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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90화 (590/1,214)
  • 590화. 보물 구슬

    한편, 통로 안의 기운을 느낀 심협은 표정이 조금 굳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자신의 신식보다 훨씬 강력한 신식이 흘러나온 것이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바로 멈춰 서서 전력으로 은신부를 발동하자 그의 몸이 흐려졌다.

    은신부는 은신 외에도 신식을 감추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움직이지 않을 때에만 발동된다.

    통로 안의 신식은 심협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채 그대로 동굴 밖의 싸움 현장까지 퍼져 갔다.

    눈물 요괴도 통로 안에서 갑자기 폭발하는 무서운 기운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남흑색 안개를 발동하는 데 전념하여 눈앞의 싸움에 집중했다.

    심협은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그러나 방금 흘러나온 신식은 이상할 정도로 강력했기에 발각될까 봐 감히 신식으로 안을 살펴볼 수도 없었다.

    “심 도우, 내 명목고(暝目蠱)를 사용해보십시오.”

    심협의 머릿속에서 원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목고?”

    “관찰용 벌레인데 눈에 보이는 장면을 사용자의 눈으로 전송해주지요. 게다가 이 벌레는 먼지만 할 정도로 작은 고충이라 신식으로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내 평소에 바깥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도 이 벌레를 도우 몸에 붙여놓은 덕이지요.”

    “난 고사도 아닌데 어떻게 명목고가 보는 걸 볼 수 있겠소?”

    심협은 고사 신통의 신기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물었다.

    “심 도우는 나와 계약으로 이어져 있으니 내가 계약의 힘을 통해서 화면을 심 도우에게 전송해주겠습니다.”

    원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부탁합니다.”

    몇 호흡 뒤, 심협의 눈이 반짝이더니 어떤 장면이 갑자기 나타났다. 통로 안의 상황이었다.

    “저 금색 남자는 생김새가 그때 하얀 부채를 들고 있던 자와 닮은 걸 보니 저자가 금양종 종주 민천이고, 저 중은 현구도의 보선선사겠군. 한데 저 법진은 뭐지……?”

    심협은 동굴 안의 여섯 사람을 천천히 살펴보고는 땅에 있는 금빛 법진을 바라봤다. 자신의 운추법진과 매우 비슷해 보였다.

    금색 피부의 남자가 손에 든 청동 도끼의 얼룩은 완전히 사라졌고, 눈부시기 그지없는 푸른 빛을 뿜어내면서 천천히 앞에 있는 하얀 빛의 광막을 조준했다.

    심협은 얼른 금빛 법진을 부수고 저들을 막을까 생각했지만, 잠시 후 생각을 바꿨다.

    ‘참마검으로 금제를 부술 수는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저자가 저 강력해 보이는 도끼로 광막에 충격을 줄 수만 있다면 내가 할 일이 많이 줄어들 거야.’

    금색 피부 남자가 두 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자 청동 도끼는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고, 몇 호흡 뒤에는 수 장 크기의 거대한 도끼로 변했다. 도끼날은 광막을 향하고 있었다.

    “베어라!”

    그가 크게 외치고는 손목을 틀자 거대해진 청동 도끼가 푸르게 번득이더니 번개처럼 하얀 광막을 내리쳤다.

    콰르릉! 쾅!

    하늘을 찌르는 푸른 빛과 공음이 광막에서 연거푸 터졌다.

    보기에는 힘겨워 보였지만, 청동 도끼는 여전히 광막을 내리쳤다. 이에 광막에는 2척 길이의 균열이 생겼지만, 한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여전히 작았다.

    ‘저 도끼는 실로 강하지만 참마검에는 한참을 못 미치는군. 하긴, 그럴 수밖에. 참마검은 치우를 베었던 신기니까.’

    한편, 금색 피부의 남자는 광막이 베어지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균열을 더욱 크게 벌리려고 도끼를 다시 크게 들어 올렸다.

    그때, 보랏빛 짙은 안개가 갑자기 균열 사이로 흘러나오더니 빠르게 통로 안에 가득해지더니 금세 금색 피부의 남자 등으로 다가왔다.

    “이건 자심독무(紫芯毒霧)! 설마 저 안에는……? 어서 물러나시오! 이 독무의 독은 매우 강력하여 조금만 퍼져도 절대 막을 수 없이 죽게 되오!”

    금색 피부 남자의 두 눈이 갑자기 커지더니 서둘러 청동 도끼를 거두는 동시에 놀라서 소리쳤다. 이 독무에 관해 알고 있는 듯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결인하여 아래에 있는 법진을 움직였다.

    법진의 무늬가 갑자기 번득이더니 폭발하면서 하얀 빛의 파도를 사방으로 뿜어내 퍼져 나가면서 보랏빛 안개를 뒤로 몰아냈다.

    그 틈에 금색 피부의 남자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는 지금 만독주를 아들에게 맡겨둔 것을 후회했다.

    ‘겨우 찾은 비경이 눈앞에 있거늘, 만독주가 없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니!’

    다른 다섯 명도 곧장 각자의 수단으로 일제히 통로 밖으로 도망쳤다.

    그때, 그들의 옆에서 갑자기 보랏빛이 반짝이더니 푸른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 자세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남자의 몸에서 빛나던 빛이 갑자기 보랏빛 고리로 변하더니 몸을 감쌌다. 그리고 푸른 옷의 남자는 빛의 고리를 의지하여 그대로 보랏빛 독무 안으로 달려들었다.

    “만독 보호막! 만독주가 저자에게 있구나!”

    금색 피부의 남자는 청의의 남자 주변의 보랏빛 고리를 보고는 흠칫 놀라더니 금빛을 쏘아 보냈다.

    청의의 남자는 번개처럼 빠르게 몸을 흔들어 금빛 공격을 피하고는 보랏빛 독무 안으로 사라졌다.

    보랏빛 독무는 그의 보랏빛 보호막에 닿자 완전히 차단되었다. 게다가 빛의 고리에 닿은 독무는 마치 상극을 만난 것처럼 빠르게 흩어졌다.

    심협은 보호막을 보고는 안심하며 하얀 빛의 광막 옆에 서서 참마검을 꺼내 들었고, 법력을 운공하자 참마검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광막의 베어진 틈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기에 참마검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새도 없이 강하게 내리쳤다.

    퍽!

    둔탁한 소리가 울리면서 균열은 다시 커졌고, 3척까지 길어져서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심협은 푸른 그림자로 변하여 광막의 균열로 뚫고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이 광경에 금색 피부 남자는 놀람과 분노가 교차했고, 눈시울은 거의 찢어질 지경이었다.

    ‘저자가 만독주를 가지고 있는 걸 보니 아들은 이미 죽었구나.’

    그러나 통로 안에는 독무가 빠르게 퍼졌기에 그는 쫓아가기는커녕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편, 통로 밖의 눈물 요괴는 통로 안의 광포한 기운을 느꼈고, 두 명의 대승 수사가 빠르게 밖으로 나오는 걸 보고는 다른 사람들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동굴 밖으로 달아났다.

    도망치는 도중에 다시 은신부를 발동하자 그녀의 몸이 흔들리더니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

    심협은 눈앞이 흐려지더니 보랏빛 공간 안에 나타났다.

    그는 곧장 정신을 집중하여 주변을 살폈다. 곳곳이 보랏빛 안개로 가득하여 하늘마저 가려진 상태라 끝이 보이지 않았고, 이곳은 맹독의 세계 같았지만, 만독주의 보호 덕에 그는 무사했다.

    땅은 마치 맹독에 물든 것처럼 자흑색(紫黑色) 흙으로 물들어 있었고, 곳곳이 텅 비어 있어서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하얀 빛의 광막이 우뚝 솟아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광막이 비경의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광막 뒤에 이런 세계가 있을 줄이야!”

    천책 안에서 원구의 놀란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백소천도 옆에 있었지만, 그는 원구처럼 밖을 볼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에 그저 상황을 전해 듣는 수밖에 없었다.

    “심형이 그 보랏빛 독무를 막는 방법을 찾아냈을 줄은 몰랐군. 여아촌에서 고급 해독 단약을 가지고 왔는데 쓸모가 없겠어. 도대체 어떻게 한 겐가?”

    백소천은 원구의 설명을 듣고는 놀라며 물었고, 심협은 만독주를 얻게 된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만독주!”

    백소천과 원구는 그 말에 거의 기겁한 듯 소리쳤다.

    “왜들 그러시오? 이 구슬에 무슨 문제라도 있소?”

    심협은 두 사람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다소 긴장하며 물었다.

    “여아촌에서 고충을 사용하여 구범청련에 관한 단서를 찾을 때 우연히 여아촌의 출규기 수사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만독혼원주라는 보물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여아촌의 지보로,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다더군요. 한데 몇 년 전 잃어버렸다고…… 그게 어떻게……?”

    원구가 천천히 말했다.

    “나도 임 소저에게서 만독혼원주에 대해 들었는데, 심형이 가진 것과 비슷했다네.”

    백소천까지 그리 말하자 심협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우연이 일어날 수 있을까? 만독주가 정말로 그 만독혼원주란 말인가? 아니, 애초에 여아촌의 지보가 어떻게 그 청년에게 있었던 걸까?

    “어쨌든 앞으로 이 구슬은 조심히 보관해야겠군.”

    심협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손을 뒤집어 검은 정석을 꺼내 법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정석 안의 성분이 빠르게 푸른색으로 변했다. 이어서 땅에 슬쩍 내려놓자 정석은 검은 빛으로 변하더니 땅속으로 3장 정도 파고들어간 후에 멈췄다.

    정석에 담긴 법력이 표식이 되어 나중에 다시 돌아올 때 이곳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심협은 정석의 흔적을 지운 후, 대략 방향을 확인하고는 보랏빛으로 변하여 날아가며 옥침을 운공했다.

    천책 허상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만독주 형상의 보호막으로 날아갔다.

    천책이 펼쳐지며 강력한 흡수의 힘이 뿜어져 나와 부근에 있는 대량의 보랏빛 맹독을 흡수했고, 짙은 안개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금양종의 금색 피부 남자와 보선선사의 반응으로 미루어 이 독무를 잘 사용하면 좋은 공격 수단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책 공간은 매우 넓고 그 안의 모든 것은 자신이 제어하고 있으니 원구 등을 다치게 할 걱정도 없었다.

    한참을 날아가자 보랏빛 독무도 끝이 났는지 드디어 옅어지기 시작했다.

    심협은 속도를 높여 금세 보랏빛 독무의 영역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검은 호수에서는 때때로 물거품이 올라왔고, 그 위의 질퍽질퍽한 공기에는 부식의 기운이 가득했다.

    호수 부근의 천지영기는 매우 짙었고, 수많은 영초와 영약이 자라고 있었으며, 적지 않은 하급 요물이 돌아다녔다.

    심협은 이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신식을 넓게 펼쳤지만, 강력한 속박의 힘이 신식이 펼쳐지는 걸 막았다.

    “양의미진진처럼 신식이 펼쳐지는 걸 막는구나. 좋지 않군.”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내 고충으로 찾아보는 건 어떻소? 딱 봐도 땅이 넓어 보이는데…….”

    “그것도 좋겠군요.”

    원구의 말에 심협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책을 불러내 고충들을 풀었다.

    고충들은 바로 흩어져서 사방으로 날아갔고, 심협도 만독주를 거둬 방향을 정해 이동했다.

    이곳은 아마 구검 비경일 가능성이 크니 빨리 날 수 없었다. 이에 심협은 다시 은신부를 운공하여 행적을 감췄다.

    어느 정도 날아가자 진흙 같은 호수는 조금씩 사라지고 맑은 물이 흐르는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심협은 환경이 바뀌는 걸 보자 마치 잔잔한 호수 아래 무언가 숨어 있는 것처럼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이곳은 신식을 넓게 펼칠 수 없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때, 아래의 호수에서 갑자기 굉음이 울리더니 흉악하고 커다란 입이 쩍 벌어진 채 사납게 달려들었는데,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은신부를 간파할 줄이야!”

    심협은 가슴이 철렁해 두 발에서 별빛과 달그림자를 크게 일렁이며 엄청난 속도로 그 입을 피해 움직였다.

    그를 기습한 것은 바다표범 요괴였다. 보통의 바다 요괴보다 열 배는 더 컸고,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했으며, 등에는 흉악한 뿔들이 솟아 있었다.

    기습에 실패한 바다표범 요괴는 곧장 꼬리를 휘둘렀다. 그러자 검기 같은 물살이 심협을 향해 날아갔다.

    “명을 재촉하는군!”

    싸늘하게 내뱉은 심협이 검결을 결인하자 붉은 검광이 날아가 마치 번개처럼 바다표범 요물을 빠르게 베었다. 참마검에 담긴 순양의 힘을 흡수하면서 순양검배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위력도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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