했다. 황금빛으로 번득이는 몸에 두 손으로는 삼첨양인도를 들어 하늘을 찌르는 도광을 뿜어내면서 천지영기를 휘감았다.

    도광이 스쳐 지나가자 수백 마리의 귀물과 마병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육도윤회반 옆 편전에서는 구명이 어두운 표정으로 노란색 거울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심협 등을 매우 쉽게 생각했다. 본래 금제의 힘으로 그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허나 상황을 보아하니 저들은 일전의 싸움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특히 저 심협이라는 자가 그러했다.

    구명은 벌떡 일어나 바깥으로 향했다.

    대전 밖에 있던 마족 수령들이 일제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때, 열두 명의 십이도천살신대진을 운공하는 귀족 수사 중 오곤과 비슷하게 생긴 귀족 수사, 오우의 미간이 갑자기 하얗게 빛나더니 눈 같은 부문이 나타났다. 이어서 그는 머릿속이 멍해지더니 우뚝 굳었고, 술법조차 멈췄다.

    십이도천신살대진은 열두 명이 동시에 시행해야만 하는데 오우가 갑자기 멈추자 다른 귀족 수사들이 의아한 듯 그를 돌아보았다.

    이미 30여 장을 날아가던 구명이 우뚝 멈추더니 번개처럼 돌아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우를 노려보며 검게 빛나는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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