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화. 눈물 요괴의 진주

땅! 땅! 땅!

연속으로 굉음이 들리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금빛 선장은 눈물 요괴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이와 동시에 보상선사의 뒤에서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그곳에 심협이 나타났다. 심협은 곧장 현황장곤(玄黃長棍)으로 보상선사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천지를 뒤덮는 기세가 머리를 향해 다가왔지만, 보상선사는 계획대로 됐다는 듯 씩 웃었다. 그의 홍포가 갑자기 몸에서 떨어져 나가서 현황장곤을 맞이했다.

하지만 홍포보다 그의 왼손이 더 빨랐다. 가느다란 침이 머리카락처럼 검은 빛을 발하더니 쏜살같이 심협의 몸에 꽂혔다.

쾅!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눈부신 뇌광이 폭발했다. 두꺼운 하얀 번개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하얀 공간이 강하게 흔들렸다.

심협은 뇌광에 휩쓸려 완전히 사라졌고, 현황장곤도 공격을 가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보상선사의 얼굴에서 긴장이 풀렸다. 그의 몸에는 이제 법력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 공격이 최후의 일격이었다. 만약 성공하지 못했다면 단념해야 했다.

다행히 모든 게 순조롭다고 생각하고 심신이 풀어진 그때, 등 뒤에서 금빛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그의 목을 감쌌다.

보상선사가 목에 서늘한 기운을 느낀 순간, 그의 머리는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머릿속 신혼도 금빛에 당해 맹렬한 기세의 기운이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이때 금빛의 정체가 드러났다. 바로 암금색의 부러진 검, 참마검이었다.

한편, 보상선사 맞은편에서 이를 지켜본 눈물 요괴는 놀랐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뒤로 물러나며 기회를 틈타 도망치려 했다.

한데 주변의 허공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여덟 개의 인영이 나타나 그녀를 에워쌌다.

이렇게 나타난 여덟 명의 심협은 현황장곤을 휘둘러 눈물 요괴의 몸 곳곳을 공격했다.

눈물 요괴는 눈을 부릅뜨고 맞서려 했다.

이때 손 하나가 하얀 공간에서 튀어나오더니 한 발 앞서 눈물 요괴의 어깨를 눌렀고, 하늘을 찌르는 한기가 순식간에 눈물 요괴의 모든 행동을 제지했다.

뒤이어 눈물 요괴의 몸에 얼음이 맺히더니 ‘콰직’ 소리를 내며 빠르게 두꺼워져갔다. 그리고 불과 몇 호흡 만에 눈물 요괴는 몇 장 높이의 얼음산이 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눈물 요괴가 얼음에 갇히면서 여덟 명의 심협도 우뚝 멈추더니 거품처럼 사라졌다.

손바닥 뒤의 공간이 떨리면서 진짜 심협이 천천히 걸어 나와서 손을 들자 참마검이 날아서 그의 손에 떨어졌다.

부러진 검을 보며 심협은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그는 선천연보결로 이 신검을 제련하여 상당히 돈독한 관계를 맺었기에 오늘 처음 해봤는데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심협의 뒤에서 두 사람이 나타났다. 백소천과 거울 요괴였다. 거울 요괴는 손에 푸른 거울을 들고 있었다.

얼음 속의 눈물 요괴는 거울 요괴와 심협이 같이 있는 것을 보자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이에 거울 요괴는 해명하려 했지만, 심협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

심협의 통령지수가 된 이후로 거울 요괴는 무의식적 중에 심협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그가 눈물 요괴를 찾아온 이유는 몰랐지만, 그녀는 지금 함부로 입을 놀리다가 심협의 계획을 망칠까 봐 두려웠다.

“주인님, 약속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걱정 마라.”

심협은 손을 뒤집어 참마검을 집어넣고는 담담한 어조로 답했고, 그제야 거울 요괴는 조금 안심했다.

심협은 거울 요괴를 바라봤다.

방금 나타났던 여덟 개의 심협은 거울 요괴의 분신 신통이었다. 그것은 평범한 분신이 아니라 본체의 모든 기운, 능력 심지어 들고 있는 법보까지 모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실력 또한 본체의 1할에 가까워 퍽 유용한 능력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거울 요괴의 현재 경지가 높지 않아 분신은 여덟 개가 한계였다.

심협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얼음 속에 갇힌 눈물 요괴를 보며 결인했다.

푸른 빛이 손에서 날아가 빙산 안으로 들어갔다.

얼음이 조금 녹자 눈물 요괴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거울 요괴! 널 자매라 여기고 쭉 지켜줬거늘, 인간 수사와 결탁하여 날 해치다니!”

눈물 요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그 날카로운 목소리가 하얀 공간 안에서 울려 퍼져서 듣는 사람의 고막을 찔렀다.

“미안, 나는…….”

거울 요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에게 화낼 것 없소. 거울 요괴는 지금 내 통령수가 된 터라 내 명령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

심협의 말에 눈물 요괴의 외침은 뚝 그쳤다. 그리고 분노가 사라진 자리에 연민과 안타까움이 들어찼다.

하지만 몇 호흡 뒤,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더 강렬한 분노가 생겼다. 이번 분노의 대상은 심협이었다.

“감히 내 자매를 노예로 만들다니! 나를 죽이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러면 네놈의 신혼을 내 원망으로 물들여주마! 매일 원망에 물들어가는 고통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눈물 요괴는 앙칼진 목소리로 외쳤다.

심협은 가만히 눈을 깜빡거렸다. 눈물 요괴는 바보란 말인가? 잡혀 있는 주제에 이런 협박을 하다니, 죽여 달라는 뜻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그리 화낼 필요 없소. 내가 거울 요괴를 영수로 만든 건 그녀를 부릴 생각이 아니라 필요할 때 잠시 그녀의 능력을 빌리기 위함이었소. 나중에 그녀를 자유롭게 놔줄 것이오.”

눈물 요괴는 그 말을 듣자 멍해졌다. 옆에 있던 거울 요괴도 마찬가지였다.

“주인님, 정말인가요?”

거울 요괴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놀라고 좋아하며 확인했다.

“약속은 지킨다. 앞으로 날 많이 도와줄수록 자유를 되찾는 날이 더 빨리 올 게다.”

심협이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게으름 피우지 않겠습니다.”

거울 요괴가 기뻐하는 모습에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눈물 요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 귀하를 찾아온 것도 마찬가지로 도움을 받기 위함이오.”

그 말에 눈물 요괴는 의아한 눈으로 심협을 바라봤다. 증오의 기색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적의가 가득했다.

“뭘 원하는 것이냐?”

한참 뒤, 그녀는 달갑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원한이 담기지 않은 눈물 요괴의 진주를 얻고 싶소.”

그것이야말로 이번 여정에서 심협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그는 거울 요괴로부터 눈물 요괴의 진주를 만드는 방법을 들었다. 자신의 본명원기와 요력을 합치면 눈물 요괴의 진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본명원기를 소모해야 하니 출규기라면 매우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이제 대승기에 들어선 눈물 요괴는 본명원기가 두터워졌을 테니 별일 아닐 터였다.

눈물 요괴는 요구 사항을 듣자 속으로 안도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내 눈물 진주를 원한다? 못 줄 이유는 없지. 그렇다면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이냐?”

그녀는 차갑게 웃었다. 눈앞의 인간 수사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어낼 생각이었다.

그때, 심협이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 목숨.”

눈물 요괴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어서 분노와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심협을 노려봤지만,

“그대의 경지는 나보다 높으나 이 빙산은 그대의 한빙 신통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강하니 절대 부수지 못할 것이오. 그러니 시간과 내 인내심을 낭비하지 마시오.”

심협의 눈에서 푸른 빛이 반짝였다.

눈물 요괴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몰래 요력을 축적하여 빙산을 부수기 위해 시간을 끌던 차였다. 한데 저 인간 수사가 자신의 속내를 간파하고 있지 않은가!

“좋다, 진주를 만들어주겠다. 허나 거울 요괴를 놔줘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우리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라!”

눈물 요괴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지금 나와 협상할 때요? 내 이미 많이 양보했소. 더 수를 쓰려 들면 당신의 본명원기를 뽑아내 진주를 만들 것이오.”

심협은 차갑게 내뱉고는 눈물 요괴 주변의 빙산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에서 천책 허상이 나타나더니 촤라락 펼쳐졌다. 그 순간, 눈물 요괴와 주변의 빙산이 흔들리더니 천책 공간으로 들어갔다.

“눈물 요괴는……?”

갑자기 눈물 요괴가 사라지자 거울 요괴가 어안이 벙벙해 물었다.

“그녀는 내 공간 법보에 있다. 너도 들어가라.”

심협은 짧게 답하고는 거울 요괴 역시 천책 공간으로 보냈다.

여기까지 마친 그는 보상선사의 머리 없는 시체로 다가갔다. 보상선사의 신혼은 머리가 잘릴 때 참마검의 위능에 소멸된 상태였다.

심협의 소매에서 푸른 빛이 나오더니 보상선사의 저물법기와 금색의 선장 그리고 홍색 가사(袈裟)를 휘감았다.

홍색 가사는 평범한 방어 법보였다. 그는 이미 기혈번이 있으니 이 보물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금색 선장을 보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이 지팡이는 제법 등급이 높은 법보였으나, 심협이 관심을 가진 것은 그 재료였다. 선장에는 대량의 영양신철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 신철은 진해빈철곤의 재료이기도 하다. 이를 정제하여 현황일기곤에 집어넣을 수 있다면 곤봉의 위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심협은 내심 감탄하며 가사와 선장, 보상선사의 저물법기를 전부 거뒀다. 이제 훌륭한 제기사를 찾아 정제하는 일만 남았다. 오계국의 화 주인장이 있었으면 편했을 것이다.

심협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민 공자와 견씨 남자 등을 바라봤다.

이들은 매우 음침하고 차가워 한독보다도 강력한 눈물 요괴의 원망의 힘에 당해 이미 기력이 다했고, 두 명의 응혼기 수사는 벌써 숨이 끊어졌다. 심협은 온화한 성정이긴 하나 자신을 죽이려 한 자들에게까지 자비를 베풀지는 않았다. 눈을 차갑게 번뜩인 그는 손을 들어 그들의 숨통을 끊으려 했다. 한데 어째서인지 갑자기 표정이 변했다.

“원구, 여기 있던 금색 치마의 여자는 어디 갔소?”

여섯 명 중에 금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어느새 사라졌던 것이다.

“전에 봤던…… 어라? 언제 사라졌지?”

원구도 의아해했다.

심협은 눈빛이 흔들렸다.

‘나와 원구의 눈이 이상해진 건가? 그런 고수를 알아보지 못하다니!’

하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몇 개의 붉은 검기가 날아가 바닥에 쓰러진 수사들의 목숨을 끊었다. 그들의 시신은 터져나가면서 불꽃에 휩싸여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한데 시체들 중 하나가 갑자기 뛰어올라 쏜살같이 10여 장을 날아가서는 공격을 피했다. 바로 민씨 공자였다.

그의 얼굴은 검었고, 손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미간에 금빛 태양 문양이 떠올랐는데, 그것이 부적처럼 그를 강제로 움직이게 한 것 같았다.

“난 금양종의 소주다. 넌 날 죽일 수 없다!”

민씨 청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는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그는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심협의 실력이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던 것이다. 미리 알았다면 당연히 이런 일에 나서지 않았을 터였다.

“너는 날 죽이려 들었으면서 왜 나는 너를 죽이지 못한다는 거냐!”

심협은 차갑게 웃고는 매정하게 결인했다.

순양검배는 검기보다 몇 배는 빠르게 날아가 순식간에 청년 앞에 나타나더니 그대로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붉은 검광이 마치 붉은 노을처럼 반짝였다.

불꽃이 타올라 반으로 갈라진 민씨 청년의 시체를 재로 만들었다.

심협의 소매에서 푸른 빛이 나오더니 그들의 법보와 저물법기를 거두었다.

백소천은 말없이 심협의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안에 뭐가 있는지 보러 갑시다.”

심협은 주변의 양의미진환진을 거두고는 그렇게 말한 뒤 동굴로 향했고, 백소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를 따랐다.

동굴은 매우 깊고 구불구불했다. 수십 장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동굴 암벽이 마치 옥석처럼 부드러운 빛을 발했다.

동굴 벽에서 영초나 광물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등급이 높지 않았기에 채집하지 않았다.

“음, 천지영기가 바깥보다 더 짙군.”

백소천의 말에 심협도 신식을 운공하여 살펴보니 확실히 그러했다. 지금까지는 영초와 광물을 찾느라 그 점은 생각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특별한 장소인 듯하오. 아마도 어떤 영맥이 흐르는 것이겠지. 그러니 이런 영재들이 자라나는 것 아니겠소?”