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597화 (597/1,214)
  • 597화. 뜻밖의 신통

    비경 안의 하얀 빛 금제 부근. 심협은 가부좌를 한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고는 앞에 있는 하얀 금제 광막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에 그 너머의 동굴 안의 상황이 훤히 들어왔다.

    “잘했어 거울 요괴!”

    심협은 혼잣말로 칭찬하고는 동굴 안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의 예상대로 금양종과 현구종 사람들은 광막 맞은편 동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수가 이전보다 많아진 것으로 보아 밖에 있던 제자들도 불러들인 것 같았다.

    그들은 동굴 안에 수많은 수단을 설치해두었다. 법진은 세 개 이상이었고, 파헤친 동굴에는 더 많은 장치를 설치했다.

    심협은 담담하게 웃고는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누군가 보라색 빛무리에서 나타났다. 율율이었다.

    “약속대로 나를 도와줘야 하오.”

    심혐은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가 당신이 말한 비경 출구인가요? 문제없어요. 금제를 통과하는 건 나한테 맡겨요.”

    율율은 주변의 보랏빛 독무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더니 앞에 있는 하얀 광막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광막은 내게 맡기시오. 광막 너머에 수많은 수사가 매복해 있고, 장치와 법진 금제를 설치해놔서 뚫기가 어렵소. 이 독무를 앞세워 먼저 들어가서 저들의 반응을 볼 테니 그 다음에 공격을 부탁하오.”

    그는 일전에 율율과 거래를 했다. 자신이 비경에서 나가게 해주는 대신 그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당신은 천궁금제(天穹禁制)를 넘어서 반대쪽의 상황도 볼 수 있는 건가요?”

    율율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심협이 동술을 수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범비경의 보호 대진을 꿰뚫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다른 수단을 썼을 뿐이오. 두 명의 대승기 고수가 출규기와 응혼기 수사 백여 명을 이끌고 있소. 내 요구는 단 하나요. 저들의 진형을 흐트러뜨릴 것.”

    “겨우 대승기 수사 두 명인데 뭐가 걱정이에요? 내게 맡기세요.”

    율율이 자신 있는 듯 해맑게 웃었다.

    심협은 참마검을 들고 순양검결을 운공했다. 그러자 검에서는 찬란하기 그지없는 금빛이 떠올랐고, 강력한 순양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위능이 끓어올랐다. 순양검배는 다시 날아올라 참마검이 발산하는 순양의 힘을 흡수했다.

    참마검을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본 율율은 평온한 표정과 달리 속으로는 크게 놀랐다. 자신이 본 가장 강력한 선기들도 참마검에는 한참 못 미쳤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심협은 율율의 시선을 무시한 채 두 손으로 검을 잡고는 능숙하게 광막을 베었다.

    이내 광막에는 몇 장 길이의 구멍이 생겨났고, 주변의 보랏빛 안개가 그 틈으로 쏟아져 나갔다.

    심협은 몇 장의 청풍파장부를 꺼내 부스러뜨렸다.

    갑자기 푸른 소용돌이 몇 줄기가 허공에 나타나 주변의 독무를 광막 뒤의 석벽 통로로 몰아갔다. 이에 독무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속도는 열 배나 빨라져 순식간에 통로를 가득 메우더니 그 바깥 동굴을 향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한데 그때, 갑자기 통로 앞에서 빛이 흐르더니 두꺼운 광막이 생겨났다. 이어 금빛으로 번득이는 콩알만 한 상고불문(上古佛文)이 광막에서 솟아올랐다. 마치 송이송이 피어나는 황금빛 꽃처럼 눈부셨고, 숙연한 느낌마저 들었다.

    금색 광막과 충돌한 보랏빛 독무는 우뚝 막혀 버렸고, 그 강한 침식력으로도 뚫지 못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본 심협은 내심 당황했다.

    “수미금강진(須彌金剛陣)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율율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통로 끝의 상황을 살폈다. 그녀 역시 모종의 동술을 수련한 것 같았다.

    심협은 서적에서 불문의 수미금강진에 대해 본 적이 있다. 불문의 유명한 법진으로, 이름대로 매우 견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양종과 현구도가 그를 잡으려고 무척 공일 들인 듯했다.

    “제법 견고한 법진이긴 하다만, 나한테는 소용없지.”

    율율이 키득거렸고, 온몸이 금빛으로 빛나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사라졌다.

    거의 동시에 수미금강진 너머 동굴에서 금빛이 반짝였고, 뒤이어 금색의 거울이 나타나더니 누군가가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누구냐!”

    동굴 안의 금양종과 현구도 제자는 깜짝 놀라 율율을 향해 달려들었고, 온갖 법보와 비술의 빛이 쏟아졌다.

    동굴 중앙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던 금색 피부의 사내와 보선선사 역시 율율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자가 아니잖아! 설마 비경에 다른 사람이 있단 말인가?”

    보선선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저 여자가 누구든 우선 잡고 얘기합시다.”

    금색 피부의 남자가 짧게 대꾸하고는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두 줄기의 금빛이 손에서 쏟아져 날아갔다. 이는 금빛 발우로,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질러서 율율의 좌우에 나타났는데 둘 모두 폭이 몇 장에 이를 만큼 커진 상태였다.

    율율은 그제야 알아차린 듯 앞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두 개의 거대한 발우가 한 발 빨랐다.

    챙!

    금속음과 함께 발우가 굳게 닫히면서 율율은 안에 갇히게 됐다.

    “민 도우의 발우는 실로 현묘하오. 위력이 비범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가둘 수도 있다니, 놀랍소.”

    보선선사가 감탄하자 금색 피부의 남자, 민천(閩川)은 득의양양하여 손을 들어서 두 개의 금색 발우를 거두었다.

    한데 그때, 수십 장 너머의 허공에서 금빛이 반짝였고 안에서 금색 거울이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율율이 나왔다.

    “좋은 보물이긴 한데, 나한테는 소용없지! 호호호!”

    율율은 신이 난 것처럼 깔깔댔다.

    “아니!”

    민천은 크게 놀랐다. 그의 금색 발우는 상고 법보의 제련법으로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제련한 것이었다. 누구도 저기서 도망친 적이 없거늘, 저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빠져오지 않는가!

    그는 다시 금색 발우를 사용했으나, 율율이 한 발 먼저 움직였다. 그녀가 두 손을 크게 휘두르자 네댓 개의 분홍색 공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펑! 펑! 펑!

    분홍색 공이 폭발하면서 대량의 분홍색 안개가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가까이 있던 금양종과 현구도 수사들은 미처 피하지 못했고, 안개에 닿자마자 밭은기침을 내뱉었다. 숨도 쉬기가 어려웠고, 몸에는 순식간에 분홍색 반점이 나타났다. 안개에 맹독이 담겨 있는 것이 분명했다.

    율율은 다른 자들이 달려오기 전에 몸이 금빛으로 빛나더니 다시 한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수십 장 너머에서 나타난 그녀는 이번에는 푸른색 공을 던졌다. 푸른색 안개에 또 몇 명이 중독되었다.

    “망할!”

    민천은 대노하며 손을 들어 다시 금색 발우를 날렸다. 그 아래에서는 보선선사의 낭아봉 법보가 날카로운 소리를 울리며 날아갔다.

    두 개의 법진 금제가 반짝이면서 동굴 안은 순식간에 웅웅거리는 굉음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노란 자갈과 푸른 폭풍이 법진에서 뿜어져 나와 하늘을 뒤덮으며 율율을 향해 날아갔다.

    동굴 안은 좁아서 두 법진의 공격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율율은 피할 곳이 없어 이내 자갈과 폭풍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금경전송지술(金鏡傳送之術)은 현묘하기 그지없어 이 강력한 공격 앞에서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귀신이 동굴 곳곳을 누비는 것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맹독의 공을 던졌고, 동굴 안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심협은 천책 공간에서 명목고를 통해 이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율율에게 저런 전송 신통이 있을 줄이야! 전송이 저리 빠른 걸 보면 금경유리부만 있는 게 아닌 듯하군.”

    원구가 그의 옆에 서서 감탄했다.

    “저 여자에게 신비한 법보가 있는 모양입니다.”

    심협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 심 도우, 도우에게는 을목선둔 신통이 있으니 여기서 빠져나가면 저들은 자네를 절대 막지 못할 텐데 어째서 이렇게 복잡하게 일 처리를 하는 것인가?”

    백소천이 옆에 서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원구 또한 심협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봤다.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소. 허나 그전에 확인해야 할 게 있지.”

    심협은 그렇게 말하고는 결인했다.

    다음 순간, 수미금강진 앞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하늘을 찌르는 금빛의 부러진 검이 나타나 법진의 한쪽을 강하게 베었다.

    쾅!

    굉음과 함께 부근의 통로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고, 금색 광막도 강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부서지지는 않았다.

    “참마검으로도 부서지지 않다니, 실로 견고한 법진이로군!”

    심협은 광막 옆에 나타나 감탄하고는 참마검을 거둬들였다.

    그가 빠르게 주문을 읊조리자 온몸에서 초록 빛이 번득이더니 순식간에 그곳에서 사라졌다.

    뒤이어 그는 바깥의 동굴 출입구에서 나타났고, 그의 발아래로는 붉은 검광이 솟아올라 쏜살같이 날아갔다.

    “도둑놈! 어딜 도망치느냐!”

    마침 동굴 입구 가까이 있던 민천은 눈을 부라리며 곧장 심협을 쫓아갔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본 보선선사도 바로 뒤쫓아왔다. 하지만 동굴 입구까지 왔을 때, 앞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율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두 손에는 잔상이 나타났다.

    “만천화우(漫天花雨)!”

    수많은 암기가 그녀의 손에서 쏘아져 나갔고, 종류는 다양했지만 하나같이 맹독이 묻어 있어서 마치 알록달록한 물줄기 같았다. 이 암기들은 귀신 울음소리 같은 거센 바람 소리를 내며 보선선사를 뒤덮었다.

    보선선사는 기겁해 황급히 멈춰 서서 낭아봉을 내밀자 금색 보호막이 나타났다.

    땅! 땅! 땅!

    암기들이 보호막에 부딪힐 때마다 콩 볶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면서 금빛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 암기들은 그 위력이 놀랍도록 강력해 개중 몇몇은 보호막을 몇 촌이나 깊이 뚫고 들어갔다. 이에 금색 보호막이 쉬지 않고 떨리며 표면의 영광은 빠르게 사라져갔고, 보선선사도 휘청거리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보선선사는 어두운 안색으로 낮게 신음했다. 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금빛이 찬란하게 빛나더니 그 안에서 나한의 허상이 나타났고, 금빛의 보호막도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손을 뒤집어 낭아봉으로 강하게 땅을 내리쳤다.

    쿵!

    둔중한 소리가 울리면서 금색 파동이 요동쳤고, 지나가는 곳마다 공기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동시에 강력한 폭풍이 일어 모든 암기를 날려버렸고, 일부는 발사된 곳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율율은 어디로 갔는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심협과 민천의 모습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쫓아라!”

    보선선사는 크게 외치고는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때, 동굴 입구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더니 심협이 나타났다. 그의 온몸은 강렬한 푸른 빛으로 반짝였고, 무시무시한 한기가 폭발했다. 동굴 입구 부근 수백 장 안의 바닷물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앞길을 막았다.

    동시에 부러진 금색 검이 그의 몸에서 나타나더니 인검합일(人劍合一)이 되어 수백 장까지 늘어났다. 날카로운 검기는 마치 천지마저 베어 버릴 기세로 보선선사의 머리로 떨어졌다.

    보선선사는 심협이 갑자기 나타나 놀라던 와중에 거대한 검기가 다가오자 기겁하며 낭아봉을 들어 막았다.

    쾅! 쾅! 쾅!

    연이은 강렬한 충돌로 보선선사의 낭아봉에는 검흔이 생겨났지만, 대신 강력한 검기도 뒤로 물러났다.

    이어서 보선선사가 한 손을 세로로 세우자 은빛이 손톱에서 흘러나왔고, 그는 쉬지 않고 주문을 외웠다.

    은빛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갑자기 일곱 빛깔의 영광(靈光)을 발산하면서 넓은 광막을 이루어 심협을 뒤덮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