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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95화 (595/1,214)
  • 595화. 진짜 목적

    번개 숲의 위세를 막아낼 자신이 없었던 반사동 요족들은 서둘러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약간 늦고 말았다. 이에 몇 명의 제자가 거대한 번개의 공격에 당하려는 순간, 임심모가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두 손으로 결인하자 커다란 하얀 거울이 허공에 나타났고, 이 거울은 있는 듯 없는 한 것이 마치 허실(虛實) 사이에 존재하는 듯했다.

    “환경술(幻境術)!”

    몇 줄기 거대한 번개가 거울에 떨어졌다가 반사되어 곧장 거대한 검광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금빛의 거대한 검의 허상이 갑자기 푸르게 번득이더니 하얀 거울에 뒤처지지 않는 푸른 거울로 변했다. 이 거울은 실제로 존재했고, 겉에는 푸른 물결이 흘러 하얀 거울보다 더 현묘했다.

    거대한 번개가 거울에 떨어지자 마치 바다로 뛰어든 것처럼 순식간에 흡수되었다.

    푸른 거울의 겉면에서 뇌광이 반짝이더니 번개가 다시 뿜어져 나왔고, 번개는 임심모를 내버려둔 채 거미줄 법진으로 향했다.

    파지직!

    날카로운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더니 거미줄은 산산이 찢겨 나갔고, 법진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건……?”

    임심모의 아름다운 눈이 휘둥그레졌고, 손 파파와 박 장로는 서둘러 거미줄에서 벗어났다. 검은 법진에 갇혀 있던 여아촌 사람들도 일제히 구멍을 통해 빠져나왔다.

    “구범청련 두 송이 빚은 갚은 겁니다.”

    금빛 안에서 심협이 푸른 거울을 거두고는 여아촌 사람들을 슥 쳐다보더니 이내 돌아섰다. 그러자 수십 장 길이의 검홍이 섬 밖으로 날아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 섬 외곽에 도착했고, 하얀 광막 앞에 도착했다.

    광막 앞에서도 금빛의 검홍은 멈추지 않았고, 마치 광막이 없는 것처럼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금빛 검홍은 계속 날아가 먼 하늘로 날아갔다.

    “저자는 누구지? 어디서 본 모습인데……. 어떻게 구범청련 연못에 숨어 있었던 걸까?”

    심협을 똑바로 보지 못한 손 파파는 그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았으나, 지금은 형세가 위급한 만큼 곧장 여아촌 사람들을 지휘하여 연신단과 반사동에 맞섰다.

    여아촌 제자들은 각종 법보와 암기, 독충 등등 각양각색의 공격으로 하늘을 뒤덮었다.

    원죄는 그제야 힘겹게 번개의 공격에서 벗어났지만, 심협은 이미 오래전에 도망친 후였고 여아촌은 모두 풀려난 상태였다. 오늘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건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로 인해 엉망이 되자 화가 치밀었다. 반드시 그자를 찾아내 절단을 내고야 말리라 다짐했다. 어쨌든 지금은 눈앞의 위기부터 벗어나야 했다.

    쌍방이 격전을 벌이면서 온갖 빛이 날아다니고 허공이 흔들렸다. 격전에 정신이 쏠린 사람들은 임심모가 언제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다.

    * * *

    참마검의 비둔술은 순양검배보다 몇 배나 더 빨라 심협은 금방 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섬에서 격전 중이라 그런지 그의 예상과는 달리 호수 주변의 환술 금제는 발동하지 않았다. 물론 그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다시 한참을 날아간 뒤에야 엄청난 속도의 무지개가 천천히 멈췄다.

    참마검을 운공하는 데는 법력 소모가 커서 심협은 지금 법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커다란 무지개가 모두 사라지면서 심협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검은 갑옷을 입고 있은 데다 귀신 가면까지 쓰고 있었다. 또한 금빛에 둘러싸여 있었으니 누구도 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심협은 회복 단약을 먹고는 다시 나아가려 했다.

    “심형, 이리 들어오게. 내가 이동할 테니 일단 법력을 회복하라고.”

    원구로부터 바깥의 상황을 전해 들은 백소천의 말에 심협도 거절하지 않고 그를 불러내더니 당부했다.

    “누군가 쫓아올 수도 있으니 전속력으로 날아가야 하오.”

    “알겠소.”

    백소천도 상황의 심각함을 알고 있었기에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협은 공간의 출구를 알려주고는 임랑환을 빼서 백소천에게 건네려 했다.

    그때였다.

    “잠깐!”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하면서도 또 가까이에서 말하는 것 같은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냐?”

    백소천의 표정이 급변했고, 심협은 현음미동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자신의 왼팔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언제 묻었는지 알 수 없는 매우 얇고 투명해서 아무런 무게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은 거미줄이 붙어 있었다. 만약 현음미동을 운공하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미줄의 끝이 섬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니 떠나기 전에 누군가 몰래 붙여 놓은 게 분명했다.

    “이걸 못 알아채다니!”

    심협은 참마검으로 끊으려 했으나, 거미줄은 참마검에 붙어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심협은 미간을 찌푸리고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푸른 빛이 손에서 날아가더니 예리한 얼음의 도가 거미줄을 열렸고, 순식간에 중간이 부러져 호수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투명한 거미줄이 갑자기 은색으로 변하더니 눈부신 은빛과 함께 수많은 은색 부문이 번득이면서 법진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담황색 옷을 입은 임심모가 모습을 나타냈다.

    “임 소저!”

    백소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당신들이었군요!”

    임심모는 백소천과 심협을 보고는 당황했다.

    “임 소저? 여기서 혼자 뭐하시오?”

    그녀가 나타난 방식에 심협은 내심 놀랐다. 모용옥이 보였던 천잠사 신통과 비슷했다. 모두 공간의 힘을 응용한 것이었다.

    “당신이 마갑(魔甲)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마기로 덮여 있어서 당신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임심모는 심협을 바라보며 말했다.

    심협은 말없이 임심모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이 여인이 무슨 목적으로 쫓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들의 정체를 들킬 수는 없었다.

    “두 분은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들을 쫓아온 게 아닙니다. 두 분은 방금 그 연못에 숨어 있었으니 상당한 수확이 있었겠죠. 몇 가지 보물과 구범청련을 교환하고 싶습니다.”

    임심모는 심협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심협은 가볍게 웃더니 천천히 사라져갔다. 잔상만 남은 것이다.

    다음 순간, 임심모의 뒤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붉은 비검이 허공에 나타나 그녀의 뒤를 노렸다.

    임심모는 깜짝 놀라 두 다리에서 별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그녀의 몸은 여덟 개의 잔상으로 변하여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형환영 신통이었다.

    하지만 붉은 비검의 반응도 매우 빨랐다. 검이 흔들리더니 빛이 수천 개의 가느다란 붉은 검사로 변하여 순식간에 반경 수십 장을 뒤덮어버렸다.

    임심모의 잔상들은 검사에 모두 꿰뚫려 사라졌다.

    검사가 뒤덮은 곳의 끝자락에 혈광이 번쩍이더니 임심모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의 한쪽 팔은 10여 군데나 관통돼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붉은 검기가 물러나는 그녀를 바로 뒤쫓았다.

    임심모는 순간의 충동을 후회했으나, 재빨리 두 손을 펼치며 나직이 외쳤다.

    “반사진(盤絲陣)!”

    쉭 하는 소리가 연이어 울리면서 수백 개의 하얀 거미줄이 손에서 쏟아져 나와 하얀 선으로 이루어진 법진이 되어 붉은 검사와 충돌했다.

    이 거미줄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검사를 감쌌다. 그러자 붉은 검사의 기세가 줄어들었고, 날카로운 빛도 빠르게 사라졌다. 마치 절세 영웅이 부드러운 그물에 떨어진 것 같았고, 백련강(百鍊鋼)이 흐물흐물해지는 것 같았다.

    임심모는 반격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러는 대신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그때, 눈앞의 허공이 흔들리더니 심협이 나타났다. 그가 소매를 흔들자 금빛 용각단추가 임심모를 향해 날아갔다. 뿐만 아니라 거미줄에 묶였던 붉은 검사도 갑자기 번득이더니 빠르게 한곳으로 모여들어 몇 장 길이의 붉은 검으로 변해 뜨거운 불길을 뿜어내면서 쏜살같이 날아갔다.

    거미줄이 잘려나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붉은 검이 순식간에 임심모의 몇 장 뒤까지 쫓아왔다.

    앞뒤로 공격을 받은 임심모는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서 초록빛이 번득이더니 오래된 듯한 짙은 녹색 나팔이 나타났다.

    뿌우!

    임심모가 나팔을 불자 귀에 거슬리는 음파가 빠르게 퍼지면서 부근의 허공이 강하게 흔들렸고, 실제 폭풍 같은 음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 음파가 용각단추와 거대한 붉은 검에 떨어지자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용각단추와 붉은 검 모두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한편, 용각단추 뒤에 있던 심협이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더니 고통스러워했다.

    멀리 있던 백소천도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시선이 흐려지더니 고통에 신음했다.

    이 음파에는 신혼 공격 능력이 담겨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나팔 소리가 갑자기 둔탁해졌고, 끊어질 듯 말 듯 가늘고 어지럽게 흔들렸다.

    “마음섭혼(魔音攝魂)!”

    백소천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손발이 저절로 춤을 추기 시작하자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임심모가 다치지 않은 왼팔을 뒤집자 초록 빛이 손에서 빠져나와 푸른 넝쿨 채찍으로 변했다. 겉에 달린 잎사귀는 도광(刀光)으로 반짝여 살기가 등등했다.

    채찍이 길게 늘어지면서 번개처럼 빠르게 수백 장을 날아가 심협의 몸을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심형!”

    백소천은 포효하며 도우러 가려고 했지만, 여전히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에 몸을 제어할 수 없었다.

    용각단추와 붉은 검의 공세도 갑자기 멈췄고, 반짝이던 빛도 점점 어두워졌다.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먼저 날 공격한 것은 당신이에요. 그러니 날 원망하지 말아요.”

    임심모는 손을 휘둘러 채찍을 거두었다.

    그때, 채찍에 몸이 뚫렸던 심협의 몸이 갑자기 푸른 빛으로 변하며 사라졌다.

    “분신!”

    임심모의 두 눈이 커졌다. 푸른 넝쿨 채찍 끝에는 어느새 은색의 둥근 고리가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수많은 하늘색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즉각 채찍을 흔들어 은색 고리를 날려버리려 했고, 매우 재빨랐지만, 한 발 늦고 말았다.

    푸른 빛으로 반짝이는 손이 임심모 옆의 허공에서 불쑥 튀어나오더니 가볍게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임심모의 몸이 순식간에 얼음 갑옷으로 뒤덮였다. 녹색 나팔도 함께 얼어붙으면서 소리도 뚝 끊겼다.

    푸른 손이 있던 곳에서 심협이 나오더니 넝쿨 채찍에서 은색 고리를 빼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나도 당신을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심협이 담담하게 웃고는 손을 얼음 조각 위에 대자 손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천책 허상이 나타나 촤라락 펼쳐졌다. 다음 순간, 얼음 조각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천책 공간으로 들어갔다.

    나팔 소리가 사라지면서 백소천도 몸의 통제를 되찾고는 재빨리 다가왔다.

    “심형, 어떻게 된 건가? 그녀 옆에 숨어 있으면서 어떻게 그녀의 마음섭혼을 막아낸 거지?”

    그는 좀 전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지 다급하게 물어봤다. 특히 나팔에서 흘러나온 마음섭혼은 위력이 강력해 대승기 존재도 막을 수 없을 듯해 보였는데 심협은 전혀 영향이 없지 않은가.

    “별것 아니오. 본체는 처음부터 금색 공간에 숨어 있었고, 분신이 싸우게 한 것이오. 그러니 마음섭혼도 소용없을 수밖에…….”

    심협의 설명은 간단했으나, 백소천의 표정은 복잡했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긴박한 싸움에서 순간적으로 이런 전술을 생각해내고 실행하는 것은 자신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임 소저는 괜찮은가? 내 보기에 악의는 없어 보이던데…….”

    백소천이 걱정되는 듯 물었다.

    “괜찮소. 진창해로 잠깐 얼려놓은 것뿐이오. 걱정 말고 백형은 계속 가시오.”

    심협은 임랑환을 백소천에게 건네주고 자신은 천책 공간으로 들어갔다.

    백소천은 곧장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심협은 천책 공간 안에 나타났다.

    심협은 꽝꽝 얼어버린 임심모 위에 손을 얹더니 손에서 푸른 빛을 뿜어냈다. 얼음조각상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두세 호흡 뒤에 차가운 기운으로 변해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심협은 흡족한 듯 웃었다. 그동안 설백단을 복용하며 수련한 덕에 진창해 신통으로 적지 않은 한기를 흡수하고 거둘 수 있었다.

    얼음이 사라지자 다시 자유를 되찾은 임심모는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서둘러 뒤로 물러나 심협과의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주변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네모난 반투명한 금색 보호막이 나타나 그녀를 가두었다

    “심 도우, 뭘 하려는 거죠? 두 분을 쫓아온 것은 정말로 구범청련을 좀 얻고 싶었던 것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임심모는 마치 만 장 크기의 거대한 산에 짓눌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저항을 포기하고는 불쌍한 눈으로 심협을 바라봤다. 마치 사람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붙잡힌 순수하고 불쌍한 작은 사슴이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것 같았다.

    “난 백소천이 아니니 그런 유혹술은 통하지 않소. 진짜 목적을 말하시오. 자백하게 할 특수한 방법이 있으나,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으니까.”

    심협이 담담하게 말하자 뒤에서 수많은 고충이 날아올랐다. 어떤 것은 구더기처럼 생겼고, 어떤 것은 지렁이 같았으며, 또 어떤 것은 개미처럼 생긴 것들이 하나로 뭉쳐 꿈틀대는 모습이 퍽 징그러웠다.

    “당신…… 고사였어?”

    온몸에 소름이 돋고 등골이 오싹해진 임심모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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