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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18화 (618/1,214)
  • 618화. 공포 귀물의 비밀

    반 시진 뒤, 일행은 명하 부근에 도착했다.

    그곳은 이전과 다름이 없었다. 음기가 덮여 있고 급류가 흘렀지만, 너무나 조용했다. 마물이든 귀물이든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음, 전에 왔을 때는 귀물들로 가득했는데, 지금 상황은 좀 이상하군.”

    우마왕이 경계하는 듯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구명이 모든 귀물을 풍도성으로 불러들인 것일 수도 있소. 그곳은 이미 철옹성이 되어서 우리가 힘을 합쳐도 희망이 크지 않을 것 같으니 차라리 진원 대선께서 말한 그 계기를 찾아봅시다!”

    양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협도 말없이 화안금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신식을 펼쳤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신통을 발휘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상류와 하류로 나누어 찾아보도록 하지. 이걸로 서로 연락하세.”

    진원자가 청색 옥각(玉珏)을 심협에게 건넸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와 우 형, 채주는 상류로 갈 테니 대선께서는 다른 사람들과 하류를 찾아보십시오.”

    심협은 옥각을 받아 들고는 우마왕, 섭채주와 함께 명하 상류로 날아갔고, 진원자는 양전, 이나타와 함께 하류로 갔다.

    “오라버니, 진원 대선의 점괘를 믿어도 될까요?”

    날아가면서 섭채주가 물었다.

    “점괘 신통은 고대부터 존재했으니 거짓은 아닐 거야.”

    “맞는 말이네. 우리 요족의 대성공선(大聖孔宣)도 점술에 능했는데, 그가 봉신의 전쟁에서 서천 불문으로 귀의하면서 지금 점술 같은 부류의 도술은 쇠락했지. 허나 이 신통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네.”

    우마왕도 말했다.

    “그러길 바랄 뿐이에요.”

    섭채주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심 아우, 일전에 말한 천년 전의 세계에서 왔다고 한 것도 진실인가?”

    우마왕은 섭채주에게서 심협으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당연히 사실이죠. 우 형, 왜 그러십니까?”

    심협이 이전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내력을 밝히긴 했지만, 이 비밀을 다른 사람이 언급하자 좀 어색했다.

    “만약 심 아우가 정말로 천년 전의 세계에서 왔다면 부탁 하나만 하세. 부디 심 아우가 들어줬으면 싶네.”

    우마왕이 공수하며 말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다만 미리 말씀드리는데, 천년 전의 제 실력은 너무도 약하니 너무 어려운 일은 할 수 없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세. 내 아들 홍해아와 관련된 일이네. 이번에 우리가 치우의 부활을 막든 못 막든, 결과가 어떻든 심 아우는 현실로 돌아갈 테니 부디 내 아들을 좀 살펴봐서 마도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게. 그때면 아직은 마족과 접촉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우마왕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우 형, 절 과대평가하셨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천년 전의 제 실력은 너무 약합니다. 허나 홍해아는 그때도 이미 진선기에 도달했고 삼매진화에 능통할 텐데, 제가 어떻게 그를 보살피겠습니까?”

    심협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심 아우, 겸손이 지나치네. 현실의 자네는 절대 약하지 않다는 걸 난 알 수 있어. 그리고 홍해아도 그리 강하지 않다네. 그저 삼매진화만 강한 거지. 취운산에 내 비밀 보물 창고가 있는데 그곳의 위치와 문을 여는 방법은 나만 알고 있다네.

    거기에 비보인 분수신주(分水神珠)가 있는데, 세상 모든 화염 신통을 억제할 수 있지. 삼매진화도 예외는 아니네. 이걸 자네에게 넘길 테니 돌아가서 기회가 되면 분수신주를 가져가게. 물론 다른 것도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아. 부탁에 대한 보수 겸 지난 일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받아주게.”

    우마왕은 미리 준비라도 해놓은 듯 옥간을 꺼내 건넸다.

    “우 형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더 거절하면 인정에 어긋나겠군요. 홍해아가 입마에 빠지는 걸 막아보겠습니다. 다만 반드시 해낸다고 보장은 못 드리겠군요.”

    심협이 생각하더니 옥간을 받았다.

    “물론이네.”

    우마왕은 심협의 어정쩡한 대답에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했다.

    심협은 옥간에 신식을 불어넣었다. 보물 창고의 위치와 문 여는 비법이 적혀 있는 것으로 봐서는 가짜는 아닌 듯했다. 다만 그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현실로 돌아가서 기회가 되면 가볼 생각이었다.

    세 사람은 다시 이동하면서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한데 한참을 날던 심협의 표정이 갑자기 조금 변했다.

    그의 신식에 저 앞에서 회색 복장을 한 귀물이 감지됐다. 가부좌하고 강 위에 앉은 그의 주변으로 음기가 모여들더니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 이곳의 음기를 흡수하며 수련하고 있는 듯했다. 다만 경지는 진선 초기에 불과했다.

    “심 도우, 왜 그러는가?”

    우마왕이 심협의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

    “아, 저 앞에 귀물이 있습니다.”

    그의 신식은 우마왕이나 섭채주보다 범위가 넓었다.

    우마왕은 놀란 눈빛으로 앞으로 더 날아갔고, 금방 귀물의 존재를 찾아냈다. 이어서 섭채주도 귀물을 발견했다.

    “흥! 명계를 위해 그렇게 일했건만 날 이런 변두리로 보내다니……. 인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것들이군.”

    회색 옷의 귀물은 음기를 흡수하면서 원망을 쏟아냈다.

    “평범한 저승사자 같지만, 이곳에 있는 게 수상쩍군. 잡아서 물어보지.”

    세 사람은 금세 회색 남자 위에 도착했다.

    그도 움직임을 눈치채고는 돌아보더니 표정이 크게 변해 곧장 명하로 뛰어들려 했다.

    물론 세 사람은 그가 도망가게 두지 않았다. 섭채주가 버드나무 가지를 흔들자 초록 빛이 날아가서 그를 속박했다.

    “선배님들, 용서해 주십시오! 소인은 지부의 평범한 귀족(鬼族)일 뿐입니다. 마족이 지부를 점령하고 나서 소인도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편이 된 것뿐입니다.”

    회색 옷의 남자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애원하기 바빴다.

    “이름이 무엇이냐? 이곳의 요마와 귀물은 모두 철수했을 텐데 어째서 너 혼자 여기 남았지?”

    우마왕이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소인은 오곤(烏昆)입니다. 명하의 하신(河神)입죠.”

    회색옷의 남자가 서둘러 답했다.

    그때, 심협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청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선님, 어서 저자의 심신을 제어하십시오. 저자가 있으면 명계를 벗어나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청노는 경지가 낮아서 계속 천책 공간 안에 머물렀지만, 이곳을 잘 아는 그가 도움이 될까 싶어 심협은 그의 신식이 나올 수 있도록 열어둔 상태였다.

    청노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심협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그러자 금빛이 날아서 순식간에 오곤의 몸으로 들어갔다.

    다음 순간, 오곤은 눈빛이 멍해지더니 마치 석상이 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 아우?”

    우마왕이 의아한 듯한 얼굴로 심협을 돌아보았다.

    “이자를 이용하면 명계에서 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야?”

    심협이 대답 대신 청노를 밖으로 불러내 묻자 우마왕과 섭채주도 반짝이는 눈빛으로 청노를 바라봤다.

    “저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오곤과 저는 같은 일개 저승사자라 자주 왕래했습니다. 하여 그의 비밀도 몇 가지 알고 있습죠. 그 비밀을 이용하면…… 어쩌면 명계에서 빠져나갈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청노는 강자들의 눈빛에 목을 움츠리고는 오곤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떤 비밀이지?”

    “우선 오곤의 본체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자는 평범한 귀물이 아니라 명계에서도 보기 드문 공포 귀물(恐鬼) 일족입니다. 공포 귀물 일족은 천성적인 능력이 있는데, 몸과 신혼을 둘로 나눠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밀접하게 연결된 두 개의 개체로 만들 수 있는 신통입니다.”

    “분신술 같은 건가?”

    심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 일족의 분열 신통은 평범한 분신보다 정묘하여 두 개체로 나뉠 뿐만 아니라, 분열을 이용하여 탐욕과 경박, 광기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분신에게 전달함으로써 주체에게 순수한 사상을 심어줍니다. 그게 수련에 매우 유리합죠.”

    청노가 계속해서 설명했다.

    “그런 기이한 종족도 있었군.”

    심협의 눈이 번쩍 뜨였고, 우마왕과 섭채주도 놀란 얼굴이었다.

    “그럼 오곤은 분열된 분신인가? 그의 본체는 누구지?”

    우마왕이 물었다.

    “오곤의 다른 몸의 이름은 오우(烏羽)이고, 진선 후기에 도달하여 태을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부에서도 지위가 매우 높죠. 육도윤회반을 감찰하는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지? 오곤으로 오우를 협박하라는 건가?”

    섭채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공포 귀물 일족의 분열된 두 몸에는 특별한 점이 있는데, 거리가 얼마나 멀건 신혼은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점을 이용해야 합니다.”

    청노가 음흉하게 웃었다.

    “네 말은, 어떤 수단으로 오곤을 제어해 어떻게든 오우에게 영향을 줘서 육도윤회반을 열게 하라는 것이냐?”

    “육도윤회반을 열 필요도 없이 그저 봉인만 조금 느슨하게 해도 빠져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청노가 말했다.

    “그건 안 될 걸세. 육도윤회반이 봉인되면서 명계 경계면의 힘도 완전히 굳어버렸어. 봉인을 조금 느슨하게 하는 정도로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게야.”

    우마왕은 방금 허공을 찢고 명계를 빠져나가려 시도해봤기에 이곳 경계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평천 대성께서 모르시는 게 있습니다. 이 명하는 명계와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그중 하나의 물줄기가 장안성 부근까지 직결되어 있는데, 그곳은 매우 신비하여 이 명하와 남다른 공감이 생겼습니다.

    이에 서로 끌어당기며 오랜 세월을 보내왔기에 두 세계를 관통하는 통로가 생겨났습죠. 이 통로는 육도윤회반을 닫았다 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을 테니 봉인만 조금 느슨해진다면 바로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군. 그럼 해볼 만하겠어. 그럼 그 통로는 어디에 있지?”

    우마왕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쪽 외진 곳에 있는데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저도 오랜 세월 동안 명하를 헤엄치다가 발견했습니다. 절 따라오시죠.”

    청노가 앞장서서 안내했다.

    세 사람은 뒤를 따르며 옥각으로 전원자 등을 불렀다.

    반 시진 뒤, 심협 일행은 명하의 끝에 도착했다. 진원자와 양전 등도 곧 도착했다.

    이곳은 탁한 호수로, 길이가 3리 정도에 불과했다. 호수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황량한 산 몇 개가 있어서 눈에 띄지 않았다. 물살은 매우 세서 소용돌이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소용돌이 중심의 허공에는 미약한 파동이 일어나고 있어 어떤 미지의 공간과 이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다만 아쉽게도 지금 소용돌이에는 강력한 힘이 충만해 통로를 강제로 봉인하고 있었다.

    “정말이로군. 봉인되어 있긴 하지만 통로는 여전히 완전해. 육도윤회반의 봉인을 조금만 느슨하게 해도 빠져나갈 수 있겠어!”

    우마왕은 호수의 소용돌이 중심을 보고는 기뻐했다.

    “이번 일의 관건은 오곤을 이용하여 오우에게 영향을 주는 것인데, 절대로 구명 등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서는 안 되오. 오우가 잡히면 우리에게 더는 기회가 없소.”

    양전의 말에 우마왕이 흔쾌히 말했다.

    “오곤,오우를 제어하는 일은 내게 맡기시오. 옥호 일족은 환술에 능통하여 나 또한 아내와 장인어른을 통해 허공몽환대법(虛空夢幻大法)을 알게 되었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의 심신에 영향을 줄 수 있지. 태을 경지의 수사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요. 다만…… 오우의 움직임을 구명이 눈치챌까 걱정되오.”

    “그렇다면 성동격서(聲東擊西)의 계를 사용하면 어떻겠습니까? 풍도성을 공격하는 척 구명의 시선을 끄는 것이지요. 다만…… 풍도성은 이곳에서 너무 멀다 보니 통로가 열려도 제때 이곳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군요.”

    심협이 계책을 꺼냈으나, 어려움이 있는 계획이었기에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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