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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89화 (589/1,214)
  • 589화. 침입

    심협은 익숙하지 않은 물고기 꼬리를 열심히 흔들었고, 잠시 후 익숙해지고는 눈물 요괴의 동부를 향해 헤엄쳤다.

    이 물고기는 바닷속에서만큼은 응혼기 수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을 정도로 빠르기에 특별히 이 물고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 무렵, 눈물 요괴의 해저 동부 밖에는 눈부신 하얀 빛으로 만들어진 광막이 펼쳐져 있어서 거대한 동굴 안은 바닷물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또한 30여 명의 금양종 제자와 예닐곱 명의 스님이 그곳에 서서 일제히 눈물 요괴의 거처인 석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실 안, 심협이 막아놨던 통로가 파헤쳐져 있었고, 이따금 커다란 바위가 밖으로 날아왔다.

    곧이어 안에 있던 돌이 전부 파헤쳐졌고, 금양종의 금색 피부 사내와 덩치가 큰 스님이 통로 깊은 곳에서 하얀 빛의 금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 요괴의 둥지에 이리 강력한 금제가 있을 줄은 몰랐소. 보아하니 이 통로는 누군가에게 파헤쳐졌던 같은데 아마도 내 아들과 보상도우를 죽인 자의 짓일 것이오.”

    금색 피부의 남자는 놀란 듯 말했지만 이내, 다시 침통해졌다.

    “소승도 그렇게 생각하오. 방금 내 천안(天眼)으로 살펴보니 금제 안에 비경이 있는 것 같소!”

    덩치가 큰 스님이 말했다.

    “비경! 보선(寶善)도우, 정말이오?”

    금색 피부의 남자가 놀란 듯 되물었다.

    “소승의 천안은 수련이 깊지 못하지만 안력은 그래도 자신이 있소.”

    보선선사는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민 아무개가 실언했소. 보선 도우께서는 나무라지 마시오.”

    금색 피부의 남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과했지만,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워 보였다.

    보선선사는 개의치 말라는 듯 손을 가볍게 저었다.

    하얀 빛의 광막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두 눈은 뜨겁게 타올랐다.

    미지의 비경.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큰 수확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어떤 중요한 비보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 보고는 바로 광막을 공격했다.

    금색 피부 남자의 금발(金鈸) 같은 법보가 금빛 무지개로 변하여 강하게 광막을 내리쳤다.

    곁에서 보선선사가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금빛 찬란한 낭아봉이 그의 소매에서 날아가 광막에 꽂혔다.

    퍼펑!

    굉음과 함께 눈부신 금빛이 폭발했고, 광막이 흔들렸다. 그러나 광막은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았다.

    두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법력을 더 주입하자 금발과 낭아봉은 더욱 밝은 빛을 발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자 광풍이 일고 금빛이 사방으로 튀었다. 땅속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통로의 태산 같은 암벽도 두 보물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아무리 공격해도 광막은 그저 강렬하게 흔들릴 뿐, 여전히 멀쩡했다.

    “우리 두 사람의 협공으로도 부술 수 없다니, 실로 견고한 광막이오. 통로를 먼저 파낸 자도 금제를 부수지 못해서 그저 막아 놓기만 한 모양이오.”

    금색 피부의 남자는 공격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도우의 요일금발(曜日金鈸)과 내 파살법봉(破煞法棒)은 우리의 가장 강력한 법보인데도 실패하다니, 어찌 하면 좋겠소? 이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가?”

    비경 앞에서는 보선선사도 이전과 같은 선인의 풍채와 도사의 풍모를 잃고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민 도우, 무슨 대책이라도 있소? 괜찮으니 말해보시오.”

    보선선사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금색 피부 남자를 보며 물었다.

    “방법이 있긴 한데, 보선 도우와 휘하의 명정(明正), 명양(明陽) 두 제자와 제 휘하의 출규 후기 제자의 힘이 필요하오. 다만 이 방법을 시전하면 우리는 경지에 막대한 손상을 입을 수도 있소.”

    “오, 민 도우에게 그런 수단이 있었소? 도대체 어떤 신통인데 그러시오?”

    보선선사가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

    “제게 보물이 하나 있는데, 진선기의 법력으로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소. 오래국 화과산에서 얻은 비법인데, 수사 여러 명의 법력을 잠시 하나로 합칠 수 있소. 도우와 나 그리고 네 명의 출규 후기 수사까지 더하면 진선에 근접한 수준까지는 도달할 테니 이 보물을 발동하여 저 금제를 부술 수 있을 것이오. 단, 이 비법을 시전하는 대가는 매우 커서 경맥이 손상을 입으니 수년간 정양해야 겨우 회복될 것이오. 그러니 보선 도우께서 결정하시오.”

    금색 피부의 남자는 머뭇거리다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보선선사는 그 말에 안색이 변했으나, 잠시 후 이를 악물며 말했다.

    “부귀영화를 누리려면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했소. 내 함께하겠소.”

    “좋소.”

    금색 피부의 남자와 보선선사는 한층 진중해진 안색으로 각자 자신의 제자를 불렀다.

    곧 네 명의 수사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두 명의 금양종 제자와 다른 두 명의 승려였다.

    금색 피부의 남자는 네 사람에게 자리를 지정하여 앉게 한 뒤 하얀 영문필(靈紋筆)을 꺼내 땅에 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금세 반경 3장 정도의 법진이 완성됐다.

    법진 안에는 여섯 개의 원이 있어 네 사람은 하나씩을 차지하고 앉았다.

    보선선사도 남은 하나의 원에 들어갔다.

    금색 피부 남자는 마지막 남은 원에 들어가 가부좌 틀고는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눈부신 금빛이 그의 몸에서 폭발하면서 법진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금빛은 천천히 그의 몸을 벗어나 법진의 무늬를 따라 옆에 있는 금양종 제자에게 모여들었다.

    금빛은 그자에게서 잠시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흘러서 다시 그 옆에 앉은 금양종 수사에게로 흘러갔다. 금빛이 떠나간 첫 번째 금양종 수사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기운도 매우 약해졌다.

    * * *

    심해. 눈물 요괴는 설레는 마음으로 해저의 동부로 들어갔다.

    한데 해저 틈새에 도착하려는 순간, 세 줄기 둔광이 눈앞에 나타났다. 세 명의 금양종 제자였다. 그러나 이들의 경지는 응혼기에 불과했다.

    “감히 내 영역에 침범하다니!”

    눈물 요괴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그동안 심협에게 억눌려왔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그녀의 몸에서 갑자기 푸른 안개가 뭉클뭉클 일어나 세 사람을 뒤덮었다.

    “헉! 대승기 바다 요물!”

    세 명의 금양종 제자는 기겁해 법기로 막으며 재빨리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과 눈물 요괴는 경지의 차이가 너무도 컸다. 몇 장을 물러나기도 전에 이들은 푸른 안개에 뒤덮였고, 그 순간 뼈를 찌르는 한기가 폭발하면서 세 사람은 그대로 얼음 동상으로 변했다.

    세 사람을 단숨에 처치하고 나자 눈물 요괴는 기분이 조금 풀려 다시 동굴로 들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눈앞에 두 명의 수사가 나타났는데, 이들 또한 금양종 복장이었다.

    눈물 요괴는 머리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그것도 모두 같은 종문의 수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눈물 요괴는 심협에게서 받은 은신부를 몸에 붙이고 요기를 운공했다.

    그녀의 몸이 미약한 하얀 빛의 광막에 둘러싸이더니 투명해졌고, 완전히 바닷물 속에 녹아들어 보이지 않게 됐다.

    먼 곳에 있던 두 명의 금양종 수사 옆을 지나쳤으나, 그들은 눈물 요괴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자가 준 은신부의 효과가 괜찮구나.’

    심협을 향한 분노가 조금은 누그러진 눈물 요괴는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지는 길에서도 몇 명의 인간족 수사를 마주쳤지만, 은신부의 현묘함 덕분에 전혀 발각되지 않은 채 그녀는 매우 순조롭게 해저 틈새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알아채지 못했다. 자신의 뒤를 한 마리 물고기가 쫓아오고 있음을…….

    바다에는 물고기가 곳곳에 널려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눈물 요괴는 자신이 오랫동안 살던 동굴로 들어갔다. 한데 깊은 곳에 도착한 순간, 그녀의 눈에 하얀 빛의 광막과 함께 금양종과 현구도의 수사들이 나타났다.

    석실에서는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벽은 모두 파헤쳐져서 통로가 훤히 드러나 있었고, 눈부신 금빛이 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인간족 수사놈들, 감히 내 땅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눈물 요괴가 대노하여 두 손을 어지럽게 흔들자 모든 요력이 팽창했다. 이에 은신부의 은신 효과도 순식간에 사라졌고, 대량의 푸른 안개가 그녀의 몸에서 벌 떼처럼 날아가 순식간에 하얀 빛의 광막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눈물 요괴의 두 눈에 먹물처럼 검은빛이 떠올랐고. 이어서 검은 눈물이 뿜어져 나와 푸른 안개와 하나가 되었다. 안개는 농도가 더욱 짙어졌고, 색깔도 남흑색(藍黑色)으로 변하여 금양종 제자와 현구도의 승려들을 뒤덮었다.

    여기까지 두 호흡도 채 걸리지 않았기에 금양종과 현구도 수사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남흑색 안개에 뒤덮이고야 말았다.

    두 세력의 수사들은 온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는가 싶더니 피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강력한 원망이 신혼으로 파고들었다. 이들은 표정이 급변해 서둘러 각자 보호막을 펼쳐서 방어했다.

    “눈물 요괴다!”

    두 세력의 수사는 곧장 눈물 요괴를 발견하고는 법보로 반격했다.

    “목숨을 내놓아라!”

    허나 이들 중에는 출규 후기조차 없었으니 눈물 요괴는 홀로 여럿을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차가운 안개를 뿜어냈다.

    * * *

    동굴 밖 커다란 바위 뒤. 물고기로 변한 심협은 조용히 잠복하고 있었다.

    ‘금양종 사람들이 정말로 여기까지 찾아왔구나. 상황을 보아하니 저들도 광막을 부수려는 모양이군.’

    심협은 곧장 변신을 풀어서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읊조리고는 손을 흔들었고, 그러자 거울 요괴가 나타났다.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거울 요괴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잠시 얼굴에 놀란 기색이었지만, 더는 묻지 않고 공손하게 심협에게 예를 올렸다.

    심협이 손을 뒤집어서 무언가를 꺼냈다. 양의미진진과 옥간이었다.

    “이 포진 도구를 들고 부근의 안전한 곳에 설치해라. 포진하는 방법은 옥간 안에 쓰여 있다.”

    그는 나성성에 있는 동안 나성군도에 있는 종파의 상황을 파악했고, 그와 원한이 있는 금양종은 당연히 더 자세하게 조사했다.

    금양종은 매우 강력했고, 종주 민천(閩川)의 경지는 대승 후기였다. 심협의 지금 실력이면 대승기도 그리 두렵지 않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상책이었다.

    “네, 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전에 죽인 인간족 수사에게서 법진에 관한 책을 얻은 적이 있지요. 하여 저도 법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거울 요괴는 진기와 진반을 받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심협은 거울 요괴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는 다시 눈물 요괴의 석실로 시선을 돌리고는 은신부로 모습을 숨긴 채 조용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석실 안에는 금색 피부의 남자 등 여섯 명이 법진을 이루고 있었다. 웅대한 금빛이 법진 안에 있는 보선선사의 몸을 지나 다시 금색 피부 남자에게로 돌아갔다.

    그 순간, 보선선사의 기운이 갑자기 약해지면서 안색도 창백해졌다.

    반대로 금색 피부 남자의 몸은 갑자기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금빛으로 빛났고, 몸 주변에 만들어진 웅대한 금빛 고리는 더욱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그의 경지와 기운이 진선기로 치솟았다.

    금색 피부 남자는 환하게 웃더니 품에서 얼룩이 가득한 작은 청동 도끼를 꺼냈다.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도끼였다.

    하지만 사내는 그것이 매우 위험한 물건이라도 되는 듯 조심했다.

    금색 피부 남자는 도끼를 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내 청동 도끼가 손에서 벗어나 허공에 떠오르면서 푸른 빛은 점점 더 밝아졌다. 도끼의 얼룩은 금세 사라졌고, 기이할 정도로 빛나면서 난폭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음침하고 차가운 기운이 밖에서 흘러들어왔다. 그 안에는 금양종 제자와 현구도 수사의 비명도 섞여 있었다.

    “요물이 습격했다!”

    도끼를 바라보고 있던 보선선사는 밖에서 비명이 들려오자 곧장 튀어나가려 했다.

    “보선 도우, 멈추시오! 법진은 방금 효과를 발하기 시작했소. 지금 누구도 떠나서는 안 되오. 안 그러면 우리는 법진의 부작용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오.”

    보선선사는 그 말에 우뚝 멈춰 서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봤다.

    반면 금색 피부의 남자는 바깥의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그저 청동 도끼를 발동하는 데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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